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저
효기심 저
썬킴 저
오무라 오지로 저/송경원 역
송경모 저
캐스린 페트라스,로스 페트라스 공저/박지선 역
‘화학’보다는 ‘역사’를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의 후속편인 이 책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고 열강의 제국주의가 충돌하여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되는 격동의 시기인 19~20세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인지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처럼, ‘1장 자본주의에서 제국주의로’, ‘2장 20세기의 시작’, ‘3장 제1차 세계대전’, ‘4장 두 세계대전 사이’, ‘5장 제2차 세계대전’으로 되어있는 구성에서 보듯이 일반적인 역사책의 서술순서를 따라가고 있다. 특히 ‘1804년 식품 보존 기술 발명’, ‘1824년 시멘트의 부활’처럼 연도와 화학적 발명을 이어 붙인 소제목은 ‘화학사(History of Chemistry)’에서 ‘화학’보다는 ‘역사’를 강조했다는 느낌을 준다.
모던을 상징하다. 철근 콘크리트
일단, 이 책이 다루는 시대는 ‘근대(近代)와 현대(現代)’ 혹은 모던(Modern)의 시대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상징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 중 하나는 ‘마천루’로 대표되는 고층 빌딩이고, 이에 사용된 ‘철근 콘크리트’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살펴볼 것은 조지프 애스프니의 ‘포클랜드 시멘트’다.
조지프 애스프니(Joseph Aspdin, 1778~1855)은 영국의 벽돌공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석회석 분말에 점토와 물을 섞은 다음 고온으로 구운 것을 가루로 만든 강력한 시멘트를 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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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프딘이 발명한 시멘트는 ‘포틀랜드 시멘트(Portland cement)’로 불렸다. 경화된 뒤의 고체가 영국 포틀랜드섬에서 채취되는 포틀랜드석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포틀랜드 시멘트는 공사 현장이나 미장 자재를 파는 매장에서 쉽게 보거나 살 수 있는 바로 그 시멘트다. 이후 다양한 성분의 시멘트가 개발되었다. 시멘트와 시멘트에 자갈과 물을 섞어 만드는 콘크리트가 다리, 터널, 항만 설비 등의 인프라를 조성해 철도와 배를 통한 물자 수송을 뒷받침해주었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는 시멘트와 콘크리트 없이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두 물자의 역할은 지대했다.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고층 빌딩이나 거대한 댐, 교량 등도 모두 콘크리트를 이용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시멘트 내부에서는 칼슘이나 산소 등의 이온이 물 분자와 정전기적 인력으로 결합하면서 무수히 많은 작은 인력이 모여 거대한 구조물을 지탱한다. [pp. 66~67]
이어 살펴볼 것은 조제프 모니에에 의해 실용화된 ‘철근 콘크리트’다.
콘크리트는 압축에 강한 반면 잡아당기는 힘에는 약하다. 반대로 철은 압축하면 휘어져버리지만 잡아당기는 힘에는 강하다. 인류는 이 둘을 결합해 최강의 건축 재료를 만들어냈다. 바로 ‘철근 콘크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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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실용화에 성공한 이는 프랑스의 정원사 조제프 모니에(Joseph Monier, 1823~1906)다. 당시만 해도 화분은 전통적인 도기로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드디어 이 세계에도 신소재인 콘크리트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콘크리트 제품은 무겁고 잘 깨진다는 결점이 있었다. 모니에는 화분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두께를 줄이면서도 강도를 높일 방법을 모색했다. 많은 궁리와 노력 끝에 그는 철망에 콘크리트를 흘려 넣어서 성형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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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철근 콘크리트가 주목 받게 된 것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느 거리의 폐허가 된 벌판에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창고만 강진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서 있었던 일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었다. [pp. 148~150]
식량, 장기 보존에 성공하다
고대 로마제국에서 미국 독립전쟁까지 2,000년이 지나도록 군대의 식량과 그 보급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이는 그 당시 기술로는 식품의 장기 보존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여 세계 전쟁사를 바꾸었다는 평가를 듣는 것이 프랑스의 요리사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pert, 1749~1841)의 ‘밀폐 보존 용기’, 즉 병조림의 발명이다.
니콜라 아페르는 8년 동안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고 수없이 개량한 끝에 마침내 식품을 장기 보관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개발한 기법은 채소, 고기, 유제, 스튜 같은 신선한 음식을 병에 담아 중탕으로 가열한 뒤 밀봉하는 방법이었다. 아페르는 ‘탄산을 함유한 와인인 샴페인 제조법’에도 통달했는데, 그 지식과 노하우가 군용 식량 보존 기술을 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는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기는 해도 아페르 자신조차 자신이 개발한 방법이 가열을 통해 살균하는 원리임을 깨닫지 못했다. 이 시대에는 세균이 부패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p. 43]
하지만 병조림에는 큰 결함이 있었다. 바로 깨지기 쉬운 병을 용기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한 것인 영국의 발명가 피터 듀란드(Peter Durand, 1766~1822)다. 그는 병 대신 주석으로 도금한 양철로 만든 통을 사용해 병조림의 약점을 해결했다.
소독, 근대 의료의 탄생
헝가리 의사이며 과학자인 이그나츠 제멜바이스(Ignaz Philipp Semmelweis, 1818~1865)는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손 씻기 등의 간단한 소독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류에게 처음 알린 인물이다. [p. 99]
그는 전문의사와 의학부 학생이 담당하는 제1병동의 산욕열로 인한 사망률이 조산사가 담당하는 제2병동의 6배 이상이 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차아염소산 수용액’을 이용한 소독을 대책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제1병동의 산욕열 발병률이 제2병동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1847년 이후의 상황이다. 이는 전적으로 제멜바이스가 깨끗이 손을 씻고 철저히 소독하도록 한 덕분이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1848년부터 소독 대상을 의료기구로까지 확대하자 산모가 산욕열로 사망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제멜바이스는 논문을 통해 의사의 손이 산욕열을 전염시키는 매개체가 되어온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그는 산욕열을 예방하려면 염소수를 이용한 소독이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했다. 그러나 의사회는 “의사를 살인자 취급하다니!”라고 거세게 비난하며 그를 의사회에서 추방해버렸다.
결국 제멜바이스는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 당하는 모욕적이고도 참담한 일까지 당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질게 학대 받는 과정에 생긴 상처가 원인이 되어 감염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잔혹한 운명에 농락당하면서도 인류를 구원한 비운의 천재였다. [pp.102~103]
영국의 외과의사 조지프 리스터(Joseph Lister, 1827~1912)는 제멜바이스와 달리 악취가 아닌 세균이 병의 원인임을 알고 페놀 수용액과 크롬산을 사용하는 소독법을 제안, 실행했다. 이렇게 ‘살균’에 바탕을 둔 그의 소독법 덕분에 청결하고 안전한 근대적 외과수술의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공기에서 ‘빵’을 만들어 식량 위기를 해소하다
독일의 프린츠 하버(Fritz Haber, 1868~1934) 교수는 독일 최대 화학 회사인 BASF사의 장치 설계 엔지니어인 카를 보슈(Carl Bosch, 1874~1940)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암모니아 합성에 성공했다. 덕분에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한, 저렴한 비료가 대량 생산되어 인류의 식량 생산이 급속히 증가했다. 이로 인해 하버 교수는 ‘공기에서 빵을 만드는 사나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19세기 이후 화학은 다양하고 획기적인 물건들을 발명함으로써 신세계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세계사를 바꾼 화학’이 된 것이다. 다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기에 이런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으리라 생각한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2>는 ‘1804년 식품 보존 기술 발명’, ‘1806년 알칼리 제조의 희비극’, ‘1808년 근대 원자설’, ‘1809년 농업을 화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등 각각 독립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로 엮어 있다. 따라서 순서에 상관없이 관심 있는 꼭지부터, 혹은 관심 있는 부분만 따로 읽어도 된다.
옥의 티
p. 43
그가 개발한 기법은 채소, 고기, 유제, 스튜 같은 신선한 음식을 병에 담아 중탕으로 가열한 뒤 밀봉하는 방법이었다. ⇒ 여기서 ‘유제’는 유제(乳劑, emulsion)를 의미하는 것인지 유제(油劑)를 의미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유제품(乳製品)’에서 ‘품’이 누락된 것인지 모르겠다. 개정판이 나오게 되면 한자어를 병기하여 보다 명확하게 했으면 좋을 듯 하다.
p. 100
그리고 제2병원은 조산사들이 관리했다. 한데 놀랍게도 제1병동과 제2병동의 사망률에 큰 차이가 났다. ⇒ 그리고 제2병동은 조산사들이 관리했다. 한데 놀랍게도 제1병동과 제2병동의 사망률에 큰 차이가 났다. (여기에서만 ‘제2병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