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수 저
손현주 저
남성현 저
조지무쇼 편저/와키무라 고헤이 감수
이동환 저
예병일 저
이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마구 빨려 들어가요. 내용이 너무 긴박하고 빨리 돌아가는지라,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최근들어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단시간에 완독한 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이렇게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했는지요.
아비규환인 응급실.
2명의 인턴들이 응급환자 80명을 상대하면서 치료를 하다니, 그 과부하에 놀랐어요.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면서 진료를 보고, 팔에는 간호사들이 해야 할 일을 적은 스티커를 붙이고 가는데, 어떨 때는 더 이상 붙일 장소가 없어서 그냥 가기도 한다고......
그 모든 것이 급한 검사이지요. 전부 급한 건데, 어떤 것부터 먼저 해야 하는건지.... 그게 진짜 급한 것이 맞기나 한건지.....
순간순간 정확한 판단이 정말 절실했을 것 같아요. 까닥 잘못했다가는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까요. 의사의 정확하고 냉철한 판단만이 응급실에 있는 많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하나씩 떼고 응급처리를 해도 줄지 않는 그 스티커가 얼마나 무겁고 부담스러웠을지, 그 어려움이 읽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아요.
핑거에너마에 관한 얘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핑거에너마는 손으로 관장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저는 이런 것은 간호사가 하는 줄 알았는데, 인턴이 하더라고요.
얼마나 하기 싫었을까..... 다른 사람의 항문을 보는 것도 충분히 고통스러울텐데, 그곳을 손으로 막고 있어야 된다니요. 그 느낌과 냄새가 책을 통해서 고스란히 전해지더라고요.
그 과정들을 너무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했어요. 그 와중에 중간중간 너무 웃긴 글들이 있어서, 그 상황에서 웃어도 되는지 잠시 망설였습니다. ㅎㅎ
이 일을 통해서 환자들을 가족처럼 생각해야겠다....라는 김민규 선생님의 말에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의사...... 그런 초심이 끝까지 가기를 바랍니다.
의사나 병원에 관련된 책을 처음 읽는 것은 아닌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인턴들이 겪는 일들을 묘사한 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
워낙 글을 잘 쓰셔서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직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도 의사가 되고 싶다면서 이 책을 하루만에 다 읽었어요.
사회 초년생, 그리고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네요.
더불어 김민규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지금처럼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의사선생님이 되어 주세요.
의사가 되려고요
병원과 의사를 다루는 콘텐츠라며 책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등 넘쳐나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인턴 생활에서의 경험과 생각, 느낌들을 솔직담백하게 적은 에세이이자 좌충우돌 분투기라는 점이 돋보였다.
특히 실제 이비인후과 전공의 이기도 한 김민규 저자의 의사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한 청년으로서의 이야기는 의사가 아니라도 의사가 꿈인 사람들과 이시대 모든 청년들에게 공감과 즐거운 읽을거리가 되어준다.
이 책의 부제는 특히 이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하는데 <의사가 되려는 한 청년의 365일 인턴일지>이다. 회사로 치면 수습 혹인 신입사원인 대학병원 인턴의 365일을 기록한 생생한 일지에는 12시간을 일하고 주어지는 12시간 휴식 시간을 내리 잠으로 보내고, 남들이 출근할 때 퇴근하고 퇴근할 때 출근하며 자신을 잃어가는 근무 환경에서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었던 단짠단짠 스토리가 가득했다.
또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가슴 떨리는 첫 면접,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응급의학과 생활에서 느꼈던 것, 급박하게 흔들리는 구급차 안에서 환자의 손을 잡아주었던 순간 등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책을 읽다보면 잘 몰랐던 병원에서의 근무환경을 알게 되기도 했는데 응급실에는 보통 80명 정도의 환자가 있고 여기에서 생기는 모든 인턴의 일은 인턴 2명에게 맡겨진다. 한 사람당 40명의 환자를 맡고 있다 보니 벅찰 수밖에 없다.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끊임없이 일을 하며 팔에 붙여진 스티커를 떼어내도 그 숫자가 줄지 않고 늘어만 간다. 한쪽 팔에 4개씩, 손등에 하나씩, 총 10개가 붙어 있을 때도 있다. 저자는 스티커 하나의 무게가 몇 톤은 되는 것 같다. 붙을 때마다 마음의 부담이 더해져 몸이 멈춰버릴 것 같았다고 얘기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메디컬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응급 소생술의 그 긴장감은 드라마에서 절대 표현할 수가 없다고 한다. 방송에 도저히 내보낼 수 없는 장면과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가슴을 압박할 때마다 ‘두두둑’ 하며 부러지는 소리를 내는 갈비뼈가 그렇다. 소리도 소리지만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그 둔탁한 느낌이 등골까지 소름 끼치게 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의 가슴뼈를 부서져라 압박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대목에서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엿보이는 멋진 구절도 있었다. 의사는 냉정해야 한다. 슬픔 앞에서도 냉정해야 하고, 좌절 앞에서도 무릎을 꿇으면 안 된다. 그 시간에 환자의 상태를 한 번 더 들여다보고 한 번이라도 더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손을 꼭 잡고 병원에 오는 내내 날이 잘 드는 메스보다, 생명을 연장해주는 기계들보다 때로는 따뜻한 손이 더 큰 치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