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 여행자를 위한 지도
“과학책이 몇 가지 없을 때부터 즐겨 읽었던 사람들은 새로운 과학책이 나오면 새 책을 이전 책들과 어떤 방식으로 씨줄과 날줄을 엮어야 할지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 도통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연과학이라는 낯선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해 보이지요. 길을 잃습니다.”
과학이라는 매력적인 세계를 쉽게 알리기 위해 네 명의 과학자가 모였다. 걸어 다니는 과학 자판기로 불리는 이정모, 섬세한 시선을 지닌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은희, 물리학에 매혹된 과학자 이강영, 문학 읽어주는 천문학자 이명현. 그들의 책장에 꽂힌 책 가운데 과학의 다양한 주제와 이슈별로 핵심적인 책들을 엄선해 소개했다.
과학은 우리 삶을 둘러싼 많은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과학은 생활에 그다지 도움이 되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라는 딱딱한 과목에 질려버린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들을 나침반 삼아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에 몸을 담가보길 권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과학책을 읽어온 과학자이자 과학 저술가들이 나름의 안목으로 고른 책들을 소개한다. 과학에 호기심은 있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했던 이들에게 최고의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과학자의 책장』에서 다루는 과학의 주제와 이슈는 무척 다양하다. 이정모 관장이 다룬 키워드만 해도 새, 에너지, 창조과학, 동물원, 북극, 광물, 미생물 등 굳이 과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흥미로운 주제들이다. 이은희는 여성, 해부, 인체시장, 건강과 차별, 유전자, 과학적 사고 등 과학과 사회를 둘러싼 이슈들을 다뤘다. 물리학자 이강영은 원자폭탄, 블랙홀, 암흑물질, 무한 등을 테마로 물리학의 발전 과정과 현대 물리학의 최신 이야기들을 전한다. 천문학자 이명현은 과학과 문학, 별, 빅 히스토리 등을 소개하며 과학에 한발 다가설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과학자의 책장에는 어떤 책이 꽂혀 있을까?
현대의 기술 발달과 더불어 과학을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교양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늘었다. 그에 따라 과학책도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그만큼 주제와 깊이가 다양해졌고, 연령대에 따라서도 재미있는 책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오히려 읽을 책이 많아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뿐이다. 이럴 때 『과학자의 책장』이 필요하다. 이 책은 복잡한 과학책 세계를 여행하는 데 필요한 지도를 제공하고, 과학자들이 과학책을 어떻게 읽는지도 보여준다. 그럼, 과학책 고수들의 책장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과학자의 책장』 첫 번째 단의 주인은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이다. 그가 요즘 모범으로 삼는 작가는 대학이 폐교되어 직장이 사라진 식물생리학자 김성호 교수다. 식물생리학자지만 새를 연구하며 세상 사람들과 만나는 김성호 교수를 통해 과학책은 어떤 자세로 써야 하는지 보여준다. 그 연장선에서 극지연구소의 과학자들도 소개한다. 신재생에너지의 문제, 동물원 윤리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들도 소개한다. 기독교인 과학자인 그는 ‘창조과학’ 도서마저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창조과학에 동의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서.
두 번째 단의 주인은 여성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은희이다.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로 큰 호응을 얻었던 과학책 저술가다. 그는 사람의 몸 특히 여성의 몸에 천착한다. 저술 작업과 마찬가지로 서평에 대해서도 그렇다. 몸과 관련된 문제에서 우리는 자주 속는다. 어떤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하면 난리가 난다. 하지만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이다. 뭐가 들어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들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는 숫자에 속기도 한다. 통계는 그만큼 어렵고 중요하다. 이은희는 마지막 글에서 숫자를 제대로 읽는 법에 관한 책을 소개한다.
세 번째 단은 경상대학교의 이강영 교수가 주인이다. 그는 오로지 현대 물리학에 관련된 도서를 다뤘다. 기본적으로 어려운 내용이지만, 애써 피할 필요는 없다. 어려운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라고 그를 불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대 물리학의 핵심 키워드가 무엇이고,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가장 쉬운 방법으로 소개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단을 읽어낸 독자라면 자신이 과학 독서력의 상당히 높다고 자부해도 좋다.
네 번째 단은 시 쓰는 천문학자 이명현의 책장이다. 처음 두 개의 글에서 그는 과학자로서 문학책을 읽어준다. 놓치기 아까운 글이다. 그리고 천문학자답게 별에 대한 책들을 소개한다. 별은 공룡과 함께 어린이를 과학의 세계로 인도하는 관문이다. 어른은 공룡에 매력을 느끼기 어렵지만 별은 성인에게도 여전히 매력적인 주제다. 마지막 단에 있는 천문학 관련 책 소개를 읽고도 과학책에 대한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면, 과학책과는 인연이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과학책의 세계로 인도하는 지도에 불과합니다. 지도를 갖췄으면 여행을 떠나야지요. 과학책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도에 나온 책을 사서 자신의 서가에 꽂아두는 것입니다. 지도에 있는 모든 도시를 다니는 탐험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도에 나오는 도시에 대해 알아야 목적지에 도달하지요. 서가에 꽂은 모든 책을 반드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꽂혀는 있어야 길을 잃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요. 지도는 바뀝니다. 하지만 있던 도시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도시가 생길 뿐이죠. 독자 여러분이 각자의 지도를 그리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