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릭스 코브 저/정지인 역
앨릭스 코브 저/정지인 역
다미 샤르프 저/서유리 역 저
닐스 비르바우머·외르크 치틀라우 저/오공훈 역
이케가야 유지 저/서수지 역
윌 스토 저/문희경 역
과학 유튜브, 공학스토리, 우주 관련 트위터 등 sns에서 범위가 큰 실험과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설명하는 것을 보면 연구원들이야 말로 초능력자가 아닐까 싶다. 가끔 설명해줘도 내 머리로 못 따라가는 것들이 수두룩해서 과학에 관한 것들을 당연하게 무시했던 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뇌과학이라는 주제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유명한 프로게이머가 읽었던 책 리스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책은 차례에서부터 뇌에 관한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많이 보여서 책장을 넘기기에 부담스럽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 중에 스몰토크 하기 참 좋은 주제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회사에서 “팀장님한테 야단맞았어요. 야단맞으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이유 아세요?” 또는 “팀장이 괜히 꼰대소리 듣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바뀐다던데 아세요?” 그리고 “사직서 내기전에 복권하나 사야겠어요. 참 사람들이 왜 복권 사는 줄 아세요?” 스몰토크가 아닌 직장내 전형적인 대화가 되어버렸지만 책 내용은 그만큼 일상과 가까운 주제가 담겨있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배경지식을 쌓아 가는 과정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 평소의 대화를 좀 더 유식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하지만, 주제들이 일상에 근접하다보니 과학적인 부연 설명이 붙지 않아도 수많은 매체에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렇게 하면 좋다, 이렇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등 화면만 바뀌었을 뿐 구성은 똑같은 내용이 판을 친다. 즉, 식상한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는다는 소리다.
나는 애엄마가 되기 전 이 책을 읽었더라면 흥미위주나 시간 때우기 정도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애가 있으니 이제는 아이를 키우는 관점으로 읽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뇌의 계발. 극성 엄마가 되지 않기로 했지만 역시 내 아이가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엄친딸이었으면 하는 욕심은 버릴수가 없었다. 책은 아이를 그냥 두라고 했지만 나는 과연 그냥 둘 수 있을까? 현대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을 그냥 두게 놔둘까? 뇌를 계발하기 위해 내가 과연 창의적인 환경으로 조성해줄 수 있을까?
뇌는 누구의 것도 아닌 자기 자신의 것이기에 본인 스스로가 직접 생각하고 만지고 느끼는 게 제일 좋은 계발이다. 자라나는 아이의 환경을 바꿔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라 생각하고 그 환경에서 아이의 잠재력을 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읽은 것은 뇌과학 이야기였지만 느낀 것은 부모계발서가 된 책.
이 책은 알아듣기 쉽다. 비전공자도 별 어려움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누군가가 이 책을 읽겠다고 한다면 몇 가지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 저자가 관련 공부를 한 사람일 뿐, 전공자가 아니다.(작가 본인이 프롤로그에서 밝힌 사실이다.) 자고로 전문가가 쓴 비문학이라 함은, 저자가 독자의 수준이 본인, 혹은 그 관계자의 수준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는 글이다. 좋게 말하면 아주 전문적이고 상세하여 부족함이 없고, 나쁘게 말하면 비전공자는 당최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겠다. 이 책은 쉬워도 너무 쉽게 읽힌다.
둘째, 전문가의 추천사는 있지만 검수에 관련된 언급이 없다.
위의 문제 탓에 읽는 내내 찝찝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 정말?', '그랬구나. 정말 그런 것 같다.' 라고 생각하다가도 '가만, 근데 이 작가는 전문가가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개인적으로 불편했던 점을 추가하자면, 저자가 뭐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성차별적 인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저자는 사회성이 모자란 남성 개체의 원인으로 선천적 신체 차이와 호르몬을 들었다. 어떠한 부분에서 남성은 어쩌면 여성보다도 더 예민하다. 여자친구의 네일아트 변화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상사의 새 넥타이는 기가막히게 인지한다. 본인이 관심을 가진 부분은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채고 변화에 적응한다. 물론 모든 남성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 말하겠지만, 그리 말한다면 똑같이 되돌려줄 수 있다.
그렇다고 저자 나잇대의 평균적인 남성을 생각한다면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최대한 차별없이 대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지만 그저 이성으로 살아본 적이 없으니 지적해도 고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이 나잇대에 이 정도면 대단히 깨어있는 수준이라 생각하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책이다.
사회화와 사회성은 교육이 가능한 부분이고, 글쓴이가 서술한 대부분의 '둔감한' 남성은 그저 사회성 교육에 실패한 개체들이다. 선천적 신체 차이와 호르몬으로 포장하여 인간의 사회화 교육을 포기하지 마시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