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저
김신회 저
서라미 저
하지현 저
은유 저
김규림 저
2021년 11월 10일
2021년 11월 10일
[올해의 책] 작가, 출판인, 기자, MD 50인의 '올해의 책'
2020년 12월 01일
[부캐 특집] 아무튼, 부캐가 필요해 - 『경찰관속으로』 원도
2020년 10월 14일
(언)니가 뭐길래
<아무튼, 언니>를 읽고
루이자 메이 올컷이 지은 『작은 아씨들』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자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지붕 네 자매의 성장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막내인 에이미 마치와 세 명의 언니들이 밀고나간 삶이 차곡차곡 담겨져 있어 여성 서사의 원조로 불리운다. 이후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의 이야기들은 점점 더 넓고 깊어져 왔다. 마치가의 자매들처럼 친족이 아니라도 남남의 여자들, 심지어 남녀 사이에서 서로 얘기가 잘 통하는 남성에게 여성이 '언니'라고 부를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서점가에서도 언니를 주제로 한 책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언니와 여동생을 넘어 여성이라는 존재를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이번에 읽은 <아무튼, 언니>는 시민의 신고(申告)를 받고 어디든 출동하며 신고(辛苦)를 무릅쓰는 여성 경찰의 생활을 다룬 『경찰관속으로(리뷰 보기)』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책이다. 'WEU(Wondo Essayistic Universe)', 즉 저자인 원도 작가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에세이로서 경찰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부터 경찰이 되어 만난 여러 언니들 덕분에 그동안 미처 감각하지 못한 세계를 다시 만나게 된 사연들을 풀어내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가자미'라고 부른다. 어릴 적부터 뇌병변 장애인 오빠를 부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라 여기며 한 마리의 가자미처럼 납잡하게 엎드려 시간의 바다를 표류하듯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털어 놓는다.
아무튼, 언니만 있으면 된다. 함께 숨 쉬는 한 나 자신을 더 괜찮은 사람으로, 쓸모 있는 구성원으로 서고 싶게 만드는, 주어진 생을 최대한 멋지게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픈 마음이 솟구치게 하는 언니들은 진정 나의 구원자다.(16쪽)
그랬던 가자미가 경찰공무원시험에 합격한 뒤 중앙경찰학교에서 동기 언니들을 만나고부터 그동안 별 볼 일 없던 세계가 별의별 일들을 벌어지는 곳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경험한다. 더이상 혼자가 아님에 기뻐하며 서울이든 지방이든 가리지 않고 기꺼이 자신에게 절대적 환대를 건네는 언니들을 찾아 떠나는 '가자미(美)'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저자의 인생 대표 언니들이자 (체코의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이기도 한) 마뉴팍투라 군단의 단원인 수홍 언니, 시벨 언니, 대장 언니에 관한 일화들을 통해 저자가 언니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왜 그토록 언니 예찬론을 펴는지 엿볼 수 있다.
특히 그는 대체로 자신과 반대의 성향을 가진 시벨 언니를 "부모님에게 걸음마는 배웠어도 힘겨운 시간 속을 의연히 걷는 법은 배우지 못한 나의 손을 잡고서 세상을 향한 첫걸음마를 가르쳐준 사람.(36쪽)"이라고 말할 정도로 추앙한다. 그런 언니에게 차마 말로 하지 못해 쓴 편지들도 부끄러워서 서랍에 고이 간직해두었는데, 그것들에 담긴 마음을 꺼내어 서간체 형식을 빌려 쓴 책이 바로 『경찰관속으로』인 것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언)니'라는 글자에 '언' 하나만 지우면 '니'가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가 아니던가. 그가 경찰공무원 학원에서 만나 잘 지내(는 줄로만 알았)던 하버 언'니가 뭔데' 그때 자신에게 상처를 줬냐고 따져 묻고 싶다가도 언니가 부디 안녕하길 바란다.
이쯤되면 저자에게는 친언니가 없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그에게도 '태초에 언니가 있었다'는 반전이 일어난다. 때로는 언니를 오해하고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언니 또한 한 집안의 장녀로 가족의 기대라는 짐을 짊어진 동시에 자기만의 삶을 추구하면서 평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그이기에 다른 세계의 언니만큼이나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여긴다. 또한 엄마에게도 엄마, 아빠, 오빠, 나아가 한 가족의 영웅으로 일인다역을 맡으며 오늘날의 장녀와는 사뭇 다른 인생을 살아온 언니가 있음을,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생긴 친한 동생 앞에서 언니라는 책임감이 막중함을 상기시키며 언니란 언제 어디에서든 재현되는 존재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인제 언니라는 세계를 떠나려는데 독자의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저자가 경찰관으로서 사건, 사고현장에서 마주한 '끝끝내 조심히 가지 못한 언니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살아남은 언니(와 동생)들에게 건네는 "조심히 가"라는 인사가 너무도 치명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완전 돌아버려야만 똑바로 설 수 있는 팽이와 같은 세상(158쪽)'에서 결코 쓰러지지 말고 서로 손을 맞잡아 나아간다면 기쁜 우리의 날들이 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와 언니들에게 적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개인’이었던 여성이 하나의 공통점으로 ‘우리’가 되자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11쪽)
‘아무튼 시리즈’를 만나 건 잘한 일이다. 시리즈 전체를 다 만난 건 아니지만 내가 읽은 책들은 나쁘지 않았다. 어떤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아무튼 그냥 좋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는 사물과 존재들. 그런 대상이 내게도 있는지 읽을 때마다 생각한다. 원도의 『아무튼, 언니』를 읽으면서 나의 언니들, 나의 동생들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언니가 된다는 것, 언니로 불리는 관계가 맺어진다는 건 친밀,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그런 언니들이 있다. 혈연으로 맺어진 두 명의 언니를 포함한 나의 언니들. 또 나를 언니라 부르는 동생들. ‘언니’라는 말이 이렇게 달콤한 말이었던가.
여느 에세이와 다르지 않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아무튼, 언니』는 저자가 만난 언니들의 이야기다. 자신을 이끌어주고 지탱하며 함께 살아가는 언니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글이다. 경찰관인 저자가 중앙경찰학교에서 만난 세 명의 언니 (수홍, 시벨, 대장) 들과 함께 보낸 순간들, 그 순간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신나게 수다를 떠는 듯 호쾌하고 유쾌한 문장에 빠져 어느 순간 함께 맥주를 마시고 어느 순간 함께 절망하고 행복해한다.
경찰관으로 일하면서 경험한 것들, 자신을 향한 세상의 시선들을 향한 솔직한 마음을 말한다. 같은 일을 하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사이, 서로에 대한 진심을 담은 격려와 응원이 저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곳곳에서 전해진다. 세 명의 언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책이라 할 수도 있다. 아, 이런 동생을 둔 언니들은 얼마나 뿌듯할까. 바쁜 스케줄을 맞춰 떠난 유럽 여행부터 힘들고 고단할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준 언니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그런 언니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이 절로 생긴다. 여자 경찰관 언니들이라니. 드라마 <라이브>가 생각나기도 했다.
세 명의 언니들의 이야기가 다는 아니다. 친언니와의 관계, 경찰공무원 공부를 하면서 만난 언니, 학창 시절 우상이었던 언니, 엄마의 언니인 이모도 만날 수 있다. 그러니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언니들. 모두 좋은 언니가 될 수는 없지만 인생의 일부를 차지했던 언니들이다. 아픈 오빠로 인해 항상 힘들었던 엄마를 든든하게 지켜준 이모에 대한 이야기는 먹먹함을 몰고 온다. 돌아가신 나의 엄마와 이모는 어떤 사이였을까, 나는 알지 못하는 그녀들의 유년시절이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의 자매들. 오빠와 남동생과는 다른 남다른 유대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경찰관이라는 직업의 세계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여성 경찰관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걸까.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경찰관이 되려면 1종 보통과 그 이상의 대형 면허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어쩌면 이 책은 여자 경찰관이 되려는 이들에게 진짜 좋은 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부분이다. 현장에 대한 이야기, 여자 경찰관에 대한 사회적 시선,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이야기. 사건 현장에서 만난 언니들에 대한 부분을 읽는 일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죽음으로 마주한 언니들, 그녀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해주는 현장. 모든 잘못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여성에게 돌리고 운이 없어 그렇다고 말하는 세상을 향한 분노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완전히 돌아버려야만 똑바로 설 수 있는 팽이와 같은 세상에서 성실과 진심의 가치 따위, 씨알도 안 먹힐지 모른다. 이렇게 살아질 바엔 그냥 사라지는 게 낫다는 생각이 치밀어 오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 쓰러지지 말자. 우리가 맞잡은 손이 끝없이 이어져 언젠가는 기쁨의 원을 그릴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의 운이 되어주자. 세상이 심어준 혐오와 수치 대신 서로의 용기를 양분 삶아 앞으로 나가갈 우리는 설렁탕을 먹지 않아도 충분히 운수 좋은 날을 맞이할 것이다. (158쪽)
누군가의 언니에게, 언니의 동생들에게 힘들어도 지치지 말고 함께 살아가자고 손을 내미는 책이다. 언니가 있어 든든하고 좋다고, 나도 그런 언니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고 건네고 싶다. 공감과 연대로 하나가 되어 단단해진 우리를 기대하는 일이 신나고 기쁘다고.
아무튼 시리즈는 읽기에 부담없는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주제에 대한 이야기여서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인것 같다.
그중 이번 북흐 선정 책이었던 아무튼, 언니에 대해 간단한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저자는 장애인 오빠를 둔 동생이고 부모님은 그런 오빠를 간호할 목적으로 저자를 낳았다고 한다. 이 부분은 최근 시청했던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강태 같기도 해서 오버랩되었다. 부모님한테 이런 얘기를 듣고 그렇게 자랄때에는 상처가 많았을거 같다.
그래서 저자는 더 사회에서 만난 언니들에게 의지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갖게면서 좋은 경찰언니들도 만나고, 그렇지 않았던 언니를 만난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초반에는 저자가 너무 언니 찬양을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읽을수록 수긍이 갔고, 아무튼, 언니 특성상 한가지 주제다 보니 그런것 같다. 여자 작가이야기다 보니 어쩔수없이 페미이야기도 들어갔던거 같다. 저자는 여자 운전자들이 더 당당하게 운전하고 더 도로로 나오라고 이야기한다. 갑자기 이 저자의 이런 메세지를 보니 장롱면허이던 나도 당당한 여성이 되기 위한 것중 한가지인 운전이 배우고 싶어졌고, 21년 목표로 도로연수를 삼았다.
저자는 의지가 되는 든든한 언니들을 좋아하지만, 언니의 입장은 조금 부담스러워 하는것 같은데 나도 그렇다. 여동생이 있는 언니로써, 평생 언니의 책임감으로 살아온것 같다. 사실 언니보단 동생이 의지할수 있고 더 편하고 좋은 위치인것 같다.
아무튼, 언니를 읽으면서 공감되는 내용도 많았고 내가 세상의 언니로써 좀더 당당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한 책이다.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도 참으로 능력이고 재주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사회에서 만난 수많은 여성들의 존재를 언니. 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일수도 있었을텐데, 작가님이 바라보는 세상이 참으로 따뜻하다는 느김도 받았습니다. 작가님의 눈에 비친 수 많은 언니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어요.
[도서] 아무튼, 언니 리뷰입니다
미리보기를 보고 너무나 끌려서 구매한 아무튼, 언니 입니다
환경이 환경이다보니 신파적인 이야기가 좀 길게 이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주 초반 소개하는 부분 몇 장을 제외하고는 제법 유쾌합니다
가족보다 더 좋은 언니들을 만났구나
작가가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글에서 느껴질 정도로
좋았습니다
몰입해서 빠르게 잘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그리고 공감도 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