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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김성훈 역/이강영 감수 | 플루토 | 2017년 6월 27일 한줄평 총점 0.0 (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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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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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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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17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도서 선정


물리학을 바꿔놓은 두 사람,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
위대한 업적을 이룬 후 두 거장은 무엇을 했을까?


아인슈타인은 중력이론인 일반상대성이론을 구축한 후 여기에 전자기력을 통합하여 이 세상의 모든 힘을 통일해야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우주의 네 가지 기본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핵력, 약한핵력 네 가지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연구에 착수할 때까지만 해도 약력과 강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평생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일하기 위해 분투한다. 아인슈타인보다 11살 어리며 평생 아인슈타인과 편지를 왕래하며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슈뢰딩거 역시 힘의 통일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다만 슈뢰딩거는 이후 밝혀진 핵력도 통일이론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고집스럽게도 핵력들과 이후 계속해서 밝혀지는 소립자들의 존재를 무시한다.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구축하기까지의 과정, 슈뢰딩거가 파동방정식을 구축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 다음 우연과 확률에 기반을 둔 양자역학을 대신할 이론과 우주의 모든 힘을 통합하는 통일이론을 세우기 위해 분투했던 두 과학자의 이후 연구과정을 소개하는 책이다. 여기에 두 과학자의 사생활 이야기도 의미 있게 곁들여진다. 너무나 유명한 슈뢰딩거의 여성편력도 소개되지만, 무엇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두 과학자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또한 두 과학자의 평생을 지배했던 철학자들을 살펴보면 그들의 연구가 왜 그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두 과학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 천재도 사람은 사람이구나 라는 사실 역시 새삼 느낀다. 마지막으로 현재 시점에서 표준모형 등 통일이론의 후보들과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연구방법을 이어받은 후속 이론들도 소개한다.

목차

추천사
감수자의 글(이강영)
감사의 말
들어가며 동맹 그리고 적
섬뜩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 모순덩어리 사나이 | 무작위성이라는 공동의 적 | 동맹의 균열 | 얼룩진 통일성
1장 완벽한 시계와 같은 우주
나침반 그리고 행성의 춤 | 이상한 평행선 | 감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것들 | 뛰어난 대학생 | ‘게으른 개’ | 기적으로 가는 길 | 시간과 공간의 통합
2장 중력의 도가니
쇠퇴를 앞둔 제국의 수도에서 | 빈 학회에서의 일반상대성이론 |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생각 | 보편적 법칙을 향해 | 정상을 향한 경쟁 | 영광의 체계 | 우주상수 도입 | 암흑에너지의 예측 | 세계적인 명사 | 통일이론을 향한 순수 기하학 | 5차원으로의 모험
3장 물질파와 양자도약
슈뢰딩거와 쇼펜하우어 | 아인슈타인과 스피노자 | 보어와의 산책 | 실재에 대한 행렬 | 양자론에 대한 마지막 기여 | 드 브로이의 물질파 | 크리스마스의 기적 | 물리적 파동에서 확률의 파동으로 | 보어의 집에서 |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4장 통일이론을 찾아서
자연의 모든 힘은 어떻게 맞물리는가 | 구름 위에서 고립되다 | 라비의 양파 | 슈비에로우 호숫가에서 | 사나운 바람 바다의 미풍 | 라이히스탁의 불
5장 유령 같은 연결과 좀비 고양이
독일을 버린 슈뢰딩거 | 미묘할지언정 악의적이지는 않은 | 슈뢰딩거와 프린스턴 | 유령 같은 연결 | 아인슈타인의 화약 | 이상한 고양이 | 거절했어야 했던 제안 | 양자세계와 우주 |또 다른 차원으로 | 잘못된 선택의 수렁으로 | 빈 탈출작전 | 더블린 고등연구소 설립을 기다리며
6장 프린스턴과 더블린에서
웃음거리가 되다 | 해밀턴의 우표 | 프린스턴의 은둔자 | 신의 채찍과 함께 | 아핀을 이용한 일반통일이론 | 일반통일이론 발표 | 아인슈타인의 희망이 무덤 밖으로? | 전쟁에 동원된 과학자들
7장 물리학의 홍보전
빛을 잃어가는 데 발레라 | 깊은 동지애 | 악마의 할머니가 보낸 선물 | 일생일대의 발표 | 동굴에 갇힌 용 | 조롱당하는 더블린 | 아인슈타인의 반박 | 마지막 스포트라이트
8장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말년
새로운 통일이론 | 굴욕 뒤 희망 | 다시 시작한 편지 왕래 | 양자측정에 대한 봄의 의견 | 아인슈타인, 삶의 특이점에 도달하다 | 다시 빈으로 | 모든 존재는 하나다 | 고양이, 문화 속으로 파고들다 | 과학적 유산을 둘러싼 분쟁
나오며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를 넘어
표준모형의 승리 | 메우지 못한 틈 | 기하학, 대칭성, 그리고 통일의 꿈 | 빛보다 빠른 입자의 교훈 | 우리 앞에 놓인 길
주석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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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역 : 김성훈
치과 의사에서 별안간 삶의 방향을 튼 ‘엉뚱한’ 번역가. 소속은 바른번역이다. 중학생 때부터 과학에 대한 궁금증을 적은 노트가 그의 보물 1호다. 그 노트 때문인지 번역 일을 택했고, 더 많은 사람에게 과학의 매력을 선사하는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정리하는 뇌』,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운명의 과학』, 『날마다 구름 한 점』, 『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그레인 브레인』,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상한 수학책』,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이 있으며, 『늙어감의 기술』로 36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받았다. 치과 의사에서 별안간 삶의 방향을 튼 ‘엉뚱한’ 번역가. 소속은 바른번역이다. 중학생 때부터 과학에 대한 궁금증을 적은 노트가 그의 보물 1호다. 그 노트 때문인지 번역 일을 택했고, 더 많은 사람에게 과학의 매력을 선사하는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정리하는 뇌』,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운명의 과학』, 『날마다 구름 한 점』, 『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그레인 브레인』,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상한 수학책』,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이 있으며, 『늙어감의 기술』로 36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받았다.
감수 : 이강영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입자물리학으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이론 물리학연구센터, 연세대학교 자연과학연구소, 고등과학원 등에서 연구했고 카이스트, 고려대학교, 건국대학교의 연구교수를 지냈다. 지금까지 입자물리학의 여러 주제에 관해 7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보이지 않는 세계』, 『스핀』, 『불멸의 원자』 등이 있다. 현재 경상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으로 52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부문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입자물리학으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이론 물리학연구센터, 연세대학교 자연과학연구소, 고등과학원 등에서 연구했고 카이스트, 고려대학교, 건국대학교의 연구교수를 지냈다. 지금까지 입자물리학의 여러 주제에 관해 7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보이지 않는 세계』, 『스핀』, 『불멸의 원자』 등이 있다. 현재 경상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으로 52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부문을 수상했다.

출판사 리뷰

물리학을 바꿔놓은 두 사람,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슈뢰딩거는 파동방정식과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대중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다.
‘기적의 해’라고 불린 1905년 한 해에 26살의 아인슈타인은 네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한 편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다시 쓴 것이고, 나머지 세 편이 각각 광전효과, 브라운운동, 특수상대성이론을 다룬 논문이다. 이 세 편의 논문 모두 현대 물리학의 흐름을 바꿔놓은 혁명적인 논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해명한 논문에서 1900년 막스 플랑크가 가설로만 제시했던 ‘양자(quantum)’ 개념을 실체화시켰다. 이 논문은 양자물리학의 시작을 알린 위대한 논문이다. 그러나 이해에 가장 큰 업적은 특수상대성이론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질문 ‘만약 내가 빛의 속도로 달린다면 빛은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일까?’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위대한 특수상대성이론이 밝혀진다. 그리고 10년 뒤인 1915년에는 중력을 상대론적으로 밝힌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한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40세이던 1926년 파동방정식(슈뢰딩거 방정식)을 개발한다. 이 방정식은 파동성을 가진 물질의 운동과 상태를 기술할 수 있는 공식으로, 양자세계를 기술할 수 있도록 해 양자역학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위대한 공식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둘은 인류에 엄청난 공헌을 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이 두 거장이 역사적인 위업을 달성한 다음 이들의 연구과정을 집중 조명한다. 이들이 도대체 뭘 했길래?

위대한 업적을 이룬 후 두 거장은 무엇을 했을까?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죽을 때까지 매달렸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우주의 모든 힘을 통일하겠다는 통일이론에 대한 꿈
또 하나는 우연과 확률 기반의 양자역학을 대신해 우주를 인과론적이고 결정론적으로 설명할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꿈
사실 두 가지 꿈은 하나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이론인 일반상대성이론을 구축한 후 여기에 전자기력을 통합하여 이 세상의 모든 힘을 통일해야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우주의 네 가지 기본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핵력, 약한핵력 네 가지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연구에 착수할 때까지만 해도 약력과 강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평생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일하기 위해 분투한다.
아인슈타인보다 11살 어리며 평생 아인슈타인과 편지를 왕래하며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슈뢰딩거 역시 힘의 통일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다만 슈뢰딩거는 이후 밝혀진 핵력도 통일이론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고집스럽게도 핵력들과 이후 계속해서 밝혀지는 소립자들의 존재를 무시한다.

아인슈타인이나 슈뢰딩거 모두 양자역학의 문을 열어젖힌 양자역학의 아버지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사람은 양자역학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거부감은 슈뢰딩거보다 훨씬 커서 혐오에 가까웠다. 정확히 말하면 이들이 거부한 것은 양자역학 그 자체가 아니라 우연과 확률 기반의 양자역학이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원인만 알면 정확하게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인과론과 결정론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던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양자세계는 인정했지만, 양자의 세계를 우연, 확률, 애매모호, 무작위, 불확실성으로 해석하는 양자역학의 정통해석(코펜하겐 해석)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은 아인슈타인이 평생에 걸쳐 자주 했던 말이다. 세상은 우연과 확률로 이루어져 있지도 않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또한 슈뢰딩거보다 유명하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인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죽어 있는 고양이와 살아 있는 고양이가 섞여 있는 이상한 이야기’를 통해 양자역학의 정통 해석을 조롱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이 두 사람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양자세계를 결정론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숨어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두 거장의 모험은 성공했을까?
안타깝게도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 둘 다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을 이룬 후에는 이렇다 할 연구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통일이론도 완성하지 못했고, 우연이 지배하는 양자역학을 뛰어넘는 이론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점점 ‘과시용 과학자’로 늙어갔고, 여러 번 통일이론을 발표했음에도 속속 발견되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자신의 연구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 고집스러움은 물리학계에서 그의 연구결과를 외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인슈타인 스스로가 표현한 대로 ‘외로운 늙은이’‘기인 같은 추장’으로 늙어갔다.
슈뢰딩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쟁을 피해 제때 미국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아인슈타인과 달리 슈뢰딩거는 참혹한 유럽대륙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없었다. 위태위태하게 연구활동을 계속하다가 당시 중립국이었던 아일랜드의 수상 이몬 데 발레라의 도움으로 더블린 고등연구소에 자리잡을 수 있었지만, 데 발레라와 아일랜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슈뢰딩거는 물리학 말고 다른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는데, 바로 강연 ‘생명이란 무엇인가?’와 이를 엮어 출판한 동명의 책이다. 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생물학은 당시 생물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 DNA의 구조를 밝히는 데 이 책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통일이론을 둘러싼 언론전쟁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평생에 걸쳐 편지를 교환하며 우정을 쌓아갔다. 아인슈타인은 때때로 “내 이야기를 이해할 사람은 자네밖에 없다네” 같은 글귀를 써보내 슈뢰딩거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도 했다. 슈뢰딩거 역시 어릴 때부터 이름을 날린 천재기는 했지만, 당대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로부터 이런 말을 직접 듣는다면 누구도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슈뢰딩거는 종종 아인슈타인과 왕래한 편지들을 사람들 앞에서 읽어주며 아인슈타인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슈뢰딩거는 아인슈타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실험물리학에 집중하고 있던 그는 1913년 아인슈타인의 강연을 듣고는 이론물리학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그가 파동방정식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도 아인슈타인의 역할이 있었다. 이 방정식으로 슈뢰딩거가 노벨상을 받을 때 그를 추천한 사람도 아인슈타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베를린대학교 교수로 임명되는 데, 명망 높은 프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회원이 되는 데에도 아인슈타인의 뒷받침이 있었고,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여름별장으로 종종 그를 초대하거나 수많은 편지왕래를 통해 슈뢰딩거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지도해주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사실 아인슈타인과의 편지왕래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개념이었다.
아인슈타인 역시 슈뢰딩거를 무척 아꼈다. ‘우연’의 세상을 무너뜨리고, 세상의 모든 힘을 통일하겠다는 꿈을 위해 둘은 협력관계였다.
그런데 매우 공고했던 둘의 관계는 슈뢰딩거가 1947년 일반통일이론이라고 이름 지은 자신만의 통일이론을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면서 깨져버렸다. 원래는 둘의 편지왕래를 통해서 발전시킨 개념들이 토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당시 슈뢰딩거의 곤란한 상황과 오판도 문제였지만, 이 사태를 크게 키운 것은 언론의 설레발이었다. 마치 백전노장의 챔피온과 자신만만한 신출내기 도전자라는 구도로 선정적인 보도를 하며 온갖 억측과 과장, 무례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두 사람의 ‘스타성’도 작용했다. 대중과 언론은 두 사람의 연구가 과학적으로 진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두 사람, 특히 아인슈타인의 이름만 거론되면 대서특필하고 열광하곤 했다. 과학계의 시선은 냉랭할지라도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슈퍼스타였다. 이러한 부분은 현대 과학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머지않아 일반통일이론은 통일이론도, 뭣도 아닌 이론으로 판명된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3년 동안 둘의 왕래가 끊기고 만다.

두 사람은 과연 틀렸을까?
두 사람이 우주의 모든 힘을 통일하고자 했을 때 목표는 중력과 전자기력을 기하학적으로 아름답게 통합하는 것이었고, 수학적으로 흠잡을 수 없이 완벽한 공식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실제 세계를 떠나 순수 수학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들의 시도는 살아생전에 과학자들의 눈길을 받지 못했고 결실도 보지 못했지만, 끈이론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다. 많은 경우 그렇듯이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설사 그들이 틀렸다고는 해도 결국 많은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구축하기까지의 과정, 슈뢰딩거가 파동방정식을 구축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 다음 우연과 확률에 기반을 둔 양자역학을 대신할 이론과 우주의 모든 힘을 통합하는 통일이론을 세우기 위해 분투했던 두 과학자의 이후 연구과정을 소개한다.
여기에 두 과학자의 사생활 이야기도 의미 있게 곁들여진다. 너무나 유명한 슈뢰딩거의 여성편력도 소개되지만, 무엇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두 과학자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또한 두 과학자의 평생을 지배했던 철학자들을 살펴보면 그들의 연구가 왜 그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두 과학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 천재도 사람은 사람이구나 라는 사실 역시 새삼 느낀다.
마지막으로 현재 시점에서 표준모형 등 통일이론의 후보들과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연구방법을 이어받은 후속 이론들도 소개한다.


세계적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 선정 ‘2015년 올해의 과학책’
《월 스트리트 저널》《네이처》《뉴욕 타임스》《옵저버터리》《피직스 월드》 등 유력 언론지 극찬!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 이 두 물리학자가 거둔 커다란 성공은 이 분야를 공부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되고 있지만, 훗날 두 사람이 겪어야 했던 실패 역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핼펀의 매력적인 설명 속에는 인간적인 이야기가 훌륭하게 담겨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추구했고 아직도 미완으로 남아 있는 이 질문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

필라델피아 과학대학교의 물리학자 핼펀은 창의적인 비유와 재치가 번득이는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음으로 휘어진(쌍곡선) 시공간은 보통 말안장 모양이라 설명되는데, 이 책에서는 승마보다는 식도락 쪽에 더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휘어진 감자칩 모양’으로 설명한다. 막스 플랑크의 양자 개념은 ‘돼지저금통을 1센트 동전, 25센트 동전 등 다양한 금액의 동전들로 가득 채우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은 ‘파동함수를 처리하여 몇몇 경우에는 그 에너지값을 판독해 그 파동함수를 보관하고, 나머지 경우에는 파동함수를 폐기하는 스캐너’와 비슷한 것이 된다.
-《뉴욕 타임스》

물리학자 폴 핼펀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에르빈 슈뢰딩거, 그리고 이 두 사람이 꿈꾸었던 통일이론에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유머감각을 섞어 간결하게 전달한다. -《네이처》
일반상대성이론 100주년을 맞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에르빈 슈뢰딩거가 기여한 부분들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과 광전효과, 그리고 브라운 운동에 대한 설명으로, 슈뢰딩거는 양자적 대상의 행동을 설명하는 파동방정식으로 물리학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책들과 달리 폴 핼번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이들이 절정의 영광 이후에 했던 일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 시기에 두 사람은 물리학의 돌파구가 되었던 자신의 연구들보다도 양자물리학과 상대성이론을 통합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뉴 사이언티스트》

한 권의 책에 담기 방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어려운 과제를 철저하게 소화해냈다. 과학적인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음에도 수학과 물리학 지식과 상관없이 일반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쓰였다. 저자는 양자물리학의 두 선구자 사이의 관계를 밝힘으로써 과학 글쓰기의 본질에 충실했다. ... 언급하고 지나갈 만한 중요한 부분이 한 가지 더 있다. 과학과 수학의 역사를 다루는 대중서적은 거의 필연적으로 그 과학적 성공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시간의 검증을 견뎌낸 이론과 개념들을 다루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개념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양자론의 기묘한 세계관을 초월하는 이론을 개발하려는 두 물리학자의 노력은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노력이 더할 나위 없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있다.
-미국수학협회(MAA) 리뷰

핼펀의 책은 두 거장의 삶과 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게 담고 있다. -《옵저버토리》

스티븐 호킹의 《청소년을 위한 시간의 역사The Theory of Everything》를 재미있게 읽었고, 거기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을 책 목록에 올려놓을 만한 책이다.
-《피직스 월드》

폴 핼펀의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두 저명한 과학자의 성장과정과 교육과정, 그들의 심오한 연구, 그리고 결국 삶의 거의 끝에 가서 남긴 유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핼펀은 이들의 연구만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거의 철학자, 과학자, 심지어는 종교적 인물들까지도 이들의 세계관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은 또한 자신들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 특히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연구는 오늘날까지도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주목받는 명사로 자리잡게 되었고, 슈뢰딩거는 최근 들어 물리학계와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점점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과학에 열정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오늘날 교육되고 있는 수많은 과학 이론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뒷얘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필독서다. -Ire***(아마존 독자)

종이책 회원 리뷰 (3건)

파워문화리뷰 폴 핼펀,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오***스 | 2018.01.30

통일이론을 향한 두 과학자의 집념

- 폴 핼펀,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폴 핼펀이 지은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김성훈 옮김, 플루토, 2017)는 과학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진리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아이슈타인과 파동방정식을 정립한 슈뢰딩거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과학자가 내세우는 진리와 그에 반응하는 언론의 상업성 문제를 엮어 과학적 진리에 이르는 험난한 길을 드러내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주사위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언급과 관련되어 있고,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슈뢰딩거의 사고실험을 가리키고 있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통일이론을 향한 두 과학자의 지난한 역정을 연대기적으로 살피고 있다. 진리를 향한 두 과학자의 열정(종교에 가까운)을 묘사하며 지은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이루는 과학과는 또 다른 삶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무작위성randomness’이라는 자연 질서의 적과 맞서 싸웠다. 스피노자와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근거하여 두 사람은 우주에 대한 근본적 설명에 애매모호함과 주관성을 포함시키는 것을 싫어했다.”(33) 양자역학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면서도 두 사람은 양자역학에서 내세우는 무작위성이나 불확정성을 옹호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이론적 깊이가 생기면 영원불변의 객관적 실재가 드러날 것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숱한 수학적 사고실험을 통해 이들은 통일이론을 정립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들은 통일이론을 정립하는 데 실패했다. 지은이는 두 사람의 과학이론을 당대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연결시켜 과학과 언론, 나아가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파헤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엄격한 결정론이 지배한 뉴턴의 고전물리학을 뒤흔들었다. 뉴턴의 고전역학에서 상대속도는 누적적으로 적용되었다. 이를테면 고전역학을 믿는 사람들은 배터리 하나를 이용해 무언가를 어떤 속도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배터리 수십 억 개를 연결해 수십 억 배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을 것(86)이라고 생각했다. 곧 고전역학에서는 속도(에너지라고 해도 된다)에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던 셈이다. 이에 비해 아인슈타인은 진공에서 빛의 속도는 어느 누가 측정하든 절대적인 값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우주선 보이저 호가 믿기 어려운 빠른 속도로 빛을 쫓아간다 해도 여전히 그 빛은 보이저 호가 멈춰 있을 때와 똑같은 속도로 멀어져가는 것처럼 보인다.”(86)고 아인슈타인은 생각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에 관한 후속 논문에서 빠른 속도로 운동할 때 질량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었다. 아인슈터인은 상대론적 질량relativistic mass이 일종의 에너지 형태이며,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방정식인 E=mc2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 물체의 질량은 특정 양의 정지 질량rest mass(말하자면 타고난 질량)에서 시작한다. 이 물체가 빨리 움직이면 운동에 의한 에너지만큼의 추가적인 질량이 누적된다. 물체의 속도가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질량도 커진다. 따라서 물체가 실제로 광속에 도달하려면 무한한 양의 에너지를 질량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질량이 있는 물체는 결코 빛의 속도에 도달할 수 없다. (이미 광속에 도달해 있지 않는 한 말이다.) (89)

 

특수상대성이론은 인과적 정보교환의 빠르기에 광속이라는 상한선을 정해 놓았다. 1913년 빈 학회에서 한 강연에서 아인슈타인은 중력은 자연이 설정한 최고 한계속도를 따르는 국소장 이론local field theory으로 새롭게 틀을 한정할 필요가 있(107~8)다고 주장한다.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명명된 이 이론을 통해 그는 태양의 중력장에 의해 별빛이 휘어진다는 과감한 예측을 내놓았다. 태양의 중력이 주변 공간의 기하학적 구조를 휘어놓아 외부관찰자의 시점에서는 태양 근처를 지나는 모든 것이 휘어진 경로로 움직일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다. 뉴턴의 절대공간, 절대시간은 이렇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통해 와해되어버린 셈이다.

 

슈뢰딩거는 아인슈타인의 논문을 정독하다가 드 브로이의 물질파라는 개념과 마주한다. 물질파는 광자처럼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 걸 가리킨다. 특히 전자는 플랑크 상수를 자신의 운동량으로 나눈 값을 파장으로 해서 진동하며 움직인다.”(188)고 드 브로이는 주장했다. 슈뢰딩거는 물질과 빛의 공통점을 찾아낸 드 브로이의 상상력에 자극을 받았다. 그는 물질파라는 파동의 모형을 기술하는 방정식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물질의 파동성은 미시 세계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거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미시 세계에서는 눈으로 확인하는 못하는 현상들이 많이 일어난다. 소립자의 전하와 물질이 공간에 어떻게 펼쳐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파동함수는 이러한 이유로 설정된 것이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통일이론을 형성하는 길을 걸은 슈뢰딩거는 고양이 사고실험을 통해 양자역학의 딜레마를 본질적으로 드러냈다. 이 사고실험 속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논리를 따르면 절반은 죽어있고 절반은 살아있는 이상한 병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지은이의 말마따나 좀비고양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양자역학이 미시 세계의 불확정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고양이 사고실험은 거시 세계의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컨대 슈뢰딩거는 살아있는 존재의 운명을 입자와 한데 묶는다는 개념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279) 아인슈타인은 슈뢰딩거의 이 사고실험에 열렬한 동의를 표한다.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둘 다 포함되어 있는 파동함수는 한 마디로 실제 상태에 대한 기술이라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이지.”(279)라는 말에 양자역학을 향한 두 사람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양자역학이 지배적인 과학이론이 되어가는 상황에서도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통일이론을 향한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연의 질서가 분명히 있다는 걸 믿었으며, 인간은 다만 그 질서를 발견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언론의 상업성이 따라붙고, 권력자의 의지가 접합되면서 두 사람의 과학 연구는 끝 모르는 수렁 속으로 빠져든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과학혁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인슈타인이나 슈뢰딩거라고 이 욕망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 상태에 대한 기술이 아닌 사고실험들을 언론을 통해 홍보하기에 바빴다. 언론 또한 그들의 유명세를 빌려 자기 신문사를 알리는 데만 급급했다. 아인슈타인은 끊임없이 통일이론에 대한 구상을 발표했지만 정작 물리학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자기 생각에 갇혀 입자 세계에 대해 알려진 다양한 연구결과들마저 그는 무시해버렸기 때문이다.

 

슈뢰딩거의 경우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말이 문화적 밈(meme)이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문학, 대중가요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통해 이 개념은 합리적 물질주의를 비꼬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고양이는 죽어있는 것일까요? 그냥 잠들어 있는 것일까요? 나는 애매모호함, 불확정성을 좋아합니다.”(419)라고 작곡가 롤랜드 오자발은 말한다. 양자역학의 딜레마를 넘어 통일이론을 지향하던 슈뢰딩거의 꿈은 역설적으로 애매모호함이나 불확정성이라는 양자역학의 특성에 갇혀버린 셈이다. 지은이는 두 사람이 걸어간 길을 어쩌면 돈키호테와 산초처럼 두 사람은 결국 풍차와 싸우려 돌진했던 것인지도 모른다.”(423)는 말로 평가한다. 기사도가 사라진 시대에 기사도 윤리를 실천하려 한 돈키호테를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걸은 과학적 여정은 이러한 돈키호테의 삶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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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우정과 연대 그리고 반목과 화해의 이야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초*공 | 2017.11.30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원제: Einstein’s Dice and Schrodinger’s Cat)

핼펀(Paul Halpern) 지음 | 김성훈 옮김 | 이강영 감수 | [플루토]

 

 

 

 

들어가며

오늘날 아인슈타인은 말할것도 없고, 많은 일반인들이 슈뢰딩거에 대해서도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나, 애매모호함의 상징이 되어버린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 이미 대중문화에 자리잡은지 오래다. 지난 백여년 간의 물리학사를 되돌아볼 , 사람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얄궂은 입장을 공유하며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바로 20세기 현대물리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인 물리학자들의 우정과 연대, 반목과 화해의 이야기이자 현대물리학사의 국면에 대한 흥미롭고 귀중한 기록이기도하다. 그리고 물리학자 사이를 매개하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자연의 모든 힘을 통합하려는 통일이론 있었다. 책은 1900년대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이 태동하던 시기에서 시작하여 최근의 힉스입자 발견 중력파 검출 등의 최근 물리학 소식까지 아우르며 인류가 존재의 기원 우주의 근본에 대한 이해라는 노력의 현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 사람은 20세기 양자역학의 정립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준 장본인이다.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발견, 슈뢰딩거의 파동역학 정립으로 사람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양자역학이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주축이된 코펜하겐 해석’, 자연의 무작위성 확률 대변되는 철학적 해석이 많은 물리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게 되자,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공동의 전선을 구축하게 된다. 사람은 우주의 질서에 우연이 배제된 결정론적 법칙이라는 명료함과 객관성에 의해 유지된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자연의 여러 힘들을 통합하려는 노력에 전념하게 된다. 책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을 중심으로 일어난 사건들을 이들 사이에 오고간 편지 사료들을 조사하여 재구성하고 있다.

 

 

 

 

스피노자라는 유령과 스피노자의

아인슈타인은 대중에게 너무나 알려진 아이콘으로서 그가 상대성이론이나 광전효과, 브라운 운동 등의 발견 이론 정립 뿐만 아니라 생의 후반에 통일이론 정립에 매진했음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반면 슈뢰딩거도 아인슈타인과 같은 입장에서 서로 경쟁하고, 연대하며 통일이론을 추구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나아가 책에서 더욱 흥미로웠던 부분은 사람 모두에게 의식/무의식 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인물이 다름아닌 스피노자라는 사실이다. 물론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 사람은 모두 철학적으로 스피노자, 쇼펜하우어, 마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으나, 시기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스피노자가 나머지 사람에게 영향을 크게 미친 것은 분명해보인다. 그런데 하필 스피노자인가? 네덜란드의 유대인으로서 이른 나이에 유대교단 으로부터 저주와 함께 파면을 당했다고 하는 이단아 스피노자, 파면 렌즈 깍는 일을 하며 독립적으로 자신의 철학체계를 세운 사람에게 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경도되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자연에는 우발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신성의 필연성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행동하도록 결정되어 있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재인용(163)

 

저자 핼펀이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인용해놓은 부분을 보면,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평생토록 취했던 철학적 입장, 다시말하면 우주에 대한 근본적 설명에 애매모호함이나 주관성을 배제하려고 했던 입장의 실마리가 보인다. 우연을 거부하고 결정론적인 믿음을 갖게 데에는 분명 스피노자의 치밀한 철학체계에서 영감을 얻은 바가 것이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보더라도, 책은 짧은 스피노자의 생애의 상당 기간동안 엄밀한 기하학적 증명 방식을 빌어 자연의 법칙이라는 신과 인간에 대한 논증을 완성해나간 책이다. 공교롭게도 20세기가 태동하면서 등장한 양자역학의 애매모호성 스피노자의 엄정하고 객관적인 신의 세계와 양립불가능해보였다. 다시말하면 스피노자의 완벽한 자연 법칙, 스피노자의 신에 무한한 신뢰를 가진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에게 양자역학은 불합리해 보였을 것이다. 사람 모두 양자역학의 성립에 중요한 기여를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스피노자의 유령은 이들에게 향후 입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는 존재의 질서정연한 조화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스피노자의 신을 믿지, 인간의 운명과 행동에 관여하는 신은 믿지 않습니다.

:New York Times, 1929 4 25일자에서 아인슈타인의 인용 (164)    

 

아인슈타인의 말을 음미해보면, 그리고 향후 70년이 넘는 인생에서 그가 궁극의 통일이론을 발견하기 위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스피노자의 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음을 읽어낼 있다. 결국 스피노자의 신은 아인슈타인 뿐만 아니라 슈뢰딩거에게도 일종의 종교와도 같은 위치에 있었다고 있다. 물론 슈뢰딩거는 아인슈타인보다 좀더 쇼펜하우어와 힌두교의 베단타 철학에 경도되어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쇼펜하우어를 서구 최고의 학자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쇼펜하우어도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음을 고려한다면, 통일이론을 추구한 슈뢰딩거의 행보도 설득력을 갖는다. 나아가 자연의 모든 법칙을 기하학적 원리를 통해 표현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던 아인슈타인에게 스피노자는 일종의 교리였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아인슈타인이 실증적인 증거에 대한 고려없이 순수 수학적인 세계에 침잠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듯하다. 대중적으로는 나날이 인기를 더해가던 시기에 학문적으로는 물리학계로부터 점점 고립되어가던 아인슈타인의 입장을 좀더 이해할 있을 같다. 나는 이것이 스피노자라는 유령이 아인슈타인에게 영향이라고 본다. 저자는 보다 명료하게 스피노자가 아인슈타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양자물리학에서 확률을 거부하고, 수십 년에 걸쳐 매끈한 통일장이론을 추구했던 것은 분명 그가 스피노자의 개념을 열렬히 고수했던 데서 비롯된 것이다.” (164-165)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인간적인 면모

그러나 어쩔것인가? 우리 모두는 결국 사람인 것을.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 역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사람의 가정 생활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정과는 사뭇 달랐다. 사람 모두 화려한 여성 편력과 복잡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물들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 문화에서 정해놓은 규범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규범에서 벗어난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우리 모두는 실수를 하기도하고, 어느 순간 잘못 판단하여 다른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나치가 독일에서 실권을 잡고 오스트리아를 합병 하던 , 슈뢰딩거는 영국에서의 임기를 끝내고 오스트리아로 돌아와 대학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나치에 동조하지 않았던 슈뢰딩거는 자신의 교수직을 지키기위해 나치 치하의 오스트리아를 지지한다는 편지를 썼던 일은 분명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만한 일이겠지만, 거대한 폭압적 세력 앞에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 개인의 고충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나치의 입장에서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보였던 슈뢰딩거는 편지에도 대학 명예교수직마저 박탈당하고 만다. 아마도 이러한 불안감과 좌절감으로 인하여 슈뢰딩거는 더욱 스피노자, 쇼펜하우어 그리고 베단타 철학 종교적/철학적 질문에 침잠하는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통일장 이론에 매진하던 아인슈타인의 말년, 아인슈타인은 슈뢰딩거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모든 (자신의 통일장 이론에 대한 노력) 옛날의 돈키호테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같군. 하지만 실재를 나타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유지하고 싶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네.

: 슈뢰딩거에게 보낸 1950 09 03일자 편지에서 인용(399)

 

세상물정에 어두워 보이는 아인슈타인이라도 편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자신의 노력에 대한 숱한 회의를 했음을 짐작해볼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아인슈타인의 행보를 되돌아볼 , 통일이론을 구축하려는 평생의 노력은 결국 무산되었다. 세기의 천재였지만, 또한 인간이기에 그리고 어쩌면 벗어나기 힘든 자신의 입장과 종교에 가까운 집착으로 인하여 실패는 예견되었을 있다. 하지만 일흔이 넘도록 자신의 신념과 열정에 따라 사망하기 전날 까지도 연구할 있었던 아인슈타인은 인간으로서 하나의 모범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 사람이 공통의 목표를 향해 노력을 경주했지만, 이들 사이에 언제나 우정이 가득했던 시기만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1947 슈뢰딩거가 통일장 이론을 완성했다는 언론 발표 이후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 사이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슈뢰딩거는 아일랜드 더블린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업적에 대한 압박과 언론사들의 선정적인 보도로 인하여 아인슈타인의 감정을 건드린 부분이 있다고 보인다. 심지어 상대방을 표절로 고소할 생각까지도 했다는 사실도 당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후 사람이 다시 편지를 주고 받기까지 꼬박 3년의 세월이 필요했다는 점도 나에겐 천재들이 결국 완벽하지만은 않은 인간의 모습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저자는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 사이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사람의 관계를 보면 사람은 애정이 넘칠 때도 있었지만, 배신의 순간도 있었다. 사람은 순간의 환영을 쫓다가도 자신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사람을 찾아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둘도 없는 단짝이었던 것이다.”(423)

 

 

 

 

나가며

저자 핼펀은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바라본 현대물리학사의 모습을 면밀한 자료조사와 이야기 실력으로 흥미롭게 풀어내었다. 특히 사람이 서로에게 또는 다른 과학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보다 친근하게 천재 물리학자의 개인적인 생각에 다가갈 있었던 기회였다. 저자가 성실하게 통일 이론과 관련하여 설명해주고 있는 부분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지만, 통일장이론에 관해서는 학문적 소수파에 속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대 물리학의 발전 과정을 가까이서 있었기에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궁금증을 가진 부분 하나는 불확정성에 관한 아더 에딩턴의 해석에 있다.

양자적 불확정성이 (하이젠베르크가 주장했던 것처럼) 자연의 근본적 속성이 아니라 인간이 절대적인 정확도로 측정할 능력이 없기 때문”(289)이라는 에딩턴의 해석은 현재 물리학계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주장은 아직 하나의 견해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은 결코 절대적인 정확도에 미치지 못하리라는 것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그렇다면 물리학 교과서도 바뀌어야 하지 않은가.

 

다른 궁금증 하나는 저자인 핼펀이 슈뢰딩거가 말년에 지도하고 이후에 디랙과도 연구한 레오폴드 핼펀이라는 인물을 거론하는 부분(411) 있다. 성이 동일한 폴과 레오폴드라는 사람의 관계가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다. 물론 책의 주제와 상관없을 것이지만, 가끔은 책의 주제보다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엉뚱한 곳으로, 옆길로 새는 과정에서 나만의 책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분명 저자는 부분에 나름의 의미를 담아 기록해두지 않았을가 하는 짐작을해본다. 저자 핼펀은 슈뢰딩거의 마지막 연구조교라는 레오폴드 핼펀의 아들일까?

 

책을 덮으며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의 관계를 다시금 떠올려본다. 현대 물리학사에서 놀라운 업적을 남겼던 사람이지만, 이들도 1 2 세계 대전을 겪고, 나치의 영향을 직접 경험했던 사람들이기에 각자 연구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속에서 이루어낸 결과물들이라는 점을 염두해둔다. 아울러 이들도 결국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기에 숱한 과오와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사람은 무기력하거나 좌절감을 겪으며 상당한 시간을 뚜렷한 결과 없이 견뎌내었던 점도 잊지 말아야 같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사람은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둘도 없는 단짝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둘을 묶어주는 힘은 통일장 이론이었으며, 이들이 수없이 주고 받았던 편지들은 존재 사이의 힘을 매개해주었던 교환입자 같기도 하다. 어쩌면 사람은 슈뢰딩거 자신이 언급했던 고양이 역설 사고실험에서 얽힘 대상이 되는 입자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떨어져 있어도 서로가 서로에게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는 그런 존재들 말이다.

 


 

(C) 표지/일러스트: 이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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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도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e*a | 2017.02.18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이례적으로 물리학을 넘어선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유명한 비유다아인슈타인의 주사위는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양자역학의 확률론적 세계관을 비판하기 위한 비유에서 비롯되었고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시 양자역학에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을 비판혹은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가상 실험에서 비롯되었다모두 양자역학과 관련이 있는 비유인 셈이며양자역학의 비호의적인 비유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나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의 태동에 막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슈뢰딩거야 파동함수로 양자역학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중대한 공헌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하였으니 말할 것도 없고아인슈타인의 광전자 효과라든가 상대성이론 역시 양자역학의 토대를 세우는 데 중대한 발견이었다그러나 그들은 양자역학의 비인과적 설명에 불만을 가졌다세상은 확률적이 아니며인과적이라는 믿음을 굳게 가졌던 인물들이다따라서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른바 만물이론혹은 통일이론모든 것의 이론, Theory of Everything)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 믿었으며그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자신들뿐이라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다그것이 그들이 물리학상 혁혁한 공을 세운 이후 그들이 이루어야 할 사명이라고도 여겼다.

 

그래서 둘은 (양자역학에 대한 대립각을 세운다는 점에서는협력적 관계동지적 관계였지만, (동일한 목표를 가진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했다슈뢰딩거는 비교할 수도 없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아인슈타인을 뛰어넘어야 하는 존재로 여겼으며그래서 아인슈타인에 대해 찬사를 하다가도 무시하기도 하였다(그를 후원하는 조직과 인물을 위해서 그랬을 수 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었지만). 또 그런 슈뢰딩거에 대해 아인슈타인 역시 왔다 갔다 하는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들은 분명 위대한 물리학자였지만또한 사람이었으므로.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이 두 거장의 학문과 삶을 추적한다둘의 삶과 학문의 거의 모든 부분을 훑고 있으며, 20세기 초반 물리학특히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과 관련한 여러 사항들을 언급하고 있다하지만 그것들을 모두 촘촘하게 엮고 있는 게 아니라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관계그리고 그들이 몰두했던 통일이론과 관련한 여러 논의와 에피소드에 대해 특히 깊게 다루고 있다그래서 그들의 인간적 면모가 더 깊게 드러나도록 하고 있다.

 

그들과 그들을 비롯한 많은 천재적인 물리학자들의 이론을 따라가기란 벅차다이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어도 전공자가 아닌 이상 그런 논의가 있었다는 것만 대충 이해할 뿐 무엇이 어떻게 되어그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다하지만이 책은 그래도 되는 것이 그게 중심이 아니기 때문이다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그들이 그런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후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물론 그들의 실패에 관해서 더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뛰어넘어야 하는 벽이 존재하긴 하지만여전히 그걸 대충 무시하더라도 이 책의 진가를 맛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말하자면 떠돌이 과학자였다아인슈타인이 나치를 피해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 자리를 잡기까지슈뢰딩거도 아일랜드의 더블린 고등연구소에 자리를 잡기까지 한 곳에 오랫동안 연구를 한 적이 없다그것은 그들의 지적 여정에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안락함을 추구하려는 본능과 더 좋은 연구 환경을 찾아서지적 자극을 받고자 하는 의도가 서로 엇물렸을 것이다그들은 경쟁 속에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위해(혹은 또 다른 이유로성급하게 그들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는 비판 받고 철회하는 일을 반복했다그래서 그들은 노벨상 이후 특별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 것으로 비판 받기도 한다그저 젊었을 때의 명성을 통해 보여지는 존재기사화하기 좋은 존재로 남았다는 비판이다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지적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그들이 언론을 통해 시시콜콜한 일상까지도 보도되는 등 과하게 추앙 받은 것은 기자들의 본능과 욕심 때문이었으며대중들의 기대 때문이었다.

 

이제 아마 적어도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는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과학특히 물리학의 성격이 변했기 때문이다. ‘신의 입자라는 힉스보손의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은 몇몇 과학자였지만그것을 입증하는 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최소한 수백 명이었고들어간 돈도 천문학적이었다어떤 천재가 세상의 이론을 뒤집는 경우가 생길 것이란 기대를 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그래서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 같은 거장의 지적 여정과 에피소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이 책은 그런 관심을 충분히 충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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