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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소스타인 베블런 저/이종인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1일 한줄평 총점 9.8 (114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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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사회학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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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베블런 효과’로 불리는 소비 심리 이론을 제시한 명저
과시적 소비 현상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비판한 경제학 고전

이 책은 ‘현대지성 클래식’ 24권, 소스타인 베블런의 대표작 『유한계급론』 완역본이다. 베블런은 이 책을 통해 당대 주류 경제 이론인 수요와 공급 법칙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수요와 공급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베블런은 다르게 생각했다. 유한계급, 즉 상류층에 속한 사람들은 재산을 명성과 동일시하며, 자신의 명성을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비싼 물건을 망설임 없이 구입한다. 베블런은 이러한 현상을 근거로 물건의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베블런의 식견과 주장은 당대는 물론이고, 오늘 우리 사회에 더 정확하게 적용된다. 이처럼 베블런의 분석과 주장은 참신하고, 예리했으며, 시대를 앞섰다. 그의 주장은 ‘베블런 효과’라는 경제학 용어로 압축되어 소비로 자신을 규정하고 과시하는 오늘 우리의 과시적 소비 심리와 낭비 행태를 꼬집을 때 인용되고 있다. 독자들은 자본주의 경제제도의 모순을 비판한 이 책을 통해 사회를 더 깊이 바라보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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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서문
제1장 서장
제2장 금전적 경쟁
제3장 과시적 여가
제4장 과시적 소비
제5장 금전적 생활수준
제6장 금전이 좌우하는 취향의 기준
제7장 금전 문화를 표현하는 의복
제8장 노동 면제와 보수주의
제9장 태곳적 특징의 보존
제10장 현대 사회에서 발견되는 용맹성의 흔적
제11장 행운에 대한 믿음
제12장 독실한 종교 예식
제13장 비-차별적 이해관계의 잔존물
제14장 금전 문화를 표현하는 고등교육
저자 연보
해제

저자 소개 (2명)

저 : 소스타인 베블런 (Thorstein Veblen)
19세기 미국사회와 경제체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함으로써 미국의 자만심을 뒤흔든 독창적 경제학자. 베블런은 1857년 위스콘신 주 카토 부근의 한 개척농가에서 태어났다. 1880년 칼턴 칼리지를 졸업한 그는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잠시 철학을 공부했지만 예일 대학교에서 1884년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수직을 얻을 수 없었던 그는 가족이 사는 농촌으로 돌아와 독서와 집필작업을 했다. 베블런은 1892년이 되어서야 시카고 대학교의 전임강사직을 얻을 수 있었다. 1899년 그는 첫 번째 저서이자 최고의 역작인 <유한계급... 19세기 미국사회와 경제체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함으로써 미국의 자만심을 뒤흔든 독창적 경제학자. 베블런은 1857년 위스콘신 주 카토 부근의 한 개척농가에서 태어났다. 1880년 칼턴 칼리지를 졸업한 그는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잠시 철학을 공부했지만 예일 대학교에서 1884년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수직을 얻을 수 없었던 그는 가족이 사는 농촌으로 돌아와 독서와 집필작업을 했다. 베블런은 1892년이 되어서야 시카고 대학교의 전임강사직을 얻을 수 있었다.

1899년 그는 첫 번째 저서이자 최고의 역작인 <유한계급론>이 출간되자 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 책은 기존의 고전경제학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던 두 가지의 교리적 진리, 즉 ① 자본가의 이익은 사회의 이익과 일치한다. ② 경쟁체계는 경제를 진보시키는역동성을 제공한다는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학술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모을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한 세기가 지난 후 이 책은 경제이론 뿐 아니라 사회학과 역사학에서 하나의 고전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기업론>(1904)을 통해 미국의 기업제도에 이단적이라고 할 만한 직격탄을 날리고 그는 더욱 유명해졌다. 그 유명세 덕분에 한때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의혹을 받았지만 그는 자신은 마르크스주의와는 무관하며 마르크스의 체계는 지속력도 없고 사고력도 부족하다고 단언했다. 베블런은 미주리 주립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집필에 더욱 열중해 <제작본능과 산업기술의 실태>(1911) <독일 제국과 산업혁명>(1915) <평화의 본질과 그 존속 기간에 대한 연구>(1917) <미국의 고등교육>(1918) 등을 펴냈다.

그는 사망하기 전 10여 년간을 뉴욕에서 진보적인 ‘새로운 사회연구소’에서 강의했다. 이 시기에 집필한 책으로는 <기득권과 산업기술의 현황>(1919) <소유권 부재와 근대의 기업>(1923) 등이 있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아이슬란드 전설을 영어로 번역하여 <락스다엘라 사가>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오랫동안 예견했던 대공황이 엄습하기 얼마 전인 1929년 8월 3일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근방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의 마지막 저서 <변화하는 우리의 질서에 관한 단상들>은 그가 죽은 뒤 1934년에 출간되었다. 독자들은 늘 그를 정치적 급진주의자 또는 사회주의자로 생각했지만 정작 그는 어떠한 형태의 정치적 행동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비관주의자였다.
역 : 이종인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대학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250여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문학 서적을 많이 번역했다. 정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250여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문학 서적을 많이 번역했다. 최근에는 E. M. 포스터, 존 파울즈, 폴 오스터, 제임스 존스 등 현대 영미 작가들의 소설을 번역하고 있다. 저서로 『번역은 글쓰기다』, 『번역은 내 운명』(공저)과 『지하철 헌화가』, 『살면서 마주 한...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대학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250여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문학 서적을 많이 번역했다. 정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250여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문학 서적을 많이 번역했다. 최근에는 E. M. 포스터, 존 파울즈, 폴 오스터, 제임스 존스 등 현대 영미 작가들의 소설을 번역하고 있다.

저서로 『번역은 글쓰기다』, 『번역은 내 운명』(공저)과 『지하철 헌화가』, 『살면서 마주 한 고전』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는 『1984』, 『그리스인 조르바』, 『보물섬』, 『촘스키, 사상의 향연』,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 『문화의 패턴』, 『호모 루덴스』, 『중세의 가을』, 『지상에서 영원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헨리 제임스 단편선』, 『조지 오웰 수필선』, 『유한계급론』(소스타인 베블런), 『리비우스 로마사 I, II』, 『로마제국 쇠망사』, 『고대 로마사』, 『숨결이 바람 될 때』, 『변신 이야기』, 『작가는 왜 쓰는가』,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마인드 헌터』, 『군주론·만드라골라·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노동을 한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힘의 열등함을 보여주는 표시였고 그래서 간단히 말하면 본질적으로 천박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 만큼 여가가 있다는 것은 힘의 우월함을 보여주고 또 자신이 그런 천박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자기만족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_47쪽.

자기 보존의 본능을 제외한다면, 경쟁 심리는 경제적 동기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또 기민하게 활동하는 동기이다. 산업 사회에서 경쟁 심리는 금전적 경쟁으로 그 자신을 표현한다. 이것은 오늘날의 서구문명 사회들 관점에서 본다면 경쟁 심리가 과시적 낭비의 형태로 그 자신을 표현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인 신체적 필요가 충족된 다음에는, 과시적 낭비의 필요가 사회의 산업 효율성이나 재화의 생산에서 발생하는 증가분을 즉각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_115~116쪽.

과시적 낭비의 요소에 관한 한, 어떤 특정 계급의 생활수준은 그 계급의 소득 능력이 허용하는 한도만큼 높아진다. 그리고 그 한도는 점점 높아지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이 인간의 진지한 행동에 미치는 효과는 이러하다. 인간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해야 한다는 목적에 매달리게 되고 금전적 소득을 가져오지 않는 일은 배제하게 된다. 동시에 소비에 미치는 효과는 이러하다. 소비 행위는 소비자가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관찰자들의 눈에 잘 띄는 방향으로 집중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시간이나 물질의 명예로운 소비를 동반하지 않는 기질이나 성향은 발휘될 기회가 없으므로 점차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_117쪽.

글에서나 말에서나 품격 있는 어법은 호평을 얻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특정 주제를 언급하는데 관습적으로 요구되는 의고주의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연단演壇에서부터 시장市場에 이르기까지 장소에 맞게 활용되는 어법은 서로 상당히 다르다. 시장에서는 늘 그렇듯 비교적 새롭고 효율적인 단어나 표현 방식을 쓰는 게 허용되며, 까다로운 사람조차 그런 시장의 분위기에 맞게 행동한다. 판단력을 발휘하여 신조어를 피하는 건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명예로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낡은 언어 습관을 습득하는 데 시간을 낭비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어릴 때부터 낡은 어법에 친숙한 사람들과 어울렸다는 걸 입증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는 자신이 유한계급 사람임을 은근히 드러낼 수 있다. 언어의 순도가 무척 높다는 건 여러 대에 걸쳐 통속적으로 유용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걸 짐작하게 해주는 증거이다. 비록 그 증거가 그런 신분 요소를 전적으로 결정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_375~376쪽.



? 출판사 리뷰




“베블런의 저서 중 가장 흥미로운 책이다. 그는 당대에 두각을 드러내며 아주 탁월하게 미국 사회를 풍자한 사회 비평가이다.” - 『타임』

『유한계급론』은 어떤 책인가

베블런은 미국 경제학자 겸 사회 비평가로서, 20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사회사상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대표적 저서 『유한계급론』은 1899년 초판이 출간되고 1912년에 개정본이 나온 이래,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경제학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매김 했다.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출간한 그레이트 북스 시리즈는 1990년에 “20세기의 사회과학 고전”(제57권과 58권)이라는 타이틀로 현대 고전 4권을 펴냈다.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여기에 수록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회철학자 루이스 멈포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남북전쟁 이후 미국이 낳은 가장 뛰어난 몇 명의 학자 중 한 사람이다. 베블런은 마르크스 이후 우리의 경제 질서에 내재한 사회적 모순을 가장 선구적으로 분석한 학자였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였던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유한계급론』은 부자들의 행태가 낳은 결과들을 탁월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내용 중 일부는 그 당시 미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지만, 현대 사회에는 한층 더 정확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의 시대나 그 이후에도 금전 자체가 아닌 금전을 획득하려는 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그처럼 냉철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통찰한 사람은 없었다.”
이 책은 경제학 책일 뿐만 아니라, 사회 비판의 성격이 강한 인문서라고 해도 무방하다. 책 속에는 경제학 도표나 수식이 하나도 없는데다, 여러 분야의 학문에서 관련된 사례들까지 폭넓게 인용하고 있다. 독자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이 책을 경제학 책, 아니면 사회와 인간성에 대한 비평서 혹은 심리학책으로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베블런의 박학다식함을 『유한계급론』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곳곳에서 발견되는 예리하고 심오한 통찰로 인해 감탄을 마지않게 된다. 이 책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미국 자본주의를 분석한 책이지만, 출간이 120년 더 된 지금에도 마치 어제 집필된 것 같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유한계급론』 집필 당시 사회 배경

베블런이 활동하던 시기는 자본주의가 성장통을 겪던 시기였다. 19세기 후반 미국 경제는 미국 특유의 독점 자본주의로 발전했고, 신생 대기업들의 독점은 과잉 건설된 철도 부문에서 제일 먼저 나타났다. 이러한 독점적 행태로 인해 미국 사회 내에 유수한 재벌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의적인 의무) 의식이 별로 없었고, 돈만 벌 수 있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그 양상은 1960년대와 70년대의 개발 독재 시대에 재벌로 올라선 한국 회사들과 비슷했다.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바로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했다. 베블런은 독점 자본가인 유한계급의 과시적 경쟁과 소비가 사회 진보를 담당하는 노동자와 기술자의 경쟁과 진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블런은 영국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적 다윈주의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는데, 그것은 인간 사회가 경쟁에 의해서 더 잘 굴러가고, 그 과정에서 환경에 적응한 사람이 생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사상이다.

이 책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책의 전반부는 유한계급의 이론을 설명하고 있으며, 후반부는 그 이론과 관련된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베블런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생존선 이상의 소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남는 자금을 유익한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삶을 좀 더 현명하고, 똑똑하고, 사려 깊게 살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도 남들 못지않게 많은 소득을 가지고 있음을 널리 홍보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남에게 자신이 부자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려는 충동과 동기를 베블런은 ‘과시적 소비’라고 말하고 있다. 이 소비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위해 사람들은 돈, 시간, 에너지를 아낌없이 소비한다. 이것은 현대의 산업사회와는 맞지 않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그런 사치성 소비가 문화의 다른 분야에까지도 번져가는 것은 큰일이라고 베블런은 경고한다. 그는 인류의 미래가 유한계급과 산업계급의 갈등으로 전개되어 결국 산업계급이 승리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유한계급론』을 읽어야 하는 이유

미국 소설가 딘 하웰스는 이 책을 학술적인 저서라기보다는 미국 사회의 신흥 자본가 계급을 풍자하는 일종의 문학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학술적이든 문학적이든 이 책에 나타난 베블런의 박학다식함과 독창적인 통찰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유한계급론』은 자본주의와 자본가 계급의 행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베버와 마찬가지로 베블런도 『유한계급론』을 쓰면서 미국 사회를 냉소적으로 풍자하는 한편, 그 사회를 바꾸고 싶어 하는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50년 뒤의 요제프 슘페터가 그렇게 했듯이 환자(자본주의)를 고치려면 환자의 증상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야 한다면서, 1890년대의 미국 유한계급과 기업들의 여러 결점들을 지적하고, 또 그것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 세기가 지난 후 이 책은 경제학뿐만 아니라 사회학과 역사학에서 고전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마르크스는 전 세계의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자본가 계급을 타도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베블런은 그에 비해 훨씬 냉소적이었다. 그는 유한계급 자본가들의 초상을 신랄하게 묘사하는데 정열을 바쳤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경제학적 분석이라기보다 풍자로 받아들였으며, 베블런은 사회비평가로도 명성을 얻게 되었다.

우리가 『유한계급론』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 책이 인간 사회와 본성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훌륭한 종합 인문서이기 때문이다. 독서의 목적 중에 하나는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인데, 이 책은 그 목적에 십분 부합한 책이라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도 많이 권장되는 책이다. 비록 베블런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금전적(유한계급) 가치와 기계적(산업계급) 가치의 대조라는 핵심적 아이디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장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62건)

포토리뷰 유한계급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김*철 | 2023.06.20

전문번역가 이종인 선생이 옮긴,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렌의 유명한 고전입니다. 경제학 분야에서의 고전이, 유머러스한 필치와 날카로운 풍자, 백여년 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현실 진단 등의 덕분에 여전히 대중에게 널리 읽히며 사랑받는 예도 참 드물 것 같습니다.

p42에도 나오지만 베블렌은 정작 유한계급에 대한 반감을 고취하거나 대대적인 사회 변혁을 시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습니다. 역자 이종인 선생은 주석을 통해 "그런 언명이, 저자 자신의 비판적 태도를 모두 감추어 주는 건 아니다"라고 합니다. 이 말씀에도 동의하지만, 사실 베블렌은 그 자신이 당대의 유한계급에 대해 딱히 적대적이어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물론 상당수의 이름난 혁명가들이, 그 출신 성분상 혁명가가 될 이유가 없긴 했습니다만)이었고 실제 드러낸 행적도 그러했습니다. 언제나 시니컬하고 루크웜한 기질이었다고 하죠. 이 책도 마치 동물학자가 동물의 행태를 관철하듯, 냉정하고 중립적이며 메타적인 문체로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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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invidious라는 단어에는 이 책에서처럼 "차별적인"이란 뜻도 있지만, 그 안에는 뭔가 "질투심에서 비롯한"의 뉘앙스가 깃들었습니다. 유한계급이 노동계급(혹은 그 외 취약 계층)을 차별적으로 볼 수는 있어도, 유한계급이 외부의 다른 누군가에 의해 차별적으로 파악된다는 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히려 p59에서 보듯 베블렌은 "노동 계급에 속하면서도 스스로를 유한계급 취미를 가진 (기만적 성향)자를 snob라 규정"하는 쪽에 속합니다. 막연한 선입견으로는 베블렌이 "충분한 교양을 갖추지 못했으면서도 이를 가장하고 과시하는 졸부 출신 유한계급"을 비판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런 점만 봐도 베블렌은 확고한, 또 독립된 개인 스탠스에서 기이한 사회 현상을 분석했을 뿐 어떤 이념적 지향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며칠 전 박범신 산문집을 리뷰했는데 그 책에서 작가는 과거 자신이 창작한 <소금>의 주인공을 예로 들며 개인에게 정신없이 지나친 소비 드라이브를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탐욕적 자본주의를 비판한 적 있습니다. 황새의 소비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아파지는 뱁새의 처량한 처지는 이 책 p95에서도 지적됩니다. 사실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는 흔히 착각하듯 유한계급만의 행태가 아니며 중산층, 서민들 역시 복장이나 스타일, 차량 등으로 어느 정도 과시를 해 줘야 자신이 무시당할 만한 위치가 아님을 사회에 알릴 수 있습니다. 이걸 못 해 주면 자신의 카스트(혹은 그렇게 보이고 싶은 계급)에서 바로 축출된다고 베블렌은 서술합니다. 

미감(p134)이란 이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어떤 바보는 예쁘지 않은 얼굴도 성형으로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고 신이 나서 떠들었으나 한국에서 이만큼이나 기술이 발전하자 이미 빤히 패턴이 잡힌 성형은 대번에 성괴, 강남미인도라는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했으며 심지어 술집에서조차 인기가 없습니다. 반려동물의 양육에도 이 기준이 큰 영향을 끼치는데 어떤 동물의 경우 "쓸모없음"조차 하나의 큰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과시적 소비의 핵심은 "나는 아무 필요도 없는 것을 이처럼이나 소비한다"는 메시지의 전달에 있습니다.

유한계급의 병적인 과시적 소비는 특히 19세기 미국에서 횡행했는데 JP 모건 주니어의 "요트 가격을 물어보는 자는 이미 그것을 살 자격이 없는 자"라는 말이라든지, 철도왕 코널리어스 밴더빌트가 "Public be damned.(와전이라는 설도 유력합니다)"라고 했다든지 하는 사례가 있죠. p194에 보면 특히 베블렌은 미국 주류 백인들의 야만적 사냥성향을 지적하며 북미 원주민들의 비참한 운명을 거론하는데 역자 이종인 선생은 여기서도 베블렌 특유의 비판정신이 드러난다고 분석합니다. p231에는 약탈적 야만인과 (이들에게 자리를 빼앗긴) 평화로운 야만인의 구분도 있는데 이 역시 모두까기식 냉소입니다.


유한계급을 무작정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유한취미를 이어가기 위해 기업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산업 발달에 이바지한다는 말도 p206에 나옵니다. 역자 이종인 선생은 이 역시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했다고 정리하는데 사실 이 문장은 다른 관점에서의 해석도 가능합니다. 전문경영인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이른바 대리인의 딜레마가 생기는데 이 문제는 아직 이론상으로나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베블렌은 심지어 책 후반부에서 종교 담론까지 논의를 이어가는데 신인동형론적 종교가 약탈적 행태를 정당화하고 계급 서열의 항구화를 조장하며 적자 생존의 양상을 자연의 섭리로까지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 결론에 동의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인간의 인식과 문명의 발전은 자신과 동류집단의 행태를 그저 당연시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나 객관화하는 노력 중에 이뤄진다는 점을 다시 새길 필요는 있습니다. 베블렌의 다분히 현학적이고 유머러스한 이 책에서 그 정도 교훈만 얻어도 충분히 문명인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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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 소비가 명예와 존경의 바탕이 아니란 통찰이 사회의 상식이 되기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p*****s | 2022.10.16

 

책을 모셔둔 지는 좀 되었다. 물론... 한 두 권이 아니다. 눈길이 자주가면서 조바심이 드는 책들도 읽고, 시도만 하고 시작을 못하는 책들도 있다. 혼자 읽기보다 함께 읽고 토론을 해야 좋은 책들도 적지 않지만, 다들 번다하게 사는 걸 아는지라 모임을 제안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게 나는 마치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식재료를 보고 자책만 하는 기분으로 유한계급론을 읽게 되는 날을 고대했다. 반갑게도(?) 이런 고민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현대지성에서 모셔만 둔 책 읽기 챌린지 이벤트를 마련해 주었다.

 

11쪽이란 독서의 부담을 100% 덜어주는 마법 같은 표현이었다. 근래에 이렇게 즐겁고 기쁘게 뭘 덥석 시작한 일이 있나 싶게 밴드에 가입했다. 11쪽의 마법이 내게 미친 영향은 대단해서 11쪽 이상 매일 술술 읽었다. 그동안 눈을 가린 건 부담감이었나 싶게.

 

너무 느긋하게 즐기느라 마지막 며칠은 분량을 늘렸지만, 이미 익숙해진 문장과 내용 파악이 상당히 된 책이라 그 또한 무리가 없었다. 읽었고 기록이 남았다. 만족스럽다. 지난 달 일주일 독파 모임은 다들 울면서 진행했는데... 즐거운 독서의 비결은 한 달이구나.

 

무섬증이 가시니 다음 책은 뭘로 할까 싶은 생각이 분주하다. 11월 중에 2차 챌린지가 오픈될 예정이다. 처음처럼 설레고 기쁘다.

 

! 같은 고민이 있으신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을 함께 읽는다는 - 그것도 다 다른 책 - 것만으로도 무척 다정한 댓글 소통이 가능한 다정한 공간이 생깁니다.

 

<유한계급론>

 

명징한 사유와 분석을 쓰인 책을 읽고 싶다는 욕망 한편에는 사는 일이 더 불편해질 것이란 두려움도 공존한다. 고찰과 실천을 요구하는 공부는 대개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의 목록을 늘린다.

 

120년 전 - 읽고 나니 유사성이 많아서 그리 오래 전이란 생각이 안 든다 - 도금(gilded) 시대 미국 사회를 관찰한 책이 현대 사회를 분석한 사회학 보고서 같으니, 미국식 삶의 양식이 적어도 한국에서는 패권이었단 자각이 절로 든다.

 

물론 빈부격차와 계급문화는 전 세계에 온존하는 질서이며, 이는 국경에 무관한 빈곤층의 보수화, 유한계급에의 동경, 흉내 내고 싶은 욕구로 인한 과시적 여가와 소비현상 - 유한계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상품을 소비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의 가치는 주장을 실증하는 필요한 데이터들이다. 베블런은 이런 자료를 일상생활에서 드러난 사례들에서 찾았다. 학술적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독특하고 가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엄밀히 따져보면 워크푸어와 가장 비슷한 삶을 사는지라, 불쑥거리는 감정의 기저에 온갖 복잡한 배경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분노, 경멸, 우월감, 만성피로, 좌절, 절망, 망상 등등. 다행스럽게도 좋은 이들을 만나 늘 배우고 살지 않았다면 더 이상한 인간으로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자연스럽게 지혜가 비례증가하진 않지만, 너무 늦지 않게 물건과 소유에 대한 욕구를 절제할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다. 그중에는 포기도 있겠지만, 할 수 있는 소비 중에서도 예쁜 쓰레기를 만드는 것들의 구매는 거의 하지 않는 것만은 만족한다.

 

반백년을 살아보니, 기성세대의 변화와 실천으로 세상을 개선시키는 일은 어렵다고 본다. 살던 대로 살 가능성이 훨씬 높다. 부끄럽고 미안하지만 젊은이들이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빈부격차의 위계를 인지하고, 부를 부러워하고 추구하기보다, 구조 자체를 뒤집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아마 여전히 주식 이야기를 하고, 돈에 상당히 휘둘리며 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깃발을 들면 지지하고 응원하고 함께 걸을 기성세대들이 많을 것이란 희망은 낙관하고 싶은 나의 의지이다. 소유와 소비가 명예와 존경의 바탕이 아니란 통찰이 사회의 상식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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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1899년의 사회상을 알 수 있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참* | 2021.11.02

1866년에 공개된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저 "죄와 벌"을 1984년에 읽으면서 난 전율을 느꼈다. 당시 120년전에 쓰여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계급갈등 속에 분노하는 사회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 인간이 느끼는 갈등을 동시대처럼 느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고전에 대한 엄청난 대우를 했다. 현대인이 쓰는 책은 그 아류작들일 뿐이라고 대학 첫 미팅 때 서점주인을 아빠로 둔 독서광 여대생에게 퍼부었었다. 고전예찬론자로서^^

1899년에 발간되었는데 120여년이 지나는 동안 여전히 필독서적으로 추천되는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추천하고 해설하지 않았으면 절대 구매하지 않았을 건데....

그러나 위에 극찬한 도스토예프스키와 달리 120여년전의 시대상을 이해하는 정도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도무지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 "죄와 벌"은 소설이어서 잘 읽혀졌던 것과의 차이가 있지만 책을 번역한 이의 '해제'가 없었다면 이런 정도의 감상평도 쓰기 힘들었을 것 같다. 고전예찬론자로서의 이력은 먼 대학시절의 멋부림이었다고 고백해야겠다. 최근에도 얼마나 좋은 책들이 많은데...

번역자는 그래도 대학초년생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며...

난 그렇게까지는 못하겠다. 고전을 원문대로 읽어서 얻을 가치보다는 그 추종자들이 해설을 곁드린 경제학 서적을 읽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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