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웨일북 출판사에서 출간된 채사장 작가님의 시민의 교양(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이라는 책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일단 책의 시작부터 대통령의 선택이 나오면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평소에 선택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 선택이 한 개인의 삶, 더 나아가 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식으로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고민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시민의 교양》의 저자 채사장은 2015년 아이튠즈 팟캐스트 1위로 뽑힌 <지대넓얕>의 진행자이다. 이 책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현실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현실 너머 편), 그리고 인문 에세이 《열한 계단: 나를 흔들어 깨운 불편한 지식들》에 이어 출간되었다.
채사장을 유명하게 만든 <지대넓얕>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이원론에 입각하여 세상의 여러 요소를 이분법으로 나누어 구조화시켜 설명한다. <지대넓얕>시리즈를 먼저 읽었기 때문에 이해하는 게 더 편하긴 했지만 요점정리를 잘해서 전달하는 걸로 유명한 저자답게 개념 설명이 잘되어있어 전작을 읽지 않은 독자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저자는 ‘시민’이란 사회 전체의 구성원인 동시에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별자라고 규정하고, ‘교양’이란 세상의 구조에 대해서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시민의 교양》이라고 한다. 그는 인문학의 추상적 개념이 현실 세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도식화시켜 보여주며 시민이 세상을 쉽게 이해하도록 구조화시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를 주제로 7개의 챕터로 나뉜다.
각 분야의 궁극적 토대는 경제체제에 있으며 경제적 기반에 의해 둘로 나뉘는데 정부의 개입정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런 논리로 세금에 관한 파트에서는 세금을 자본가에게 유리한 간접세와 노동자에게 유리한 직접세로 분리하여 설명한다. 정부의 개입이 커지면 직접세가 늘어 자본가에게 불리하지만 서민에게는 복지혜택이 늘고, 정부가 적게 개입하면 다수의 노동자에게 불리한 간접세의 비중이 커진다고 말한다.
국가도 같은 시각으로 보아 작은 정부를 추구하면 자본가에게 유리한 야경국가, 큰 정부는 노동자와 서민에게 혜택이 많은 복지국가가 된다고 한다. 복잡한 상황을 지나치게 도식화시킨다는 느낌도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특히 한국 교육의 문제를 교육의 내용 보다 형식에 주목하여 파악하는 교육 파트가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내용보다 교육 방식과 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학교 다니는 12년 동안 객관식 평가에 노출되다 보면 정답(진리)이 실재한다는 절대주의 세계관을 갖게 되어 다양성을 인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또한 학교생활을 통해 끊임없는 ‘경쟁’이 일상화됨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의 평가 결과와 무관하게 경쟁이 정당하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평가가 학생들에게 개개인 간의 경쟁이라면 언제나 정당하다는 환상을 심어준다는 점에 있다. 즉, 실제로는 사회의 부조리로 발생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이라는 형식은 이러한 문제의 책임을 사회에서 개인으로 전환한다. (p.211)
중간 성적인 수능 5등급이 국민 평균임에도 열등생처럼 취급되고, 3등급이면 상위권인데도 인서울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부를 못한다는 말을 듣는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저자는 한국인의 높은 학구열이나 교육 정책이 아닌 경제문제에서 찾는다. 평균 수준으로 공부해서는 안정된 소득이 보장된 직업을 구할 수 없는 구조가 치열한 경쟁을 만들었고, 줄 세우기 학교 교육에 익숙한 개인은 그 결과에 승복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상위 10%에 들어야 먹고살 수 있다는 현실에 대한 뼈저린 이해가, 교육에서 상위 8%에 들어가야만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킨 것인지 모른다.
......
평균적인 성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고, 평균적인 소득으로도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이 조성된 사회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는 사회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p.215)
학교 성적과 소득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지만 자산소득이 많지 않은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안정된 직업 의 수순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책이 출간되고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그동안 불황이 깊어지면서 좋은 대학도 안정된 직장을 보장해주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그 때보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그 책임도 여전히 개인에게 있다.
다른 챕터에서도 저자의 통찰력을 볼 수 있었지만 교육문제의 원인을 내용보다 형식에서 찾고 지나친 경쟁을 경제문제로 파악하는 점은 저자의 안목이 돋보이는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내용이 좋았지만 직업과 미래 파트는 조금 아쉬웠다.
직업 파트에서 15715개(2016년 기준)나 된다는 직업을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하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생산수단 외에 사회가 요구하는 특정한 기술이나 재능의 소유 여부도 소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세상인과 재벌을 생산수단을 소유한다는 공통점만으로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본다.
책의 마지막 부분인 미래 파트는 2015년 출간 이후 7년 동안 있었던 일들이 저자의 예측과 다르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 저자는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이 나타난다고 예측하였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은 2~3배씩 폭등했고 물가는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어쩔 수 없는 변수가 많았다고는 하지만 본시 미래를 알기 어렵다는 건 변수 때문이 아닌가.
통찰력이 있어도 미래예측, 특히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어려워 보인다. 누가 그랬던가. 미래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비하는 거라고.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세상의 구조를 경제체제를 기본으로 간단히 구조화시켜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현란한 눈속임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 한권을 읽는다고 금세 교양인이 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길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1학년 아이가 학교에서 하는 독서 프로젝트에서 고른 책으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
7가지 분야에 대한 지식을 말하고 있습니다.
고1 아이가 읽기에도 나쁘지 않네요. 가끔 좀 어려운 내용도 있는데
충분히 읽을만 한 수준으로 되어 있어서 좋고
좀 지루한 주제이기도 하지만 꼭 알면 좋은 지식들이라
이렇게 접근하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I. 세금: 종류, 얼마큼 걷을 것인가?
II. 국가: 야경국가·복지국가
III. 자유: 소극적 자유·적극적 자유
IV. 직업: 투자가·사업가·비임금노동자·임금노동자, 리스크
V. 교육: 교육의 형식
VI. 정의: 윤리·경제·정치에서의 정의
VII.미래: 화폐, 인구
여러 책을 동시에 읽다보니 대략 두 달에 걸쳐 읽었다.
큰 틀에서 보자면 결국 '국가'에 대한 이야기다. "야경국가(시장 자유)"와 "복지국가(복지 확대)"를 가르는 지점을 풀어내기 위한 배경들? 국가의 틀을 이해하기 위해서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시장을 배경으로 한 직업 분류) 그리고 가치관이 형성되는 지점(교육, 인구)에 대해 세부적으로 들어가 설명한다. ("국가의 방향성을 선택한다는 것은 '세금 징수의 양'과 '세금 납부의 주체'를 결정함을 의미한다." "정치란 곧 분배 방식의 선택" 등)
책을 사기 전에 한 줄 평인가, 누가 '다 아는 이야기'라고 써놨는데 다 아는 이야기 엮는 게 원래 어려운 거다. 대충 대한민국에서 초·중·고 나와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이 책의 내용이 영 쌩뚱맞진 않을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그 내용들을 썩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읽다가 그 갈피들이 명확해져서 말잇못한 지점들이 꽤 있다.
"한국인의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사람의 연간 수입은 3,940만 원으로, 월 평균 330만 원 정도다. 전체 소득자를 100명이라고 하고 이들을 일렬로 세웠을 때 위에서부터 10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의 소득이다. (중략) 상위 10%에 들어야 먹고살 수 있다는 현실에 대한 뼈저린 이해가, 교육에서 상위 8%(인서울)에 들어가야만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중학교 3학년 때 수학 과외를 받았다. 과외 선생님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 수학 내신이 3등급이라고 선생님이 걱정하는 소식을 들었다. (더군다나 과외 선생님 아들이 3등급이란 이유로 학생들이 꽤 떨어져나갔고, 그 선생님은 부담감으로 인해 결국 과외를 접었다.) 그때 그 얘길 듣고 난 "몇 등급까지 있는데요?"라고 물었고, 9등급까지 있단 이야기에 "3등급이면 잘한 거 아녜요?"라고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었다.
그후 고등학교에 가고 난 주로 3등급을 받았다. 상담 중 담임 선생님은 곧잘 "'잘하면' 인서울 하겠네."라고 얘기했다. 평준화였지만 꽤 공부를 잘하는 학교였던 건지, 난 대충 반에서 8~13등을 하곤 했는데 여하간 인서울하긴 했다. 나중에 인서울이 전국 8%라는 걸 듣고, 아니 전국 8%면 잘한 거 아냐? 생각했지만, 아버진 어디 가서 쪽팔려서 내 대학교 이름 얘길 안한다 하더라.
그랬다. 물론 지금은 인서울은 커녕 줄줄이 읊는 대학을 가도 마음에 드는 취업을 하기 어렵고 다 공무원으로 내몰리는 현실이지만, 어쨌든 내가 대학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인서울 타이틀은 있어야 소위 말하는 변변한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월 300은 엄청나게 높은 벽이었다. 아마 들어갔을 때부터 월300을 받으려면 전국 8%가 아니라 전국 3%는 되야할 것이다. 그러니 3등급도 허섭 취급을 당한 것이다.
이 책은 교육의 '내용'이 아닌 '형식'에 대한 이야길 한다. 무얼 가르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 사지선다에 익숙해진 대한민국 학생들은 질문이 주어지면 적절한 답을 찾는 스킬을 12년 동안 연마한다. 제대로 못 찍은 내가 머저리다. 그런 방식에 익숙해진 채 어른으로, 사회 주 구성원으로 성장한다.
"사회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쟁이라는 형식을 거쳤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정한 경쟁이라면 그 결과는 정당하다고 여긴다. (중략) 중간에 위치한 사람이 중간으로서 대우를 받을 수 없는 평가라면, 그 경쟁은 정의롭지 않다."
과연 공정한 경쟁인 것인지부터 의문이지만.
또한 '아비투스'라는 개념도 눈에 띄었다. '요즘 취향'이라고 말하는 것을 나타내는 용어가 있었다.
"부모 세대인 B와 자녀 세대인 C는 경제, 사회적으로 다른 환경에 처해있다. 살아가면서 B는 지속적인 팽창을, C는 지속적인 수축을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의 사고관을 규정한다. 지속적인 성장만을 경험했던 B는 이러한 사고관을 갖는다.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경쟁하면 부를 획득할 수 있다.' 이것은 그들이 삶 속에서 직접 목격한 사실이다. 반면 지속적인 수축만을 경험했던 C 집단은 다음과 같은 사고관을 갖는다. '부모 세대는 시대적인 혜택을 통해 사회의 기득권과 부를 독점했고 지금의 청년들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그들의 삶 속에서 직접 목격한 사실이다.
B에게 C는 자기 변명이나 하는 나약한 세대로 보인다. 그리고 C에게 B는 자기 성공의 신화를 맹신하는 이기적인 세대로 보인다. 이것은 충분한 평가가 안다. 자신의 세대가 속했던 경제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세계를 평가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세대 차이'란 게 비단 그들이 나이가 들고 머리가 꼰대가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진짜 경험했다. 다만 그럼에도 나는 그러한 말을 하는 이들을 꼰대라고 부르고 싶은 건 바뀐 시대를 굽어보는 눈을 잃은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하간 지금 기성세대라 불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상황을 가질 수 있는 건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베이비붐으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 기반 시설이 양적으로 풍족해진 거고, 지금은 어찌보면 과잉 공급이라 할 수 있는 인프라들이 무너지고 있는 거고.
하굣길에,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1,000원 2,000원 간식 사먹고 행복하고 소확행을 노래하는 지금의 '가난한 취향'이 집단 안에 형성된 사고 방식과 패턴이라는 게 슬프고 이를 허섭하다고 평하는 윗 세대에게 짜증난다.
그 외에도 비임금노동자, 임금노동자나 화폐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 약간 동떨어졌다 생각한 부분들이 있어 개념이 부정확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꽤 잘 정리되었다. 여전히 환율이 오르고 내리고 누가 갑자기 물어보면 띠용할 수도 있지만.
한 번 보고 말기엔 꽤 개념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책이라 추천해주고 싶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라면? 가치 판단이 치우친 부분도 없는 편이라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Book] 시민의 교양
좋아하는 작가님. 이 책의 체험판을 읽고 본서를 구매했다. 그리 길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이라 금세 쓱 읽혀진다. 안내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다. 일상에 시달리는 부모님과, 입시에 몰두해 있는 아이들과, 취업과 노동에 숨 가쁜 사람들을 위해서 단순하고 친절한 가이드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주인으로서 시민이 사회의 현안들을 합리적이고 주체적으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고 추상화된 세계의 구조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사회를 단순화했다. 단순하게 두고 보니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게 좋을지 단순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간단명료한 점이 좋았다.
이 책의 내용은 모두
수험생으로써 행정학을 공부할 때 배웠던 내용이며,
수험서보다도 더 깊이가 없는,
진짜로 얉은 지식을 전달한다.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
이정도는 교양이 아니고 시민의 '상식' 수준의 내용아닐지.
이게 왜 현실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붙어서
팔리고 있는가?
지대넓얕을 나름 괜찮게 읽어서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 장사꾼에게 당한 느낌이다.
-중간 성적에 속한 학생들이 칭찬받고, 중간 정도 노력하는 사람이 취업 할 수 있고, 중위 소득에 속하는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다. 이러한 사회에서 이루어진 경쟁이라고 할 때에만, 우리는 그 결과의 책임을 비로소 개인에게 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