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기쁨을 삶에 들이는 시간 예전만큼 자주 바깥에 나설 수도, 많은 사람을 만날 수도 없기 때문일까. 공간을 식물로 디자인하는 플랜테리어를 즐기고, 바질이나 당근을 직접 재배하며 가드닝의 기쁨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항상 써야 하는 마스크 때문에 마음까지 갑갑한 요즘.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 출간되었다. 자연의 기쁨을 삶에 들이는 다양한 방법을 담은 책 『킨포크 가든』의 열린 정원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감각적인 정원 사진과 친밀한 이야기가 담긴 『킨포크 가든』은 오래 두고 볼수록 사랑스러운 책이다. 이 책의 무대는 정원이고, 주인공은 그곳을 매일 돌보는 사람들이다. 『킨포크』의 편집장 존 번스와 킨포크 팀은 덴마크 코펜하겐, 스페인 마요르카, 프랑스 파리, 미국 포틀랜드 등 전 세계 14개국 23개 도시를 돌며 개인의 취향과 역사가 녹아 있는 정원을 방문했고, 그곳을 돌보며 식물과 조화롭게 사는 법을 모색하는 30명의 화가, 디자이너, 원예사, 플로리스트를 만났다. ‘킨포크 가든’다운 따뜻하고도 독창적인 구성책의 첫 장 ‘돌봄(Care)’에는 각자의 공간과 취향에 맞게 정원을 디자인하고, 식물을 돌보며 자기를 돌보는 법을 배우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숨 가쁜 도시의 삶을 떠나 터키의 작은 마을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원예가 펨, 자신을 닮은 오래된 집에서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은’ 하루하루를 꾸려가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건축가 알레한드로를 만나보자.‘독창성(Creativity)’을 주제로 다룬 두 번째 장에서는 식물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창밖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식물의 시적 몸짓을 연구하며 종이꽃을 만드는 뉴욕의 공예가 소우랍, 소탈하고 우아한 튤립에서 영감을 얻어 공간을 디자인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리사와 레오를 만나보자.세 번째 장 ‘커뮤니티(Community)’에서는 돌봄의 결실을 나누며 새로운 관계망을 키워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커뮤니티 농장에서 직접 유기농 채소를 수확하는 코펜하겐 사람들,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의 공공화단에 토마토, 과일나무를 심어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한 활동가의 이야기 등 식물을 매개로 유대를 나누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또한 고요한 아름다움이 깃든, 사람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을 소개하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공원으로 손꼽히는 스톡홀름의 스코그쉬르코고르덴으로도 가보자. 일상을 지키고 새로이 할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이 책에는 꽃으로 요리하는 방법, 식물을 디자인 오브제로 연출하는 방법, 꽃말에 담긴 의미 사용법 등 킨포크다운 감성적인 팁과, 꽃다발의 꽃을 재활용하는 방법, 집에서 키우기 좋은 채소와 관리법 등 실용적인 정보가 가득하다. 일상을 지탱해줄 아름다움을 찾고 있다면, 이 책에서 영감과 가이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덮을 즈음에는 나만의 작은 화단을 만들어나갈 생각에 즐거운 고민이 시작될 지도 모른다. 자연을 지극히 사랑했던 수필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렇게 썼다. “모든 걱정과 고됨이 자연의 힘 안에서 차분히 가라앉는 순간이 있다.” 우리도 자연이 주는 위안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소로처럼 훌쩍 숲으로 떠날 수 없다면, 내 방 한편에 작은 화분 하나 놓아두고 이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식물을 돌본다는 사실만으로 말없이 전해지는 동지애를 느끼고, 문득 편안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바람에 날린 나뭇잎이 바닥을 스치는 나긋한 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