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 애치먼 저/정지현 역
스미노 요루 저/양윤옥 역
최유수 저
안드레 애치먼 저/정지현 역
처처칭한 저/서미영 역
처처칭한 저/서미영 역
“너 역시 나처럼 운명을 믿지 않는구나.”
올봄, 당신을 설레게 할 미스터리 사극 로맨스
「삼생삼세 십리도화」 조우정 주연, 2019년 최고의 중드 기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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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웹소설 베스트셀러 1위, 80만 부 판매!
인터넷 조회 1억 뷰, 소설 ? 만화 저장 수 500만 명 돌파!
◎ 도서 소개
가족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쫓기던 소녀가 황실로 숨어들면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사극 로맨스 『잠중록』(전 4권) 1, 2권이 아르테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남장으로 신분을 감춘 천재 탐정소녀 황재하,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냉담하고 무심한 황족 이서백, 이 두 사람이 해결해가는 황실의 기이한 사건들과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그려낸 이 소설은 중국의 인기 로맨스 작가 처처칭한의 대표작이다.
『잠중록』은 중국 문학 사이트인 텐센트 QQ 독서와 장웨(iReader)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조회수는 1억 뷰를 돌파했으며, 인기에 힘입어 웹툰으로도 제작되었다. 현재 소설?만화 저장수 500만을 넘기고 종이책으로 출간되어 8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삼생삼세 십리도화」의 주인공 조우정 주연의 드라마 또한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잠중록(簪中?)’은 ‘비녀의 기록’이라는 뜻으로, 주인공 황재하가 추리를 할 때 머리의 비녀를 뽑아 끼적이는 버릇과도 이어지는 제목이다. 과연 황재하는 기묘하고 잔혹한 사건들을 해결하고 누명까지 벗어 신분을 되찾을 수 있을까? 차갑지만 고고한 남자 이서백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올봄, 설레는 로맨스와 짜릿한 미스터리가 황금비율로 짜인 『잠중록』이 드디어 한국 독자들을 찾아온다!!
벼랑 끝에 몰리며 신분을 감추게 된 여자,
마음 한편에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완벽한 남자
피할 수 없는 이들의 운명적 만남!!
어릴 적부터 뛰어난 추리력으로 소문이 자자한 열일곱 소녀 황재하는 가족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고향을 떠나 당나라 수도 장안으로 간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 도망치던 황재하는 황제의 아우 이서백의 마차에 숨었다가 정체를 들키고 만다. 이서백은 자신의 일을 도와주면 누명을 벗겨주겠다고 하고, 황재하는 제안을 받아들여 소환관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그의 곁에서 황실의 기이한 사건들을 풀어간다.
이서백이 지시한 황재하의 임무는, 살해한 이의 피로 메시지를 남기는 끔찍한 연쇄살인범을 막고, 궁 안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이서백의 예비 왕비를 찾는 것. 황재하는 천재적 추리력을 발휘해 진실을 쫓고, 이서백의 보이지 않는 도움을 받아 사건들을 하나하나 해결해간다. 한편 매사에 냉담하고 무심했던 이서백은 황재하를 지켜보며 무언가 알 수 없는 마음의 흔들림을 느끼는데…….
“정말 저를 믿으세요? 진짜 저를 도와주시는 건가요?”
“그래, 오늘부터 내 옆에 있기만 하면 너는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중국 황실을 무대로 펼쳐지는 잔혹한 살인 사건
그리고 알 수 없는 분홍빛 마음의 행방
작가 처처칭한은 주인공 황재하와 이서백의 로맨스뿐 아니라 중국 황실의 어두운 면모를 치밀하게, 그러나 무겁지 않게 그려내면서 미스터리의 스릴 또한 놓치지 않았다. 처처칭한은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뛰어난 필력의 로맨스 소설가로 이름이 높다. 『잠중록』은 그녀의 작품 중 유일한 추리물로, 이미 중학생이었을 적 얼개를 짜놨으며 이후 무려 13년에 걸쳐 집필을 준비했다. 긴 집필 기간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 스토리는 탄탄하고 흥미진진하며 캐릭터는 조연 단 한 명까지도 생생하고 입체적이다.
독자는 읽는 내내 등장인물 곁에서 함께 사건을 해결해가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작가가 방대한 자료 조사와 사실적이고 섬세한 묘사로 당시 시대상을 완벽하게 되살린 덕택이다. 심지어 두 주인공, 황재하와 이서백은 당나라 실존인물이 그 원형인 독특한 캐릭터로, 각각 당나라 말기에 미제 사건을 여럿 해결한 남장여인 황숭하, 선종의 총명한 아들 기왕 이자를 모델로 창조되었다. 역사적 인물인 주인공들 곁에 시체 해부의 달인 주자진, 욕망의 화신 황후, 강직한 가문의 수호자 왕온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한다. 그리고 역사와 허구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는 가운데 황실의 비밀을 품은 미스터리는 점점 깊어진다.
“뭔가를 끼적이고 싶을 땐 비녀를 뽑아 썼는데,
지금은 환관 차림이라 비녀가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황재하와 이서백의 활약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에피소드는 이름하여 ‘사방안(四方案)’이다. 장안성 북, 남, 서쪽에서 세 사람이 연달아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들이 죽은 자리에는 각각 피로 정(淨), 락(樂), 아(我)라는 글씨가 남겨져 있다. 마지막 동쪽에서 또 한 명이 살해당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이서백은 황재하에게 이 사건을 해결하라고 지시한다. 황재하는 세 글자의 비밀을 풀고 연쇄살인범을 잡을 수 있을까?
첫 번째 사건에서 먼저 황재하의 추리력을 맛보았다면 두 번째 ‘황실 혼사’ 에피소드에서는 문무를 겸비한 이서백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과거 이서백은 황실 장군으로서 반역도 무리에게서 소녀 두 명을 구출한 적이 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여인으로 성장한 소녀 둘이 이서백의 혼사에 예상치 못하게 얽혀 들어가고,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진다.
마술처럼 사라진 신부, 때마침 발견된 변사체, 범인의 행적을 추적하는 황재하와 그녀의 맑고 투명한 눈빛에 시선을 빼앗기는 이서백, 그들을 둘러싼 황실의 숨겨진 비밀과 치열한 암투, 충격적인 반전까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독자들이 보내는 찬사!
★★★★★ 사랑과 원한, 그리고 애증이 황재하의 그 얇디얇은 비녀를 통해 그려지고 있다.
★★★★★ 추리소설임에도 복잡한 감정들을 교차시키며 엮어놓아 매 순간마다 따뜻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 바닷물과 화염을 맴돌던 나의 시각이 마음을 산산이 부서뜨리는 촉각으로 바뀐 것 같았다!
★★★★★ 『잠중록』은 담백하지만 알 수 없는 깊은 감정이 온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책 속으로
칠흑같이 검고 그윽한 눈과 높고 곧게 뻗은 코, 굳게 다문 입술에서 세상에 대한 냉담함과 무관심이 엿보였다. 하늘색 비단옷에는 푸른색 구름 문양이 수놓여 있었는데, 원래는 부드러운 색깔과 무늬이지만 그의 몸에서는 유난히 차가워 보였다. 은은하게 풍기는 그 무심함과 냉담함 때문에 더욱 우아해 보이는지도 몰랐다. 기왕 이자, 자(字)는 서백. 작금의 황실에서 최고로 뛰어난 인물. 황제도 “서백이 있는 한 짐은 외롭지 않다”며 찬탄할 정도였다. _20쪽
“송구합니다. 항상 비녀를 여러 개 꽂았던 터라 뭔가를 끼적이고 싶을 땐 그중 하나를 뽑아 쓰던 습관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소환관 차림이라 비녀가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이서백은 눈썹을 살짝 찡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재하는 이서백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긴 머리를 잡아 틀어 올려 비녀로 고정시켰다. 그 멀고 험한 길을 오는 내내 조금의 두려움도 없던 황재하건만, 지금 이 순간에는 자신도 모르게 수줍은 표정을 짓고 말았다. _56쪽
이서백은 이미 머릿속에 모든 것을 그린 황재하를 보며 순간 살짝 당황했다. “벌써 다 알아냈다고?”
“네, 제게 책력(冊曆)만 한 권 주시면 됩니다.”
창밖의 가벼운 바람이 가림막 사이로 천천히 불어 들었다. 서서히 방향을 바꾸던 햇살이 팔락이는 가림막 틈새로 들어와 황재하의 온몸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이슬처럼 맑고 깨끗한 두 눈이 마주 앉은 이서백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서백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좋다. 그럼 기대하지.” _59쪽
따뜻하고 그윽한 향기 속에서도 황재하는 지난날의 참혹했던 시간을 또다시 경험한 듯 온몸이 차가워져 호흡조차 힘겨웠다. 입술이 마치 바람에 시든 흰 꽃 같아, 몸에 걸친 진홍색 관복도 그 얼굴에 혈색을 더해주지 못했다. 황재하는 맞은편의 이서백을 보며 약간 쉰 목소리로 물었다. “전하께서도 단지 그런 이유로 자신의 가족을 죽이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서백이 한참 황재하를 바라보다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누가 알겠느냐.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특히 젊은 여인의 마음은 더욱 그러하지.” _87쪽
눈앞의 소녀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죄명과 원한을 짊어지고도 머뭇거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본래의 연약함과 온화함은 모두 깊이 묻어버리고 필사적으로 앞으로, 빛이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오랫동안 잔잔하기만 했던 이서백의 마음에 순간 미세한 동요가 일었다. 마치 봄바람이 깊은 호수의 수면 위를 스치며 일으킨 잔잔한 물결 같았다.
“그래, 나는 너를 믿고, 너를 도와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너의 인생은 내게 맡겨야 할 것이다.”
만년설로도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견고함이 느껴졌다. _89쪽
“너는 내 수하이니 앞으로 무슨 일을 만나든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말거라! 이 세상에 내가 처리해주지 못할 일이 있느냐?”
이서백은 다시 시선을 내렸다. 황재하가 그 얼굴을 살폈으나 이서백의 표정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런 파동도 없는 얼음장 같은 목소리,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청아한 얼굴, 분명히 황재하가 아는 기왕 이서백이 맞았다. 그런데 그 순간, 대나무 발을 통과한 금빛 햇살이 드리우고 매미 소리가 새어 들어오는 어빙각 안에서 황재하의 마음속에 이상한 파동이 일며 한 줄기 열기가 퍼졌다. _292쪽
문득 이서백은 텅 빈 하늘 같던 자신의 인생에 어느샌가 새하얀 구름이 덧칠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5월의 맑게 갠 하늘처럼 맑은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이서백의 운명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때부터였다. 서로 대립해도 좋았고, 얽히는 것도 좋았다. 그렇지만 이서백의 인생에서는 역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가며 서로를 잊는 게 제일 좋으리라. _293쪽
그 순간 어린 황재하가 왕온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얼굴이 뜻밖에도 양숭고와 하나로 포개어지더니 한 사람이 되었다.
황재하와 양숭고. 하나는 열네 살의 소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열일고여덟의 환관이다. 하나는 여리고, 하나는 청아했다. 하나는 피부가 희고 자신감이 넘쳐 궁중에서도 빛났고, 하나는 야위고 허약한 낯빛에 늘 기왕 곁에서 조심스럽게 있었다. _ 341쪽
황재하는 미동도 없이 이서백을 바라보았다. 석양은 서산으로 넘어가고, 디우와 나푸사는 기왕부로 돌아가는 익숙한 길이라 기분이 좋은지 서로의 목을 비벼댔다. 말 위에 탄 두 사람도 자연히 서로에게 더 가까워져, 서로의 호흡마저 느껴질 듯했다. 황재하는 무의식적으로 말 머리를 돌려 이서백과 반 척 정도 거리를 벌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전하.”
석양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기다랗게 늘어졌다. 그토록 가까이 있건만, 두 그림자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_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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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르를 무어라 정하면 좋을까? 우선, '로맨스장르'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남녀 주인공이 도드라지게 등장하고, 스토리라인이 온통 둘 사이를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하는 듯이 이어지니 마땅하다 할 것이다. 또한, '추리소설'이라 해야 할 것이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명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에 감춰낸 내막을 들춰내고 범죄사실을 낱낱이 밝혀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로맨스추리장르>라니 시뻘건 살해현장에서 콩닥콩닥 러브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이 사뭇 낯설기 그지 없다.
아닌게 아니라, 첫 시작부터 요상한 '장르의 혼종'이 펼쳐지며 독자로 하여금 낯선 흥미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어디론가 급히 달아나는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첫 씬부터 이미 '살해사건의 누명'을 쓰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원치 않은 혼인을 앞둔 처녀가 파혼을 하지 못하자 일가족 모두를 독극물로 살해하고 도망을 하였단다. 그토록 혼인을 하기 싫었던 것일까? 아님 몰래 숨겨둔 정혼자가 따로 있어 '사랑의 도피'를 한 것인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가족을 몰살시킬 정도로 끔찍한 짓을 저지르다니 뭔가 수상쩍은 냄새가 풍긴다. 그도 그럴 것이 살해를 저질렀다는 소녀가 어려운 사건도 척척 해결할 정도로 천재적인 사건해결능력을 갖춘 명탐정으로 소문이 자자했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게 도망을 치던 그녀가 도망을 치다 '그'를 만났다.
로맨스 장르라면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인 '남자주인공의 등장'인 셈이다. 보통 <로맨스소설>에서 남주는 능력이 뛰어나기 마련인데, 이 소설에선 아예 '왕자'로 등장한다. 시대배경이 중국 당제국 의종 때이니 '황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당연히 잘 생긴 것은 기본이고, 부유함은 말할 것도 없는데,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천부적 기억의 소유자로 인간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춘 듯한 남주로 등장한다. 역시나 '로맨스의 정석'을 잘 따랐다. 물론 거기에 '차갑다 못해 냉혈한 싸가지'까지 소유하였으니 시크한 남주의 등장으로 로맨스소설의 기대치를 확 끌어올리는데 아주 성공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나 완벽한 남녀 주인공의 인상적인 등장에도 불구하고, 내심 스토리 전개가 껄쩍스런 점이 없지 않아 있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면 '로맨스장르'가 '추리장르'로 갑자기 유턴을 하기 때문이다. 첫 등장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너무나도 뻔한 로맨스의 정석을 밟은 탓일까? 너무나도 갑작스레 스토리라인이 '추리장르'로 급선회해버리고 만다. 그러면서 제 3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시체 검안과 심지어 해부까지 좋아라하는 '검시관'이라는 로맨스장르에 걸맞지 않은 요상한 직업이 등장하고 만다.
이렇게 이 소설 <잠중록>은 로맨스를 위한 예쁘고 멋진 남녀주인공의 썸타는 이야기를 곁가지로 두고, 살인사건의 단서수집 및 추리를 위해 '시체검시관'을 등장시켜 '본격추리'를 주된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한편, '시대극'이라는 형식을 따와 '대하장편소설'의 형식을 가미시키니, 이름하야 <대하장편추리로맨스>라는 묘한 소설이 등장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독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나 역시 이 책을 처음 접할 적에는 심각한 '장르혼종'으로 인해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감의 리뷰를 썼을 정도였다. 허나 시간이 지나니 좋고 싫고의 문제를 떠나 '이야기' 본연에 빠져들어 감상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금 리뷰를 써내려가게 된 것이다.
허나, 이 책이 보여주는 '추리기법'은 독자들에게 '추리'를 참여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훌륭한 점수를 줄 수 없겠다. 스토리 상에서 '주어진 단서'로는 절대 범인을 짐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리의 범주를 넘어선 방대한 시간흐름과 난삽한 전개로 인해, 설령 '단서'가 명백히 주어졌다하더라도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배경지식'이 없는 한 추리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황궁에서 벌어진 사건은 '황궁배치도'가 머릿속에 그려져야 하는데, 이런 '사전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왕비가 될 여인이 밀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사건을 어찌 '해석'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더구나 새장속의 새를 사라지게 만드는 마술기법을 이야기 앞쪽에 잔뜩 '암시'로 깔아두고선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람을 바꿔치기'한 방법을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저 사건의 진실규명과 진상이 밝히는 '명탐정의 나래이션'이 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런 관계로, 이 책의 '추리장르'는 그저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읽어가면, 그뿐이다. 절대 추리에 참여할 생각은 잠시 내려두길 바란다.
이 책을 즐기기 위해선 '로맨스'에 집중을 해야 한다. 추리가 면면히 이어지는 와중에 두 남녀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징후에 예의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단 말이다. 다시 말해, 명탐정 황재하(환관 양숭고)와 기왕 이서백(황자) 사이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애정행각과 썸을 타는 손발놀림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것이 500여 쪽에 육박하는 '대하사극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방대한 스케일이 '중국로맨스'의 특징인 것일까? 앞서 읽었던 <보보경심>도 꽤나 긴 스토리였는데...암튼, 아직 '중국의 것'은 많이 접해보지 않은 탓에 뭐라 단정지을 순 없겠다. 단지 <영웅문>이란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김용의 소설들'을 참고한다면, <사조영웅전>이나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소오강호>, <녹정기> 등등 대체로 '대하장편소설'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점에서 '중국로맨스'로 그와 비슷한 분량일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물론, '무협지'와 '로맨스'라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잠중록>만의 매력은 심심할 틈이 없게 만드는 '흡인력'이라 할 수 있다. 도도하게 이어지는 추리스토리라인을 따라가다보면 시대적인 비극이 만들어낸 인물들 간의 갈등이 쫀쫀하게 연결되어 있음에 감복하게 되고, 어지럽게 흩어진 단서들을 하나하나 모을 땐 '줌인'을 시켜 사건의 심각성을 한껏 부각시켜놓은 다음에 다 모은 단서들을 '줌아웃'시키며 전체적인 조망을 할 적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들어맞는 완벽함에 감탄하게 만든다. 이런 감복과 감탄 사이에 황재하, 이서백, 그리고 주자진이라는 세 명의 등장인물들이 있다. 이들이 '감춰진 비밀'을 파헤치면 전체적인 이야기의 얼개가 선명해지게 되고, 비밀을 품고 있었던 '최강의 빌런(악당)'이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대하드라마의 여운'이 찐~하게 전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이런 것'까진 느낄 여력이 없었는데, <청춘월담>이라는 드라마를 접하게 되면서 비슷한 듯 다른 '이야기 전개방식'을 서로 비교분석하는 재미를 느껴 다시금 읽게 되었다. 그 시간의 간극에 <외전>까지 출간되었으니 할 이야기가 더 많을 것 같다. 다음에 계속.
잠중록의 장르는 역사소설 +추리소설+로맨스 소설이다.
이 세가지 장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줄거리는 어릴때 부터 영특하기로 소문난 소녀인 황재하가 온가족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도망쳐서 기왕 이서백 곁에서 환관으로 변장하고 사건의 진범을 찾는 내용이다.
작가가 추리 소설을 좋아했던 작가라는 책 소개 답게
밀실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소설의 공식 뿐만 아니라 곳곳에 복선이 깔려있어 그것을 회수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기왕 이서백과 황재하의 로맨스도 중간중간 재미를 채워주어 재미있게 즐길수 있는 소설이라
대중적으로 읽기 쉬운 책이다.
황재하는 촉 지방 형부 시랑의 딸로 어릴 적부터 영특하기로 소문난 소녀이나 온가족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장안으로 도망왔다가, 기왕 이서백 곁에서 환관 ‘양숭고’로 변장하고 지내며 이서백이 장안의 기이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며 복수의 때를 기다린다.
이서백의 운명을 나타내는 기이한 종이를 조사하기 위해 이서백 기왕의 비 간택에 참여하게 된다.
이서백은 황후의 사촌인 낭야 왕 가의 왕약을 선택하지만 예언처럼 혼례를 앞두고 강력한 호위병이 지키는 대명궁 안에서 왕약이 사라졌다 다시 그 자리에 독살된 채 나타난다.
황재하가 한 사건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냈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끝이 나버린다.
도도하고 고아한 이서백과 총명하고 순수한 황재하, 그리고 시체 해부를 좋아하는 주자진,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인물이 없다.
평점 5점. 재미있다.
처처칭한 저 서미영 번역 잠중록 1권 리뷰입니다. 스포가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맨스나 일반 생활상이라기보단 추리물 요소가 강한 책입니다. 제목이 눈에 익어서 구매했던 책이에요. 로맨스는 아직까지 모르겠고 가족을 다 죽였다는 누명을 쓴 여주가 처형을 피해 남장하고 달아나다 남주의 눈에 들고, 남주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본인 누명을 벗으려고 노력하는 내용입니다. 여주가 똑똑하게 잘 보여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