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아 저
유희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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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도 한국어판도 책이 아주 아름답다. 표지를 한참 보다가 글을 안 읽고 삽화와 사진을 먼저 보는데 골몰했다. 격렬한 운동이 아닌 산책처럼 책의 만듦새도 그러하다. 천천히 찬찬히 만나도 괜찮은 책.
영국에 살 때 워낙 햇볕이 반갑고 귀하니 해가 있는 동안에 가능한 자주 산책을 가려했다. 덕분에 어느 시간대 햇살과 공기와 분위기가 화면처럼 그림처럼 추억 속에 각인되었다.
무척 수다스럽고 사랑스럽던 빨간 가슴 로빈robin, 강렬한 색채로 존재감을 드러내던 폭스 글로브즈도fox gloves, 그땐 몰랐던 와일드 갈릭wild garlic(산마늘, 명이나물), 간혹 큰 깃털을 떨어뜨리고 날던 고니swan, 새벽 산책에 마주친 사슴deer, 밤 산책에 만나지 말았어야 할 오소리badger, 잠시 방심했단 손을 쏘인 네틀nettle, 동양의 이야기 속에선 마법도 부리고 사람으로 변신도 하던 작고 여린 영국의 여우foxes.... 여전히 가깝게 소환할 수 있어 행복하다.
“경이로운 여정을 마치고 우리 집 정원에서 쉬는 저 새를 보니 전율이 느껴진다. 제비가 목적지에 도착했듯이 나 역시 또 한 번의 겨울을 이겨낸 것이다. 나는 안마당에 앉은 채 잠시 조용히 운다.”
걷기 명상을 배운 뒤고 매번 나를 우울과 통증에서 구원해주던 산책은 이 책의 원제처럼 항우울제remedy이기도 하고 그 이상이기도 하다.
“그저 집 밖으로 오두막 맞은편의 가시자두나무와 보리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면에서 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반응이 일어난다.”
다른 건 못해도 휴가 중에도 산책은 가능한 자주 나간다. 한국에서는 동식물보다 온통 사람과 사람이 만든 구조물뿐이라서 섭섭하긴 하지만.
“나는 다시 날마다 산책을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나에게는 자연에 몰두하고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그것도 지금 당장.”
나도 산책 일기를 적어두었다면 어땠을까 싶게 부럽고 감사한 책이다. 열두 달의 기록이라 참 좋다. 다르지만 같기도 한 한 해 다음 해의 벗이 될 줄 책이다.
“지금 이 기분을 붙잡아둘 수 있다면, 나를 에워싼 야생식물과 곤충들로부터 느끼는 이 절대적 환희를 병에 담아두었다가 우울증으로 쓰러져 집을 나설 기운이 없을 때 열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삽화와 사진에서 잠시 헤어나와 7월의 회고록을 읽었다. 내가 아는 장소도 모르는 곳도 있다. 저자와 나의 7월은 영국 내에서라도 달랐겠지만, 산책이라는 처방이 필요했던 것은 공통점...
“오솔길을 거니는 것은 숲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내 발걸음의 궤적을 더하는 나만의 정신적 만트라와 같다. 편안하고 익숙한 리듬을 따라 숲속에서 두 발로 하는 요가라고나 할까. 산책은 차를 끓이는 일상의 사소한 의식이나 털실 뭉치로 장갑을 뜨는 일처럼 마음에 위안을 주지만 그 느낌은 매번 다르다.”
먼 곳의 7월을 상상하며 가까운 곳의 7월 풍경을 만나러 오늘도 산책을 나갈 것이다.
“태초부터 인간과 땅 사이에는 강력한 유대가 있었다. 우리는 야생의 장소에서 살아가도록 진화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연과의 단절 때문인지도 모른다.”
펼치는 것만으로도 숲속을 산책하는 기분이 드는 책, 페이지마다 피톤치드 가득한 나무냄새가 스며있어 절로 힐링이 되는 <야생의 위로>. 산책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현관 바깥으로 나가고만 싶어진다. <야생의 위로>의 저자 에마 미첼은 25년간 우울증을 앓았다. 그녀는 가벼운 무기력증에서 심각한 자살 충동을 느끼기까지 매 시기마다 자연 속을 산책하며 위로받았고, 산책하며 채집한 열매와 나무 잎사귀들, 그리고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난 동식물 친구들의 모습을 채집하며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꼈다.
<야생의 위로>에는 10월부터 시작해 9월까지의 일 년 열두 달의 자연 속 산책길이 실렸다. 낙엽이 땅을 덮고 개똥지빠귀가 철 따라 이동하는 10월부터 햇빛이 희미해지고 모든 색채가 흐려지는 11월, 그리고 12월...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사라진 듯한 무채색의 겨울을 지나 온갖 생명으로 가득 차 설레는 봄이 온다. 자엽꽃자두가 개화하고 첫 번째 꿀벌이 나타나는 2월이 지나고 산사나무 잎이 돋고 가시 자두꽃이 피는 3월... 일 년 열두 달이 오롯이 기록된 <야상의 위로>의 섬세한 문장들 사이사이에 빼곡히 들어선 사진과 스케치를 보며 힐링하다 보면 어느새 1년 속에 담긴 계절을 모두 지나온 것만 같다.
이 책은 산책을 테마로 한 다수의 도서들 중에서도 독자에게 더 리얼하고 본격적인 산책 경험을 선사한다. 디테일한 산책길의 묘사와 스케치, 그리고 사진에서 느껴지는 생생함은 나에게 진짜 같은 산책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저자 소개란을 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러니까, <야생의 위로>는 산책을 진심으로 애정 하는 사람이 자신의 특기와 재능을 한껏 발휘해 쓰고 그린 '산책 박물관'이다. 마른 해안 풀밭의 향긋한 냄새와 벼랑에 핀 꽃의 은은한 색감에 취해보고,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오래도록 바라보며느끼는 기쁨은 언제고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지만 그 소중함을 잘 알지는 못한다. 심리학도서 <야생의 위로>로 평범하지만 확실한 행복감을 성취하는 법을 알아보자. 우리 곁의 자연에 흠뻑 빠져 인생의 행복을 충실히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