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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억'이 아닐까 싶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와 <니시와세다역 B층>에선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기억해내고자 애쓴다. 유골에 남아 있는 DNA를 추출해 신원을 확인할 수 기술이 개발된 세계관으로, ‘일본’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발 딛고 있는 두 소설은, 현재와 100여 년 전의 과거를 자유롭게 오가며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우리와 다른 시대에 살던 이들을 sf적 상상력을 통해 지금, 여기로 불러들인다. 역사의 한 사건으로 존재했던 이야기를 개개인의 삶으로 구체화하여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슬픔에 귀 기울이려 한다.
<당신의 기억은 유령> 과 <모멘트 아케이드>는 각각 타인이 느꼈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기술과 타인의 기억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한다. 우리는 공감을 할 때 추측과 상상의 기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직접 몸으로 타인을 체험할 수 있다면 온전한 공감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집에서 <모멘트 아케이드>가 가장 좋았다.. 돌봄 노동의 고단함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언니를 미워했던 '나'는 언니의 기억을 체험하게 된다. 다른 관점에서 과거의 일을 경험하고 오해를 풀어가는 자매의 이야기를 읽으며 왈칵하는 감정이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새로운 세계에서도 놀 수 있다.
황모과 작가의 이야기들은 모두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현실도 미래도 모두 과거 속에서 움트는 것이기에 이야기들의 과거는 미래와 같은 현실속에서 눈을 뜨게 한다.
이야기의 틀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에서 놀 수 있듯이...
과거 의문사 유족들의 DNA를 통해서 이름모를 유골들에게 이름을 돌려주는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는 그 발상자체로 멋진 이야기였다. 작가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이렇게 잊지 못할 이야기로 남겨주었다.
어딘가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알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또는 어딘가에 묻혀서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무연고자들의 넋이 위로받을 수 있을 거 같은 이야기여서 DNA판독기가 정말 개별장치로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탱크맨>에선 작금의 현실이 보여서 등골이 서늘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교화시키려는 세력들에게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기억을 지키려는 사람의 의지.
세상은 그런 사람들의 희생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모멘트 아케이드>의 세상에서 나는 어떤 감정의 순간을 찾게 될까?
가족간에도 같은 상황의 기억은 모두 다르다. 사람의 기억은 늘 자기중심으로 해석되니까.
돌봄받지 못했던 어린시절에서 탈출한 언니.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고 살았던 12년.
엄마와 언니에 대한 원망으로 자기 자신을 죽이며 살아 온 나.
언니의 기억을 체험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사실.
이 모멘트 아케이드가 현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기억을 체험하며 상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깊어 진 감정의 골을 치유할 수 있을테니...
SF 소설이라지만 우주를 유영하진 않는다.
SF 소설이라지만 괴담소설 같다.
아픈 과거사들을 마치 미래로 끌어 온 거 같은 글들 앞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에서 뿜어 나오는 진한 슬픔들을 체험했다.
살아있는 문체가 마치 웹툰을 본듯하다.
무거운 주제를 가뿐하게 이야기 하는 황모과 작가의 필력은 SF 장르를 빌어와 과거와 미래를 하나로 묶어 놓았다.
우리의 미래는 상처 입은 과거를 치유하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외치는 거 같다.
그것이 치유되지 않는 한 상처는 더 많은 딱지와 흉터를 남길 테니...
상상의 힘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한다.
밤의 얼굴들이 가진 상상의 힘은 치유의 얼굴이다.
이 단편소설집을 하나로 꿰뚫는 가치는 '공감'인 것 같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유골에 남아 있는 DNA를 추출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세계에서, 일본의 묘지에 숨어 살던 화자가 마침내 알게 되는 머리카락 부적의 주인과 일제강점기 때의 아픔
36p. 고향에 가고 싶다.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
<니시와세다역 B층>
한국인인 나와 일본인인 에즈라가 괴담썰을 확인하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는다는 것으로 알려진 니시와세다역 B층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알려지는 조선인 생체실험의 민낯
134p. 비참하게 다른 민족을 살육한 과거가 이곳에선 B급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고 끝난다. 마음이 복잡했다.
<모멘트 아케이드>
치매 엄마를 간호하다 혼자 남겨진 동생이 가상세계, '모멘트'를 떠돌면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부유하다 언니의 기억을 마주하고 깨닫는 다른 방식의 사랑과 희생
185p. 우리가 돌봐야 하는 존재라고, 심지어 누군가는 자원 낭비라고 오만하게 품평했던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사람을 돕고 있었다니.
SF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현실에 발 붙이지 않은 이야기가 없었다. 이야기는 짧지만 여운은 오래 갔다. 일제강점기, 죽음, 희생, 사랑, 고통, 가정폭력, 회귀... 작가가 차분하게 그려낸 실제 '있었던', 그리고 '있었을 법한' 이야기에 공감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현실의 주인공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필히 공감해야만 했다.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해사한 낮의 얼굴이 아니라 왠지 슬퍼보이는 밤의 얼굴로 다가왔다. 흐릿하고 무언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하지만 외로운 얼굴들.
내 삶과 일절 관계 없는 누군가의 얼굴로 둔갑해 멀어지지 않도록 민감도를 키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6p. 타자를 이해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무관심은 증오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p.s. <투명 러너>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투명한 나의 불사신 친구,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이 모두 가능한 존재. 해산!
황모과 작가님의 밤의 얼굴들입니다. 이전에 여러번 추천을 받았던 책이기도 하고, 재밌다는 얘기가 많이 들려서 구매했어요.
단편집이다보니 이야기가 짧아 그래도 조금 간단하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내용 자체가 계속 곱씹게 되는 내용들이었다. 책을 다 덮고나서도 내용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여운이 길게 남아서 다음에 시간이 되면 또 한번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