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저
정승규 저
미야자키 마사카츠 저/정세환 역
사토 겐타로 저/서수지 역
벤 윌슨 저/박수철 역/박진빈 감수
미야자키 마사카츠 저/한세희 역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서수지
사람과나무사이/2019.8.8.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 등 13가지의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럽인들이 인도에 이르는 뱃길을 찾기 시작한 것은 ‘후추’때문이었다. 포르투갈이 바스쿠 다가마를, 스페인이 콜럼버스와 마젤란을 지원하여 탐험을 떠나게 한 것도 인도에서만 생산된다는 후추를 독차지 하고 싶은 ‘검은 욕망’의 발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항해 시대 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감자는 유럽인들에게 배고픔을 해결해주고 인구의 수를 증가 시켰다. 그러나 한 가지 품종 감자에만 의지하던 아일랜드에서 감자 역병이 발생하여 대기근이 발생했다. 이 때 아일랜드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400만 명 사람들 중에는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한 주인공이자 제35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J. F. 케네디의 할아버지 패트릭 케네디도 있었다. 미국과 세계 현대사를 만든 주역들 중 한 명인 대통령 레이건과 클린턴, 오바마의 선조들도 그 행렬에 끼어 있었다. 그 밖에 <미키마우스>를 만든 월트 디즈니와 맥도날드의 창업자 맥도날드 형제 역시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한 가지 식물이 세계사를 바꿔 나가는 과정을 이 책에서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서양인들은 흔히 성서가 언급하지 않는 식물을 사악한 존재로 여겨 꺼리고 피했다. 그런 이유로 감자는 결국 한동안 ‘악마의 식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p.31)” 그렇기 때문에 농민들이 감자를 재배하지 않으려 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감자보급을 위해 감자파티를 열었다. 요리사가 줄기까지 요리하는 바람에 중독되어 고생을 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거뒀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도 갖가지 방법으로 감자를 보급하려 했지만 농민들은 심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역으로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고 공표 하였다. 그 작전이 성공하여 독일이 유럽에서 최초로 감자보급에 성공하였다. 감자를 먹여 키운 독일의 돼지로 만든 베이컨과 햄, 소시지는 감자와 함께 독일인의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감자는 그때까지 주로 곡물을 먹던 유럽인이 육식을 마음껏 즐기도록 해주었다.
“사람들은 배고픔에서 구하고 싶은 마음에 감자꽃을 사랑하고 애용했던 앙투아네트 왕비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p.41)” 이런 우여곡절 끝에 감자 재배로 사람들이 배를 곯지 않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얻게 되자 유럽 각국에서는 인구가 많이 증가했다. 인구 증가는 노동력 향상으로 이어졌고, 그 노동력이 이후 산업혁명과 공업화를 뒷받침해 주었다. 아시아가 원산지인 목화가 전해지기 전까지 유럽에서는 옷을 만드는 데 털가죽이 필요해 마구잡이로 양을 도축하는 바람에 고기로 쓰지 못했다. 그러다가 감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비로소 유럽에서 육식이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당시 뱃사람들을 괴롭혔던 괴질은 바로 괴혈병이었다. 오랜 시간 항해하는 동안 선원들은 피부와 점막, 잇몸에서 많은 양의 피를 흘렸고 무지근하게 아픈 통증에 시달리다가 죽음에 이르곤 했다. 괴혈병으로 마젤란 함대는 선원 270명중 고작 18명만 무사히 귀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질병을 없애준 식물이 감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 1위는 옥수수다. 그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작물은 밀이고 3위는 벼다. 4위는 감자, 5위는 대두인데 토마토는 6위이다.(p.68)” 열매를 먹는 식물을 과일, 열매 이외의 부위를 먹는 식물을 채소라고 할 수 있다. 식물학적으로 과일이란 식물의 열매를 의미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토마토는 열매이므로 과일에 속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과일이라는 단어를 식물학적 의미를 넘어서 사용한다. 다시 말해 디저트용으로 직접 먹으면 과일이고 요리재료로 일정한 조리 단계를 거쳐서 섭취하면 채소라고 인식한다.
후추는 고기를 오래 보존하는 데 필요했으나 단지 이 용도 때문에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팔린 것은 아니었다. 사실 사치스러운 식생활을 즐긴 귀족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귀족이나 상류층에서 후추의 인기가 치솟고 그에 따라 엄청난 가격이 형성된 데는 사실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자신의 높은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목적이 더 크게 작용했다.(p.90)”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후추를 찾지 못하고 대신 고추를 유럽으로 가져가면서 후추와 같은 페퍼(Paper)라 이름 지었다. 서양에서 고추는 인기 없는 작물이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보급되자 기후에 맞아 쉽게 토착화 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고추는 그 종류만 해도 150여 가지에 이르는데 매운맛도 제각각이다. 기피물질의 특성상 특히 기온이 높은 지대에서 자란 것이 매운맛이 더 강한 경향을 보인다.(p.111)” 고추는 가루나 소스 형태로 한국요리, 멕시코요리, 중국 요리 등에 주로 쓰인다. 이 중 고추장 형태로 만들어 고추를 섭취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인의 유별난 고추 사랑은 고추가 전해지기 훨씬 이전인 고려 시대에 채식 위주의 음식문화가 육식문화로 바뀐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려가 육식 문화로 바뀌는 데 원나라, 즉 몽골제국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기원전 5,000년 무렵부터 중앙아시아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양파는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날 무렵에는 이집트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재배하고 있었다.(p.127)” 이처럼 양파가 오랜 옛날부터 전 세계의 여러 대륙과 여러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이유는 탁월한 효능과 함께 뛰어난 보존성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파는 건조한 환경에 보관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고 보관이 쉬워 먼 곳까지 쉽게 운송할 수 있었다. 또 우리가 양파에서 먹는 부분은 알뿌리이다, 그 알뿌리를 땅에 심어 재배하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양파를 수확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볏과식물은 독 대신 유리의 원료인 ‘규소’라는 단단한 물질을 몸속에 축적해 자신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이는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첫 째 규소는 독 이상으로 초시동물을 물리치는 데 효과가 큰 물질 이기 때문이다. 둘째, 동물을 퇴치하는데 도움이 되는 규소가 흙속에 량으로 녹아 있는데도 다른 식물들은 이것을 영양으로 유용하지 않으므로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p.198)” 이에 맞서 초식동물들은 진화를 통해 ‘네 개의 위’를 갖게 되었다. 그 네 개의 위 중에서 인간의 위처럼 소화, 흡수를 담당하는 기관은 네 번째 위뿐이다. 나머지 세 개의 위는 제각기 다른 역할을 담당한다. 첫 번째 위는 먹이를 저장하고 발효조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위는 음식물을 식도로 돌려보내는 일을 담당한다. 세 번째 위는 음식물의 양을 조절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위로 돌려보내거나 네 번째 위로 보낸다. 염소, 양, 사슴, 기린 등도 모두 되새김질로 식물을 소화하는 반추동물이다. 여기서 말은 예외다. 말은 위가 하나밖에 없다. 말은 네 개의 위를 갖는 대신 맹장을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그 진화한 맹장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식물의 섬유질을 분해한다. 토끼도 마찬가지다.
“대두를 처음 재배한 것으로 알려진 황허 문명은 대두와 보리 등을 주로 경작하는 밭농사 위주의 문화를 일군 반면 창장 문명은 벼농사 중심의 문화를 건설했다.(p.227)”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안전 영양식으로 일컬어지는 쌀은 유일하게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부족하다. 이 라이신을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이 바로 대두다.(p.253)” 된장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작용으로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들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즉, 된장국을 먹으면 세로토닌 효과로 마음이 안정되고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된장에는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레시틴이 들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피로회복과 면역기능 강화 효과가 있는 아르지닌도 포함하고 있어 튼튼한 체력을 유지하게 해준다.
“인류문명사에는 저마다 그 문명을 뒷받침한 작물이 있다. 황허 문명에는 대두가 있고 인더스 문명과 양쯔강 문명에는 벼가 있다. 지중해 연안에 자리잡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에는 보리가 있고 남미의 잉카 문명에는 감자가 있다.(p.268)” 옥수수 기원지로 추정하는 중미에는 아스테카 문명과 마야문명이 존재했다. 이 두 문명의 사람들은 옥수수를 가장 중요한 작물로 여겼다. 이유가 뭘까? 마야 전설에 따르면 신이 옥수수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옥수수를 만든 게 아니라 옥수수보다 나중에 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카페인은 알칼로이드라는 독성물질의 일종으로 원래 식물이 곤충과 동물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생성하는 기피물질이다.(p.150)” 이 카페인의 화학구조는 니코틴이나 모르핀과 흡사해 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한다. 차를 마시면 잠이 잘 오지 않고 머리가 맑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고 보면 독과 약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닌가 싶다. 13가지 식물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량이나 향신료 또는 기호식품이 되기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이 책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오카야마대학 대학원 농학 연구과에서 잡초생태학을 전공했다. 이후 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즈오카현 농림 기술연구소를 거쳐 시즈오카대학교 농학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한다. 주요저서로 <싸우는 식물>, <재미있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 <풀들의 전략>,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도시에서, 잡초>, <잡초의 성공전략>, < 유쾌한 잡초 캐릭터 도감> 등이 있다.
인류의 역사 자체를 알아볼땐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 교과과정에서 배웠던 세계사는 흥미로운 인과관계보다는 최대한의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암기위주로 갈 때가 많아 쉽사리 흥미를 붙이기가 어려운데, 이런 경우 곁가지로 어떤 사건이나 요인들이 역사에 관여했는지를 알면 더 재미있게 역사를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이 그런 과정을 도와주는 부류입니다. 13종류의 작물이 가진 특성과 그것에 얽힌 세계사를 읽기 쉽게 풀어냅니다. <총, 균, 쇠>가 그러하듯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의 제공은 더 깊이 이해하고싶다는 흥미를 제공해주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챕터식 구성은 개론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넓은 자간과 크지 않은 서체, 중간중간 제공하는 일러스트는 이 책이 개론서 이상의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는것을 부드럽게 돌려 말해줍니다.
지중해 근처에서 기원해 자생하던 양귀비가 어떻게 청나라를 무너뜨린 아편전쟁을 일으키게 됐는지, 대항해시대와 새로운 대륙의 발견 그리고 노예무역에 어떻게 후추가 계기를 제공했는지 등... 늘상 같은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계속해서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식물이 어떻게 인류사와 얽혀왔는지 관심이 생기신다면 아침저녁 가볍게 한 챕터씩 읽기 쉬운 해당 서적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보다 깊은 내용을 원한다면 새로운 책을 사서 보면 좋습니다. 책의 말미에는 저자가 참고한 문헌들이 모두 적혀있으며 책에서 소개하는 작물이 자세하게 집필된 책의 목록이 있어 원하는 정보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돼있습니다.
후추전쟁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후추로 인해 세계가 뒤흔들린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밀이나 감자, 사탕수수 등도 세계사를 바꿀 정도였다는 새로운 역사를 배운 것 같습니다. 토마토는 그 생김새와 색 때문에 악마의 열매라고 알려졌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 이후 토마토가 유럽에서 어떻게 펴져가고 우리나라에서도 즐겨 먹을 정도로 이렇게 대중화된 건지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감자 편을 읽으며 작가가 말했듯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19세기 감자 역병으로 인한 아일랜드 대기근이 없었고, 그로 인한 아일랜드인들의 미국 대이주 사건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만약'이 저 역시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후추...후추로 시작되는 게 일단 너무 마음에 든다. 향신료, 역사 속의 부엌, 특이한 식재료
다 내 마음을 끄는 것들이다.
소개에서는 이 모든 (세계사를 바꾸고 오늘 날의 세계지도를 만든 ) 것은 후추, 후추에 대한 인간의 검은 욕망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 같은 무게의 순금과 맞먹는 가격에 거래될 만큼의 커다란 가치를 지녔던 향신료인 후추(가루를 생각하면 안된다. 열매를 생각하라) 는 부와 권력을 원했던 많은 인간과 나아가 국가의 욕망을 부추겼고 우리가 잘 아는 콜럼버스나 마젤란 바스쿠 다가마 등의 여행의 발단이 되었다. 대항해시대와 영국이 자신들의 식민지를 넓혀 패권을 잡고 그것을 미국이 이어받았던 것도
모두 후추가 큰 원인이 되었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식물인가.
편년체 서술의 역사 책보다는 한가지 사물에 얽힌 세계사가
조금 더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후추에 얽힌 이야기나 보스턴 차 사건처럼 단편적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지만
이 책에서는 더 많은 작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일랜드를 기근으로 몰아 넣었던 감자 이야기를 비롯하여
토마토, 고추, 양파, 사탕수수, 목화, 벼, 콩, 옥수수, 튤립등
이러한 작물들에 얽힌 세계사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이해하는 데도 훨씬 도움이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