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카슨 저/김은령 역/홍욱희 감수
안데르스 한센 저/김아영 역
앨릭스 코브 저/정지인 역
타일러 라쉬 저/이영란 감수
조던 피터슨 저/김한영 역
유시민 저
[책읽아웃] 같이 싸우는 이들이 있어서 할 만합니다 (G. 김수정 변호사)
2020년 12월 24일
2020년 12월 15일
책 「아주 오래된 유죄」
저자 김수정 | 한겨레출판사 | 2020.11.11
책 <아주 오래된 유죄>는 작가 김수정 변호사가 20년 간 여성 및 아동 인권을 변호하며 마주했던 사건을 기록한 기록물이다. 책에 쓰인 디지털 성범죄, 미투 운동, 직장 내 성희롱,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가정폭력, 낙태죄, 미군 기지촌 위안부 등의 소송 기록들은 20년 간 대한민국 법정에서 벌어진 여성 인권의 투쟁사이기도하다.
이 책은 2020년 11월에 발간 되어 아주 최근의 사건 까지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읽고 있는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진행, 연재되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부분을 있는 와중에 그 가해자 중 한 명이 구치소에 음란물을 불법 반입 하려다가 적발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38896)
가장 최근의 이슈는 서울 시장 보궐선거이다. 이번 서울 시장 보궐선거는 전임 서울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로 촉발되었다. 때문에 성 평등 정책은 이번 선거의 핵심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7일 성 평등 정책에는 질의 답변조차 하지 않은 국민의당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언론에서는 LH 사태, 백신 무능 등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나는 정권 심판론이 다른 이슈를 빨아들였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12명의 후보 중 5명이 여성이였고 많은 소수 정당이 성 평등 공약을 제시했으나 양당 대결 구도에 묻혀 주목 받지 못했다. 인권보다 경제가 공약보다 양당의 힘겨루기가 우선시 되어 이 선거의 시작이자 이유였던 성 평등 이슈는 묻혔다. 피해 생존자의 용기로 얻은 기회를 해일오는데 조개줍느냐는 식으로 또한번 묻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책에 기록된 소송과정에는 재판과 판결 뿐 아니라 피해 생존자가 법정 밖에서 살아남기위해 버티고 투쟁했던 과정이 생생하게 적혀있다. 글자로 읽기도 고통스러운 내용이 지금 대한민국 어딘가에 살아있는 여성의 현실이라는 점을 깨달을 때마다 책읽기를 쉬어야 했다. 이토록 슬퍼하며 끝까지 읽었던 이유는 또 다시 반복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많은 여성이 직장 내 성폭력 등의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데 동참했다. 이는 여성들의 사사로운 투정이나 남성에 대한 모함이 아니라 직장과 사회에서 동등한 동료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자구책이다. 그나마 여성들이 말하고 외치고 드러내는 것은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는 징표다. 희망이 좌정되는 순간 그녀의 이례적인 죽음은 일상이 되어, 집단으로 뛰어내려 자살하는 레밍처럼 모두가 손을 잡고 절벽 아래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른 새벽, 희망의 좌절보다 희망의 실현을 믿고 싶다. 혐오와 차별의 언어보다 공감의 언어가 훨씬 더 힘이 세다는 것을 믿고 싶다.
p 53
대한민국 페미니즘 운동이 대중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라고 생각한다. 그 날을 시작으로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고 자신의 피해사실을 드러내고 분노하는데 동참했다. 나 역시 그 시기에 많은 동지를 만났고 용기를 낼 수 있었지만 동시에 절망적인 상황을 다시금 확인하기도 했다. 수많은 여성이 목이 터져라 외쳐도 사회의 변화는 미비했기 때문이다.
한번에 바뀌기는 어렵다. 언제나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나 완전한 도돌이표는 아니다. 작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국민청원으로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성범죄'라는 용어는 대중에게 생소했다. 그러나 이제는 9시 뉴스에서도 각주 없이 쓰는 용어가 되었다. 이 작은 변화에 만족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절망 보다 희망의 씨앗을 보자는 말이다. 쉽게 절망하기에 앞으로 가야할 길이 한참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좌절도 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도 있었다. 20대 여성의 15.1%가 기득권 양당이 아닌 소수정당, 성평등의 가치에 투표했다. 지독한 양당 체제 대한 민국에서 15.1%는 정말 유의미한 숫자라고 생각한다. 무시되었던 목소리가 조금씩 먹혀들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슬이 모여 물길을 만든다. 오래걸리겠지만 결국 벌어질 일이다. 절망보다 희망을 더 믿자. 책에서 말한 것 처럼 희망의 좌절보다 희망의 실현을 믿고 싶다.
책 <헝거>에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소녀들은 어린 시절부터 배운다. 날씬하고 아담해야 한다고. 자리를 많이 차지해선 안된다고. 남자들의 눈에 보기 좋아야 한다고. 사회에서 받아드릴만 해져야 한다고. 대부분의 여자들은 알고 있다. 우리는 점차 작아지고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더 크게 반복적으로 해야한다. 그래야 우리는 이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한 기준에 힘없이 굴복하지 않고 저항 할 수 있다.
<헝거/록산게이/사이행성> p 32
시끄럽고 듣기 싫고 불편한 이야기를 더 시끄럽게 광광대자.
https://blog.naver.com/namu--/222335936283
남자가 가해자일 때 특히 20~30년 넘게 지속적으로 배우자와 자식들에게 가정폭력을
행사해왔을 때 그러다 배우자를 패 죽인 경우.... 술에 취한 상태여서 우발적인 범죄라며
2~3년 형을 선고한다.
그런데 여자가 가해자일 때, 오랜 기간 가정폭력을 당하며 너무 맞아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배우자인 남자를 죽였다. 그런 경우 계획적인 범죄라고 해서
20년 넘게 선고한다.
이것은 너무나 불합리한 처사이고 상식적이지 않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선 이런 일이 너무나 비일비재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 법이 여성을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법이 여성을 인간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니들은 그냥 2등 시민으로 머물라는 경고나 겁박의 다른 표현이다.
이 책은 사법 일선에서 이러한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변호인의 실제 경험과
생각을 담은 책이다. 법은 사람이 바꾼다.
부조리에 맞서 의의를 제기한 수많은 선례들이 법을 현재 사회에 맞게 진화하게 한다.
남성 가해자와 성범죄에 너그러운 나라.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사법은 그렇다. 현실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