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저
천선란 저
델리아 오언스 저/김선형 역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저/황가한 역
김혼비 저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다양함을 논할 수 있지만, 취미가 뭐냐고 물어봤을 때 은근히 색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학교다닐 때 많이 봐왔었는데, 성인이 된 후에도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수집하고 써보는 건 마니아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학교 다닐 때 아침 7시반부터 밤 10시까지 학교라는 공간에 갇혀 있으면서 내가 그나마 관심을 가질만한 건 '책'과 '문구'였던 것 같다. 중학교 때는 학교와 집이 걸어서 30분 거리였는데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걸어오는 길에 있는 제법 큰 문구점을 늘 지나쳐서 오곤 했다. 지방에서 태어나서 학교를 다녔었는데, 그 때 당시 건물 한 채가 모두 문구점인 그 곳은 거의 파격적이었다. 늘 그 문구점에 들어설 때 마다 나는 특유의 냄새가 좋았고, 눈길을 사로잡는 갖가지 문구 때문에 참새가 방앗간에 들리듯이 늘 하교길에 들러서 구경만 하고 나오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고등학교 다닐 땐 학교 바로 앞에 홈플러스가 있었는데 그때의 내 관심도 여전히 문구였었고, 안 써본 갖가지 예쁜 색의 펜을 사와서 공부할 때 써보곤 했던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렇지만 대학생이 된 이후 지금까지도 문구에는 그닥 흥미가 많이 생기지는 않게 된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소녀였던 나의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고, 내 모습이 조금이나마 투영되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성인이 된 나는 직장생활을 하며 엑셀을 더 많이 다루게 되었고, 아이패드로 책을 읽는 시대에 적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제품을 불매하고 있어서 문구 덕후라면 일본을 빼 놓을 수 없기에 나는 문구 마니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엔 여러가지로 걸리는 점이 많을 것 같다는 다소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았다. (저자가 여러 일본 제품을 구매하고 좋아하고 일본 여행도 자주 가는 듯 한데 솔직히 그런 점과 관련한 구절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씁쓸해지며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냉큼 읽었다. 최근에 이사를 했는데 짐 정리를 하다가 쓸데없이 많이 사둔 온갖 펜들을 빨리 써버리고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요즘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많은데 문구 또한 그 맥락에서 쓸데없이 기분 전환 삼아서 소액으로 행복함을 느끼려고 샀던 것들이 되려 짐이 됨을 느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거의 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들이라서 환경보호에 도움 또한 안 된다고 느끼던 중에 이 책을 접했다. 문구에 대해서 저자와 내가 이렇게나 생각이 다르다니... 그러나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과 개인의 취미일 뿐이니 그런 맥락으로는 존중하고, 그런 독특한 취미를 가진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본 의미에서는 재미있었다.
한참 좋아했던 아무튼 시리즈!!!
이번엔 아무튼 , 문구 이다
아무튼 문구에 대해서 적어 놓은 책이다
작가가 사랑하는 문구류
(아이패드와 애플팬도 문구류라 칭한다: 문구는 어차피 내가 정하는 범주라는 명목아래에 )
작가는 일요일 저녁에 문구점을 가고
여행을 가도 문구점을 찾으며
문구를 사기위해 여행도 다닌다고 했다.
나역시 문구류를 좋아하기때문에
정말 보는 내내 즐거울수 밖에 없었다.
작가가 소개해주는 문구류를 검색해보고
내 책상에 문구는 어떤 것이 있는지 비교해 보기도 햇다.
사실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까워서 쓰지 못하는 그 불안한 마음이 있는데
작가는 그냥 쟁이고 쓰자!! 라고 했다
하나는 소장용 하나는 실제 사용용!!
너무 공감이 갔다 맘에 들어서 샀지만 사용을 못하면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ㅎㅎ
펜 스티커 외 인상깊었던 부분은 종이에 대한 내용이였다.
우리가 흔히 보는 책들도 자세히 보면 그 종이 질감과 느낌이 다르다
아무튼 문구는 약간 거친 재생종이 같은 물에 닿으면
티슈처럼 물을 바로 흡수하는 그런 종이이.
각설하고
그런 종이의 종류에 따라 글도 다르게 보이기때문에 종이의 취향도 달라진다고 했다.
결과물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크림치즈 파스타를 냉면그릇에 담으면 조금 어색한 그런 느낌이랄까
이 작은 문구들이 지니는 강한 힘들을 이야기하며
실용성 만으로 돌아가지만은 않다는이야기를 하면서
문구를 사랑하는 문구인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똑같은 검정색의 볼펜이 여러분의 서랍에 몇개가, 몇 종류가 잇는지 보게된다면
문구도 꽤 좋은 취향이란걸 느끼게 될것같다(p154인용)
얼마전 아이가 선물로 받아온 지워지는 볼펜을 보고
(정말 마법같은 펜이다!)
문구도 시대에따라 달라지는걸 절실히 느꼈다.
나의 세대엔 롤리펜이 유행했었는데 ...
지워지는 볼펜 너무 신기하다!
멤버들이 소개해준 아무튼 시리즈도 참으로 매력적!
아무튼 딱따구리??
아무튼 아이돌???????
아무튼 떡볶이????
아무튼 산??
아무튼 술??
아무튼 클래식??
아무튼 잠??
아무튼 뜨개??
북클러버 첫 리뷰로 조금 가벼운 책을 들고 오고 싶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두 달이 지나도 한 권을 리뷰하지 못하는, 게으른 완벽주의를 갖춘 인간이기에 최소 한 달에 한 번 마감(?)을 지키는 건전한 삶을 하기 위해서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책이 적합할 것이다. (참고로 이 게으른 완벽주의에 관한 책은 다음 리뷰가 유력하다.)
이 책은 '아무튼,' 시리즈를 훑어볼 때 가장 관심이 가는 책 중 하나였다. 어렸을 때 지우개라든지 볼펜 같이 자잘한 필기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좋아했고, 쥐고 있던 문구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참고로 그 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건 더존 4B 연필이었다. 펜을 쥘 때 엄지와 검지만으로는 힘을 쓰지 못해서 중지까지 써 버릇했던 당시의 나(지금도 간혹가다 중지를 받치지 않고 검지 옆에 붙일 때가 있다.)로서는 아마도 힘을 주지 못하더라도 선명하게 나올 수 있는 4B연필이 맘에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쓴 작가의 취향은 문방구라는 공간에 곳곳마다 박혀있는 다양한 필기구들 하나하나에 맞춰 자신의 최애가 있고 그 필기구에 대한 추억이 하나하나 박혀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내가 문구류를 안 좋아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샤프펜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나는 낯설음을 느꼈다. 어릴 적 나는 샤프가 너무 쉽게 똑똑 부러졌던 탓에 샤프펜슬에 대해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작가가 호감을 표하는 필기구 중에는 적잖이 내가 낯을 가리느라 사용해 본적 없는 필기구들이 존재한다. 아무래도 가는 곳만 가 버릇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 같다.
2번째로 놀라웠던 건 자기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품명을 아는 대로 책에 기술해두었다는 점이다. 펜이나 연필 같은 기본 문구들은 그 브랜드와 모델명까지 기록되어 있고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형광펜 모델명은 최대한 특징을 자세히 기술한 다음에 제보를 부탁하는 면모까지 보였다. 나도 좋아하는 지우개 브랜드와 품명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찾아봤는데 어떤 브랜드였는지도 어떤 품명이었는지도 못 찾은 채 글을 쓰고 있다!) 당시 살 때 지우개 사면 포장지는 벗기고 시작했으니 (그 포장지가 비닐인 것도 있었다.) 브랜드나 품명같은 건 신경쓰지 않은 셈이다.
3번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20개 이상씩 쟁여놓고 샀다라고 고백한 부분이었다. 이 지점부터 '나와는 덕질에 대한 도량 자체가 다른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했던 지우개를 가장 많이 사들인 기억은 3-4개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내가 사려던 목적은 이 좋아하는 필기류를 쟁여놓고 두고두고 쓰기 위함이 아니라, 필기류를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해서 산 것에 더 가까웠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를 쌓아놓고 쓰기 위해서 그만큼의 양을 샀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런 당당함이 내게서 없는 종류의 애정이라 부러움이 들었다.
마지막으로는 자기가 핸드메이드로 노트를 자신의 취향에 맞춰 만들었고 자신을 위해서 두고두고 쓴다고 말한 부분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직접 배운 다음에 만들고 쓰기까지 하는 대목에서 성공한 덕질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 글에 대해 계속 정감이 들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문구에 대한 마음이 나에게도 존재하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로 문방구를 갈 때마다 지나치지 못하는 까닭이다. 문방구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들어가고 싶고, 문방구에 들어가면 뭐라도 살 것이 존재한다. 그 문구가 필요한 지 필요치 않은 지는 이미 후순위이다. 그랬기 때문인지, 저자의 소제목 중 가장 울림이 있는 제목이 '꼭 필요해야만 사나요?'라는 부분이었다.
... 사실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문구가 정말 딱 그 정도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용성만을 가지고 논하기에는 수많은 문구점들에 꽉꽉 들어찬 수천 종류가 넘는 검정 볼펜들의 존재 이유를 좀처럼 설명하기 어렵다. (...) 그렇다. 문구의 세상은 결코 실용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94p)
이 부분이 여러 모로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집에 펜이 그득한 데 굳이 잘 쓰지도 않을 만년필의 카트리지를 사기 위해 해외 통관번호를 굳이 만들어서 구했던 모습을 옹호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더 나아가서 '나' 자신이 좋아하는, 다소 실용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무작정 비판적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게끔 이끌어줘 더 좋았던 문장이었던 것 같다.
정감이 간 또 하나의 이유는 대형 문방구의 등쌀에 밀려 사라지는 문방구들에 대해 가지는 애잔한 마음씨가 나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PC방들이 지하나 2층에 존재하는 게 일반적이고, 당구장이 주로 2층 위에 존재하는 것처럼 문방구들은 주로 1층에 존재했다. 그런데 1층에 있던 문방구들이 문을 닫거나 사람이 없어 한산해지는 걸 자주 볼 때마다 마음이 아리다. 이 책의 저자가 프랜차이즈 문구에 밀려 사라지는 동네 문구점을 볼 때마다 괜히 뭐라도 사서 나온다는 대목이 이런 심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문구를 애정하는 방식에 대한 결핍을 저자와의 상대 비교를 통해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이 결핍이 내가 더 문구를 좋아할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묘한 기대감을 자아낸다. 내가 저자에 비해 사랑하지 않는(내지는 못하는) 부분들이 더 확장된 애정으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되어줄 것 같은 느낌이. 이정표가 없는 길을 무작정 걸어갈 때는 이 길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기 때문에 더 빨리 지친다. 그러나 얼마큼 왔는지, 그리고 얼마큼 더 가야하는 지 알게 된다면 같은 거리를 지나쳤다고 해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더 큰 희망을 가지고 천천히 나아갈 수 있다. 풋내기 문구인으로서의 문구 사랑. 아직 갈 길이 멀단걸 알기에 더 즐거워진다.
김규림 작가님의 아무튼, 문구를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평소 문구에 관심이 많아 큰 기대 없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고 기대 이상으로 정말 만족하며 읽었습니다. 관심 분야가 같으니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아 더욱 흥미롭게 읽은 것 같아요. 중간 중간 삽입된 작가님 일러스트도 너무 귀엽고요. 읽는 내내 정말 즐거웠습니다. 작가님 다른 책들도 이북 발행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전부 읽어보고 싶어요.
문구 덕후가 쓴 책은 재미있다. 왜냐면 나도 문구 덕후이기 때문에.
문구 덕후들의 책이 유달리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같은 문구 덕질을 하는 사람들로서 우리는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이런 문장이 그렇다. 문구 소비에는 ‘실용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
맞는 말이다. 사실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문구가 정말 딱 그 정도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용성만을 가지고 논하기에는 수많은 문구점들에 꽉꽉 들어찬 수천 종류가 넘는 검정 볼펜들의 존재 이유를 좀처럼 설명하기 어렵다. 펜뿐만 아니라 다른 문구들도 그렇다. 자르기 위해서라면 가위 하나, 칼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내 책상과 서랍에는 재질과 컬러가 다른 수십 개의 칼과 가위가 있고, 언제 쓰일지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스티커들과 엽서들과 새 노트들이 있다. 그렇다. 문구의 세상은 결코 실용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문구를 사면서 실용성을 잣대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 굳이 실용적인 핑계를 찾아 소비를 하고 있을지 모르는 문구 덕후들이 같은 감수성을 나눌 수 있는 책. 아무튼, 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