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건터 저/김희정,안진희,정승연,염지선 역/윤정원 감수
주명희 등저
이소진 저
레이철 시먼스 저/강나은 역
이브 로드스키 저/김정희 역
정연희 저
중학생 때 시민 10km 달리기에 친구와 지원해서 달려보았다. 학교 체육 시간의 오래달리기로는 늘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빨리 잘 달리는 분들이 많은 세상인 줄 덕분에 배웠다. 겨우 완주는 했다. 하프나 풀코스 마라톤에 대한 경외가 엄청나게 커졌다.
대학입시가 본격화되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스포츠 활동뿐만 아니라 예체능 전반에 대한 참여시간이 줄고 자제당하기도 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대신 가끔 아주 오래 걸었다. 대학/대학원 시절은 가장 바빴던 시절로 기억한다. 매일하는 운동 대신 가끔 등산을 다녔다.
유학 가서 우연히 태권도 유단자를 알게 되어 뒤늦게 조금 배우다가 말았다. 걷기 명상을 배워 가능한 자주 걷긴 했다. 차라리 매일 달리는 습관이 굳건했다면 오랜 세월 체력을 잘 채웠겠다 싶은 아쉬운 생각은 종종 들었다.
“불쾌한 말이 나를 할퀴는 날에는 그 기분 속에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무조건 한번 달리고 오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옷을 챙겨 입고 나선다. 그렇게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내가 왜 기분이 나빴는지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게 된다. 기분에서 벗어난 스스로가 강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러고는 깨닫게 된다. 내 기분을 결정할 사람은 나여야만 한다는 것을.”
귀국해서 출퇴근하면서 루틴을 만들었다. 6시에 운동센터에 가서 20분을 기계 위에서 달리고 다른 운동 좀 하다 샤워하고 아침 사서 출근하는 일. 달리기 시작할 때마다 이걸 왜 하나 싶게 괴로워지다 그 순간이 지나면 내려오고 싶지 않은 러너스 하이를 맛보는 반복이었다.
“나는 언제고 나와 함께 붙어 있는데, 함께 있는 나 스스로를 좋아하지 못해서 그렇게 타인을 찾아 다녔는지도 모른다. (...) 기꺼이 혼자가 되기 위해 달리러 나간다. 혼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나는 또다시 나 자신을 절실히 돕고 싶어진다.”
그리고 슬슬 게을러지다 판데믹으로 적어도 운동 일상은 다 무너졌다. 마스크를 하고 할 수 있는 운동은 적어도 내 정신 건강에 아주 유해했다. 마스크를 벗어 박박 찢거나 분노를 표출하게 될까 두려웠다. 아파트 계단을 하염없이 오르내리는 일도 지겹고 이젠 산책만 종종 한다. 아주 말랑한 몸이 되었다.
‘어설픈 뜀박질이 남은 생을 구원했다’는 저자의 글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걷고 뛰면 몸을 바로 세우고 자세를 찾게 된다. 시선도 달라진다. 당연히 체력도 달라진다. 근육이 하는 일에 비하면 청순가련 우유빛깔 따위는 삶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운동복을 입고 달릴 때마다 나는 점점 진짜 ‘나’에 가까워진다. 내 몸은 ‘예쁘게’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잘 달리기 위해’,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자신이 갖게 되고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는 경험은 귀하다. 인류 문명은 지금도 여성의 몸을 착취하는 방식을 버리지 않았다.
몸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다른 사람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연대하는 방법도 알려 줄 것이다. 적어도 외모를 품평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게 될 것이니까. 더 작고 약한 몸을 가진 다른 생명들에게 친절하고 싶어질 테니까.
“노랑이가 그리워질 때마다 나 또한 아주 작은 원자들의 모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언젠가는 나도 죽어서 사라질 것이고, 우리 둘 다 똑같이 원자 단위로 흩어져 또다시 먼 여행을 할 것이다.”
운동같은 신체 활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내가 마주한 최대의 시련은 군대에서였다. 훈련소 수료, 그리고 자대 배치 후엔 6개월마다 한 번씩은 PT 시험을 봐야 했는데 종목이 푸쉬업, 싯업, 그리고 2마일 런 3개였다. 푸쉬업과 싯업도 난관이었지만 그래도 주어진 2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2마일은 내 기준으론 그렇게 빨리 끝날 거리가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 3km를 뛰고도 아직 남은 200m는 왜 그리도 야속한지, 끝까지 마음 다잡고 완주하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래도 매일 뭔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달라진 나를 체감하는 법인가 보다. 전역한 지 5년이 다 돼 가지만 내겐 군시절이 그랬다. 매일 5시 15분부터 시작하는 섹션의 아침 pt는 하루 빨리 전역하고 싶었던 원인이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변화의 계기이도 했으니 말이다. 하루 세 끼 주는 밥 푸짐하게 먹고 일과 이후 저녁엔 체육관에 가서 따로 운동을 더 했는데, 덕분에 학창 시절 내내 저체중이었던 나는 표준체중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이 책은 달리기에 관한 책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저자는 10분, 20분, 30분 서서히 뛰는 시간을 늘리고, 더 먼 거리를 뛰면서 문득 깨닫게 된다. 머릿속 잡념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지를 말이다. 운동 중에서도 유산소를 아직도 싫어하는 나는 러너스 하이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달리기에서 오는 쾌감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상에 조그마한 변화를 주어 조금씩 변해가는 나를 마주하는 건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란 건 알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뱃살을 보면서 이러다간 안되겠다는 심정으로 운동을 다시 시작한지 2주가 조금 지났다. 운동을 내 일과로,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해야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 동녘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