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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 쿨하고 소심한 편의점 사장님

박규옥 | 몽스북 | 2022년 5월 10일 한줄평 총점 8.4 (1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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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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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 쿨하고 소심한 편의점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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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인문학을 전공한 박사 학위 있는 아줌마,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동네 점방’의 주인이 되다.

친절하려고 애쓰진 않지만 양심에 아무 거리낄 것 없이 심플하게, 장사하고 산다.
매력 넘치는 장사꾼 규옥 씨의 동네 편의점 24시 이야기.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편의점 점주도 그렇다. 한때는 ‘유명해질 줄 알고 사인 연습을 하던’ 귀여운 소녀였고, 고등학교를 자퇴하고도 꿋꿋하던 학생이었으며, 학원에서 국어 논술을 가르치다 돌연 아이와 함께 중국으로 떠났던 실행력 있는 엄마이기도 했다. ‘놀고 먹으려’던 중국에서 주변의 수근거림이 싫어 홧김에 시작한 공부로 박사 학위까지 따고는 다시 돌아와 3년간 심혈을 쏟아 부었던 사업을 하루 아침에 접고 편의점 계산대에서 바코드 찍는 일을 시작한, 누군가의 눈엔 대책 없고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커리어를 가졌다.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회사를 운영하며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일이 유니폼을 입고 바코드를 찍는 일보다 체면치레는 될지 몰라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과감하게 하던 일을 접었다.”는 것. 만만치 않은 삶의 스펙 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성격이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그 성격은 대체로 누르고 동네 편의점에서 장사하고 산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박사 학위까지 따고 장사를 하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이 시대가 인문학 전공자를 세상으로 내몰았다’는 식의 괜한 변명을 늘어놓곤 했지만 이제는 동네 가게의 주인으로 사는 삶이 뱃속 편하고 좋다는 생각이다. 일터로 나오는 것이 즐겁고, 남들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본인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자 주변 사람들에게도 너그러워졌다. 편의점 일이라는 게 강도가 세지 않은 육체 노동을 늘 해야 하는데 일을 하고 나면 늘 기분도 맑아진다.

SNS에 올릴 글을 쓰다 ‘애면글면하다’라는 표현을 적었다 다시 지우는 저자. 그런 어려운 표현이 자신이 쓰는 말 같지가 않아서였다. 단순한 언어 사용이 습관화되어 어려운 장소에서 폼 나는 언어를 쓰고 싶어도 입이 굳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다. 편의점 일은 어렵고 복잡한 일이 아니다. 몸을 움직이는 단순 노동에 가깝다.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것도 지나가는 손님과 몇 마디 나누는 게 전부다. 그런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니 저자는 언어도 인간관계도 단순해지고 있는 걸 느낀다. 그러나 그런 자신이 싫지 않다고 고백한다.

“쓰는 언어가 단순해지는 만큼 사람들과의 단순한 교류가 좋아지는 것을 보니 나는 진정한 ‘편의점 인간’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야심이나 허세 없이 되도록 단순하게 살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는 이런 식으로 드러난다. 몸을 움직여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고, 좋아하는 이웃, 손님들과의 단순한 교류를 즐기며, 주변의 아픔에 매몰차게 눈 감지 않는 온정 어린 마음으로 오늘도 편의점 문을 여는 저자. 쿨하면서도 때로 소심해서 인간적인, 경기도 분당GS편의점 점주 규옥 씨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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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prologue 바코드 찍는 아줌마 10

1. 편의점 하고 삽니다
11년의 여행자 16
동네 가게의 주인이 되는 일 20
혼자 웃는다 24
손님이 많을수록 월세도 올라간다 29
장사꾼 아니라 동네 사람 33
덤불 속 37
스마트한 진상을 대하는 나의 자세 42
착하게 살고 싶은데 48
친절한 내가 빈정거리면 그건 당신 때문이다 49
손님에게 친절하려 애쓰지 말라 51
잘생긴 남자 가산점 55
기쁜 소식 58
사회적 약자 우선 전형 59
명절의 편의점 63
해본 사람이 하는 조언 67
편의점 종사자의 언어 72

2. 그렇게 장사꾼이 되어간다
친절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78
편파적 고객 사랑 85
야박한 사장님 91
음주에 남녀가 따로 있나 92
장사꾼 규옥 씨 96
손님은 딱 내 스타일 98
솜씨가 없어서 슬픈 미담 101
너무 친해도 힘들어 104
헤어짐은 아쉬워 108

3. 글을 부르는 손님들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114
글을 부르는 손님들 120
커피 도둑 목사 일행 124
얼른 나가란 말이야 127
막걸리 맛도 모르면서 129
아저씨는 왜 그럴까 131
2+1은 너무 어려워 132
충고, 안 들을게요 134
이런 손님, 진상입니다 136
졸보 진상 손님 139
그렇다고 내가 불친절해질 줄 아느냐! 141
순대와 친절을 바꿔먹은 남자의 최후 146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150
손님 응징 가이드 155
공병 회수와 짜증의 연쇄 사슬 160
분노 조절이 필요해 163
정신 승리도 필요해 166
허풍쟁이는 동네마다 170
때론 그냥 당한다 173

4. 전지적 편의점 점주 시점
전지적 편의점 점주 시점 180
점주라서 좋다 184
장사가 잘돼도 나가야 한다 189
밤을 사는 사람들 193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198
우울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남자 202
편의점 출입 루틴 205
외로워서가 아니다 209
자발적 3포 총각 213
오지랖 근무자들 218
내 눈에 추리 소설 224
사랑이 꽃피는 편의점 229

5. 내 이웃의 안녕
그렇게 박사가 되다 234
선양沈?의 ‘동네슈퍼’ 240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46
오피스텔의 노인들 249
츤데레 이 사장 253
작은 카페와 경쟁하는 대기업 군고구마 258
코로나19 시대의 편의점 261
자영업자의 나들이, 그야말로 전쟁 통 264
을의 마음은 을이 안다 269
외국인 단골손님들 272
인도로 돌아간 자야 276
외로웠던 농구 선수 280
epilogue 284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1명)

저 : 박규옥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십여 년간 학원에서 국어 논술을 가르치다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중문학 석사를 거쳐 문예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후 3년여 시간 동안 심혈을 쏟아 중국 기업 조사와 관련된 사업체를 운영하다 돌연 접고 편의점 일을 시작했다. 회사를 운영하며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일이 바코드 찍은 일보다 체면치레는 될지 몰라도 적성에 맞는 일이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하던 일을 과감하게 접었다. 이제는 작은 가게에서 시간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단순한 노동을 하며 산다. 직업을 바꾼 것은 인생 격변이 아니다. 작은 일에 만족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십여 년간 학원에서 국어 논술을 가르치다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중문학 석사를 거쳐 문예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후 3년여 시간 동안 심혈을 쏟아 중국 기업 조사와 관련된 사업체를 운영하다 돌연 접고 편의점 일을 시작했다. 회사를 운영하며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일이 바코드 찍은 일보다 체면치레는 될지 몰라도 적성에 맞는 일이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하던 일을 과감하게 접었다. 이제는 작은 가게에서 시간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단순한 노동을 하며 산다. 직업을 바꾼 것은 인생 격변이 아니다. 작은 일에 만족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 저자에게는 인생 격변인 것이다. 지금은 경기도 분당, 오피스텔이 있는 한적한 동네에서 GS25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출판사 리뷰

매력 넘치는 장사꾼 규옥씨의
동네 편의점 24시 이야기


“유학 가서 박사 학위 받고 돌아와 지금은 편의점 하고 산다. 동네 점방의 주인이 되는 것, 어쩌면 이것이 어릴 때부터 생각해 온 나의 꿈인 것도 같다. ”


편의점 사장님의 이상한 스펙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편의점 점주도 그렇다. 한때는 ‘유명해질 줄 알고 사인 연습을 하던’ 귀여운 소녀였고, 고등학교를 자퇴하고도 꿋꿋하던 학생이었으며, 학원에서 국어 논술을 가르치다 돌연 아이와 함께 중국으로 떠났던 실행력 있는 엄마이기도 했다. ‘놀고 먹으려’던 중국에서 주변의 수근거림이 싫어 홧김에 시작한 공부로 박사 학위까지 따고는 다시 돌아와 3년간 심혈을 쏟아 부었던 사업을 하루 아침에 접고 편의점 계산대에서 바코드 찍는 일을 시작한, 누군가의 눈엔 대책 없고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커리어를 가졌다.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회사를 운영하며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일이 유니폼을 입고 바코드를 찍는 일보다 체면치레는 될지 몰라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과감하게 하던 일을 접었다.”는 것. 만만치 않은 삶의 스펙 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성격이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그 성격은 대체로 누르고 동네 편의점에서 장사하고 산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박사 학위까지 따고 장사를 하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이 시대가 인문학 전공자를 세상으로 내몰았다’는 식의 괜한 변명을 늘어놓곤 했지만 이제는 동네 가게의 주인으로 사는 삶이 뱃속 편하고 좋다는 생각이다. 일터로 나오는 것이 즐겁고, 남들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본인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자 주변 사람들에게도 너그러워졌다. 편의점 일이라는 게 강도가 세지 않은 육체 노동을 늘 해야 하는데 일을 하고 나면 늘 기분도 맑아진다.


너무 친절하려 애쓰지 않는다

국문학도에, 중국학 석사, 문예학 박사 학위를 받은 편의점 점주답게 저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준다. 편의점에 드나드는 손님들과 그 주변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쳐내는데, 마치 편의점 배경의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오가는 편의점 점주 시점에서 본 주변인들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세상사의 축소판이다. 다들 자는 밤에 깨어 낮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아파도 쉬지 못할 처지의 배달 기사도 있다. 시작하는 연인들, 남들 눈 피해 다니는 불륜 커플부터 외롭게 살아도 자존심 꿋꿋한 노인들까지, 관심을 갖고 보면 손님들 각각의 사연들이 보인다.

오래 장사하다 보니, 손님들과는 적당히 거리를 둬야 한다는 영악한 진리도 깨달았으며 상식 수준의 예의를 갖추되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친절은 베풀지 않겠다는 철학도 갖게 되었다. 가게의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해 준다. 신선하고 좋은 물건, 증정품 많은 물건들을 찾아내 파는 것은 우리 업무이고, 그걸 보고 손님이 찾아오면 되는 것이지 굳이 학생들의 과도한 친절을 이용해서 장사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 점주의 생각이다.


진상 손님은 늘 있다

그런 철학으로 편의점을 운영하며 때로 손님들과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편의점 고객 중엔 상식 수준을 벗어나는 진상들이 생각보다 많다. 각종 갑질 손님에 시달리며 대부분은 참고 누르며 넘어가지만 임계치를 넘기는 사건이 생길 땐 한 번씩 거칠게 포효한다. 파렴치한 목사 일행, 친절과 순대를 바꿔먹은 남자의 최후 등의 에피소드를 읽으면 도무지 ‘을’답지 않은 점주의 표독스러운 행동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가끔은 손님에게 비굴하게 행동해야 하나 갈등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때때로 야박하고 때때로 불친절하다.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편의점 일을 하면서 부당하게 듣는 욕을 참아야 할 정도로 비굴할 필요가 있나.” - 본문 중에서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친절해지는 편의점 점주. ‘츤데레’ 기질에 따듯한 마음까지 장착한 글에 스며들다 보면, 비굴해지느니 때로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겠다’는 저자의 생각을 지지하게 된다.

“나는 친절을 팔지 않는다. 찾아주는 고객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늘 장착하고 있는 내 친절을 돈으로 계산하려는 얄팍한 자본주의자들에게는 돈을 줘도 안 파는 것뿐이다.” - 본문 중에서


그렇게 편의점 인간이 되어간다

SNS에 올릴 글을 쓰다 ‘애면글면하다’라는 표현을 적었다 다시 지우는 저자. 그런 어려운 표현이 자신이 쓰는 말 같지가 않아서였다. 단순한 언어 사용이 습관화되어 어려운 장소에서 폼 나는 언어를 쓰고 싶어도 입이 굳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다. 편의점 일은 어렵고 복잡한 일이 아니다. 몸을 움직이는 단순 노동에 가깝다.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것도 지나가는 손님과 몇 마디 나누는 게 전부다. 그런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니 저자는 언어도 인간관계도 단순해지고 있는 걸 느낀다. 그러나 그런 자신이 싫지 않다고 고백한다.

“쓰는 언어가 단순해지는 만큼 사람들과의 단순한 교류가 좋아지는 것을 보니 나는 진정한 ‘편의점 인간’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야심이나 허세 없이 되도록 단순하게 살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는 이런 식으로 드러난다. 몸을 움직여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고, 좋아하는 이웃, 손님들과의 단순한 교류를 즐기며, 주변의 아픔에 매몰차게 눈 감지 않는 온정 어린 마음으로 오늘도 편의점 문을 여는 저자. 쿨하면서도 때로 소심해서 인간적인, 경기도 분당GS편의점 점주 규옥 씨의 이야기다.

종이책 회원 리뷰 (8건)

(서평)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j*****7 | 2023.02.06

책도 보고 글도 좀 쓰다보니 짧은 밤이 후딱 지나간 모양이다. 새벽 5시인데 주변의 사물이 인식되기 시작했고 먼동이 기지개를 키려고 준비중이었다. 슬슬 잘까 했다가 출출해서 둘러보다 아무 것도 없음을 알고는 문득 이 시간에 밖에 나가볼까 하는, 좀처럼 하지 않았던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하루를 열기엔 이른 시간이었지만 지난 겨울 첫눈을 제일 먼저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처럼 그 여름 주말 새벽 문을 나섰다. 

점점 날이 밝아 왔지만 간간히 지나는 자동차 말고는 인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길건너 작은 단지의 아파트 입구에 있는 편의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있다는 건 알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다. 슬슬 걸어가보니 그곳엔 벌써 아침이 시작된 모양이다. 규모가 상당한 탑차에서 부려놓은 박스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기를 대기하고 있고 푸른 색 조끼를 입은 남자 혼자 안팎을 오고가며 물품 체크에 열심이다. 그 좁은 사이를 마치 지뢰를 피하듯 들어가보았다. 예상보다 좁은 편의점이었다. 이렇게 좁아도 장사를 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가게 안에는 나 말고 한 명이 더 있었다. 컵 라면을 고르는 중이었다. 나 역시 딱히 살 것도 없어서 공장에서 만들어 내보낸 빵 하나와 1+1 한다는 봉지 라면을 하나 집었다. 계산을 해야 하는데 점주인지 알바인지는 여전히 물품을 체크하느라 바빠보였다. 안으로 들어오면 계산 해달라고 해야지 하며 잠시 진열대에 놓인 신상 도시락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잠깐 사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매장 안에서 라면 드시면 안됩니다" 깜짝 놀라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나 역시 움찔 했다. 
밖에 있다 안으로 들어서던 점주 혹은 알바가 나보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컵라면에 젓가락을 넣고 휘젓는 모습을 보고 한 소리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역시 아직 계산을 안한 상태였는데...
"여기서 안 먹어요 물만 붓고 가지고 나갈거예요. 계산이나 해주세요" 
아니었다, 내가 보기엔 이미 한 젓갈 입에 가져다 댄 듯 했다.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리고 있다 얼른 올리는 걸 보았다. 코로나 환자가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때였던 지라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을텐데.... 아마 너무 배가 고팠던 걸까? 이미 한 젓가락 한 컵라면을 카운터에 올리고 계산을 하는 두 사람의 표정이 사뭇 냉랭했다. 저 사람은 어디로 가서 남은 컵라면을 먹을까

새벽부터 부산스러웠던 편의점을 나서며 뒤돌아 편의점 간판을 바라다 보았다. 아파트 단지에 불이 켜진 곳도 많지 않았던 그 새벽, 장사를 하기 위해 부산을 떨고 한 편으로는 매장내 취식불가라는 규칙을 고객에서 준수시키려는 점주 혹은 알바생. 그렇게 또 하루의 날이 밝아왔다. 

 



중국가서 박사 공부까지 하고 돌아와 한국에서 편의점을 하는 중년의 여성인 저자, 남편과 함께 몇 명의 알바생들과 편의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손님들과의 에피소드를 쉴 새없이 쏟아 놓았다. 나도 직접 경험한 내용도 있고 저런 상황도 있을까 싶은 것들도 있고, 편의점도 극한의 감정노동이구나 멘탈 약한 사람은 절대 못할 일이구나 싶은 상황에 긴장이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진상 손님이 많다는 건 어떻게 해코지 할 지 모르는 상황이 잠재해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할 거 없으면 시골가서 농사짓지 다음으로 많은게 하던 일 그만두고 편의점이나 하지 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한때 편의점 운영과 관련해 좋지 않은 뉴스도 있었던 만큼 손님뿐 아니라 점주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인 건 틀림없어 보인다. 사장님 소리 들어도 그게 뭔 대수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정이 오고가는 단골들과의 이야기엔 인간이 왜 인간이겠어 하는 마음도 든다. 

개인적으로 나더러 장사를 하라고 하면 대기업 체인점 형태의 편의점은 못할 것 같다. 보통 24시간 열어 운영해야 하고 본사의 운영 방침과 위배되는 행동에 제약을 받는 것도 싫고 편의점 가격이 왜 우리 동네 마트 보다 비싸냐는 불평도 들을 자신이 없다. 또 이상한 알바생이나 취객과 감정싸움을 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편의점 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동네에 몇 개씩 있는 게 편의점이고 없으면 또 아쉬운 게 편의점이다.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과는 또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엮어 놓은 이 책을 보면서 세상엔 참 많은 인간 군상들이 사는 구나 싶어 재미있게 보았다. 내가 찾아갔던 그날 그 손님은 점주 혹은 알바에게 어떤 손님으로 기억될까

 

 

내 의지가 아닌 것처럼 시작하게 된 장사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잘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됐다. 앞으로 뭘하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 지금하고 있는 이 일을 잘하자는 생각으로 산다.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지만 가끔은 지금보다는 조금만 더 도덕적이고 조금만 덜 영악하게 살자는 생각을 하며 산다             p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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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편의점의 돈까밀로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b*****4 | 2023.01.20
박규옥 작가의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와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었다.

두 책 모두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는 산자를 만난다는 것이고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죽은 자(정확히는 죽은자의 흔적)를 만난다는 것이다.

산자와 만남에는 고만고만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화해가 있다. 자본이 만든 톱니바퀴를 최전선에서 돌리는 서비스 노동자의 애환을 유쾌하게 그려낸 게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다. 고객과 불가근 불가원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점주가 아슬아슬하게 고객과 거리를 늘였다 좁혔다 하는(작가 표현으론 오지랖이다) 걸 보는 재미가 있다. 꼭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에서 돈까밀로 신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 '빼뽀네 읍장'은 누구냐고? 빼뽀네처럼 일관성은 없지만 모든 고객이 빼뽀네 읍장이다. 다양한 얼굴로 매일매일 등장하는 고객은 오늘은 어떤 사건으로 신부님과 얘기거릴 만들까 작전을 꾸미는 것 같다. 작가가 유쾌한 글을 쓰는 역량이 있어 재밌게 술술 읽힌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모든 갈등과 대립이 해소된 후, 마지막 남아있던 갈등의 흔적조차 지워버리는 일관된 노동을 얘기한다. 편의점의 서비스 노동자가 자본과 고객 사이에서 노동자의 자존감을 지키려 고군분투 한다면, 죽은 자의 집 청소에서 서비스 노동자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살았던 자의 모든 흔적을 지우는 수행에 가까운 노동을 얘기한다. 부처의 말씀을 옮긴 반야심경이 '불구부정'을 말하지만 어찌 범인이 더럽고 깨끗함과 불쾌함과 산뜻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이러니 작가가 만난 현장은 청소용역에 가깝다가도 어느 순간 수행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20대 후반 어느 날 아침저녁 이를 닦을 때만이라도 내가 살다가 죽는 유한한 존재임을 기억하자라는 다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평범한 나는 안타깝게도 내가 그런 다짐을 했다는 걸 40대 후반 어느 술자리에서 다시 떠올렸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어찌보면 작가는 힘들지만 노동이라는 신성한 옷을 입고 뚜벅뚜벅 무소의 뿔처럼 걷고 있는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작가는 살았던 이의 흔적을 치우기 전 늘 살았던 이를 떠올린다. 그리고 들리지 않는 독백을 때로는 대화같은 편지를 쓴다.

"당신이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 있었겠지만 당신은 많은 사랑을 받고 간 사람입니다"

그의 편지가 그에게 일을 맡긴 집주인에게는 들리지 않겠지만 고인은 잠시 동안이라도 그의 편지에 머물다 갔을 거라 믿는다. 독자 또한 그의 독백에 잠시 머물었을 것이다.

언젠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의 방을 비추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카메라 앵글에 잡힌 빈 방엔 아니러니하게도 모두 재벌의 제품으로 둘러쌓여 있다. TV, 냉장고, 노트북, 하물며 장판과 벽지까지도 말이다. 삶까지 버려야 했던 지독한 가난은 그렇게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편의점의 컵라면과 값싼 도시락이 작은 지하 셋방에 요금 독촉장이나 도시가스 차단 예고장으로 옮겨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연결이 삶과 죽음의 경계였다는 증거를 작가가 만난 현장은 증명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우리도 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듯이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와 '죽은 자의 집 청소'도 맞닿아 있다. 두분 작가의 글을 읽으며 다시금 살아 있음과 그렇지 않음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되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지난 몇 년 선택적으로 책읽기를 줄였었다. 무엇을 얻고 쌓기보다는 내 안의 조용함을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다. 그런 시간을 가지면 좀더 겸손해지고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겸손은 가진 게 없으니 따로 노력할 필요가 없었고, 내안을 들여다보는 동안 지혜는 따라오지 않았다. 다시 책을 읽으며 읽고 싶다는 욕심이 다시 기승을 부린다.

모두들 행복한 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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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 쿨하고 소심한 편의점 사장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신* | 2022.06.18


 

 

인문학을 전공한 박사 학위 있는 아줌마,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동네 점방’의 주인이 되다.

 

친절하려고 애쓰진 않지만 양심에 아무 거리낄 것 없이 심플하게, 장사하고 산다.

 

매력 넘치는 장사꾼 규옥 씨의 동네 편의점 24시 이야기.

 

 

 

 

 

*

 

 

 

 

일단은 저 제목을 보고 헉! 읽어야돼! 싶어서 구매한 책이다 ㅋ

 

 

 

이 책을 알고 구매한건 아니고 

 

이것 저것 책을 골라담고 있는데 예스24에서 

 

다른 사람은 이런 책을 샀다고 하단에 추천해주는 목록이 있는데 

 

거기에 있길래 덜컥 집어서 장바구니에 담았음ㅋㅋ 

 

나는 좀 더 세심한 느낌으로 


( 좋아하는 도서와 비슷한 계열로다가? ) 추천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냥 진짜 다른 사람이 담은 목록 보여주는거 아닌가 싶은 추천도서들이 많긴했음..^^

 

 

 

 

 

뭐 암튼 생각했던 거 보다 하루 늦게 받아서 ( 요새 대한통운 배송이 늦어진대영 ㅠ ) 

 

조금 슬펐지만.. 궁금해서 호다닥 읽어보게 된 책이다. 

 

역시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예상대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넘 좋았음.

 

역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그 와중에 재밌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 근데 그와 비례하게 진상도 있다는게 함정이여 ㅠㅠㅠㅠㅠㅠㅠ ) 

 

 

 

 


 

예를 들면 이런 할아부지 ㅋㅋㅋㅋㅋ 아니 ㅠ 600원짜리 생수 사시면 되잖아요...

 

그냥 동전 처리하려고 하는데 50원 없어서 슬쩍 넘어가려는거 같은데..

 

막 가격 깎지 마시라고요 ㅠㅠㅋㅋㅋ통신사 할인을 쓰시던가요..

 

 

 

그나마 점주분이 응대했으니 50원 깎자 한건 어르신이라고 말씀드리지 

 

알바분들이였으면 안된다고 계속 안절부절해하면서 응대했을거 아니냐구 ㅠ 

 

근데 결국엔 카드 있었던게 함정이다 징짜 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거 너무 웃긴거 아니냐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이 부분 읽고 한참 웃었네 진짜 ㅠ ㅠㅋㅋㅋㅋㅋㅋㅋㅋ

 

아메리카노 마신다면서 커피를 안 내리고 가면 어뜨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붙들려 온거 너무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가요오옼!!! 커피 내리고 가야지!!! 이러면서 붙잡으셨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피 기계한테까지 수줍으시면 어떡하나요 총각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너무 친절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알바생들이 말을 안 듣는댘ㅋㅋㅋㅋㅋ 

 

사장부부만 원칙에 충실해서 손님한테 욕 먹는대서 너무 웃겼음 ㅠㅠㅋㅋㅋㅋㅋㅋ

 

 

원칙이 손님 답지 않은 손님에게 친절하지 말자 약간 이런 마인드임ㅋㅋㅋ

 

또라이같은 손님에게는 막 그냥 싸우고 따지는 점주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이건 부부가 알바생들에게 잘 해주셔서 그럴 거임..

 

사장님이 잘해주면 당연히 나도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게 되기 마련!!!

 

 

 

나도 가맹점에서 일할때 잘해주는 사장님네서는

 

1분1초도 허투루 일하지 않았음ㅋ 막 아무도 안 닦는 전구나 진열대 닦고 ㅋ

 

그래서 더 예뻐해주셨는지도 모르겠지만 ㅋㅋ 

 

 

 

그래도 매번 본사에서 친절도 검사를 몰래 나오는데 

 

매번 친절한 매장으로 나왔다고 하니 전체적으로 친절한 매장같다고 생각함 ㅋ 

 

 

 

 


 

 

 

 

아 이것도 상상하니 넘 웃겼음ㅋㅋㅋㅋㅋ

 

마치 다른걸 사려다 막걸리를 발견한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진열된 곳이 아예 다를텐데 ㅋㅋㅋㅋㅋ 

 

연기하는거 들 킨것도 약간 부끄러움.. 공감성 수치랄까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이렇게 편의점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 같다!

 

조만간 또 다른 편의점 점주님의 에세이 리뷰 들고 오겠습니당ㅎㅎㅎㅎ 

 

 

 추천추천 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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