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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평등에 찬성하는 사람 중에도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는 존재하며, 이로 인한 차별은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미국의 심리학 박사 로빈 스타인 델루카의 책 <호르몬의 거짓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성의 부정적인 감정을 전부 호르몬 탓으로 돌려버리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관행인지를 지적하며 이러한 행태를 근절하자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PMS(월경전증후군)이다. 많은 여성들이 생리할 때가 되면 짜증, 두통, 흉통, 복부 팽만감, 스트레스 및 긴장, 피로, 우울감, 요통, 부종 등 다양한 신체적, 정서적 증상들을 겪는다. 저자가 이러한 증상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증상들을 호르몬 때문에 생기는 질병 내지는 정신 질환처럼 다루는 것이다. 임신, 출산이 질병이 아닌 것처럼 생리도 질병이 아니다. 생리 전 또는 생리 중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면 호르몬 탓으로 돌리고 생리통 약을 먹을 게 아니라 병원에 가서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와 약사는 생리 전 또는 생리 중의 여성이 겪는 증상들을 생리전 증후군 또는 생리통으로 일축하고 심각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저자는 이러한 관행이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약회사는 건강한 여성에게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둔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호르몬을 처방하면 여성 건강을 모니터 해야 한다며 자주 내원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도 금전적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심리학자도 해당 환자에게 정식 진단을 내리면 치료에 대해서 보험 급여를 받는다. 또 남편에게는 부인의 분노를 농담으로 얼버무릴 수단이, 아내에게는 이렇게 살아선 안 될 것 같을 때 원망할 거리가 생긴다. 정치가들과 종교 지도자들에게는 전통적 성 역할과 그에 따른 제약을 촉진할 동력이 생긴다." (30쪽)
여성 역시 생리전증후군으로 얻는 이득이 있다는 지적이 흥미롭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사회에서 분노를 표현하거나 싸움을 걸기가 쉽지 않다. 분노를 표현하거나 싸움을 하는 건 '여자 답지 못한'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리 때가 되면 생리를 핑계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싸움을 걸 수 있다. 만약 여성들이 평소에 더욱 자주 분노를 표출하고 짜증을 내고 싸움을 하면서 산다면 생리 때가 되었다고 특별히 감정이 격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밖에도 임신, 출산, 완경 등 여성의 생식을 질병으로 환원하는 사회에 철퇴를 내리치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그동안 내내 좀 비판적인 말을 하면 그날이냐?며 조롱하는 후진 남성들에게 시달렸는데, 이제 나이드니 폐경기냐며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기 시작하네? 그래서 찾아 읽은 책이다. 과연 여성 호르몬이 그렇게나 여성을 쥐고 흔들어 여성을 변덕스러워 못 믿을 2등 인간으로 만드는가? 여성은 정말 한 달에 한 번 바보가 되는가?(이 책의 부제임)
이 책은 말한다. "아니다."
이 책에 의하면, 여성 호르몬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난 1970년대에 이미 의학계에 결과가 다 나왔다고 한다. 여성 호르몬은 여성의 지적, 정서적 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물론 월경이나 출산, 완경으로 인한 신체의 변화와 그로 인한 심리적 고통은 당연한 것이고,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부분은 분명 있다. 그러나 여성들이 평상시에 여성 호르몬으로 인해 지능이 저하되거나 인격 변화가 일어날 정도까지 영향받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자문해봐야 할 것은 어째서 이런 정보가 등장한 지 몇 십년이나 지나도록 대중의 대화속에 침투하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어서 묻는다. ‘호르몬 때문에 미쳐 날뛰는 여자’라는 신화(이 책의 원제는 <호르몬 신화>다.)로 누가 이득을 보는가
예를 들어, 출산 직후나 주부 여성이 걸리는 우울증은 무조건 호르몬 탓이지 않다. 여성은 개인의 삶을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사람을, 가족을 돌보는 존재라는 사회적 인식이 죄책감을 불러 산후 우울증을 만든다. 갱년기 장애 역시 마찬가지다. 나이든 여성은 가치가 없다고 보는 편견이 갱년기 증후군을 심하게 앓게 만든다. 인류학 조사에 의하면 나이든 여성이 존중받는 문화에서는 완경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폐경 때문에 여성이 병이 나고 못생겨지고 심술을 부린다는 것은 일종의 신화다. 미국의 경우 에스트로겐 생산 제약회사와 그 회사의 로비를 받은 산부인과 의사와 유명인들이 협동하여 만들어낸. 제약회사 에어어스트래버러토리스가 만든 화학 합성 여성포르몬인 프레마린은 임신암말 소변에서 추출하여 화학적으로 만든 여성 호르몬인데, 암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제약회사는 여전히 여성성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 겁을 주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세상이 나이 든 여성은 여성도 아니라고, 인간도 아니라고 몰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신화는 제약회사의 이윤 동기와 영원히 젊고 매력적이고 말까지 잘 듣는 여성을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규정한 남성우월적 관념 때문에 의학계와 대중의 인식 속에 깊이 자리잡게 되었다.
- 259쪽에서 인용
여성 본인이 스스로 호르몬에 휘둘리는 것을 인정한 사례를 많이 봤다고? 그렇다. 여성이 거친 말을 하고 나서 '생리 직전이라서 그래, 호르몬 때문이야, 미안.' 이렇게 사과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도 호르몬 신화를 방패로 자기 방어를 하고 있는 것 뿐이다. 원인은 사회가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는 여성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 스스로가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것을 인정한다고 볼 수 없다. 불이익 받을 것을 예상해서 미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신화대로 변명하는 것 뿐이니까.
'언제나 인간 문제는 팩트 여부가 아니라 팩트를 만들어내는 권력에 달려 있다.(본문 17쪽)'라는 정희진 선생님 해제가 이 책의 숨은 주제를 말해 준다. 그렇다. 차별하고 싶으니, 차별 이유를 만들어내는 거다.
심리학 박사 로빈 스타인 델루카(Robyn Stein Deluca)는 우리가 그동안 '팩트'라고 믿어왔던 '호르몬 신화'(The Hormone Myth, 이 책의 원서명이기도 하다)를 주입된 편견이라고 말한다. 여성이 우울하고 건강하지 못한 건, 호르몬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르몬 신화에 의하면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감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태곳적 관념과 20세기 중반에 진행된 허접스러운 연구에서 얻은 증거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텔레비전이든 새로운 형태의 언론 매체, 책, 잡지, 인터넷 등 모든 매체를 통해 불멸의 힘을 얻게 되었다. 호르몬 신화를 유지함으로써 금전적·사회적 이득을 보는 집단이 많다. 심지어 여성의 건강, 승진, 대인 관계가 악화되는 데도 이런 집단은 이득을 본다. - 26쪽
저자는 특히 오류가 많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생리전증후군 연구를 깊이 파헤쳤다. 이 연구들은 생리전증후군이 여성의 인지능력을 떨어뜨려 사고뭉치로 만들고 노동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잘못된 주장을 전파했다.
특히 연구는 1930년대 대공황이나 1980년대 여성들이 일터로 몰려나올 때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일터에서 남성의 지배력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여성을 집안과 가사에 붙잡아두려는 속셈이었다.
또한 호르몬 증가가 임신한 여성을 비이성적이고 무능하게 만든다는 신화도 퍼트렸다. 그런 신화는 여성을 생물학적 본능에 치우친 동물의 이미지에 가까운 존재로 만든다. 여성과 여성의 몸을 결부시키는 이런 뿌리 깊은 관습은 임신한 여성의 몸이 이성을 지배하는 것으로 여기게끔 유도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여지껏 임신을 질병처럼 대하고 있다.
TED 강연(생리전증후군에 관한 희소식The good news about PMS)하고 있는 저자
☞바로가기 : 저자 TED 강연
의사들이 고가 장비를 들여놓고 여성들에게 과도하게 검사하는 것도 바로 호르몬 신화에 근거한 것이다. 즉 여성의 생식 기능은 모두 끊임없는 의학적 검토 없이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위험한 질병이라는 견해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이런 검사들 중 그 어떤 것도 여성이나 태아의 건강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완경(menopause)*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이다. 1950년대 의사들은 완경기 여성이 남편에게 짜증을 내고, 집안일을 두고 불평을 늘어놓은 사례들을 들이대며 완경이 정서적 혼란을 야기한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완경의 사회적 의미는‘쇠퇴’와‘질병’이다.
*월경이 멈춘다는 뜻의 ‘Menopause’는 그간 ‘폐경’으로 번역해왔다. 하지만 ‘폐경(閉經)’이란 말에 쓸모가 다 된 폐기물이나 폐광이라는 뉘앙스가 있어, 최근 ‘완경(完經)“이란 말로 바꿔 쓰고 있다.‘완경’에는 월경이 완성되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1990년대 중반 국립중앙의료원 안명옥 원장이 맨 처음 사용했다.
로버트 A, 윌슨 같은 의사는 『여성성이여, 영원하라』를 통해 여성들 모두에게 여생 동안 합성 호르몬을 투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0년대 초 프레마린(Premarin)이라는 호르몬제가 등장했다. 프레마린은 임신한 암말의 소변에서 추출한 에스트로겐이다. 원래 프레마린은 일과성 열감 같이 불편한 완경기 증상을 보이는 여성에게만 처방되었다.
윌슨의 주장 이후 증상이 없는 일반 여성들도 찾게 되었다. 그사이 프레마린 제조회사 에이어스트 래버러토리스(Ayerst Laboratories)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내내 완경을 끔찍한 질병으로 여기던 문화는 여성의 자기인식과 대중매체에 뿌리를 내렸다.
임신한 암말의 소변에서 추출하는 프레마린은 1990년대 널리 사용돼 제조사는 10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나중에 윌슨의 연구와 저술이 에이어스트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아 이뤄진 것임이 밝혀졌다. 이처럼 여성의 완경과 노화에 대한 문화적 인식은 다국적 제약회사와 같은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조장되고 유지된 측면도 강하다.
서구 문화에서 여성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인생의 뒤안길로 밀려나 퇴락의 길을 걷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희소식이 있다. 대부분의 여성에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행복하고 활력 넘치고 생산성 높은 완경기 혹은 완경후기 여성은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이런 여성들은 우리 주변에 널렸으므로, 완경은 축하할 일이다. 완경기는 여성에게 목표를 높게 잡고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아볼 놀라운 기회를 가져다준다.” - 353쪽
한편 호르몬 신화를 영속시키는 근본적 발상은 ‘여성은 늘 착하고 상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분노나 슬픔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 호르몬이 아닌 다른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생각에 눈을 뜨라고 조언한다. 그러니 여성들이여, 이제는 호르몬이나 생리로 책임을 돌리지 말고 자신의 감정과 입장을 단호히 밝혀보자. 이 책이 큰 힘이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여성을 출산과 가사의 대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다 같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주체로 바라보기를 기대해 본다.
여성의 생리, 임신, 출산, 완경과 동반된 호르몬의 변화가 여성의 감정변화나 능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여성은 호르몬의 노예라고 주장하는 연구결과들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반증하는 연구결과들이 존재하는데도 사람들은 거기에 혹한다는 거죠. 제약회사와 의사들의 이익추구, (남성들 기준에서 볼 때) 여성들의 이상행동에 대한 정당화 등등이 이유라고 합니다.
여자가 화를 낸다->생리해? 완경기라 그래?...이런 건 여자는 화를 내면 안 되고 온화하고 상냥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고착화하고, 여자가 화를 내는 근본적인 원인을 무시하고 해결방안을 찾지 않는 부당한 반응이라고 합니다.
pms가 질병으로 널리 인식된 서구권과 달리 그런 이데올로기에 노출이 덜 된 중국, 인도 들은 여자들은 pms가 뭐요? 이런 반응이라네요. pms에 해당되는 증상이 150가지인데 저자는 자기 남편도 해당되겠다며...그래서 생리나 완경에 대한 긍정적인 프레임에 노출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노세보 효과로 생리나 완경에 대한 부정적 반응에 노출될수록 pms 느끼는 집단 비율이 증가한다고요.
여성호르몬이 감정과 무관하다는 비슷한 사례로 사춘기 청소년들의 호르몬 변화가 그들의 문제 행동에 큰 원인이 아니라는 연구결과를 듭니다. 물론 생물학적 원인도 영향을 주지만 사회적인 요인도 주요 원인이라는 거죠.
제일 의외였던 건 산후 우울감의 원인이 호르몬이 아니라는 것...대다수의 산부가 출산 후 10일내의 짧은 우울감을 경험한다는데 원인이 불명이라니...
개인적인 경험으로 호르몬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전 생리통이 있는데요, 사람들이 보통 아프면 기분이 안 좋고 예민해지잖아요? 그런 메커니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