괴담실록 저
미야베 미유키 저/이규원 역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에도 미시마야에서 한 아가씨가 기이한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 그곳에 애틋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찾아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슴속에 맺혀 있던 이야기를 마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짐을 내려놓은 듯 모종의 평온을 얻는 것 같다 그 평온의 온기는 이야기를 든는 이에게도 스며들어 마음속에 등불을 밝혀 준다
이번에는 대가만 치르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는 신 목소리를 잃어버린 소녀와 요괴를 부르는 목소리를 지닌 소녀의 만남 재앙과 화를 불러오는 세상의 악을 봉해 둔 저택 사람의 운명을 알려 주는 기이한 책 금빛 눈을 가진 하얀 고양이와의 애틋한 추억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야베 미유키의 라이프 워크(필생의 사업)이자 말하고 듣고 읽는 모든 이들에게 일종의 카운슬링 같은 역할을 하는 미시마야 시리즈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듣는 사람이 등장할 예정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듣는 사람에 따라 분위기를 바꿔 가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의 의미와 진짜 이야기의 즐거움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일명 ‘미야베 월드’라는 게 있다는 걸 이 책을 보며 처음 알았다. (사실 제목에 큼직하게 써있는 ‘고양이’라는 글자와, 일본 민화식으로 그려진 표지 디자인이 눈에 들어와서 구입한 책인지라, 애초에 무슨 책인지는 전혀 모르고 손에 들었다.) 일본의 근대시대인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요괴 같은 소재가 등장하는 기담집들로 구성된 세계가 바로 미야베 월드다. 이 책은 다섯 번째 책이고, 2019년을 기준으로 여섯 번째 책이 집필중이라고 한다.
이야기는 주머니를 만들어 파는 가게 미시야마에 기이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예쁜 아가씨 오치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야기를 하기 원하는 사람은 안내인에게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고, 그러면 가게 한 쪽에 마련된 ‘흑백의 방’에서 두 사람이 거리를 두고 마주 앉아 이야기가 시작되는 식이다.
이번 권에는 ‘열어서는 안 되는 방’, ‘벙어리 아씨’, ‘가면의 집’, ‘기이한 이야기책’, ‘금빛 눈의 고양이’라는 다섯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하나하나가 독특한 느낌의 이야기들이고, 또 마치 옛 이야기들처럼 나름의 교훈도 담고 있다. 또 직접 묘사가 아니라 전해 듣는다는 설정 상,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회상하는 식이어서 지나치게 자극적인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첫 번째 이야기인 ‘열어서는 안 되는 방’이란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제물이 될 대가를 요구하는 요괴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 요괴를 불러들인 것은 고부갈등으로 이혼을 하고 아이까지 뺏긴 채 친정에 돌아와 있는 화자의 누이였는데, 그 기구한 사연은 동정이 가지만 그 이후 일어난 연쇄적 사건들은 한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간다. 사실 그 원인은 그녀 이후 요괴에게 소원을 빌었던 인물들의 탐욕 때문이었는데, 결국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더럽고 냄새나는 것인가를 요괴를 통해 말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벙어리 아씨’는 요괴를 부르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화자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시녀살이를 시작한 그녀는 한 영주의 첩이 낳은 딸을 모시게 되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느 순간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요괴’는 오히려 화자를 도와주기도 하고, 또 ‘아씨’로 하여금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존재도 꽤나 안타까운 사연을 지니고 있어서 가슴 찡하게 만들었던 이야기다.
‘가면의 집’과 ‘기이한 이야기책’은 감동보다는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정도의 신기한 이야기들이었고, 마지막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금빛 눈의 고양이’인데 정작 실린 이야기는 그 힘이 좀 약해 보였다. 뭐... 나쁘진 않았지만.
전근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시대물이다보니 그 시절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또 눈에 들어온다. 한 집안의 가업을 이을 수 있는 아들이 아니면, 나머지는 일찌감치 다른 집으로 입양되거나,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나이부터 남의 집에서 일을 하거나 일을 배우는 모습 같은. 예전에 봤던 일본 영화 ‘오싱’이 살짝 떠오르기도 하고.
흥미로운 건 여기 담긴 이야기들이 모두 작가의 창작물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모티브는 여기저기서 따 왔을지도 모르지만, 꾸준히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풍토, 그리고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건, 한 나라의 문화적 깊이를 두텁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살짝 부러웠던 부분.
다 읽고 나니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었다. 하지만 읽는 동안에는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 재미있게 봤던 책.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
미시마야의 괴담 자리의 규칙이다.
이번 이야기부터 도미지로는 숨어서 듣는 게 아니라 오치카와 함께 이야기 손님을 맞는다.
그림에 취미가 있는 도미지로는 그답게 괴담을 듣고 그림으로 남긴다.
오치카가 숙부 이헤에와 오타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혼자 조용히 삼키곤 했던 괴담의 후유증을 도미지로는 그림으로 갈무리한다.
"집 안에 열어서는 안 되는 방이 있고 가까이 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하지만 그곳에는 대가를 내놓으면 반드시 소원을 이루어주는 신이 있습니다."
<열어서는 안되는 방>
소원을 들어주는 행봉신.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가 너무 크다.
여태껏 읽은 괴담 중에 가장 쎈 캐릭터.
이 글 읽고 이틀을 앓았음. 공교로웠던 게냐 아니면 나의 어깃장이냐 ㅠ.ㅠ
<벙어리 아씨>
몬모를 부르는 목소리.
귀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 오세이.
영주의 첩이 낳은 아가씨는 말을 하지 못하고 오세이는 그곳에서 아가씨를 모시는 일을 한다.
그 성에는 오세이에게만 보이는 귀신이 있다. 10살에 죽은 이 성의 주인이 될 뻔했던 도련님.
지박령이 된 도련님을 좋은 곳으로 보내려는 오세이의 계획은 성공할까?
근성이 비뚤어진 사람이 가면을 발견하기 쉽기 때문이야.
그놈들이 상자에서 나와버렸을 때 말이지.
<가면의 집>
이 이야기도 오싹.
가면을 지키는 파수견 오타네.
오타네만 가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면이 도망치지 못하게 지켜야 하지만 오타네는 가면의 꼬임에 빠지게 되는데...
<기이한 이야기책>
사람의 수명을 알려주는 책?
필사하는 사람의 운명을 알려주는 책?
필사는 하되 내용은 읽지 말라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이 괴담을 하는 사람은 효탄코도의 간이치.
간이치로 인해 도미지로가 그린 그림은 오동나무 상자에 담기게 된다.
그리고 이 기이한 이야기책 때문에 영향을 받은 듯한 간이치에 대해 오치카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금빛 눈의 고양이>
도미지로와 형 이이치로의 이야기.
생령이 되어 금빛 눈의 고양이 모습으로 형제를 찾아온 오킨.
장남으로서의 무게가 느껴졌던 이야기.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괴담의 수위는 높아진다.
이번 편에서 소원을 들어준다는 행봉신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이상하게 뇌리에 남는 이 이야기는 도미지로가 그린 그림을 오치카와 오카쓰가 멋지게 해석해서 마음을 털어버리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하는 자와 이야기를 듣는 자가 1:1 인 구조에서 도미지로의 합세로 인해 이야기의 수위가 조금 더 으스스하게 변한 느낌이다.
앞으로 도미지로가 맡게 되는 미시마야의 괴담 자리는 더 강하고, 더 괴기스러운 괴담들로 채워질 거 같다.
다시 읽기 시작안 미시마야 시리즈는 초반에는 늘 그렇듯 시큰둥..하게 시작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몰입해서 읽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이번 책은 이야기의 큰 변곡점을 맞이하는 내용이 있어서 더 궁금하기도 하고 더 빠르게 읽었던 것 같다.
미시마야 시리즈는 무서운 이야기도 있고 따뜻한 이야기도 있고 신기한 이야기도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섬뜩한 이야기인 <열어서는 안 되는 방>과
무서울줄 알았는데 따뜻한 이야기인 <벙어리 아씨>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 <기이한 이야기책>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벙어리 아씨> 이야기가 참 좋았다.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야기꾼의 선함과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억울함이 가득한 게 아니라 슬픔이 가득한 이야기였다.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지만 사무친 한이 스스로를 속박했을 것이고
그것에서 해방되는 순간, 그리고 그 후의 일들이 따뜻한 여운으로 남았다.
마지막의 도미지로의 그림은 더할나위 없었던 듯하다.
아픔을 겪었지만 점점 성장하던 오치카는 스스로 자기의 길을 개척했고 이제 그 일은 도미지로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오시마의 박력 넘치는 모습은 꽤 놀랍기도 했다.
책 순서를 착각해서 6번째 시리즈인 <눈물점>을 먼저 읽다가 중단해서 도미지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기억이 나지만
차곡차곡 읽은 5권의 책을 읽으면서 백지에서 시작하듯 도미지로에 대해서 알게된 듯하다.
기본적으로 미시마야의 인물들은 선하다.
주인인 이헤에와 오타미를 비롯하여 일꾼들을 대하는 것도 그렇고..
그 선함이 앞으로 도미지로가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