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분야 전체
크레마클럽 허브

야생의 위로

에마 미첼 저/신소희 | 심심 | 2020년 3월 20일 한줄평 총점 0.0 (39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38건)
  •  eBook 리뷰 (1건)
  •  한줄평 (0건)
분야
인문 > 심리/정신분석
파일정보
EPUB(DRM) 74.18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상품의 태그

카드뉴스로 보는 책

책 소개

“나를 자살의 목전에서 붙잡은 것은
도로 중앙분리대에 있던 은은한 초록빛을 띤 묘목이었다”
햇살과 새싹이 생명력을 뽐내는 3월의 어느 봄날, 에마 미첼은 압도적인 자기혐오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비합리적이지만 도무지 제어할 수 없는 온갖 상념과 비난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그것은 우울증이 지닌 무기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무기다. 그는 통렬한 자기 비난에 빠져 과거의 실패와 상처받은 기억을 끊임없이 곱씹는다. 오래된 기억이 잘 벼른 칼날처럼 마음을 난도질한다. 급기야 그는 우울증에 등을 떠밀려 자기 소멸의 욕구로 비틀비틀 나아간다. 그날 미첼이 경험한 것은 병증이 저항할 수 없을 만큼 완강해지는 경계선, ‘우울증의 블랙홀’이다. 그는 강렬한 공포와 참을 수 없는 무기력을 느끼며 차를 몰고 도로로 나간다. 어디에 가면 가장 효율적으로 죽을 수 있을지에 관한 끔찍한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남은 것은 절망과 죽음밖에 없다고 느껴지던 순간, 미첼은 도로 중앙분리대에서 새로이 자라나는 조그만 묘목을 발견한다. 눈앞을 스치는 연한 초록빛의 잎사귀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봄의 햇살과 신록이 죽음을 향해 치닫는 감정의 폭풍을 진정시킨다. 그와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마음의 온전한 부분, 자연에서 치유를 구하는 뇌의 일부분이 깨어난다. “나무들……, 푸르름, 위로.” 묘목을 따라 한동안 더 달린 끝에 미첼은 파국을 향하던 폭주를 멈추고 집으로 돌아간다.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의사를 찾아가 회복 계획을 세우고, 충분히 쉬고, 항우울제 복용량을 늘린다. 그렇게 미첼은 자살의 문턱에서 돌아서 자신을 덮친 우울증 에서 빠져나오는 회복의 여정을 시작한다. 언제나 최악의 우울증 증세를 피하게 해주었던 자연의 위안이 다시 한번 미첼의 삶을 구한 것이다.(133~135쪽)

반평생에 걸친 우울증 회고록이자 일 년간의 자연 관찰 일기
“우울한 날에도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위로가 된다”
에마 미첼은 25년간 우울증을 앓았다. 《야생의 위로(원제: The Wild Remedy, 심심刊)》는 그가 반평생에 걸쳐 겪어온 우울증에 관한 회고록인 동시에 몇 번의 심각한 우울 증상을 겪는 동안 만난 자연의 위안에 관한 일 년간의 일기다. 가을에서 시작해 겨울을 견뎌내고, 새싹이 움트는 봄과 뜨거운 여름을 지나 다시 가을로 돌아오는 여정은 자연과 계절의 변화뿐 아니라 그가 겪는 감정의 변화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다. 미첼은 반려견 애니와 함께 집 근처 숲을 산책하는 것으로 시작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해변, 오래된 화석이 있는 절벽, 작은 난초가 있는 언덕 등 다양한 공간을 찾아간다. 공간을 탐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책 중에 발견한 자연물을 그리고 사진 찍고 채집하는 과정도 치유의 일부가 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자연 묘사와 심리 묘사 사이의 매끄러운 연결이다. 동식물과 광물, 지질학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인 미첼은 그가 가진 재능과 지식을 이 책에 마음껏 펼쳐 보인다. 유려한 문장과 함께 책의 갈피마다 조화롭게 배치된 사진과 스케치, 수채화는 그가 보고 듣고 느낀 자연을 책을 통해 온전히 만끽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매 계절 숲을 산책하며 모은 “영혼을 치유해주는 자연의 힘(231쪽)”을 꾹꾹 눌러 담은 이 책은 문밖의 자연과 그것이 가진 치유 효과를 듬뿍 담은 한 권의 숲이 된다. 이를 문학 평론가 에마 프로이트는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문학적 항우울제’라고 표현했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추천의 말
머리말 _ 숲과 정원에서 찾은 치유의 방식
OCTOBER · 10월 _ 낙엽이 땅을 덮고 개똥지빠귀가 철 따라 이동하다
NOVEMBER · 11월 _ 햇빛이 희미해지고 모든 색채가 흐려지다
DECEMBER · 12월 _ 한 해의 가장 짧은 날들, 찌르레기가 모여들다
JANUARY · 1월 _ 무당벌레가 잠들고 스노드롭 꽃망울이 올라오다
FEBRUARY · 2월 _ 자엽꽃자두가 개화하고 첫 번째 꿀벌이 나타나다
MARCH · 3월 _ 산사나무잎이 돋고 가시자두꽃이 피다
APRIL · 4월 _ 숲바람꽃이 만개하고 제비가 돌아오다
MAY · 5월 _ 나이팅게일이 노래하고 사양채꽃이 피다
JUNE · 6월 _ 뱀눈나비가 날아다니고 꿀벌난초가 만발하다
JULY · 7월 _ 야생당근이 꽃을 피우고 점박이나방이 팔랑거리다
AUGUST · 8월 _ 사양채잎이 돋고 야생 자두가 익어가다
SEPTEMBER · 9월 _ 블랙베리가 무르익고 제비가 떠날 채비를 하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_ 평범한 장소에서 발견한 강렬한 위안
이 책에 나오는 생물들의 이름
참고문헌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2명)

저 : 에마 미첼 (Emma Mitchell)
동식물과 광물, 지질학을 연구하는 박물학자. 디자이너이자 창작자,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했다. BBC에서 발간하는 잡지 [컨트리파일Countryfile]에 계절 프로젝트를 연재했고, 동명의 TV 프로그램과 [산책Ramblings], [여성의 시간Woman’s Hour] 등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가디언Guardian]과 [컨트리리빙Country Living], [브레스Breathe]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며 자연과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인간의 정신 건강에 주는 이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빅토리아&앨버트Victoria... 동식물과 광물, 지질학을 연구하는 박물학자. 디자이너이자 창작자,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했다. BBC에서 발간하는 잡지 [컨트리파일Countryfile]에 계절 프로젝트를 연재했고, 동명의 TV 프로그램과 [산책Ramblings], [여성의 시간Woman’s Hour] 등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가디언Guardian]과 [컨트리리빙Country Living], [브레스Breathe]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며 자연과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인간의 정신 건강에 주는 이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빅토리아&앨버트Victoria&Albert 박물관과 케임브리지대학교 식물원에서 자연물을 활용한 창작 수업을 하고 있다. 1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진 그는 관찰하고 수집한 자연물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히 나눈다. 저서로 『겨울나기Making Winter』와 이 책 『야생의 위로』가 있다.
역 : 신소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 및 번역가로 일해왔다.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야생의 위로』, 『우먼 디자인』, 『맨 인 스타일』,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 『첫사랑은 블루』, 『완벽한 커피 한 잔』, 『밴 라이프』, 『사랑은 오프비트』, 『세계 예술 지도』, 『피너츠 완전판』,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 등을 번역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 및 번역가로 일해왔다.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야생의 위로』, 『우먼 디자인』, 『맨 인 스타일』,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 『첫사랑은 블루』, 『완벽한 커피 한 잔』, 『밴 라이프』, 『사랑은 오프비트』, 『세계 예술 지도』, 『피너츠 완전판』,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 등을 번역했다.

종이책 회원 리뷰 (38건)

포토리뷰 단절된 유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p*****s | 2022.07.24

 


원작도 한국어판도 책이 아주 아름답다표지를 한참 보다가 글을 안 읽고 삽화와 사진을 먼저 보는데 골몰했다격렬한 운동이 아닌 산책처럼 책의 만듦새도 그러하다천천히 찬찬히 만나도 괜찮은 책.

 

영국에 살 때 워낙 햇볕이 반갑고 귀하니 해가 있는 동안에 가능한 자주 산책을 가려했다덕분에 어느 시간대 햇살과 공기와 분위기가 화면처럼 그림처럼 추억 속에 각인되었다.

 

무척 수다스럽고 사랑스럽던 빨간 가슴 로빈robin, 강렬한 색채로 존재감을 드러내던 폭스 글로브즈도fox gloves, 그땐 몰랐던 와일드 갈릭wild garlic(산마늘명이나물), 간혹 큰 깃털을 떨어뜨리고 날던 고니swan, 새벽 산책에 마주친 사슴deer, 밤 산책에 만나지 말았어야 할 오소리badger, 잠시 방심했단 손을 쏘인 네틀nettle, 동양의 이야기 속에선 마법도 부리고 사람으로 변신도 하던 작고 여린 영국의 여우foxes.... 여전히 가깝게 소환할 수 있어 행복하다.

 







 

경이로운 여정을 마치고 우리 집 정원에서 쉬는 저 새를 보니 전율이 느껴진다제비가 목적지에 도착했듯이 나 역시 또 한 번의 겨울을 이겨낸 것이다나는 안마당에 앉은 채 잠시 조용히 운다.”

 

걷기 명상을 배운 뒤고 매번 나를 우울과 통증에서 구원해주던 산책은 이 책의 원제처럼 항우울제remedy이기도 하고 그 이상이기도 하다.

 

그저 집 밖으로 오두막 맞은편의 가시자두나무와 보리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면에서 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반응이 일어난다.”

 

다른 건 못해도 휴가 중에도 산책은 가능한 자주 나간다한국에서는 동식물보다 온통 사람과 사람이 만든 구조물뿐이라서 섭섭하긴 하지만.

 

나는 다시 날마다 산책을 나가겠다고 다짐한다나에게는 자연에 몰두하고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그것도 지금 당장.”

 

나도 산책 일기를 적어두었다면 어땠을까 싶게 부럽고 감사한 책이다열두 달의 기록이라 참 좋다다르지만 같기도 한 한 해 다음 해의 벗이 될 줄 책이다.

 

지금 이 기분을 붙잡아둘 수 있다면나를 에워싼 야생식물과 곤충들로부터 느끼는 이 절대적 환희를 병에 담아두었다가 우울증으로 쓰러져 집을 나설 기운이 없을 때 열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삽화와 사진에서 잠시 헤어나와 7월의 회고록을 읽었다내가 아는 장소도 모르는 곳도 있다저자와 나의 7월은 영국 내에서라도 달랐겠지만산책이라는 처방이 필요했던 것은 공통점...

 

오솔길을 거니는 것은 숲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내 발걸음의 궤적을 더하는 나만의 정신적 만트라와 같다편안하고 익숙한 리듬을 따라 숲속에서 두 발로 하는 요가라고나 할까산책은 차를 끓이는 일상의 사소한 의식이나 털실 뭉치로 장갑을 뜨는 일처럼 마음에 위안을 주지만 그 느낌은 매번 다르다.”

 

먼 곳의 7월을 상상하며 가까운 곳의 7월 풍경을 만나러 오늘도 산책을 나갈 것이다.

 

태초부터 인간과 땅 사이에는 강력한 유대가 있었다우리는 야생의 장소에서 살아가도록 진화했다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연과의 단절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포토리뷰 야생의 위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플**르 | 2022.05.15


펼치는 것만으로도 숲속을 산책하는 기분이 드는 책, 페이지마다 피톤치드 가득한 나무냄새가 스며있어 절로 힐링이 되는 <야생의 위로>. 산책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현관 바깥으로 나가고만 싶어진다. <야생의 위로>의 저자 에마 미첼은 25년간 우울증을 앓았다. 그녀는 가벼운 무기력증에서 심각한 자살 충동을 느끼기까지 매 시기마다 자연 속을 산책하며 위로받았고, 산책하며 채집한 열매와 나무 잎사귀들, 그리고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난 동식물 친구들의 모습을 채집하며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꼈다.

 

 

<야생의 위로>에는 10월부터 시작해 9월까지의 일 년 열두 달의 자연 속 산책길이 실렸다. 낙엽이 땅을 덮고 개똥지빠귀가 철 따라 이동하는 10월부터 햇빛이 희미해지고 모든 색채가 흐려지는 11월, 그리고 12월...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사라진 듯한 무채색의 겨울을 지나 온갖 생명으로 가득 차 설레는 봄이 온다. 자엽꽃자두가 개화하고 첫 번째 꿀벌이 나타나는 2월이 지나고 산사나무 잎이 돋고 가시 자두꽃이 피는 3월... 일 년 열두 달이 오롯이 기록된 <야상의 위로>의 섬세한 문장들 사이사이에 빼곡히 들어선 사진과 스케치를 보며 힐링하다 보면 어느새 1년 속에 담긴 계절을 모두 지나온 것만 같다. 

 


 이 책은 산책을 테마로 한 다수의 도서들 중에서도 독자에게 더 리얼하고 본격적인 산책 경험을 선사한다. 디테일한 산책길의 묘사와 스케치, 그리고 사진에서 느껴지는 생생함은 나에게 진짜 같은 산책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저자 소개란을 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러니까, <야생의 위로>는 산책을 진심으로 애정 하는 사람이 자신의 특기와 재능을 한껏 발휘해 쓰고 그린 '산책 박물관'이다. 마른 해안 풀밭의 향긋한 냄새와 벼랑에 핀 꽃의 은은한 색감에 취해보고,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오래도록 바라보며느끼는 기쁨은 언제고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지만 그 소중함을 잘 알지는 못한다. 심리학도서 <야생의 위로>로 평범하지만 확실한 행복감을 성취하는 법을 알아보자. 우리 곁의 자연에 흠뻑 빠져 인생의 행복을 충실히 느껴보자!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포토리뷰 야생의 생명력으로부터 받는 위로의 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s******t | 2022.05.15
런던의 겨울을 기억한다. 서울의 겨울과는 달리, 런던의 겨울은 습해서 새벽이면 마당의 잔디를 온통 은색으로 물들였다가 해가 나면 점차 원래의 겨울 풀빛 색을 찾아간다. 해가 난 곳과 그늘진 곳의 극명한 차이를 좇아, 점차 해가 은색 구슬들을 녹이는 장면이 좋아 주말 아침이면 한참 동안 창밖 정원을 내다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영국의 겨울은 날이 정말 짧다. 그리고 습하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겨울의 멜랑콜리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동식물과 광물, 지질학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이다. 디자이너이자 창작자,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다. 책은 10월에 시작해 9월에 끝난다. 1월부터 12월이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우울증을 앓아왔던 지난 25년간 터득한 겨울나기의 비법서 같다고나 할까? 10월에 시작하는 이유는, 아직 겨울이 오기 전인 10월에 마음의 겨울나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저자의 표현과는 달리 우리는 책에서 그녀의 역동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철새를 찾아 밤중에 갑자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매일 반려견과 함께 숲을 탐험한다. 영국의 겨울 날씨가 그녀의 우울증을 심하게 만들었다면, 영국의 자연은 그녀를 치유한다.

숲의 치유 능력은 비단 그들의 화학작용에만 있는 것 같지 않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도 이렇게 부지런히 피어나는 생명력. 아스팔트 사이에도 비집고 씨앗을 뿌리고 뿌리를 내려 피어나는 그 끈질김에도 있지 않을까?

책에 묘사되는 풍경과 동물과 식물을 나는 열심히 머릿속에 그려본다. 영국의 야생은 내가 본 적이 없는 것들이 많기때문에 쉽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그러다가 간혹 저자가 그린 스케치나 세밀화 또는 사진이 나오면 그 상상의 실체를 마주하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렇게 온전히 마주한 자연은 마음속에 저장되어 몇 날 며칠을 야금야금 꺼내 먹게 된다. 깜깜하고 인적이 없는 밤하늘에, 별자리도 잘 모르지만 쏟아질 것같이 많았던 별들. 뒷산을 산책하다 만난 까치를 닮기도 하고 참새를 닮기도 했던 어치를 만난 일. 아이와 산책하다가 딱따구리가 구멍 낼 곳을 다듬고 톡톡 찧어보는 모습을 발견했던 일. 가을 산길에 잘 익은 도토리가 톡 데구르르 굴러가던 소리. 이런 기억들을 우리는 힘든 순간이면 하나씩 열람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나에게는 거동이 불편하신 시이모님이 계시다. 혼자서 자연에 나갈 수가 없고, 나무와 하늘이 보이지 않는 방에 살고계신 분. 가끔 바람을 쐬어드리고 아이들을 보여드리고 바다와 산을 보여드리고 나면 그 기억으로 몇 달이 행복하신 분. 그분께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계절은 어느 한순간 찾아오지 않는다. 야생은 보이지 않는 땅 밑에서부터 열심히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겨울에 이미 땅속의 구근이 봄을 준비하며 기지개를 켜듯이, 저자가 겨울이 다가오기 전 야생의 기운을 머리와 가슴에 저장해 겨울을 준비하듯이,

한창 겨울일 누군가의 마음도 그 계절을 지나, 봄을 준비하는 땅속처럼 생명의 기운이 꿈틀대기를, 겨울을 지나 봄의 색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음울한 계절이면 내가 찾아다니는 이런저런 사소한 광경이 있다. 미세한 식물학적 지표들, 결국에는 봄이 오고 말 거라며 나를 안심시켜주는 기분 좋은 신호들이다. 지난달에 나타난 사양채와 갈퀴덩굴 새순처럼 이 꽃차례 배아도 그런 신호 중 하나다. 봄은 오고야 말 것이다. 밤은 짧아질 것이며 내 생각들도 다시금 밝아지고 가벼워지리라. 나는 한동안 개암나무 곁에서 머뭇거린다. (p.61)


나는 우울증에 붙들릴 때마다 내가 가진 모든 무기를 동원해 맞서 싸우고, 간신히 벗어나 서서히 회복하며 다시 인생을 살아나가려 애쓴다. 벗어날 수 없는 진 빠지는 악순환이지만, 오늘도 나는 굳건하게 견디고 있다. 나는 우울증을 일관된 하나의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p.175)

다음 날은 기분이 좋다. 우울증과 함께 산다는 게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인정하면서 마음이 한층 가벼워진 것 같다. 나는 애니에게 목줄을 채워 오두막 뒤쪽 숲으로 걸어간다. (p.176)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  종이책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eBook 회원 리뷰 (1건)

위로가 필요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R*****^ | 2021.01.01
'야생의 위로'는 정말 잘 붙인 제목이다. 얼핏 자연이 얼마나 좋은지 느끼게 해주는 책이 아닐까 싶지만 속 내용은 저자가 너무나 절실하게 간절히 자연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책이다.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는 무려 25년간 우울증을 앓았다. 가벼운 증상부터 자살충동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과 함께 해온 우울증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며, 힘겨웠던 시간들을 담담하고 따뜻한 글로 풀어낸다. 사이사이 사진과 그림으로 작가가 본 자연이 담겨있다.

요즘 누구나 한번쯤은 앓았을 우울증. 이젠 너무 흔해져서 병 같지도 않지만 사실 우울증은 '죽고 싶은 병'이라 수렁처럼 힘겹고 무서운 병이다. 나 역시 우울증의 위력을 잘 알아서 그런지 작가의 고백들이 그런가부다가 아니라 절절히 읽혔다. 작가는 우울증과의 길고 긴 싸움을 야생에서 용기를 얻고 회복해간다. 사람이 아니라! 작가는 사람들에게 용기내어 자신의 아픔을 드러냈을 때 그들이 어떻게 그를 멀리하며 소외시키는지 느끼며 더 깊게 상처받는다. 어쩜 나하고 그리 똑같은지... 그래서인지 그녀의 글에 더 공감했나보다.

작가만큼은 아니어도 나도 나무, 풀, 꽃, 새를 좋아한다. 예전에 이뻐서 이름을 알려고 찍었던 사진들을 찾아봤다. 신비한 푸른 빛의 수레 국화, 유혹적인 개양귀비, 다정한 찔레꽃, 푸른 구슬을 품은 누리장나무, 풍성한 꽃다발 고광나무, 너무 작은 꽃 서양톱풀, 아파트 화단 귀퉁이에 핀 냉이 등등 그들의 이름이 궁금했고 이름을 알게 되면 꼭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걸었다. '병꽃나무~ 넌 정말 이쁘구나, 안젤로니아 니 이름을 기억할까, 니가 제라늄이었구나...'
아파트 정원을 지나갈 때면 살짝 미친 사람처럼 이름을 불러준다.ㅎㅎ 회복하려는 작가의 간절한 바람이 너무 절절했던 책. 이제는 좀 더 좋아지셨으려나. 작가도 나도 너도.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  eBook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한줄평 (0건)

0/5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