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분야 전체
크레마클럽 허브

김훈 | 푸른숲 | 2021년 4월 23일 한줄평 총점 9.8 (66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47건)
  •  eBook 리뷰 (2건)
  •  한줄평 (17건)
분야
소설 > 한국소설
파일정보
EPUB(DRM) 50.13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상품의 태그

카드뉴스로 보는 책

책 소개

인간의 아픔과 기쁨, 그리움을 함께하는
세상의 모든 ‘보리’에게

소설가 김훈이 2005년에 쓴 동명 소설 『개』의 2021년 개정판. 댐 건설로 수몰을 앞두고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진돗개 ‘보리’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보리는 주인할머니 부부와 살던 곳이 물에 잠기면서 바닷가에 사는 작은아들네로 옮겨가고, 그곳에서 새 주인 가족과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어부인 주인이 풍랑에 휩쓸려 목숨을 잃고 가족마저 도시로 떠나면서, 옛 주인할머니와 남아 새날들을 앞둔 얼마간의 시간을 보낸다.

개정판에서는 이야기의 뼈대는 유지하면서 내용의 상당 부분을 손보았다. “이번에 글을 고쳐 쓰면서, 큰 낱말을 작은 것으로 바꾸고, 들뜬 기운을 걷어내고, 거칠게 몰아가는 흐름을 가라앉혔다.”(「군말」에서) 지난 몇 년간 작가는 매일 공원을 산책하며 다가오고 지나가는 사람과 개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떠오른 생명의 이야기들이 『개』에 스며들었다. 덕분에 모진 매를 견딘 보리 엄마와 가혹하게 죽어간 흰순이의 삶이 다르게 변주되고, 보리의 눈에 비친 세상엔 온기가 더해졌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개정판 서문_ 군말
초판 서문_ 작가의 말
1. 보리
2. 마을
3. 갯벌
4. 흰순이
5. 배추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1명)

저 : 김훈 (金薰)
작가 한마디 화가가 팔레트 위에서 없었던 색을 빚어내듯이 나는 이미지와 사유가 서로 스며서 태어나는 새로운 언어를 도모하였다. 몸의 호흡과 글의 리듬이 서로 엉기고, 외계의 사물이 내면의 언어에 실려서 빚어지는 새로운 풍경을 나는 그리고 싶었다. (……) 나는 이제 이런 문장을 쓰지 않는다. 나는 삶의 일상성과 구체성을 추수하듯이 챙기는 글을 쓰려 한다.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휘문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산악부에 들어가서 등산을 많이 다녔다. 인왕산 치마바위에서 바위타기를 처음 배웠다 한다. 대학은 처음에는 고...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휘문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산악부에 들어가서 등산을 많이 다녔다. 인왕산 치마바위에서 바위타기를 처음 배웠다 한다. 대학은 처음에는 고려대 정외과에 진학했다.(1966년). 2학년 때 우연히 바이런과 셸리를 읽은 것이 너무 좋아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정외과에 뜻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영시를 읽으며 영문과로 전과할 준비를 했다. 그래서 동기생들이 4학년 올라갈 때 그는 영문과 2학년생이 되었다. 영문과로 옮기고 나서 한 학년을 다니고 군대에 갔다. 제대하니까 여동생도 고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집안이 어려운 상태라 한 집안에 대학생 두 명이 있을 수는 없었다. 돈을 닥닥 긁어 보니까 한 사람 등록금이 겨우 나오길래 김훈은 "내가 보니 넌 대학을 안 다니면 인간이 못 될 것 같으니, 이 돈을 가지고 대학에 다녀라"라고 말하며 그 돈을 여동생에게 주고, 자신은 대학을 중퇴했다.

김훈 씨는 모 월간지의 인터뷰에서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피력하기도 했다.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어 가지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문학이란 걸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 문제가 참 많잖아요. 우선 나라를 지켜야죠, 국방! 또 밥을 먹어야 하고, 도시와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애들 가르쳐야 하고, 집 없는 놈한테 집을 지어줘야 하고…. 또 이런 저런 공동체의 문제가 있잖아요. 이런 여러 문제 중에서 맨 하위에 있는 문제가 문학이라고 난 생각하는 겁니다. 문학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가 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펜을 쥔 사람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생각해 가지고 꼭대기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데, 이게 다 미친 사람들이지요. 이건 참 위태롭고 어리석은 생각이거든요. 사실 칼을 잡은 사람은 칼이 펜보다 강하다고 얘기를 안 하잖아요. 왜냐하면 사실이 칼이 더 강하니까 말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런데 펜 쥔 사람이 현실의 꼭대기에서 야단치고 호령할려고 하는데 이건 안 되죠. 문학은 뭐 초월적 존재로 인간을 구원한다, 이런 어리석은 언동을 하면 안 되죠. 문학이 현실 속에서의 자리가 어딘지를 알고, 문학하는 사람들이 정확하게 자기 자리에 가 있어야 하는 거죠" 그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표현해 내기 위해서"이며 또 "우연하게도 내 생애의 훈련이 글 써먹게 돼 있으니까" 쓰는 것이라 한다. 그의 희망은 희망이 여러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음풍농월하는 것이라 한다. 또 음풍농월 하면서도 당대의 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훈이 언어로 붙잡고자 하는 세상과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선상에서 밧줄을 잡아당기는 선원들이기도 하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있는 자기 자신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민망하게도 혹은 선정주의의 혐의를 지울 수 없게도 미인의 기준이기도 하다. 그는 현미경처럼 자신과 바깥 사물들을 관찰하고 이를 언어로 어떻게든 풀어내려고 하며, 무엇보다도 어떤 행위를 하고 그 행위를 하면서 변화하는 자신의 몸과 느낌을 메타적으로 보고 언어로 표현해낸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남진우는 그를 일러 '문장가라는 예스러운 명칭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 세대의 몇 안되는 글쟁이 중의 하나'라고 평하고 있기도 하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빼어난 여행 산문집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한국일보에 연재하였던 독서 산문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1989) 등의 저서가 있으며 1999∼2000년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에세이 『자전거여행』(2000)도 생태·지리·역사를 횡과 종으로 연결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칼의 노래』를 꼽을 수 있다. 2001년 동인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전략 전문가이자 순결한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의 삶을 통해 이 시대 본받아야 할 리더십을 제시한다. 영웅 이순신의 드러나 있는 궤적을 다큐멘터리식으로 복원하여 현실성을 부여하되, 소설 특유의 상상력으로 이순신 1인칭 서술을 일관되게 유지하여 전투 전후의 심사, 혈육의 죽음, 여인과의 통정, 정치와 권력의 폭력성, 죽음에 대한 사유, 문(文)과 무(武)의 멀고 가까움, 밥과 몸에 대한 사유, 한 나라의 생사를 책임진 장군으로서의 고뇌 등을 드러내고 있다.

이외의 저서로 독서 에세이집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자전거여행』,『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한 자 한 자 다시 쓴 이야기”

작가 김훈이 2005년에 쓴 동명 소설 『개』를 고쳐 다시 펴냈다. 이야기의 뼈대는 유지하면서 내용의 상당 부분을 손보았다.

이번에 글을 고쳐 쓰면서, 큰 낱말을 작은 것으로 바꾸고, 들뜬 기운을 걷어내고, 거칠게 몰아가는 흐름을 가라앉혔다. 글을 마음에서 떼어놓아서 서늘하게 유지하려고 애썼다. 이야기의 구도도 낮게 잡았다. 가파른 비탈을 깎아내려서 야트막한 언덕 정도로 낮추었다. 편안한 지형 안에 이야기가 자리 잡도록 했다. 2005년의 글보다 안정되고 순해졌기를 바란다. _「군말」에서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소설의 주인공은 댐 건설로 수몰을 앞두고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진돗개 ‘보리’이다. 보리는 주인할머니 부부와 살던 곳이 물에 잠기면서 바닷가에 사는 작은아들네로 옮겨가고, 그곳에서 새 주인 가족과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어부인 주인이 풍랑에 휩쓸려 목숨을 잃고 가족마저 도시로 떠나면서, 옛 주인할머니와 남아 새날들을 앞둔 얼마간의 시간을 보낸다.
초판 출간 당시 작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개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과 세상의 직접적 관계, 그러니까 ‘생에 대한 직접성’을 설명하고 싶었다. 관능과 직관과 몸의 율동을 보여주면서 삶의 비애나 고통을 바로 들여다보는 존재를 상정하다 보니 개가 인간보다 유리할 거라고 판단했다. 개의 후각은 인간의 200배나 되고, 청각도 더 발달했다. 그처럼 감각이 발달한 개의 내면에는 인간보다 풍요로운 삶의 정서와 인상이 축적되어 있을 것이다. 개는 언어가 없기에 짖어댈 뿐이지만, 그 내면은 인간보다 풍요롭고 다양할 것이다. 그것을 인간의 언어로 짖어댄다는 불가능한 일을 해보려고 했다.
-2005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작가는 매일 공원을 산책하며 다가오고 지나가는 사람과 개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떠오른 생명의 이야기들이 『개』에 스며들었다. 덕분에 모진 매를 견딘 보리 엄마와 가혹하게 죽어간 흰순이의 삶이 다르게 변주되고, 보리의 눈에 비친 세상엔 온기가 더해졌다.

사랑과 희망, 그리고 싸움 ― ‘보리’의 삶

노부부가 사는 집에서 태어난 수컷 보리는 젖먹이 시절 엄마 품 안에서 따스하고 편안한 날을 맞는다. 하지만 “완벽한 평화 속에는 본래 슬픔이 섞여 있”듯, 그 행복의 시간 속에 태어날 때 다쳐 젖 먹기 경쟁에서 뒤처진 맏형의 죽음이 겹쳐진다. 온몸으로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개의 운명을 다리 부러진 맏형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한 엄마는 따스한 봄볕이 내리던 날, 눈도 뜨지 못한 형을 삼키고 만다. 본능에 가까운 엄마의 행동으로 맏형은 죽지만 보리의 눈에 그것은 한편으로 엄마의 따스하고 축축한 몸속,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었다.
그런 엄마의 행동을 오해한 노부부는 자식 잡아먹은 재수 없는 개라고 매타작을 해댔다. 하지만 그들이 나쁜 사람인 것만은 아니다. 살아 있는 것들은 그것이 개이든 고추 모종이든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심성으로 새끼 낳은 엄마에게 미역국을, 보리밥 잘 먹는 새끼들에게는 된장국에 따뜻한 보리밥까지 말아 먹였다. 수몰이 임박해서까지 집을 떠나지 못했던 것도 그런 마음 씀씀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톤짜리 목선으로 서해의 가까운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생선을 팔아 살아가는 주인의 둘째 아들네로 갈 때까지 보리는 신바람 나게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자랐다. “앞다리와 뒷다리와 벌름거리는 콧구멍의 힘”으로 세상과 맞부딪치는 동안 그를 이끌었던 것은 “냄새”였고, 자랑거리는 세상을 인식하는 풍향계인 “수염”이었다. 눈 위에, 가슴에, 주둥이와 턱 밑에 난 여러 수염과 그 수염 각각의 역할로 보리는 세상을 자신의 몸처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넉 달 만에 보리가 수몰 직전의 고향을 떠날 때 엄마는 개장수에게 팔려 가고 형제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그것 또한 슬픈 일일 테지만 개는 지나간 날들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닥쳐올 날들에 대한 근심도 없다.
바닷가 새 주인네에서 보리는 밤일 마치고 돌아오는 주인 배의 밧줄을 선착장 말뚝에 거는 일을 도왔다. 동네 저학년들을 데리고 아침 등교하는 큰딸 영희를 따라나서 길가의 뱀을 해치우는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기도 한다. 영희의 학교에서 이웃 동네 암캐 흰순이를 만나 마음 설레는 날들도 생겼다. 돼지우리 지키는 사나운 개 악돌이와는 한바탕 싸움도 벌인다.
그런 일상과 사건의 연속이던 보리의 삶을 한순간에 바꿔놓은 건 조업 중 폭풍에 휩쓸린 주인의 죽음이었다. 생계를 잃은 가족은 도시의 아파트를 구해 떠나지만 아파트에서 키울 수 없는 보리는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 집안 뒤처리를 위해 남았던 할머니마저 떠나면 보리는 “어디론가 가야 할” 형편이다. 고향을 떠나올 때도 그랬지만 그렇다고 두렵지는 않다. “어디로 가든 거기에는 산골짜기와 들판, 강물과 바다, 비 오는 날과 눈 오는 날, 새벽안개와 저녁노을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고 그런 “세상의 온갖 기척들”을 맡으며 “달리고 냄새 맡고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이미 다졌던 발바닥 “굳은살”의 탄력이 있기 때문이다.

돋을새김된 생의 명암 ― ‘보리’가 본 인간 세상

사람들은 오직 제 말만을 해대고, 그나마도 못 알아들어서 지지고 볶으며 싸움판을 벌인다. 늘 그러하니, 사람 곁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개의 고통은 크고 슬픔은 깊다. _16쪽

전지적 개시점으로 쓰인 이 소설은 개 이야기지만 개의 시선으로 인간사를 반추하는 대목이 여운을 남긴다. 노부부가 엄마 때린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은 남의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을 치사하고 비겁하게 여기지만 그건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보리는 생각한다. 개처럼 눈치 보라는 것은 비굴하게 처신하라는 게 아니다. “남들이 슬퍼하고 있는지 분해하고 있는지 배고파하고 있는지 외로워하고 있는지 사랑받고 싶어 하는지 지겨워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척 보고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이야기다.
“남의 눈치 전혀 보지 않고 남이야 어찌 되건 제멋대로 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것은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고 그야말로 “개수작”이다. 개는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나의 것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나무와 풀과 벌레 들의 눈치까지도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며 “그게 개의 도리고, 그게 개의 공부”라고 한다. 사람의 경우라고 달라야 할 까닭이 없다.
바닷가 주인네 둘째인 두 돌배기 영수가 싼 똥을 먹어 야단을 맞고도 보리는 그 “똥을 먹은 일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똥을 먹는다고 해서 똥개가 아니”라 “도둑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는 개가 똥개”라는 대목은 인간 세상에 던지는 촌철살인이다.
“되도록이면 싸우거나 달려들지 않고, 짖어서 쫓아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람들의 동네에서 살아야 하는 개의 도리”다. “쓸데없이 싸우다가 다치지 말고, 기어이 싸워야 할 때를 위해서 몸을 성히 유지하면서 힘을 모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사람들은 개처럼 저 혼자의 몸으로 세상과 맞부딪치면서, 앞다리와 뒷다리와 벌름거리는 콧구멍의 힘만으로는 살아가지를 못한다”는 것을 보리는 좀 더 커서 알게 된다. 그것이 인간의 아름다움이고 불쌍함이며 모든 슬픔의 뿌리라는 것을. 인간의 그 모든 순간에 ‘보리’가 함께한다.

『개』는 작가의 생명에 대한 깊은 애정과 통찰을 흥과 위트 넘치는 문체에 담아낸 소설이다. 오직 네 발바닥으로 세상 속을 달리며 제 생을 받아들이고 힘차게 살아내는 진돗개 보리의 삶과 보리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 속에 세상 모든 존재가 감당하는 삶의 빛과 어둠이 돋을새김되었다.
인생은 다시 쓸 수 없지만 소설은 다시 쓰인다. 처음 읽는 독자라면 새 이야기를, 이미 읽은 독자라면 작가가 걷어내고 매만진, 소설 속 생명들의 또 다른 삶을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표지 그림 소개

화가 김호석(金鎬?, 1957~)이 작품 표지를 위해 그림 세 점을 그렸다. 화가는 작품의 보리 같은 두 돌 된 진돗개와 보름가량 집과 호수, 바닷가를 오가며 살피고 화폭에 담았다. 인간 곁에서 아픔과 기쁨을, 생의 빛나는 순간과 비루한 때를 묵묵히 함께하는 ‘보리’를 생각하며 그렸다고 한다. 표지 그림은 바다로 떠난 주인을 기다리며, 작은 기척도 놓치지 않으려 한껏 귀를 세운 보리의 이미지다.

종이책 회원 리뷰 (47건)

구매 개같이 산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b*****j | 2023.06.09
개가 들어가는 욕이 많다.
개가 어때서 이런저런 욕에 이름을 올리는지 개 입장에서는 어이없고 분통 터질 일이지만 '악돌'이같은 개라면 이름을 올릴만하다.
자신보다 약하고 만만해보이는 사람이나 개한테는 사정없이 구는 악돌이에 비해 우리 보리는 멋있는 개다.
인간보다 낫다.
인간은 제 편의에 의해 개를 이뻐했다 때렸다가 잡아먹거나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보리는 개의치 않는다.
다 알고 있지만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는 개의 인생이 인간의 인생보다 못할것도 나을것도 없어보인다.
인간은 인간의 삶과 죽음이 있고 개에겐 개의 삶과 죽음이 있다.
지나간 슬픔과 고통에 연연해 하지 않고 다가올 근심에 미리 걱정하지도 않는다.
가끔 개의 눈을 보면 한없이 슬퍼진다.
물론 인간의 인식과 마음으로 건너보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슬픈것은 인간의 애정에 무한한 기쁨과 충성을 보여주는 바보같은 순정이 안타까워서다.
주인이 때려도 부르면 다가와 꼬리를 흔드는 그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것인가.
신바람 나게 살면서 지나간 고통은 잊고 현재의 기쁨에 충실하며 다가올 근심에 미리 붙들리지 마라.
인간도 개도 자연이고 자연이란 그런것이니 특별히 슬플것도 고통스러을 것도 없는것이라는걸 보리를 통해 알게 된다.
이제 개같이 살아보자.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구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s******k | 2022.08.23

김훈작가의 개

원래부터 김훈작가님 팬이어서 당연히? 읽어보고자 구매했습니다.

인간이 개의 마음 동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따듯한 표현으로 잘 써내려가 너무 좋았습니다.

짧은 문장마다 깊이가 느껴지고 감동이 었습니다.

기억나는 문장도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개처럼 저 혼자의 몸으로 세상과 맞부딛히며....그것이 사람들의 아름다움이며

사람들의 불쌍함이며, 모든 슬픔의 뿌리라는것을..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7월의 책, 김훈의 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몽* | 2022.07.31

나는 이 책을 읽고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라는 그림이 생각났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림을 감상하는 것 같기도 했다. 위로가 되는 지점도 있었고, 읽는 동안 명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간결한 문장들이었지만, 말의 맛을 잘 살린 글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님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으신 것 같다. 사람의 눈으로 본 게 아닌 개의 눈으로 본 인간들의 삶은 어쩌면 더 극적인 것도 같다.

 

현재에 충실히 살자. 보리는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고 부딪히면서 배우고 지나간 날들에 매달리지 않고 닥쳐올 날을 근심하지 않는다. 이건 마치 불교의 가르침 같다. 그리고 많은 명상 가이드에서도 들은 말들이기도 하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  종이책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eBook 회원 리뷰 (2건)

구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새*비 | 2022.04.21

"작가의 생명에 대한 깊은 애정과 통찰을 엿볼수가 있다.”

김 훈 선생은 언어의 마술사인 듯 싶다. 남들은 평범하게만 바라보는 일상들을 그의 시선과 생각으로 엮어내는 필담들과 마주하게 되면, 공감과 평온, 따스함이 함께 전이 된다.

인간의 아픔과 기쁨, 그리움을 함께 하는 진돗개 ‘보리’의 1인칭 시점을 통해 인간사를 반추하는 대목들이 특히 여운을 남긴다.

그러니 보리가 본 인간 세상을 통해 인간의 잣대로 저울 질 당하는 상황이 보리에겐 이해가 되지 않고 우스꽝스러울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의 되새김 질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똥을 먹는다고 해서 똥개가 아니”라 “도둑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는 개가 똥개”다. 

오래 전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연상케도 하지만, 개미만이 속한 그들만의 세상사와 반려동물로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상사를 겸해서 바라본 전지적 시점이라는 차이가 있다.

 

(책 속으로)

밤중에 달을 쳐다보고 짖는 개는 슬픈 꿈을 꾸는 개다. 이런 개들은 달을 향해 목을 곧게 세우고 우우우우 짖는다. 짖는 소리가 아니라 울음에 가깝다.

보름달은 가까워 보이고 초승달이나 그믐달은 멀어 보인다. 보름달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달이 점점 세상 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달이 다가오면서 세상은 점점 환해지고 먼 산의 등성이까지도 눈앞에 가까이 보이는데, 달한테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달을 좇아서 들판을 달리고 또 달리면, 가까이 다가오던 달은 멀리 달아난다. 밟을 수 없고 물 수도 없는데, 밟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달은 세상을 환히 비추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그믐달을 들여다보면, 달은 이 세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새파란 칼처럼 생긴 그믐달의 가장자리가 어두운 밤하늘에 녹아들면서 희미해질 때, 개는 점점 사라져가는 달을 향해 우우우우 운다.

 

#책 #독서 #독서일기 #독서노트 #서평 #책서평 #책리뷰 #책후기 #책추천 #소확행 #소소한일상 #book #bookreview #bookstagram #bookdiary #생산적책읽기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구매 보리 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R*****^ | 2021.09.15
김훈 선생님의 따뜻하고 순한 시선의 이야기 '개'. 개가 주인공인 소설들이 은근 있는데 이렇게 보들보들한 개 이야기는 처음이다. 동물 시선의 글들은 현실을 느끼게 하며 냉혹하거나 쓸쓸한 글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보드랍다.

진돗개 '보리'는 태어나 엄마 젖을 먹던 따스한 기억부터 이야기한다. 엄마의 다정한 품에서 형제들과 젖을 두고 경쟁하며 아웅다웅 하는 모습은 책을 읽는데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았다. 물에 잠기게 되는 마을을 떠나 바닷가 마을로 가서 새 주인을 만나고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고 새로운 동네 개들을 만난다. 보리는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동네를 돌아다니며 온갖 냄새를 맡고 잘 논다. 첫 눈에 반한 '흰순이'도 만나고, 힘센 '악돌이'와의 피할 수 없는 싸움도 한다.

개의 시선인듯 싶지만 읽다보면 어느순간 사람같다. 극적인 고난이나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지 않지만 인간사 새옹지마 같은 순간들을 잔잔히 사람들 곁에서 개의 눈으로 보여준다.
보리가 애기 똥을 먹는 장면은 어찌나 눈에 그려지는지 똥냄새가 나는 듯 했고, 웃음이 팍 터졌다.

김훈 선생님의 글은 좀 무거웠는데 이 책은 미소 지으며 읽었다. 보리를 머릿속에서 그려보면 자꾸 김훈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전거여행 가시는 것처럼 두런두런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에 이별도 슬픔도 죽음도 삶의 일부로 바라보게 하고 처연하지 않아서 좋았다. 살아있는 문장들은 여전히 멋졌을 뿐이고~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  eBook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한줄평 (17건)

0/5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