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저
이미예 저
박완서 저
김민철 저
김소연 저
문미순 저
풀꽃, 풀꽃이라고 불리우는 이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어감이 참 예쁘네~정도?
그런데 그 뜻을 듣고보니 이름이 더 예쁜 것 같다.
오랜만에 수필을 읽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10년 후의 내 모습, 아니 5년 후의 내 모습을 떠올려보며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해도 되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야된다는 거...
평소에는 그랬으면 좋겠다 하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거지만 책을 읽고 다시 다짐을 하게 되었다. 더 노력해야겠다. 나를 위해서...책을 읽고 하고 싶은것이 많아졌다 ^^
스승님의 백만원 기부, 조의금 백만원... 갑자기 울컥해졌다.
나도 시인님의 스승님처럼 온화해지고 싶고 나이 들어서도 그렇게 멋지게 나이 먹고싶다는 생각도 들고 가슴이 따뜻해졌다.
솔직하고 담담하고 그래서 더 편안하게 읽힌 책이다.
정말 나는 책을 한 권만 빌려 올 생각이었다. 날씨도 좋았고, 마침 매는 가방을 들고 도서관을 갔기 때문이다. 또 마침 신간에 나태주 시인의 산문집이 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원래의 계획을 깨고 3권이나 빌려서 가방은 무거우나 마음은 즐거워서 코 노래를 부르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책을 펴 놓고 사진을 찍다가 생각한다. 언제 다 읽지? 그래도 산문집이니까 오래 걸리진 않겠지? 시인 할아버지 나를 구해주세요.
시인이며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하였다.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이래 시집, 산문집, 시화집, 동화집 등 150여 권을 출간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글을 쓴 시인은 이제는 풀꽃 문학관의 정원 관리사가 되었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사람, 2부는 시, 3부는 풀꽃 문학관 정원을 관리하면서 배우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70년을 넘게 산 시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책에 고스란히 실려 있다. 결국은 사람과 시, 자연에게서 배우는 것들이 남았다. 나에게는 어떤 것들이 남게 될까? 촘촘한 거름망을 만들어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거름망을 크게 크게 만들어서 남기는 것들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무엇을 남기든 이제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일과 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누구에게 핑계도 델 수도 없는 고스란히 나의 몫으로 남는 삶의 자취들을 시인과 함께 정리하듯 따라가 본다.
이쪽에서 고맙게 생각하면 저쪽에서도 고맙게 여기는 법이란다. 그게 참 중요해. 긍정적인 사고. 끝없는 소망. 자발적인 사랑.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관용과 보살핌. 그러면 이 세상이 천국이 되며 함께 사는 사람이 천사가 되어주는 거란다.(p31)
아내의 생일날 자신의 아들딸에게 쓴 편지 같은 글이다. 약간 뜬금없다는 느낌도 든다. 아내 생일에 왜 아들딸에게? 이제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아는 까닭이다. 아들과 딸게에 흔히 하는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은 별로 없다. 대신 함께 살아주는 사위와 며느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사랑한다는 말도. 그러면서 아들과 딸에게는 위에서처럼 당부한다. 상대에게 먼저 고맙게 생각하고 대하고 자발적인 사랑을 실천하라고. 상대에 대한 관용과 보살핌.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이 천국이 되고 함께 사는 사람이 천사가 되는 거라고.
요즘 내 상태로는 읽기 쉽지 않은 문장이다. 왜 내가 먼저, 항상 나 보고만이라는 생각과 말들이 언제든지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마음 상태 때문이다. 이럴 때는 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 않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먼저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그러니 책을 읽고 알고 깨닫게 된 사람이 먼저 고맙게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끝없는 소망을 품고 자발적인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끝없는’과 ‘자발적인’ 이 두 단어에 숨이 막혀오지만 얼마나 대단한 말인가? 소망은 끝이 없이 품어야 하고, 사랑은 조건 없이 자발적이어야 한다. 아! 그 자발적인 사랑의 실천을 위해 저녁 준비를 한다. 고맙게 생각하면서.
결론부터 말한다면 나는 시를 마음의 빨래라고 생각한다. 우리 마음은 처음엔 깨끗하고 맑고 좋았지만 살다 보니 자주 흐려지고 어두워진다. 그걸 그대로 놔두면 안 된다. 적당한 시기에 빨아야 한다. 마치 더러워진 옷을 빨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목욕하듯이 우리 마음도 그렇게 해야 한다.(p119)
시를 왜 써야 하며 시가 우리에게 주는 도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시인의 답이다. 흐려지고 어두워진 마음을 시로 깨끗하게 빨아야 한다고. 시를 왜 읽는가? 그런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그냥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시 읽기가 필수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읽었다. 그것도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 마음 한구석 깨끗한 곳이 없을 때까지 참고 참고 참다가. 늘 가까이서 믿음을 나누며 중보 하고 기도하는 친구는 비슷한 말을 했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사람들 때문에 힘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을 때, 말씀으로 늘 새롭게 새살이 돋아나듯 여린 마음으로 부딪치기 때문이라고. 날마다 세수하듯이 말씀으로 자신을 씻고 채워야 한다고. 그 말씀이 죄상이 가득한 인간의 내면을 비추고 회개하게 한다고. 그 말과 시인의 말을 연결해서 생각해 본다. 한결 이해가 쉬워진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시인이 영혼을 깃들여 쓴 시가 읽는 사람의 마음과 영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리라.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를 읽으면 왠지 쓸쓸한 바닷가 풍경이 떠오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상되고 느껴지는 시의 힘이 있다. 시를 너무 오래 잊고 있어 마음이 흐려지고 어두워진 것은 아닌지. 넘쳐나는 외래어와 줄임말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시를 읽어야 한다. 시를 읽어야만 한다. 수능 문제에 나오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어 이제는 쓰임이 없어 보이더라도.
가끔 문학강연에서 ‘그것에 대해서 쓰지 말고 바로 그것을 쓰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것에 대해서 쓰는 것은 설명하는 것이고 서술하는 것이다. 묘사하는 방법 가지고서도 모자란다. 그 너머를 써야 한다. 그 자체를 써야 하고 드디어 그것 자체가 되어야 한다. (p148)
말이 쉽지 실제로는 어렵다고 시인도 인정한다. 무언가를 써보겠다고 날마다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잦다. 아직 익지도 않는 과일을 따먹으려는 성급함으로 늘 무언가에 쫓기는 심정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디서 들은듯한 이야기, 책으로 읽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자주 쓰게 된다. 그 속에는 내가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빠지게 된다. 그런 글들은 마치 뜬구름 잡는 것처럼 애매하고 잡히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는 말이 글을 쓴 내에서도 튀어나온다. 그럴 때 바로 시인이 말 한대로 써야 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쓰지 말고 바로 그것을 써야 하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가? 질문이 너무 크고 깊다.
시인은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로 늙어 가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의 동네를 하루에도 몇 바퀴씩 돌지만 사람들에게는 이방인 같은 할아버지. 자신을 시인으로 기억하지 않아도 그 동네에서 그렇게 풍경처럼 늙어 가고 싶다고 말한다. 사람이 결국에 남는다고 말하며 사람들을 귀하게 대하라고 애정 어린 충고도 잊지 않고, 시를 평생 써온 시인으로서 시를 대하는 마음과 시가 필요한 이유, 시인의 삶에 대해서도 말한다. 풀꽃 문학관의 정원 지기로서 식물들을 관리하며 배운 것들도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사람에 편의나 필요에 의해 화초와 잡초가 구분되는 안타까움도 말하고, 기어이 모진 바람과 태양을 견디며 꽃을 피우는 여린 생명력에 감탄하기도 한다. 나이가 칠십을 넘어서도 아이처럼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책 곳곳에 나타난다. 근엄하게 앉아서 유명한 시인이라고 말하지 않는 다정함과 쉬움이 좋다. 다시 생명을 피워 올리는 나무들, 꽃들, 풀들을 바라보며 그래도 살아보자고 다짐하듯이 권유한다. 코로나로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고, 자영업자들은 힘들고, 경제도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보자고. 이름 없는 풀꽃들처럼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살아보자. 그 꽃이 사람들에 의해 아름답다는 이름을 얻지 못하더라도 꽃인 것처럼, 우리도 우리 각자의 삶에서 모두 하나의 꽃이다. 다만 일찍 피거나 좀 더 화려하거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낙엽을 떨구어 가을을 준비하는 나무의 생명력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내자. 당신은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다.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