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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티처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서수진 | 한겨레출판 | 2020년 9월 1일 한줄평 총점 9.0 (5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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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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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한국어학당에서 일어나는 여성 시간강사 네 명의 이야기



긴 시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매년 그 신뢰에 보답하고자 노력해온 한겨레문학상이 스물다섯 번째 수상작 『코리안 티처』를 출간했다.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윤고은의 『무중력 증후군』,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정아은의 『모던 하트』,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등 한국소설을 이끌어가는 많은 작가를 배출해온 한겨레문학상은 비록 수상작을 내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전원 여성 심사위원을 위촉했던 제24회 한겨레문학상에 이어, 이번 제25회 한겨레문학상에서도 심사위원 전원을 여성 작가로 위촉해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 작품을 선정하고자 노력했다.



심사위원 여덟 명의 단단한 지지를 받으며 선정된 수상작은, 한국어학당에서 일어나는 네 명의 여성 시간강사의 이야기를 담은 서수진 작가의 장편소설 『코리안 티처』다. 이 책은 한국어학당에서 일하는 네 명의 한국어 선생님 선이, 미주, 가은, 한희의 이야기다. 5부로 구성된 소설은 학기마다 한 명의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심사를 맡은 강영숙 소설가는 이 소설이 “고학력 여성들을 포함해 많은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무언가가 되려고 하는 것을 아직도 막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하게 하는 소설이라고 평했고, 오혜진 평론가는 추천의 말을 통해 “충분한 인적·물적 여건과 체계적인 프로그램 없이 외국 유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이는 ‘한국어학당’이라는 ‘현장’”을 핍진하게 그려냈다는 점과 “결코 ‘미래’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고객님’들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비정규직 시간강사의 시간과 노동, 감정과 에너지를 마지막 한 알까지 쥐어짜내는 무저갱의 세계, 그런 세계조차 누군가에게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마지막 ‘가능성’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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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봄 학기 7
여름 학기 69
가을 학기 131
겨울 학기 193
겨울 단기 261

작가의 말 273
추천의 말 276

저자 소개 (1명)

저 : 서수진 (Seo Su-jin)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20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코리안 티처』, 『골드러시 Gold Rush』 등이 있다. 현재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다.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20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코리안 티처』, 『골드러시 Gold Rush』 등이 있다. 현재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다.

출판사 리뷰

■ 작가의 말

‘살아남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것, 버텨내는 것, 끝내 살아남는 것.

소설을 쓰는 도중에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졌다. 한국어학당의 규모가 크게 줄었고, 수많은 강사가 일자리를 잃었다. 나 역시 호주에서 수업이 모두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장되면서 실직 상태가 되었다. 벼랑 끝에서 소설을 쓰는 기분이었다.

이 소설은 살아남았다. 이 소설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을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닿아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다.

종이책 회원 리뷰 (35건)

파워문화리뷰 [코리안 티처]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을 보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키* | 2022.05.24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서수진 작가의 단편이 마음에 들어서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다가 읽게 된 책이다. 등단작인 것 같은데(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아쉬운 점 하나 없이 너무 좋아서 왜 이제야 알게 되었나 싶다. 서수진 작가의 이전 작품들은 물론이고 이후에 발표될 작품들도 쭉 따라 읽을 생각이다. 

 

소설은 4명의 여성 비정규직 한국어 강사의 시점으로 대학 부속 한국어학당의 1년을 그린다.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이들은 몇 년 동안 취업 준비를 한 끝에 명문 H대 한국어 학당의 비정규직 상사로 채용되었다. 신입 강사인 '선이'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한국어 강사 시험에 합격해 겨우 취직했다. 어렵게 취직이 되었으니 무슨 일을 당해도 참겠다고 각오했지만, 선이가 맡은 베트남 특별반의 남학생이 불법 촬영한 선이의 사진을 '#Koreanhotgirl'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이 밖에도 누가 뭐래도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의 8년 차 베테랑 강사 '미주', 강의평가 1위를 놓치지 않는 인기 강사 '가은', 조산 위험이 있는데도 다음 학기 재계약이 안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책임강사 '한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채용 절벽 문제부터 비정규직 고용 문제, 시간강사 보호법 문제, 외국인 노동자 차별 문제, 임금 체불 문제 등 한국 사회의 노동 문제가 각각의 에피소드에 촘촘히 박혀 있다. 불법 촬영과 대학 내 성폭력,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 등도 나온다. 

 

일반적인 학교나 학원이 아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학당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이 엿보이지만, 이 소설은 대학을 비롯한 기업화된 조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는 고학력 여성들의 보편적 삶을 그린 오피스물로 보인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취업 준비를 했지만, 안착한 직업은 비정규직 시간 강사.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한 자리라서 임출육은 고사하고 병가 쓰기도 쉽지 않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 임용이 되지 않는 한 장래가 불안한 건 여느 비정규직 노동자와 마찬가지다. 

 

비슷한 조직에서 일해본 적이 있는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인물들의 이름 위로 아는 얼굴들이 떠올라서 혼났다. 일개 사무직이었던 내 눈에는 자격증도 있고 학위도 있는 강사님들이 부럽게만 보였는데, 이 소설을 읽고 그들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걸 알았다(다들 잘 계시려나). 문제는 고용주인 대학인데, 노동자들끼리 경쟁하고 싸우게 만드는 경향은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요즘 대학을 보면 (미래의 노동자인) 학생들조차 대학 노동자들을 적대시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라떼는) 대학 노조에서 집회하면 학생들이 도와주러 가기도 했는데... 

 

다시점 소설인 만큼, 같은 상황을 두고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성격이나 입장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보고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령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미주를 두고 누구는 분위기 흐린다고 불편해하는 반면 누구는 숨기는 것 없이 시원시원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강의평가 1위를 놓치지 않는 가은에 대해 누구는 학생들에게 잘 보인 대가라며 질투하는 반면 누구는 그것도 실력이라고 존경심을 표한다. 다양한 여성들의 다양한 성격과 내면을 보여주는 점도 이 소설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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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언티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n**t | 2021.09.21
한국어학당에 근무하는 4명의 강사를 중심으로 여성 노동자, 비정규직 문제를 보여준다 (코로나로 한국어학당도 타격을 입었겠구나)

학생은 줄고 어떻게든 학생을 유지하여야 하고 강의평가가 저조하면 동영상을 찍고 일등강사의 동영상을 봐야 한다
강의 사진에 Koreanhotgirl이라 태그하여 올린 학생. 해당 강사는 경찰에 고소하지 않았으나, 학생은 제적되고 동료 강사들은 행동을 같이하지 않있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강평은 저점에 학생들은 집단 결석을 하고 결국 재계약은 되지 않는다
부당함에 정당하게 대응한다고 하였으나 자신의 착각이기도 했고, 강평 1위로 운이 좋아서라고는 말했으나 왜 운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민하지 않으면서 뒤통수를 맞기도 하며, 조산기가 있어도 어떻게든 다음 계약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야 하기도 했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끊임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며 사방이 벽이다. 존재를 입증해야 존재를 인정받는 삶이 지속된다. 마지막에 화재로 모든 것이 잿거미로 변한들 어떠한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코리안티처 #한겨레출판 #제25회한겨레문학상수상작 #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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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티처 리뷰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엄* | 2021.04.26

'요즘 넌 우울증 없냐? 난 맨날 우울하다. 지훈 선배 알지? 그 선배도 우울증이라 약 먹는다더라. 그런데 우울하다고 일 못 그만두잖아. 그러니까 지훈 선배도 대기업에 붙어 있겠다고 약까지 먹어가면서 일하는 거 아냐. 가은 선생님은 집이 잘 사니까 우울하다고 바로 그만두는 거지. 야, 그만두는 것도 능력이야' -책 속에서

매일 우울하든 가끔 우울하든 그 우울의 정도가 중하든 경하든, 어쩌면 모두가 앓고 있는 우울증은 각자의 일상에 끈질기게 들러붙어 있다. 음침하게 티 내거나 아닌 척 웃어 보이거나 하며 떼었다 붙였다 하다 보면 점점 그 끈기는 무뎌지고 우울은 생활이 된다.

 

'왜 우리가 마음 졸여야 하는 걸까. 우리는 월급을 떼 먹혔을 뿐인데.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했을 뿐인데. 도대체 왜, 내가 일한 돈을 달라고 하는 게 협박이 되지 않을지, 내가 일한 돈을 못 받았다고 말하는 게 명예훼손이 되지 않을지 전전긍긍해야 하는 걸까.' -책 속에서

젊어 농땡이가 늙어 보약이라던데, 우리는 하루하루를 너무나 치열하게 살아간다. 농땡이는커녕 열외 되지 않으려 바동거리며.. 여기에 더해 '나 아니면 너'를 넘어 '너 재끼고 나'라는 공식을 대입하는 것에 아무 거리낌이 없다.

 

필자는 말했다. '살아남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그러나, 살아남는 것은 영원불변한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사계절 각 주인공들의 에피소드처럼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날만 한 일들이 주위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기에 가슴 한 켠이 저릿하고 입맛이 쓰다.

 

때로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일이 찰나에 내 손끝을 스침으로써 걷잡을 수없이 엉망이 되기도 하고, 다분히 의도했던 일이 찰나에 내 손끝을 벗어남으로써 엉뚱한 사람의 장해물이 되기도 한다.

무수한 선택과 결정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당연한 사실에 잔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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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5건)

구매 살아남기 위해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d*****b | 2021.08.10
나는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나는 무엇에 맞서 싸우는가. 나의 적은 누구인가. 나의 동지는 누구인가. 나는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나는 악인인가 의인인가. 소설이 담고 있는,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는 것의 지독한 모순에 짓눌려 숨이 막힐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인물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도 없기 때문에 괴롭다.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르포르타주다. 이 책을 픽션으로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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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2020-64]살아남고, 버텨내는(코리안 티처/서수진_한겨레출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잔* | 2020.11.24


그저 평이 좋다는 말에 끌려 읽은 책이었다. 어떤 내용일지 제목으로 감을 잡았지만 보다 현실적인 어떤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특히 출판사를 보고 그런 기대가 충족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영어만 배우느라 몇 십년을 허비하고, 여전히 외국인을 동경하는 아시아 문화권에 사는 나였다. 그런 내게 '한국어'가 주체가 되었다는 것, 누군가에게 도전이고 목표가 된다는 것에서 (내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쑤욱 커지는 느낌이었다. 주변에서 한국어로 누군가를 가르친다고 할 때,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 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는 그런 환상이 싹 사라졌다. 단일민족으로 타민족을 배척한다는 자책어린 말은 알았지만, 역시 돈 앞에서는 그런 자성의 이야기는 별개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외국인과의 관계는 별도로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버티고, 애쓰고, 아파하는 모습이 있을 뿐이다.


선이, 미주, 가은, 한희.

세 여자의 삶을 통해 1년의 학기를 돌아본다.

신입강사,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강사들, 책임강사다.


넷의 캐릭터는 다 다르다.

선이. 작고 왜소한 캐릭터. 상대적으로 작은 집에 살아서 친구들로부터 배제당하고, 중학교 때도 작아서 놀림을 받았으며, 고등학교 때도 작은 탓에 자주 불리우는게 싫어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그렇게 자라온 선이는 소속되고 싶고, 안정감을 누리고 싶으며, 자신의 자리를 찾고 싶다.

미주. 상당히 자기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다. 주변의 시선이나 말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납득하는 것에 따라 행동한다. 차갑다고 느껴져도 학생들을 공부시키는데서는 엄격하다. 그 덕분에 높은 점수의 학생들도 그녀의 반에서 나온다. 불의를 참지 못 하며, 굳이 왕따도 거부하지 않는다. 선배의 비겁한 행동에도 당당히 대자보를 붙일 수 있는 여성이다. 사회가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그렇지.

가은. 밝고 학생들을 진정성있게 대하는 덕분인지 강의 평가는 늘 1위다. 날씬하고 예뻐서 인기도 많다. 그녀에게도 아빠에 대한 상처가 있다. 아빠는 회사에서 도박을 하느라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그녀이지만 엄마와 동생과 당차게 살아갔고, 살아남았으며, 현재는 책임강사 물망에 오른 강사. 그녀의 학생과 비밀리에 사귀면서 예상치 못한 파장이 생긴다.

한희. 영국인 남편과 동거 중인 케이스. 자아성취욕구가 강해서 자신의 일도 놓치고 싶지 않지만 현재 임신을 한 몸으로 일을 놓치게 생겼다. 아이도, 일도, 남편의 임금체불도 자신이 다 챙기며 다부지게 모든 것을 해내려고 하는 과정에서 그녀도 힘에 부친다. 그녀가 부딪히는 현실과 한계에 그녀의 열정도 무너진다.


개개인에게는 남들이 살아보지 못한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 이야기로 직업상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호주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저자의 경험이 이 책의 모티브로 한 몫 한 듯하다. 안정적이어 보이는 한국어 강사라는 모습 뒤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인물간의 갈등에서 긴장의 날이 서있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 초조해 하고, 두려워 애쓰는 모습이 거대한 산 앞에서처럼 무력해 보인다. 그래서 상황의 묘사가 생생했다.  


인물들을 보면 '단 한 명도 쉬운 인생이 없네' 싶게 코너에 몰려들 있다. 강사로 살아보고 싶은 열정을,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겠다는 주관을, 잘 살았고 이렇게 살아도 좋겠다는 긍정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 권리를 주장하겠다는 의지를 세상은 그대로 두지 않는다. 매몰차게 공격하고, 때리고, 무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삶을 대항해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을 것이라 짐작해 볼 뿐이다. 


살아남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것, 버텨내는 것, 끝내 살아남는 것. 255/265

작가가 이 책을 쓰던 중 터진 코로나 사태가 현재 우리에게는 진행 중이다. 여전히 살아남으려고 애쓰고 분투하고, 버티고 있는 우리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책과 같았다. 아프고 쓰라려도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대면할 수 있고, 그런 모습을 외면하지 않고 그 아픔에 마음으로나마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내 앞에 나타나면 그들의 아픔을 나약함과 핑계로 치부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시라고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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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코리안 티처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E**y | 2020.10.21

코트 드라이클리닝 비용을 걱정하는 시절은 지나간 거야.


내가 졸업할 때만 해도 비정규직의 기간 제한이 없었다. 그러다 비정규직을 구제하기 위해서 법안이 만들어졌고, 그 법 때문에(혹은 덕택에) 기관들은 비정규직의 계약기간 연장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직장마저 아쉬운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2년 후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으면 (그런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2년마다 이 기관 저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들을 위한 법이지만, 그래도 늘 아쉬운 건 을, 병, 정 들이다. 2년 후에 다시 코트 드라이클리닝 비용을 걱정하는 시절이 올지도 모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코라인 티처>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시간'강사들을 보면서 그때 생각이 났다.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싶다는 열정으로 시작한 사람도, 다른데 보다 가기 쉬웠기 때문에 선택한 사람도 있었을 테지만, 어쩌면 가르치는 일 자체보다 내 직업상 위치의 안전에 대해 더 스트레스 받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간 강사이기 때문에, 결혼한 여자이기 때문에,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비싼 고등교육을 받은 딸이기 때문에, 코드 드라이클리닝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재정 상황 때문에 등등, 온갖 이유로 사회 구조에서 늘 을은커녕 병, 정의 위치에 서야 했던 강사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내 씁쓸했다. 그리고 더 씁쓸했던 건 같은 병, 정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끼리도 그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선이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소심하게 타인의 조언을 따라도, 자신의 신념대로 가시 돋친 말을 마구 내뱉어도, 운이 좋았다며 매 순간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임해도, 악착같이 버티고 버텨도, 이상하게 그들은 그들이 기대했던 만큼 이루지 못하고 가져가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 왜 일이 그렇게 된 건지 답을 하지 못한다. 한국어에는 결과보다 이유 문법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에서도 끊임없이 왜 그들이 그런 상황들을 겪어야 하는지 묻고, 서로 다른 강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다른 이유를 찾으려 하지만 결국 답해주지 못한다.


"아니, 이기기 힘들 거라고 안 했어.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고 했지. 그러니까 난 한국에 있어야 돼. 오래."


마지막에 한희는 싸울 의지를 밝힌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남아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다. 나였다면, 내 지인이었다면, 그냥 빨리 순응하는 지나가길 응원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기기 힘들 테니까, 그리고 오래 걸릴 테니까. 누군가 하면 좋지만 그게 나일 필요는, 너 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해 주었을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한희의 대사를 보고 부끄러워졌다. 한희와 같은 사람들 편에서 힘이 되어줄 사람들이 한주먹만큼만 있어도 그들의 혹은 우리의 싸움은 조금은 덜 힘들 텐데. 그 이유를 이야기해 주어야 하는 건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니 계속 자문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을 텐데, 싸우지 않으면 왜 그렇게 된 건지 이유를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 현실 같고, 현실이 소설 같은 세상에 살고 있나 보다. 친구의 이야기라고 해도 놀라지 않을 이야기를 소설 속에서 읽었다. 그 안에서 버티는, 싸우는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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