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오후 저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비명소리가득한방 편
대립하는 두 번을 사이에 두고 우뚝 서있는 오오타라야마, 그 산에서 내려온 괴물이 산림개척 마을을 휩쓸고 사람들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이 괴물은 무엇이고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물리쳐야 하는가?
마치 봉준호의 괴물처럼 어느날 문득 나타난 괴수를 둘러싸고 공포와 혼란, 괴수를 물리칠 방법과 괴수의 유래까지 각자의 시각으로 낱낱이 써내려간 소설이 괴수전이다.
출생의 비밀, 쌍동이, 대를 물려 내려가는 주술사의 피, 최종 병기, 독약 제조, 가면을 쓴 철혈의 병사, 무지막지한 괴물, 의로운 사람들과 낡은 절, 나이든 영감과 주지, 생명체에 깃들어 있는 주문과 인신 공양
어찌보면 지브리 스튜디오의 원령 공주가 떠오르기도 한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다채롭고 멋지다. 아카네와 소야 단조, 어딘가 약해빠져 보이지만 정의로운 나오야. 떠돌이 화가 엔슈, 왕지네 이치카, 파수꾼 겐 할아버지와 손자 미노키치, 부드럽지만 강한 소에이, 산의 정령같은 야지와 묘적사의 주지까지.. 만화나 영화로 옮겼을때 더 좋겠다 싶을 정도로 캐릭터의 개성이 강하고 장면 장면 쉽게 연상이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후쿠시마 대지진에 영감을 받아 쓰여졌다고 한다. 동북 지방의 대지진 여파로 닷새 정도 책상 밑에서 잠을 청하던 미미 여사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불러 일으킨 재앙에서 괴수를 연상한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이고.. 그 악령을 물리치기 위해서 서로 돕고 희생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구원을 말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피리술사의 아이디어가 상당수 차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력은 그보다 좀 덜하고 영화 괴물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괴수의 묘사는 그간 일본 만화에서 자주 보아왔던 괴물, 혹은 에일리언의 외계 괴물고 차별점이 안보인다. 그래서 점수가 좀 박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뉴스들이 참 많다. 사람을 잡아먹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는 괴수, 어쩌면 우리들 주변에 있는 건 아닐까?? 가짜 뉴스 퍼뜨리는 기레기와 그걸 좋다고 받아서 여기저기 뿌리는 적폐들이 괴수보다 무서운 것들이다.
때는 에도 시대, 마을 하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괴멸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집들은 남김없이 파손되었고 사람들은 전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이를 기이하게 여기고 조사하러 간 무사들까지 연락이 두절된 가운데,
화상을 입은 채로 겨우 목숨을 건진 이 마을 소년에 의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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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원제는 황신(荒神)입니다.
네이버에서 한중일 사전을 다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 단어인데,
굳이 따지자면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드는 신’이라고 할까요
낯설기도 하고 애매해서 그런지 몰라도 번역 제목은 다소 직설적인 ‘괴수전’이 됐는데,
이 작품에는 원제와 번역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드는 괴수’가 나옵니다.
이 세상에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흉측한 모습과 극강의 파괴력을 지닌 괴수는
일본 동북지방에서 서로 경계를 맞대고 있는 두 마을에 나타나
수많은 인명을 앗은 것은 물론 마을 자체를 초토화시켜버립니다.
작가 본인도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이 작품에는 한국영화 ‘괴물’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시리즈 중 하나로 꼽는 영화 ‘에일리언’도 자주 떠올랐는데,
이 두 작품은 물론 ‘괴수전’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똑같은 출생의 비밀(?)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그릇된 탐욕과 악의가 그것입니다.
100여 년 전, 상대를 궤멸하기 위해 주술과 신의 힘을 빌려 괴물을 만든 이들은
자신들의 후대에 이 괴물이 어떤 비극을 만들어낼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괴물은 오로지 인간에 대한 악의로 가득 찬 채 무차별적인 식인과 파괴를 자행하고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던 두 마을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물론 괴물을 만든 이들은 혹시라도 벌어질 비극을 막기 위해 마지막 방어선을 준비해놓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참극을 미리 막아낼 순 없었습니다.
67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에는 괴물과 인간의 대결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과 인간의 갈등, 즉 100년 넘게 서로를 원수처럼 여겨온 두 마을의 갈등은
괴물 못잖게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설정입니다.
왕래는커녕 살짝 경계만 넘어와도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벌이던 고야마 번과 나가쓰노 번은
괴물의 등장으로 인해 큰 혼란에 빠지지만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더 큰 갈등을 빚습니다.
하지만 각 번에서 괴물에 저항하려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우여곡절 끝에 힘을 모으면서
이야기는 극적인 변곡점을 맞이합니다.
거기에 더해 (괴물의 탄생에 개입했던) 가문의 저주를 물려받은 인물들의 비극이 드러나면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이야기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분량도 어마어마하고 인물이나 서사 역시 쉽게 정리할 수 없는 두께를 자랑하지만
‘괴수전’은 한 번 잡으면 좀처럼 중간에 쉬어가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주술과 신의 힘으로 탄생한 괴물’이라는 설정 자체를 못 받아들이는 독자라면 모르겠지만,
설령 그런 취향이라 해도 ‘괴수전’은 ‘황당한 괴물’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
한번쯤 도전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사족으로..
아이러니한 점은 미야베 미유키의 근작이자 현대를 배경으로 괴물이 등장하는 ‘비탄의 문’은
분권된 1~2권 중 1권만 읽고 접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현대에 등장하는 괴물이라면 ‘괴물’과 ‘에일리언’처럼 개연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인데
‘비탄의 문’은 제가 볼 때는 그와는 다소 거리가 먼 순도 높은 판타지 설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주술과 신의 힘으로 탄생한 괴물’이라는 설정이 훨씬 더 황당할 수도 있지만,
그런 설정에 빨려 들어간 건 역시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로서의 미덕들(재미와 반전 등)이 다소 편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야베 월드 2막’의 모든 작품들을 애정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데,
시대물의 아날로그 정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미야베 월드 2막’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때는 에도시대, 마을 하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괴멸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집들은 남김없이 파손되었고 사람들은 전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이를 기이하게 여기고 조사하러 간 무사들까지 연락이 두절된 가운데,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화상을 입은 채로 겨우 목숨을 건진 이 마을 소년에 의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다.
마을 사람들을 몰살한 존재는 식인 괴수. 서로 증오하는 두 마을이 안고 있는 문제와 그 문제로 인해 갈등하는 인간의 악한 의도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 백일하에 모습을 드러낸 괴수는 거대하고 민첩한 데다 영리하기까지 하다. (출판사 제공 줄거리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괴수전』을 읽었다. 괴수(怪獸)라는 말 그대로 괴상하게 생긴 짐승(monster)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괴물 '쓰치미카도ツチミカド'는 거의 카멜레온에 가깝다. 몸은 두꺼비, 다리는 도마뱀, 꼬리는 뱀, 피부에는 얼룩무늬가 있다. 전체적으로 땅딸막하고 둥글둥글하다. 머리와 몸통의 굵기가 거의 같아 살짝 들어간 곳이 없으면 어디부터 머리인지 분간이 어렵다. 사지는 짧고 발톱 세 개가 튀어나온 커다란 발은 거대한 몸을 지탱하고 있으면서도 몸통 밑에 깔린 것처럼 보인다. 덩치는 그야말로 작은 동산만 한 기형적 도마뱀으로 보면 되겠다. 타액(침이나 내장의 신물)을 쏘는데 이것을 맞으면 화상을 입는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 맞춰 몸 색깔과 윤기를 바꾸는 스텔스 능력도 있네. (나중에 변신까지 한다.)
내용 구성은 별로 복잡하지 않은데, 이를 스펙터클하게 이끌어나가는 작가의 필력은 인정해야겠다. 곳곳에서 토속적 일본스러움이 넘실거린다. 이를 통해 우리와 너무나 다른 그들만의 문화적 코드를 맛볼 수 있었다. "인간의 욕심을 위해 만들었다가 내다 버린 것. 내다 버린 채 망각했던 그것이 깨어나 지금 분노를 펄펄 끓이고 있다. 그 괴물은 사람의 허물이다(536쪽)."라는 말에서 잠시 호흡을 고른다. 과연 미미 여사다운 글귀다. 괴물은 바로 우리 자신의 비열한 탐욕일지도 모른다. 그로 야기된 재앙을 통해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을 작가는 말하고자 하는 것이고…. "추궁하면 할수록 악행은 흔적을 감추지. 남는 것은 슬픔과 불신뿐(656쪽)."…. 사람의 속내를 참 잘 그려내는 작가의 특성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 하여 이 소설에 인간적인 감성이 크게 내포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괴수물은 그냥 괴수물이다. 혹자들은 소설의 무대가 일본 동북지방이라는데 밑줄을 긋고 후쿠시마 원전 대재앙을 연결하기도 하는데, 일본 애니 '원령 공주'가 겹쳐지는, 때론 황당하기도 하고 때론 상상력이 흥미롭기도 한, 그저 그런 킬타임용 B급 판타지 소설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이 블록버스터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고질라'에 버금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어림잡아본다. 좀 더 압축해서 쓸 수는 없었을까? 그랬으면 긴박감이 더 살아나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도 해봤다. 어쨌든 미미 여사의 에도물을 몇 작품 읽다 보니 시대 및 지리적 감각은 자연스럽게 와닿았다. 머리 쓰기는 싫고 시간 많은 자, 미스터리 몬스터물 좋아하는 독자에겐 권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