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란 저
시아란 저
시아란 저
심너울 저
백순심 저
해도연 저
같은 동네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의 속물같지만 현실적이고 소소하지만 불편한 이야기들.
대형 아파트 단지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여기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다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내 아이가 어릴때 처음 하나 둘씩 생기던 영어 유치원이 지금은 동네마다 있나보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생긴 이야기, 학부모 모임 이야기, 내딸을 괴롭히는 아이의 엄마가 고등학교 동창인데 성형을 해서 몰라보는 이야기. 그 친구가 날라리였는데 부부 변호사로 잘나간다는 것에 실망하는 이야기, 그 날라리에 대한 소문이 실제로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여운. 학원장이 학원 건물 옆에 들어올 치매 요양원 건설에 반대하다가 자기 엄마가 치매증상이 있자 바로 찬성하는 이야기. 여러번 아파트 갈아타기로 안정되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가 싶었는데 아래 위층 소음 문제로 가족이 불행해진다는 이야기. 삼성에 다니지만 남편은 백수, 근데 시댁이 고급 아파트를 해줘서 눈치 본다는 여자, 그 아버지가 아들이 이혼하고 애들 데리고 들어오는 바람에 손자 학원비 댄다고 앞동 경비로 취직하고 엄마는 딸에게 오빠 돈 좀 꿔줘라 아빠 좀 챙려라 해서 딸이 짜증나는 이야기.
그중 공감되는 이야기- 알뜰히 월급 모아 아파트 투자를 해서 남부럽지 않게 자수성가한 아버지가 결혼한 금지옥엽 딸부부에게 아버지 소유 30평대 아파트에 살게 하는데 나중에 남동생에게 그 아파트를 포함 모든 재산을 증여한다는 여느집과 비슷한 이야기. 이제는 화도 나지 않는다. 그냥 아들한테 효도 많이 받으시고 여생 즐기시라 축복하는 수밖에. 딸에게 이거저거 부탁은 이제 하지 말라고 울부짖지만 남동생과 차별하는 부모를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딸의 심정에 공감할 뿐. 그 아들이 받은 재산을 팔아 가지고 해외로 이민 가버렸으면 늙으신 부모님은 누가 돌보지? 할말은 많지만 정신건강에 해로우니 그만.
서울 '서영동'이라는 동네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연작소설이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의 삶을 다루었다. 주거 수단이 아닌 재테크 수단이 된 아파트에 얽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담겼다.
나도 아파트에 산다. 그리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다 보니, 뉴스에서 나오는 '영끌'이니 10억이니 20억이니 하는 얘기들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물론, 솔직히 다들 주변에서 억억 하다 보니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사는 아파트 시세를 주의 깊게 보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 같았다.
이 연작 소설집은 '아파트'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 삶의 의미를 묻는다. 뭐 당연히 그러니까 소설이겠지만. 싫든 좋든 재테크에 관심이 있든 없든 우리는 '아파트'에 매여 있는 삶이다. 재테크에 관심이 없어? 그건 그냥 내가 반자본주의적이고 무소유적인 철학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렇게 관심 안 가져도 살만 하기 때문이다. 바로 살만하기 때문에 부리는 여유. 아파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에 '영끌'을 하고 있겠지. 돈 쓰는 영끌.
그것이, '아파트'에 매인 우리의 삶이 지나치게 속도전이고 그러다 보니 내 삶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만들 수 없지만, 어찌보면 어쩔 수 없다. 한국 사회가 그런 속도전 때문에 이 만큼 먹고 살만 해 졌기 때문이다. 물론, 문학을 통해 그 '먹고 살만 해 진 삶'을 되돌아 볼 수는 있겠지만, 벗어날 수는 없다.
시의적절한 소재를 너무 재미있게 다뤘다. 나도 되돌아보게 된다. 속물적인 내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속물적'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우리 삶은 원래 모순됐고, 그렇게 우리는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살고 있다. 재개발이 된다고 해서, 급하게 근처 집을 알아봤다.
이전 비용과 대출을 받아서 내 명의로 된 집을 구했다.
아파트에 살면서 좋은 점이라면, 분리수거를 대충해도 된다는 점과 엘리베이터, 그리고 아무때나 열어도 되는 큰 창문 정도?
매 달 은행으로 내는 월세가 만만치 않지만,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려면 이정도는 각오해야 하나보다.
'서영동' 이야기는 부동산 가격이 널뛰는 지금, '집'은 재태크의 수단인지, 주거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
나는 아직 층간 소음이나 집 값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지만, 도래할 미래에는 나도 서영동 사람처럼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렇기 '집'에서 거주하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