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스 한센 저/김아영 역
레이첼 카슨 저/김은령 역/홍욱희 감수
유시민 저
앨릭스 코브 저/정지인 역
김정선 저 저
유선경 저
(작은 리뷰) 희망 없는 경찰관의 희망 찾는 이야기 <경찰관 속으로>
경찰관을 직업으로 바라본다면,
당신은 얼마나 괜찮은 직업군으로 평가할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경찰이라는 직업이, 그래도 권력의 상층부에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다.
경찰은 공익직업군이며, 민간인에게 무언가 권력을 행사할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철저하게 직업의 틀로 바라보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좀더 깊숙하게 들여다보면,
참 희망 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권력을 가진 듯하지만, 힘을 가진 듯하지만,
정작 힘을 써야 할 곳에서는 아무 힘도 쓰지 못하는 사람.
경찰은 힘이 없더라.
내가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경찰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걸 알고, 이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묻는다.
경찰 순직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목숨을 던진 것일까.
저자는 항변한다.
고라니를 치우다 차량에 치여 숨진 경찰을 순직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경찰에게 무엇을 하라는 것이냐고,
그는 흐느끼고 절규했다.
경찰을 향해서도, 사회 시스템과 법을 향해서도 그러했다.
그리고 그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
도와줄 수 없었던 수많은 사연들.
힘없이 돌아서야 했던 수많은 상황들 앞에서
그는 무력감에 고개를 떨구어야 했던,
그저 바라보다 죽음으로 만나야 했던 사건들 앞에서,
그녀는 절규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네 살 조카를 보며, 다시 삶의 환희를 느끼며, 오히려 절망한다. 삶과 죽음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트라우마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직업, 경찰.
그렇지만, 저자는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용감한 형사들"이라는 제목으로 힘들었던 범인 검거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재연하는 걸 본다. 강력반 형사들이라도 용감하지 않으면 범인을 잡을 수 없다.
그런 형사가 아니더라도, 순찰반 경찰이더라도, 교통 통제 경찰이더라도, 각각의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더라.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경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저자의 변도 그것이었다. 주변의 경찰을 보면 다시 생각해 달라고.
그렇다면 저자는 그것으로 출판의 목적은 달성했다.
이 책은 참으로 인간적이고 슬프고 아름답고, 인문학적인 책이다.
경찰에 대해, 사회, 국가의 지평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밝고 명랑하고 그런 책은 아니다.
하지만 한없이 우울하고, 침울하고, 가라앉고, 늪에 빠지는 책 역시 아니다.
알아가는 책이고, 이해하는 책이고, 희망의 끈을 더 조이는 책이다.
이 책은.
<포돌이와 포순이는 속까지 웃고 있을까?>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경찰국 신설 문제로 떠들썩한 요즘이다. 경찰복을 입고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며 삼보일배를 하는 경찰관 사진이 실린 기사가 있다. 그런가 하면 경찰이 오히려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보인다. 또 때로는 뉴스를 통해 여러 경찰관의 선행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경찰은 어떤 위치에 있고 무슨 일을 하며 얼마나 힘든지 우리는 잘 알고 있는 걸까? 그들의 근무환경은 괜찮은 걸까?
여기 용기를 낸 경찰관이 있다. 현직 경찰관인 작가는 파출소에 근무하면서 겪었던 일을 가까운 언니에게 편지를 쓰듯 담담히 그 속내를 전한다. 작가는 ‘원도’라는 필명을 썼는데 작가가 누구인지 상상하도록 유도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문득 마주치게 되는 경찰관을 보면서 저 사람이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하는 호기심으로 한 번 더 쳐다보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그만큼 경찰관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던 듯하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산 사람’에 대해서, 2장은 ‘죽은 사람’에 대해서, 3장은 ‘남은 사람’에 대해 말한다. 목차부터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읽어 보라는 느낌이 들어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심호흡을 한 뒤 한 페이지씩 넘겨 보았다.
작가가 직접 만났거나 혹은 선후배의 경험담을 통해 접한 사건들과 사람들 이야기였다. 총 26개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단순히 ‘경찰은 이런 사람들 때문에 힘들답니다, 이런 일도 있답니다.’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 경찰조직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으며, 경찰관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어서 안타깝다고도 했다.
“우리는 2019년 순경 기준으로 시간당 2,997원의 야간수당을 받으며 일하고 있어. 2018년에는 2,937원이었는데 해가 바뀌고 60원이 오른 거야. (중략) 평균 3,000원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면서 보내는 밤은 참 길고도 지독하더라.”
2019년 기준으로도 최저시급의 반도 안 되는 야간수당을 받으며 일하는 경찰관에게 우리는 ‘사명감’ 운운할 수 있을까? 3천 원으로는 편의점 도시락조차 사 먹을 수 없다. 빵 하나, 우유 하나 겨우 살 수 있으려나. 이 정도로 경찰관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줄 몰랐다. 그리고 온갖 사람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야 하는 줄도….
파출소나 경찰서를 찾아가야 하는 일이 아닌데도 일단 들어가 보는 사람들, 잘못 찾아오셨노라고 내칠 수도 없는 경찰, 어떻게든 그들을 도우면서도 때로는 죽을지도 모를 위험에도 자주 노출되는 경찰, 최저시급의 반도 안 되는 야간수당을 받으며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 등등.
경찰관 혼자서 감내해야 하거나 경찰조직 하나 만의 변화로 이 모든 것을 바꾸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리 사회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경찰이라는 명찰을 달아주고 그들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떠넘긴 것은 아닌지.
작가는 마지막에 불편한 현실을 끝까지 마주 보고 앞을 향해 나아갈 거라는 굳은 다짐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열악한 환경에도 그런 다짐을 해주는 경찰관의 모습을 보여줘서 독자로서, 시민으로서 감사한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