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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 은퇴가 길어지고 있다. 남들처럼 은퇴후 계획같은 건 세워두지도 않았고 언제간 다시 돌아가겠지 했던 일자리도 유야무야 끊어진 셈이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라도 해두었을텐데...
남들보다 무척이나 빠른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 비록 첫 직장은 실패나 다름없게 너무 빨리 그만두었고, 그 이후엔 외국생활, 한국, 다시 외국, 한국을 오가며 크게 스트레스 없이 살아왔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건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늘 청춘일거라 생각했지만 자고 일어나면 어제와는 어딘가 달라진 몸 상태,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면서 일보다는 건강을 생각하게 되었고 무리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쉬엄쉬엄 살아야 겠다는 생각에 미처 더 늙은 뒤 찾아올 은퇴는 생각 범주에 넣어두지 못한 상태였다.
지인이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쓰는 것 중에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후자라고 자신없는 목소리로 답을 했다. 벌어놓지 못했으니 아껴서라도 모자르지 않게 살아야하지 않겠냐는 것이 요지였는데, 상대방은 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돈도 벌 수 있을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한다고 핀잔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갭투기도 하고 주식도, 코인도 다 한다고 했다. 그게 코로나 직전의 이야기였다.
은퇴라는 단어 자체가 한 60살 정도 되어 더 이상 일할 기력도 쇠하고 벌어둔 재산도 넉넉하고 자식들도 장성해서 각자 알아서 앞가림하는 정도가 되면 할 수 있는 소리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생각은 모두가 달라서 더 늦게까지 일하길 원하거나 반대로 아직도 창창한데 그만두고 즐기면서 살거라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누가 옳은 삶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상황과 가치관이 다 다르므로,,,
마흔이면 정말 한창때다. 그런데도 부부가 공히 마흔이 되는 시점에 다니면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여 은퇴 작전에 나선 케이스가 있다. 포털 회사에 근무하다 다소 늦은 결혼을 하고 지금은 수도권에 사는 저자 부부. 나이차가 6살 되다보니 남편은 마흔 여섯, 아내는 마흔이 되는 해에 그만둔다고 다짐을 한 상태다, 관건은 경제력이다. 둘은 현재의 경제적 능력과 은퇴를 하고 난 뒤 연로해진 뒤에도 궁핍하지 않을 정도로 살려면 얼마를 벌어둬야 하는 지 세세하게 체크를 하고 준비를 해나간다. 그런 것들이 수치로나마 소개가 되고 있는데 철두철미 해보였다. 예금, 연금, 보험, 부동산, 주식까지... 그런 것들이 은퇴후에도 자신들의 삶을 지탱해줄 무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런 생각을 해봤다. 복권 1등 당첨되면 바로 은퇴해도 될까? 그 돈이면 아무것도 안하고 편하게 늙어 죽을때까지 살 수 있을까? 남는 시간에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되서, 돈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배우기를 해볼 수 있을까? 소속이 없는데 사회생활하는데 불리한 점은 없을까? 등등.. 인간은 고민하는 동물이다. 즉흥적인 것 같아보이지만 늘 고민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거나 해결되거나 다른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마흔에 은퇴라는 말은 시샘의 대상일수도, 아니면 철없는 소리라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는 다소 자극적인 코멘트다. 하지만 이들이 과감하게 지를 수 있었던 바탕엔 부부 '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싶었다. 인생설계를 상당히 계획적으로 짜놓을 줄 알고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정도의 경제력도 뒷받침 되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설사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 되면 남을 위해 사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암튼 부러웠다.
은퇴라는 무거운 주제를 소설을 읽어가듯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며
내용들이 실제 생활 속 사례를 통하여 좀 더 현실적을 와 닿았다.
이른 은퇴란 경제적 여유 대신 삶의 여유를 선택하는 일일 뿐이다. 그리고 어떤 삶에 더 행복을 느끼는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모두가 같은 삶을 원하지는 않는다.
경제적 여유를 선택할지 아니면 삶의 여유를 선택할지는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며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끊임없이 경제적 여유를 갈구하다 보면 영원히 은퇴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가지면 더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의 사슬을 끊어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여유에 더 비중을 두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본문에서와 같이 부부 생활비를 250만원으로 정한 것처럼 각자의 기준에 부합한 준비가 된다면 삶의 여유를 선택하여 은퇴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원하지 않아도 회사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퇴사 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하지만 웹툰 <미생>의 명대사 회사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괜한 공포심도 함께 든다. 나 또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만 버리면 어려울 것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적당한 돈벌이를 한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다 해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직업에 대한 편견만 버린다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이 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이제 하기 싫은 일은 더 이상 안 할 거다. 나 혼자서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천천히 해볼 생각이다. 새로운 배움이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 한동안은 마음이 바쁠 각오도 해야 한다. 왜 바로 성과가 없느냐고 나 자신을 다그치게 될 수도 있다. 그땐 나에게 지금껏 살아온 만큼의 긴 시간이 있다고 다독여줘야지. 나를 위해 몰두하는 시간들이 쌓여 더 괜찮은 내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돈을 위해서 회사생활을 했다면 은퇴 후에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했으면 한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돈까스집이 있는데 돈벌이보다는 은퇴 후 조그마한 돈까스집을 운영해보는 게 사장님의 소원이었다고 한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의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이고 무리하지 않는 적당한 시간에 가게를 마치며 노후를 풍요롭게 보내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사, 변호사와 같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직업들도 있지만 숲해설가,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처럼 생소하지만 꼭 필요한 직업들도 많고 다양하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찾다보면 분명히 내게 맞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일도 이만큼 하고 있다. 만약 내가 지금 회사에 쏟는 시간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쓴다면 은퇴 이후의 긴 시간도 지루하지 않고 적당한 돈벌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취업 후 지금까지 내가 아닌 회사를 위해 살았다. 회사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하고 프로젝트의 성공을 나의 성공으로 착각하며 보냈다. 이제부터 회사와 나 사이에 거리를 두기로 했다. 인생 100세 시대라는데 적성에 안 맞는 일을 하며 그 긴 시간을 아깝게 보낼 수는 없다.
항상 모자라지만 월급이라는 보상을 받기 때문에 우리는 그에 합당한 일을 해야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시간이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경계하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미래의 나를 위해 생각하고 계획하는 시간도,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즉 어렵겠지만 근무시간에는 회사에 집중하고 습관적인 야근과 주말에 밀린 일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며 퇴근 후와 주말에는 나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은퇴를 위한 작은 준비란 생각이다.
우리는 병원비 걱정 따위는 운명에 맡기기로 하고 실손보험만 들기로 했다. 치료비만 어느 정도 보전해도 어딘가 싶었다. 대신 건강한 삶을 살자고 했다. 이참에 생활 습관을 한번 되돌아봤다. 우리는 건강하게 살고 있는걸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보험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란 생각이다. 물론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은 훌륭한 방어막이 될 수 있지만 이를 맹신해 식습관 관리나 운동을 소홀히 하면 안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은퇴준비의 1순위는 운동이다. 이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주어졌지만 건강하지 못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얼마다 안타까운 일인가
국민연금은 만 65세부터 수령 가능하고 개인연금+퇴직연금은 만 55세부터 수령이 가능하다.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는 개인연금+퇴직연금으로 생활하고 65세부터는 국민연금+주택연금을 받도록 설계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사람마다 상황이나 경제적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참고로 각자의 방법을 설계해 봤으면 한다. 예를 들어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때 생활비를 월250만원으로 기준을 잡았다면 만 55세부터 수령가능한 개인연금+퇴직연금을 제외하면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계산해보고 65세부터 국민연금+주택연금(주택연금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은 연금을 대체할 만한 다른 상품을 적용)을 제외하여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계산해보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예산을 예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여기서는 계산의 편리상 물가상승이나 다른 변수는 제외한다. 매스컴에서 가끔 들어봤을 것이다. 노후 생활을 하려면 기십억은 필요하고 그래야 일년에 한번은 해외여행도 다녀올 수 있다는 말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먼 나라 얘기라 생각하자. 거기에 기준을 맞추면 은퇴는 둘째치고 평생 일만하다 죽을지도 모른다.
재직 중일 때는 4대 보험금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우리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회사에 다니지 않으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더 이상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소득이 없다면 국민연금 역시 납부예외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만 65세 이후 둘의 국민연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계획이기에 지역가입자 자격으로 연금을 계속 납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지역가입자가 납부 가능한 최소금액은 지역가입자 중위수의 기준소득월액을 기준으로 한다. 2020년 4월의 기준소득월액은 100만원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의 9%를 납부하도록 되어 있으니 최소 납부 연금액은 9만원이 된다.
은퇴한 분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수입이 많지않은 상황에서 4대 보험금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쉽지는 않겠지만 은퇴전에 4대 보험금만이라도 해결 할 수 있는 소액 일자리를 미리 알아보는 것도 노후자금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전 직장에서 이직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사람 때문이었다 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극복할 수 있는데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극복하기 힘들었다. 나이가 들면 무뎌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 견디기 힘들었다. 그건 아마 내 성향 때문일 거다. 난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이다. 다툼이 발생해도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내가 조심하면 달라질 수 있어라고 속으로 삼킨다. 그런 생각은 나를 위해서였다. 남들에게 화풀이를 한 적도 있었지만 난 화를 내는 것이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내가 참느냐, 화를 내느냐 둘 중에 무엇이 덜 힘들지 고민하다 선택한 방법이었다.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로 인해 힘겹게 회사생활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화가 나면 나는 속으로 억누르는 편이다. 화를 내어 봤지만 그럴수록 내 속만 더 타 들어가듯 힘들었다. 그 이후로는 왠만하면 화를 안내려고 한다. 나도 직원들간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힘들었다. 안좋은 기억들은 왜이리 잊혀지지 않는지 TV를 볼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순간순간 불쑥 기억이 되살아나 나를 괴롭힌다.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기억이 머리속을 떠나질 않는다. 한동안 안 마주치면 그나마 낮다. 나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은 잊으려고 애쓰지 말고 운동이 되었던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서 나쁜 기억이 자리잡은 공간을 좁혀나가는 것이다. 즉 빼지말고 채워서 밀어내는 방법이다.
입출금 통장을 만들거나 대출을 받으려면 내 소속과 소득을 증명해야만 한다. 소속이 없어진다는 것은 더 이상 금융거래가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은행은 내 소속과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와 이율을 결정한다. 그래서 은퇴하기 전 금융거래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나역시 대출이 많아지니 매년 전화 한통이면 연장되었던 상품도 일부상환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재직중이니 이정도지, 아니면 전액상환이든 이율이 올랐을 것이다. 이런 부분도 미리 상환 할 수 있으면 하던지 아니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대출이 어려울 수 있으니 미리 받아두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요즘은 한 번에 하나씩만 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제는 하루에 한 가지만 해도 괜히 뿌듯해진다. 책 한 권을 다 읽거나 집안일 하나만 처리해도 보람 있는 하루를 보낸 기분이다. 회사에서는 하루에 수많은 회의와 결재, 메일 수십여 통을 처리했는데 하루에 하나만 하는 것이 너무 게으른 건 아닌다 자책할 때가 있다.
나역시 쉬는 날은 회사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빡빡하게 짜여진 계획대로 보내야지 잘 보낸 것 같았다. 오랜 회사생활의 휴유증이랄까 본문에서처럼 하나만 한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꼭 필요한 것 하나를 제대로 하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해 나가야 할 것 같다.
로또도 당첨된 것이 아니고, 금수저도 아니고, 투자에 성공한 것도 아닌 부부가 조기 은퇴를 했다
대부분 FIRE족이 투자에 성공하여 조기 은퇴를 하는 경우라고 한다면
이 저자는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까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 계산하고
그 때까지 자금을 마련하여 조기 은퇴를 하는 경우라고 하겠다
살아가는 데 생각보다 큰 돈이 들지 않는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저자가 생각하는 1달 생활비는 250만원 정도이다)
그런 계획이 세울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 삶의 큰 변수로 작용하는 아이가 없다는 것(아이가 있어도 준비가 가능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아마도 목표한 돈을 벌 수 있었던 괜찮은 직장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아마 건강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저자의 방식이 통하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찾는 것이 최우선이고
자신의 현재 경제 위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목표를 세울 것(생각보다 현재 자산이 없다면 조기 은퇴라가 아닌 그냥 은퇴할 때가 되어서 은퇴할 수도 있다)
그리고 백수로 진입하기 전에 직장인으로 누릴 수 있었던 대출이나 은행 업무는 모두 마무리할 것이겠다
p.s. 이 책으로 저자의 꿈도 이뤄졌지만 개인 비상금도 늘었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또한 과연 이 책이 경제 서적인가 싶다. 에세이 코너에 있어도 무방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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