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열아홉
대한민국의 1인 가구 비율은 4인 가구의 비율보다 훨씬 높다.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고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1인 가구 수 중에 혼자 사는 미성년자는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에서 미성년자로 혼자 살면서 삶을 꾸려나가겠다고 결심하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독립부터가 힘들고, 미성년자로 혼자 살기에 세상이 위험하다는 이유가 있고, 벌어먹고 살기엔 미성년자를 선호하는 영업장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열아홉을 떠올리면 곧바로 ‘수험생’이 떠오른다. 대학을 준비하지 않고 홀로 나와 일한다고 했을 때 마주할 차별과 조언을 가장한 참견을 상상 이상으로 많이 겪을지도 모른다.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를 해야지!” 이 한마디가 우리의 다양성을 획일화시키는 마법 같은 말일 지도 모르겠다.
미성년자와 성인 그 사이 어딘가
그러나 분명 대학을 준비하지 않고 홀로 일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열아홉도 있다. 인생에 있어서 수험과 대학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다가올 스무 살에 엄청난 기대와 희망을 품기보단 현재가 더욱 중요한 열아홉. 그러나 안타깝게도 열아홉이란 나이는 미성년자라고 하기엔 많고, 성인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아무리 앞가림을 잘해도 미성년자라는 비교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스물이 할 수 있는 일은 열아홉도 할 수 있으며, 스물이 못하는 일은 열아홉도 하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열아홉과 스물의 차이는 고작 일 년. 물론 어린 시절에 일 년이란 시간은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만약에 정말로 그 시간이 고작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가고자 하는 길이 대학에 있다면 진학을 위해 노력하듯이, 내 길이 다른 곳에 있다면 우리는 다른 길로도 갈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의 열아홉은 어땠나요?
그리고 여기,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고 선택한 열아홉 ‘샤이곰’이 있다.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안정적인 길로 가려고 했으나, 하고 싶은 일을 향한 욕망을 뒤로하기엔 인생이 너무나 아깝다. 그림을 그리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좋다는 이유로 미대 입시생이 되어야 했을 때 그는 깨달았다. 미대생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가는 길이 구불구불하고 비탈진 길이라 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길로 가고 싶다.
샤이곰은 열아홉에 홀로 독립한다. 서울로 가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는 프리랜서로 살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독립생활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렵기만 하다. 원하는 집을 구하는 일부터 돈을 버는 일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주는 곳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못난 어른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이렇게나 험한 바깥세상이지만, 샤이곰은 가고자 하는 길로 계속해서 걸어간다. 걷다 보니 이모티콘도 만들게 되고, 문구 창업도 하게 되고, 난생처음 언론사 인터뷰에, 출판 제안까지 받게 된다. 내가 그린 그림으로 벌어먹고 살고 싶다는 꿈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간다.
샤이곰, 그림 그리며 살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세상 모든 열아홉을 위한 것이다. 열아홉인 사람, 열아홉이 될 사람이 있듯이 열아홉이었던 사람도 있다. 열아홉을 지나 스물이 되고 늙어간다고 해도, ‘처음’ 앞에서는 모두 다시 열아홉이 된다. 어리숙하고 서툴렀던 그 시절로 돌아가 세상 앞에 선다. 그런 의미에서 샤이곰의 꿈은 어쩐지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 모두가 언젠가 꾸었던 혹은 지금도 꾸고 있는 우리의 꿈과 닮았다. 이 책은 열아홉의 독립일지를 담고 있지만, 읽다 보면 당신의 열아홉이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