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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개정판)

박완서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19일 한줄평 총점 9.8 (1,769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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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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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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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연작 자전소설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다”


2021년은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꼬박 10년이 되는 해다. 그의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박완서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연작 자전소설 두 권이 16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생전에 그가 가장 사랑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는 모두 출간된 지 2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 소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 필독서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독자들의 끊임없는 애정으로 ‘160만 부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이 두 권은 결코 마모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완성한 고(故) 박완서 작가를 형상화한 듯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모티프로 재탄생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연작 자전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로,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꿈같은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를 그리고 있다. 강한 생활력과 유별난 자존심을 지닌 어머니와 이에 버금가는 기질의 소유자인 작가 자신, 이와 대조적으로 여리고 섬세한 기질의 오빠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1930년대 개풍 지방의 풍속과 훼손되지 않은 산천의 모습, 생활상, 인심 등이 유려한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더불어 작가가 1940년대 일제 치하에서 보낸 학창 시절과 6·25전쟁과 함께 스무 살을 맞이한 1950년 격동의 한국 현대사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고향 산천에 지천으로 자라나던 흔하디흔한 풀 ‘싱아’로 대변되는 작가의 순수한 유년 시절이 이야기가 전개되어갈수록 더욱 아련하게 그리워지는 아름다운 성장소설로, 박완서 문학의 최고작이라 일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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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다시 책머리에
작가의 말

야성의 시기
아득한 서울
문밖에서
동무 없는 아이
괴불 마당 집
할아버지와 할머니
오빠와 엄마
고향의 봄
패대기쳐진 문패
암중모색
그 전날 밤의 평화
찬란한 예감

작품 해설 ― 김윤식(서울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 ― 정이현(소설가)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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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박완서 (朴婉緖)
작가 한마디 내게 글을 쓴다는 건 내 고통의 일부를 독자에게 나누는 거예요. 내 고통을 글로 옮기면서 내가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지죠.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등 심각한 가난을 겪는다.

그후 미8군의 PX 초상화부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그곳에서 박수근 화백을 알게 된다. 1953년 직장에서 만난 호영진과 결혼하고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훗날 1970년 불혹의 나이가 되던 해에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 이후 우리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까지 뼈아프게 드러내는 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긋고 있다. 박완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적절한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 결정체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우리 문학사에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의 보고를 쌓아올리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녀는 능란한 이야기꾼이자 뛰어난 풍속화가로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충실히 해왔을 뿐 아니라 삶의 비의를 향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구도자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행복한 결혼은 어떤 형태인가를 되묻게 하는 소설인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에서는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하여 사회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배반의 여름』은 1975년 9월에서 1978년 9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조그만 체험기」, 「흑과부黑寡婦」,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등에서 볼 수 있듯이 박완서가 그리는 모성의 힘은 실로 놀랍다. 성균관대에서 열린 ‘2006 호암상 수상자(예술상) 초청 강연회’에서 박완서는 이렇게 말했다.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박완서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풀어내는 모성의 힘은 힘센 것들만이 권력을 쥐고 판을 치는 현대산업사회에서 뒤로 처진 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위무해준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는 1987년 1월에서 1994년 4월까지 발표되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가족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네 개나 있는데 그중「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남편의 죽음을,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아들의 죽음을 담고 있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체로 되어 있는데 담담하게 이어가는 주인공의 목소리에서 가슴이 메어지는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저녁의 해후』에는 1984년 1월부터 1986년 8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해산바가지」, 「애 보기가 쉽다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기에서 나타나는 하층민들의 인간애는 가진 자들의 야만성과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은 1979년 3월에서부터 1983년 8월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수록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속물성과 위선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진다. 젊은 것들의 무관심과 조롱 속에서 외롭게 늙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황혼」, 「천변풍경泉邊風景」과, 출세한 자들의 허위를 그린 「내가 놓친 화합(和合)」,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등이 그것이다.

『미망』은 조선조 말기에서 6ㆍ25 전쟁 직후까지 그 파란만장했던 시대를 한 개성 상인의 가족사를 통하여 재창조한 대하소설이다. 민족의 수난사와 더불어 고난과 격동의 시대를 험준한 산을 넘듯 숨가쁘게 살아온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박완서 소설 문체가 도달한 궁극적인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작가는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느낀 기쁨과 경탄, 감사와 애정을 담아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펴냈다. 「친절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했던 글도 함께 실어 노작가의 연륜과 성찰이 돋보이는 글을 선보였다. 1993년부터 국제연합아동기금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1994년부터 공연윤리위원회 위원, 1988년부터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 『엄마의 말뚝』으로 제5회 이상문학상,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과 제3회 이상문학상,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제38회 현대문학상 등을 받았다. 2006년, 문화예술인으로서 처음이자 여성으로서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평소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해왔던 그녀는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경험으로 글을 써왔다. 여러 편의 장편소설과 수필집, 동화집을 발표하고, 2010년 8월 수필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마지막으로 2011년 1월 22일,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경기 구리시에는 '박완서 문학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계 이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그 외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기나긴 하루』,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그건 앞으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 예감이 공포를 몰아냈다.”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1992년 처음 출간된 이래 30년 동안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박완서의 대표작


2021년은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꼬박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의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박완서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연작 자전소설 두 권이 16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는 모두 출간된 지 2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 소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의 필독서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독자들의 끊임없는 애정으로 ‘160만 부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이 두 권은 결코 마모되지 않고 자유롭게 의지를 펼치던 고(故) 박완서 작가를 형상화한 듯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모티프로 재탄생했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는 기존 판에 실려 있던 문학평론가 고(故) 김윤식 선생, 이남호 선생의 작품 해설과 더불어 박완서의 뒤를 이어 현재 한국 문학을 이끌고 있는 정이현 작가, 김금희 작가의 서평과 정세랑 작가, 강화길 작가의 추천의 글이 수록되었다. 박완서가 우리 곁을 떠나간 지 10년이 흐른 지금 그의 뒤를 이어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후배 작가들과 함께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어보길 바란다. 또한 소설의 시대 배경인 1940년대와 1950년대의 작가 박완서 사진이 엽서로 제작되어 독자들을 위한 깜짝 선물로 책에 포함되었다.

기억의 더미를 파헤쳐 한 폭의 수채화로 완성한
날카롭게 빛나는 성장소설의 진수


『그 많던 싱아…』는 연작 자전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로,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꿈같은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를 그리고 있다. 박완서의 실제 고향이자 『그 많던 싱아…』의 도입부에 아름답고 정감 있게 그려지는 시골 마을인 개풍 박적골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 땅으로 흡수된 지역으로 황해도 개성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곳의 뼈대 있는 양반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오빠의 교육을 위해 서울로 떠나며 홀로 남겨지지만, 손녀딸을 하염없이 안쓰러워하는 할아버지의 비호 아래서 따뜻하게 자라게 된다.

소설의 초반부는 1930년대 개풍 지방의 풍속과 훼손되지 않은 산천의 모습, 자연에서 모든 유희를 구하는 그 시절 어린아이들의 천진한 놀이 모습 등이 박완서 특유의 기지가 엿보이는 유려한 필치로 그려진다. 풍부한 감성으로 순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문체의 매력을 소설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사소해 보이는 장면에서도 절묘한 비애와 아름다움을 뽑아내는 박완서만의 감성이 자라나기 시작한 곳이 바로 이곳 박적골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을 감상할 수 있다.

내가 최초로 맞본 비애의 기억은 앞뒤에 아무런 사건도 없이 외따로인 채 다만 풍경만 있다. 엄마 등에 업혀 있었다. 막내라 커서도 어른들에게 잘 업혔으니 다섯 살 때쯤이 아니었을까. 저녁노을이 유난히 새빨갰다. 하늘이 낭자하게 피를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을의 풍경도 어둡지도 밝지도 않고 그냥 딴 동네 같았다. 정답던 사람도 모닥불을 통해서 보면 낯설 듯이.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내 갑작스러운 울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 또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건 순수한 비애였다. 그와 유사한 체험은 그 후에도 또 있었다. 바람이 유난히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저녁나절 동무들과 헤어져 홀로 집으로 돌아올 때, 홍시 빛깔의 잔광이 남아 있는 능선을 배경으로 텃밭머리에서 너울대는 수수 이삭을 바라볼 때의 비애를 무엇에 비길까. (32~33쪽)

고향 박적골 산천에 지천으로 자라나던 흔하디흔한 풀 ‘싱아’가 작중 주인공 ‘나’의 싱그러운 유년기를 대변한다면, 소설의 중반부부터 펼쳐지는 눈 뜨고도 코 베인다는 서울에서의 빈곤한 생활과 인왕산 자락을 뒤덮은 ‘아카시아’는 그의 성장을 위한 뼈아픈 통과의례를 은유한다. 1940년대 일제 치하의 학교생활과 변소에 가는 일도 주인집 눈치를 봐야 하는 서글픈 서울살이 속에서 점차 세상을 깨달아가는 ‘나’의 모습이 펼쳐진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89쪽)

소설의 후반부에 접어들며 ‘나’를 둘러싼 세계는 이제 1950년 한국사의 격랑에 휘말려 산산이 부서지기 직전의 위기 상태로 치닫는다. 전쟁으로 무참하게 깨져버린 가족의 단란함, 그렇게 되기까지 엎치고 덮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로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히는 것으로 매듭짓는 소설의 말미는 한국 현대 문학의 거목, 작가 박완서의 등장을 예고하는 프리퀄과도 같다.

박완서 문학의 처음과 중간, 마지막을 완벽하게 재현한
박완서 소설의 최고작


『그 많던 싱아…』는 이미 발표된 박완서의 여러 소설 속에서 파편적으로 드러나거나 소설적으로 변용되어 나타난 자전적 요소들의 처음과 중간, 마지막까지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제5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엄마의 말뚝 2」를 비롯해서 여러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소설적 탐구의 대상이 되어온 작가의 가족 관계(강한 생활력과 유별난 자존심을 지닌 어머니와 이에 버금가는 기질의 소유자인 작가 자신, 이와 대조적으로 여리고 섬세한 기질의 오빠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가족 관계)가 예리하게 묘사되며 작중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 많던 싱아…』의 작품 해설을 쓴 고(故) 김윤식 선생과 개정판의 서평을 쓴 정이현 작가는 이 점을 언급하며 이 소설이 박완서 문학의 모태 혹은 원형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만일 이 작가의 전 작품을 골똘히 읽어 온 독자라면 『그 많던 싱아…』라는, 전대미문의 ‘기억력에만’ ‘순전히’ 의존한 이 작품은 이 작가가 조심스럽게 써 온 「엄마의 말뚝 4」임을 알아차릴 수 있겠지요. 「엄마의 말뚝 1」이 박적골에서 서울로 와 바느질품팔이로 현저동에 머문 기숙(己宿) 여사의 몸부림이라면, 「엄마의 말뚝 2」가 그다음의 이야기고, 「엄마의 말뚝 3」은 기숙 여사의 죽음을 다룬 것 아닙니까. (…) 작가 박씨는 결코 (4)라는 번호의 작품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4)의 번호를 헌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 김윤식, 「작품 해설」 중에서

김윤식 평론가의 분석처럼 『그 많던 싱아…』는 「엄마의 말뚝」 연작을 장편으로 확장시킨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 작가에게 그 시절의 기억을 소설로 온전히 복원하는 것이 필생의 과제였음을 짐작케 한다.
― 정이현,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 중에서

생전에 작가는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말했다.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 ‘나’와 가족들은 아버지와도 같던 숙부와 오빠마저 없는 세계로 내던져진다. 강인한 어머니와 영리하고 생활력 강한 올케, 그리고 이 모든 장면들을 기억하고 증언하리라 다짐하는 ‘나’가 소설의 말미 한국전쟁 직후의 텅 빈 서울에 남겨진 채로 작품은 일단락되며, 후속작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이야기의 바통을 넘긴다.

『그 많던 싱아…』는 순진한 이상주의로 좌익에 가담했다가 결국 의용군으로 끌려가 반죽음이 되어 돌아온 오빠, 동네 사람들로부터 빨갱이로 몰려 온갖 문초를 당한 ‘나’, 인민군에 부역했다는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는 숙부 등 작가 박완서 개인의 내밀한 가족사를 그리고 있지만, 동시에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그 어떤 자료보다 소상히 보여주는 증언문학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 개인의 성장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새겨보는 눈부신 성장소설인 동시에 한국 사회의 어두웠던 시절을 생생히 고발하는 이 소설은 가히 박완서 문학의 최고작이라 할 만하다.

홀로 목격한 자의 책무는 증언하는 것이다. ‘나’의 기억을 글로 남겨 후대에 전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의 소제목은 ‘찬란한 예감’이다. 그토록 처절한 현실 속에서 감히 찬란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건 예감이기 때문일 것이다. 새삼 인간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누구도 쉽게 정의 내릴 수 없겠지만 두 가지만은 확실하다. 하나, 인간은 벌레가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간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찬란한 예감이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라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나는 되뇐다. 그리하여 우리가 박완서라는 작가를 가질 수 있었으니.
― 정이현,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 중에서

“요즘도 싱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다는 독자 편지를 받으면 내 입 안 가득 싱아의 맛이 떠오른다. 그 기억의 맛은 언제나 젊고 싱싱하다. 나의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받아 줄 다음 세대가 있다는 건 작가로서 누리는 특권이 아닐 수 없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종이책 회원 리뷰 (56건)

구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얍*비 | 2023.11.01

일제강점기 말 쯤부터 6.25 전쟁 발발을 배경으로 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으면서 고작 7살 밖에 안된, 아직 많이 어린 주인공에 이입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가며 소설을 썼다던 박완서 작가님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읽으니 더욱 몰입되더라고요. 실제 겪은 일을 배경으로 한 만큼 생생한 현장감이 흥미롭기도 마음아프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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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k***m | 2023.06.30

이 책의 매력!!!

- 인물들 성격이 입체적인 것이 잘 보여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이름 : 박완서 (자전적 소설, 에세이!!)



싱아가 뭐람? 했는데

첫장에 대놓고 설명해둬서 좋았음 ㅋㅋㅋ

- 시골에서 흔한 풀

- 새콤달콤한 맛

-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최고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말은

고향에 대한 주인공의 향수를 나타내는 문장인듯.

완서 오빠가 그걸 알아차리고 여름방학이 며칠 안 남았다는 걸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여준 것이 따수움.?




1. 주인공 박완서 성격?

대박 금쪽이임. infp인가?

-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함. 왜냐? 그 동안 방심, 한눈팔기, 공상, 구상, 관찰 등 열심히 해야해서.



1) 엄마 지갑에서 돈 훔치다 유리 깨서 걸린 날.

- 나는 그동안에 다음에 시킬 거짓말을 준비했다.

엄마는 의당 돈이 어디서 나서 군것질을 했느냐고 물을 테고, 그러면 길에서 주웠다고 대답할 작정이었다. 죽으면 죽었지 훔쳤다고는 말 못 할 것 같았다.

엄마는 딸에게 그날의 자초지종에 대해 안 물어봄.

딸의 수치심을 보호해줬고, 그 뒤로는 도벽을 고침.



2) 여름 날, 오빠랑 바위로 바람 쐬러 가면 친밀감 과시하려고 조리풀 따다 붙들게 함 ㅋㅋㅋㅋ

-진짜 관종력 뭐여 ㅋㅋㅋ


3) 시골을 좋아하고 서울 아이들을 불쌍해함.

-서울 생활하다가 방학때쯤 서울아이들에 대한 연민이 드러나서 새로웠음. 분명 처음에는 서울 애들 부러워하는 시선이 있었는데, 동경 이런거..



4) 여름에는 내리닫이로, 겨울에는 스케이트로 어렵사리 금의환향 ㅋㅋㅋㅋ 모녀들 다 너무 코미디.

- 할아버지가 작두춤 흉내라고 혼낸 게 너무 웃김. 할아버지 은근 개그캐.



5) 할머니할아버지한테 문안 편지 써서 한글 안 잊어먹은 점 너무 다행!

-완서야 너가 배운 한글 유네스코유산이다. 다른 언어랑은 급이 달라.



2. 엄마성격. 걍 너무 멋진 여성.?

1) 고학력자 아니어도 융자 척척 800원 받아낸 것. 쏘쿨!!

-인간적으로 은행/보험/관공서/키오스크 이런거 사용법은 교과서에 실어라.



2) 아들딸 음식 층하 안함. '딸을 그렇게 길러서 나중에 어떻게 시집 보낼거?' 하면 '나는 내 딸 입만 가지고 시집 보낼거임~' 하심.

딸일수록 맛있는 걸로 입맛을 높여 놔야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지, 먹어 보지 않은 음식은 결코 맛있게 만들 수 없다.

-어머니 1930년 아니고 2023년 살고 계신가요? MZ세대같어



3. 할아버지 애국보수 엄청남.?

1) 창씨개명은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안된다. 해놓고

달력 맛들려서 읽다가 일본...진리를 깨달음.

그래서 마을에서 다 설 셀때, 혼자 일본 설 세고 마을에서 외롭게 보냄.

2) 손녀 엄청 예뻐하다가도 '손자와 손녀가 바뀌었으면!'하고 주인공한테 상처줌

3) 할아버지 죽고 고서로 그릇 만들어버린거 넘 욱김. 역시 실용이 대세.



4. 5학년 때 복순이와 절친 됨. 도서관 가고 책 읽는 것에 맛 들림.

-일제강점기에 도서관? 대박..우리민족 생각보다 핍박받고 살지 않았어..최고야 짜릿해.


이거는 좋았던 글귀.

'책을 읽는 재미는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 온

범상한 그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

 

앞으로 녹음이 가득한 계절이 다가오기에 책을 자주 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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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h****4 | 2023.06.27
1??
1931년생 박완서 작가님의 1992년 발표된 소설.

책의 서두에도 최대한 기억에 의존해서 쓴 소설이라고 되어있으니, 이것은 소설이 아닌 근현대사 역사서라고 봐도 무방하다.



2??
어린 시절을 그린 앞 부분을 읽고선 그저 그런 농촌소설인가 보다 했다. 평범한 시골 풍경들 나오고...

현저동살이부터 서서히 빠져들다가 아마도 창씨개명 즈음에서 갑자기 집중력이 마구마구 올라갔다.
어쩌면 그때부터 내가 코로나로 재택을 시작했기 때문일지도...

마지막 챕터인 6.25 이야기는 흡입력이 장난 아니다.
단 몇 달 사이의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기구한 이야기들이 쏴라락 벌어지고,
마지막에 현저동 언덕에서 작가가 텅 빈 서울시내를 보며 다짐하는 장면은 웅장하고 비장한 느낌마저 든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 읽어보세요.



3??
다 읽고 나서야 느낀 이 책의 좋은 점 하나는,
이 소설 속에서 적대감은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나’를 못살게 구는 이들도 다 그냥 그 세상에서 생존하려는 사람들일 뿐이다.
'사상'이 아닌 살아가는 모습만, 딱 미워하지 않을 만큼만 그려져서 감정 소모가 덜하다.

반전으로 오히려 '나'는 가족들에게는 가차없다.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모습들을 가감 없이 비판하는데 사실 시대적 배경을 다 없애고 보면 그냥 평범한 우리네 모습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혹여나 비난할 수 있는 점들을 먼저 가로채버려서인지 더욱더 잡념이 들어올 틈 없이 쓱쓱 읽게 된다.





4??
'싱아'는 풀이라고 한다.
이제 더 이상 제목을 '상아'와 헷갈리지 않겠군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고향과 고향에서 살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말이다.

고향인 박적골에서는 흔하디흔하던 싱아가 서울 인왕산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하는 것이다.

전쟁에 치여사는 후반부와 대비되어서
이 제목이 더 아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학에 가고 언젠가 서울 친구가 아파트 사이로 떠오르는 새해 일출을 본다고 말했었다.
여수에도 그런 사람이 있겠지만,
늘 바다가 지척이었던 나는 새해 일출을 바다에서 안 본다는 생각을 인생 처음 해보았다.
나도 일출 잘 안 보면서 뭐 그런 멋없는 일출이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싱아'와 '일출'을 비할 바는 없지만,
여튼 고향이란 이렇게 별거 아닌 거에도 의미부여하게 되는 특별함이 있다는 얘기였다.





5??
전쟁 속에 산다는 건 상상이 불가한 것 같다.
내가 그릴 수 있는 건 역사책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사건들일 뿐, 그 사건 전후로 일어나고 있던 일상은 다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잘잘한 연결고리들을 이어서 그려볼 수 있게 하는 게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처음에 말했듯 근현대사 역사서 같다.

주인공이 어떻게 될까? 라는 궁금증과 더불어
이 이후에 서울의 모습이 어떨지, 우리나라가 어떨지 궁금해서 빨리 후속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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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686건)

구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g******k | 2022.09.17
박완서님의 그 많건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리뷰입니다. 오구오구페이백 행사 덕분으로 박완서님의 책을 다시 읽어볼 좋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학교 다닐때 읽었던 책이었는데 거의 잊고 지내고 있다가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과거에도 뭔가 뭉클하고 아련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내가 살지
못한 시대의 이아기이지만 왠지 저의 유년시절도 되돌아보게 하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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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리****인 | 2022.09.17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리뷰.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명작을 페이백 이벤트를 통해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참 반가웠다. 애석하게도 과거 이 작품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시기에는 이 작품을 읽기에는 모자란 점이 많아서 미처 읽지 못했는데, 지금은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에 감사하며 읽었다. 명작은 시대를 초월해서 전해지는 감동이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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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h****b | 2022.09.17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를 보면서 유난히 아픔과 부침이 많았던 우리나라의 과거사를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시대를 겪으며 살아 온 한 평범한 개인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되는 것 같았어요. 싱아란게 무엇을까 생소해서 찾아봤는데 이른 봄에 산에 천지로 깔리던 풀로 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나서 아이들이 질겅이며 다니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책을 읽고선 고향에서 싱아를 씹으며 들로 산으로 쏘다녔을 행복했던 어린아이를 떠올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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