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키건 저/허진 역
김범 저
최광현 저
클라라 뒤퐁-모노 저/이정은 역
허태연 저
이설아 저
드디어 기다리던 리안 모리아티의 작품,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 다>이다.
리안 모리아티의 <허즈번드 시크릿> 이나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등등을 너무 재미있게 보았던 팬으로서 이 작품은 정말 아끼고 아껴서 읽었다.
완벽한 가족이자 테니스 가족인 델라니 가족에게 시련이 밀려왔다. 모두의 부러움을 받으며 살고 있는 노년의 부부, 스탠과 조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느날 갑자기 네 자녀에게 '잠적한다'는 문자를 보낸 후 엄마, 조이는 실종된다. 이 작품에서는 노년의 부부의 삶 그리고 네 자녀 각자의 엄마와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P. 67
이제 엄마에게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그게 문제였다. 엄마는 점점 엉뚱하게 변해갔다. 오랫동안 옛날 사진을 보다가 갑자기 아이들에게 전화를 해서는 어릴 때 그들이 얼마나 귀엽고 작았는지, 어째서 그때는 그걸 몰랐는지 후회가 된다고 했다.
만약 우리 엄마가 잠적해버린다면 나는 어떨까.. 나는 아빠를 아주 오래도록 미워할 것이다. 그치만 또 혼자이신 아빠가 안타깝고 그래서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며 엄마 생각, 아빠 생각을 오래도록 할 것이다.
P. 309
모든 연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규칙이 있다. ...
부모님의 결혼 생활을 오래전에 생각해봤더라면, 지금 생각나는 것처럼, 어른이 되기전에 로건이 목격한 부모님의 결혼 생활에는 그가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로건은 엄마가 아빠 뒤에서 아이들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허, 그렇게 될 거라고 말했잖아. 근데 듣지도 않았지, 안 그래? 들은 척도 안 했다"고 중얼거릴 때마다 엄마가 짓던 표정을 싫어했다. 로건은 아빠가 고함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떠나는 것으로 논쟁을 마무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부모님의 삶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자녀들이 생각하는 부모님의 결혼생활은 어떤 것일까. 우리부부도 끊임없이 싸우지만 또 몇일이 지나면 붙어서 조잘조잘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치만 우리 아들들도 우리부부의 삶이 너무 싫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P. 362
도대체 조이는 무엇이 잘못된 걸까? 조이는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원한다면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라는 사무적이면서도 놀라웠던 브룩의 제안을 생각했다. 아이들은 이제 무엇이든지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항상 문제의 해답을 찾는다며 전화기를 집어 들었고, 전화기를 들여다보지 않는 시간을 5분을 넘기지 못했다.
나도 조이처럼 늙어서 시간이 아주 많고 할 일이 아주 없을 때 그리고 첨단 기기를 잘 못 다루게 될 때 이렇게 훌쩍 잠적해버릴 수 있을까.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 다> 에서는 노년의 삶과 회상, 그리고 네 자녀의 이야기로 흥미진진하다. 스릴러같지만 가족사랑이야기 같고 그리고 완벽한 부부의 결혼생활이야기, 끊임없이 나오는 테니스 이야기로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이다.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믿고 읽는 작가 리안 모리아티다.
그동안 리안 모리아티의 작품을 빠짐없이 읽었다.
Big little lies는 드라마도 보았다.
사람의 심리를 기가 막히게 묘사하고, 사건이 긴장감 있고, 반전이나 비밀 같은 장치들도 흥미진진하다는 것이 리안 모리아티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번 작품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만 유독 잘 안 읽어진다.
책이 너무 두껍기도 하고, 시간과 공간을 잘 못 따라가겠다.
내가 변한 건가.
꾸역꾸역 여전히 읽는 중인데, 한 번 빠져들면 특유의 긴박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쭉쭉 읽어지는 것이 이 작가분 작품들의 블랙홀같은 매력이라서, 조금 더 찬찬히 읽어보아야겠다.
650페이지가 넘는 소설입니다. 꽤 무겁습니다. 예전 같으면 충분히 상하로 나눠서 나올법한 분량인데, 두껍게 한권으로 가는 것이 요즘 트렌드인 듯 합니다. 책을 책상에 놓고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버겁게 느껴지는 중량입니다. 당장 책을 한 손에 들고 읽을 때 오른쪽 페이지와 왼쪽 페이지의 중량 차이가 꽤 납니다. 300페이지 정도 읽어야 비로소 밸런스가 맞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중량에도 불구하고 언제 다 읽지 하는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이 책은 리안 모리아티님의 소설이고, 단언컨데 지금까지 쓰신 소설 중에 일 이등을 다툴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배경은 호주와 테니스입니다. 테니스계를 은퇴하신 노부부와 4남매의 이야기가 이야기의 줄기이고, 어느 날 노부부의 집에 젊은 여성이 갑자기 찾아와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650페이지에 담고 있습니다. 장르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가 가미되어 있기는 하지만, 튼튼하게 짜인 설계도 안에 인물 중심의 스토리 텔링입니다. 그런데, 좀 더 깊게 들어가보면 단순한 인물 중심만은 아닙니다. 그 중에서도 어머니인 조이 델라니 중심, 즉 중년 여성의 페미니즘이 돋보입니다. 우리들의 어머니들이 어떤 관점에서 남편과 결혼했고, 자식을 돌보며, 본인의 삶은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읽다 보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입니다. 40살이 시작되면서 슬슬 부부싸움도 시작됩니다. 육아에 지친 어머니이면서 자기 자식 생각밖에 안하는 어머니입니다. 남편은 사회적 성공에 본격적인 갈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나이입니다. 부부의 삶의 방향이 이 때부터 서로 갈라집니다. 이 시작이 언제 봉합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머니가 애지중지 했던 아이들은 모두 성인이 되어 독립해 버리고, 노후는 남편과 둘만 남게 됩니다. 전 세계의 모든 집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보통의 어르신들은 어떻게 슬기롭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계실까요.
배경은 호주와 테니스 이지만, 어머니의 노년의 삶에 대한 상황 설정과 묘사가 탁월합니다. 거기에 미스터리, 스릴러를 살짝 칠했습니다. 빠져듭니다. 어느 순간부터 책 무게를 잊게 됩니다. 하나하나의 상황을 놓치지 않고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생각보다 너무 좋은 책이었네……하고 아마도 다른 독자들도 책을 덮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안 모리아티님의 신작입니다. 올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소설 리스트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역작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