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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저/윤희기 | 열린책들 | 2011년 9월 25일 한줄평 총점 9.0 (29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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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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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영원한 젊음의 대가로 자신의 영혼을 파는 인간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오스카 와일드의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 매우 독창적이고 흥미롭게 완성한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인생과 영혼을 실험하는 청년을 묘사하는 이 책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어투로 삶과 예술, 욕망과 도덕성의 실체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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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판본에 대하여
작가 서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옮긴이 주

저자 소개 (2명)

저 :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
1854년 영국 지배하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의사이자 학자였던 윌리엄 와일드와 시인이었던 제인 와일드의 아들로 출생했다. 1874년 옥스퍼드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후, 존 러스킨과 월터 페이터의 영향을 받아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기치 아래 그리스 고전문학에 심취하여 ‘유미주의’ 운동의 새로운 리더가 되었다. 옥스퍼드 대학교 재학 중 이탈리아 라벤나를 여행하며 지은 시 「라벤나」로 뉴디게이트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표어로 하는 탐미주의를 주창했다. 그는 독특한 옷차림과 말솜씨로도 유명했는데 당시 오스카 와일드의 이러한 행태를... 1854년 영국 지배하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의사이자 학자였던 윌리엄 와일드와 시인이었던 제인 와일드의 아들로 출생했다. 1874년 옥스퍼드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후, 존 러스킨과 월터 페이터의 영향을 받아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기치 아래 그리스 고전문학에 심취하여 ‘유미주의’ 운동의 새로운 리더가 되었다.

옥스퍼드 대학교 재학 중 이탈리아 라벤나를 여행하며 지은 시 「라벤나」로 뉴디게이트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표어로 하는 탐미주의를 주창했다. 그는 독특한 옷차림과 말솜씨로도 유명했는데 당시 오스카 와일드의 이러한 행태를 조롱하는 희극 [인내]가 발표되어 미국에까지 전해졌다. 그는 이때부터 영국 글램 록의 원조가 되었다. 유미주의의 상징으로 새로운 멋으로써 유행시킨 공작 깃털, 해바라기 장식, 장발, 화려한 벨벳 바지 등을 착용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꿈꾼 서구의 젊은이들을 열광시켰고 자신을 모방하게 만들었다. 오스카 와일드의 유미주의는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1888년에 동화집 『행복한 왕자』를 출판하여 동화 형식의 낭만적 알레고리를 다루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1891년에는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발표하면서 영국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동성애적이고 퇴폐적인 내용으로 도덕적이지 않다는 평단의 악평을 받고 수정하여 출간하게 된다. 미모의 청년 도리언이 쾌락의 나날을 보내다 악덕의 한계점에 이르러 파멸한다는 이야기였다. 비평가들은 그 부도덕성을 비난했지만 와일드는 예술의 초도덕적 성격을 강조했다. 와일드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장르는 풍속 희극으로, 대표작 『진지함의 중요성』(1895)에서는 빅토리아 시대의 위선을 가차 없이 폭로했다. 1891년 출간한 동화집 『석류나무 집』에 실린 단편 「별아이」가 있다.

그리고 시인이었던 알프레드 더글라스와 애정 어린 만남을 지속하다가 더글라스의 부친인 퀸즈베리 후작의 소송으로 작품의 도덕성까지 문제시되고 동성애자라는 혐의로 기소되어 2년간 중노동형을 선고 받았다. 1895년 동성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2년 동안 레딩 감옥에 수감되고 국적을 박탈당하면서 작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가 죽은 지 98년이 지난 1998년에야 영국 국적이 회복되고,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오스카 와일드와의 대화’라는 제명의 동상이 세워졌다.
역 : 윤희기 (尹熙基)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숙명여자대학교, 강원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어학원 연구 교수로 있다. 역서로는 『비평과 이데올로기』(테리 이글턴), 『의심스러운 싸움』(존 스타인벡), 『소설』(제임스 미치너), 『샤먼』(노아 고든), 『마티스 스토리』, 『소유』, 『천사와 벌레』(A. S. 바이어트), 『무의식에 관하여』(지그문트 프로이트), 『일상의 작은 은총』(켄트 너번), 『동행』, 『폐허의 도시』, 『소멸』,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폴 오스터), 『예수의 생애』(마크 ...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숙명여자대학교, 강원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어학원 연구 교수로 있다. 역서로는 『비평과 이데올로기』(테리 이글턴), 『의심스러운 싸움』(존 스타인벡), 『소설』(제임스 미치너), 『샤먼』(노아 고든), 『마티스 스토리』, 『소유』, 『천사와 벌레』(A. S. 바이어트), 『무의식에 관하여』(지그문트 프로이트), 『일상의 작은 은총』(켄트 너번), 『동행』, 『폐허의 도시』, 『소멸』,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폴 오스터), 『예수의 생애』(마크 털리),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폴 오스터 엮음), 『연상의 여인에 대한 찬양』(스티븐 비진체이), 『단테』(R. W. B. 루이스), 『욕망의 발견』(윌리엄 B. 어빈), 『막스 티볼리의 고백』(앤드루 숀 그리어)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 리뷰

뛰어난 구술가이자 당대를 호위한 유미주의자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


예술가는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예술은 드러내고 예술가는 감추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다.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머리말

영국의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와일드는 아일랜드 출신의 다른 유명 작가, 예를 들면 예이츠나 버나드 쇼 등과 마찬가지로 경계인의 삶을 살았다. 그가 살았던 후기 빅토리아 시대, 즉 자못 엄격해 보이는 도덕주의, 위선적인 진지함과 엄숙함이 대중의 삶을 억누르던 시대에 와일드는 내면의 개인주의적인 충동으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본성을 찾고자 했다. 이런 그의 기질은 그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외양으로도, 그리도 작품으로도 드러났다. 젊은 시인인 앨프레드 더글러스 경과의 한바탕 동성애 사건뿐만이 아니더라도 남자들이 검은색과 회색 옷만을 걸치고 다니던 시절 그는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었으며 머리는 치렁치렁 길게 기르고 단춧구멍에는 초록색 꽃을 꽂고 다녔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영국의 상류층과 어울리면서도 그가 내적으로 추구한 것은 결국 〈멋〉 아니면 〈미(美)〉였다. 그는 뛰어난 구술사로 수많은 경구가 가득한 희곡을 남겼고, 강연에도 능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그가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로, 평생 그가 추구했던 유미주의를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다. 1890년 『리핀코츠 먼슬리 매거진』 7월호에 처음 발표했을 때 비평가들은 폼 잡고 싶은 얼간이가 쓴 도덕적으로 타락한 위험한 작품이라며 내용의 음란성과 퇴폐성을 놓고 혹평을 했다. 이에 와일드는 작품을 비난하는 작자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부패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맞서다가, 결국엔 그 내용을 누그러뜨리고 작품에 여러 경구와 금언을 섞어 수정해 1891년 한 권의 소설로 출간했다. 이때 자신의 〈예술을 위한 예술〉 운동의 미적 원칙이랄 수 있는 머리말도 덧붙였다. 만약 예술에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 목적을 지니지 않는다는 데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와일드에게 예술 창조의 과정은 육체와 영혼의 조화가 이루어진 이상적인 자아 혹은 인물을 예술 작품 속에 투영하는 것이었다. 〈영원한 젊음과 미를 얻는 대가로 자신의 영혼을 판다〉는 서구 문학의 오래된 전통에 대해 와일드가 이 작품에서 새롭게 부여한 것은, 결과적으로 예술과 삶의 관계이다.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이 그토록 되고 싶었던 존재이고, 헨리 워튼 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고, 바질 홀워드는 실제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와일드는 바로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의 다양한 사람을 통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열린책들이 2009년 말 펴내기 시작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152번째 책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고전 시리즈의 새 이름으로, 상세한 해설과 작가 연보로 독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한편 가볍고 실용적인 사이즈에 시선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앞으로도 열린책들은 세계 문학사의 걸작들을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낡고 먼지 싸인 고전 읽기의 대안

불멸의 고전들이 젊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 까지를 망라한다.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소설 문학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문학의 스펙트럼은 시, 기행, 기록문학, 그리고 지성사의 분수령이 된 주요 인문학 저작까지 아우른다. 원전번역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품격과 편의, 작품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작품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저마다 고유한 얼굴을 갖도록 일일이 따로 디자인한 표지도 열린책들 세계문학만의 특색이다.

도리언 그레이는 내가 되고 싶었던 존재이고,
헨리 워튼 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고,
바질 홀워드는 실제 나의 모습이다. - 오스카 와일드

이 탁월한 유미주의자는 거의 언제나 옳았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오스카는 내 전 생애에 걸쳐 문학적 경외의 대상이다. - 해럴드 블?

와일드는 항상 와일드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 J. B. 예이츠

미국 대학 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동아일보 선정 〈한국 명사들의 추천 도서〉

종이책 회원 리뷰 (23건)

구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s****s | 2022.09.26

영원한 젊음의 대가로 자신의 영혼을 파는 인간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오스카 와일드의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 매우 독창적이고 흥미롭게 완성한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인생과 영혼을 실험하는 청년을 묘사하는 이 책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어투로 삶과 예술, 욕망과 도덕성의 실체를 파헤친다.


읽어보고 싶어 구매했다. 재밌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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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도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랑* | 2022.05.26

오스카 와일드의 저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작품의 유명세와 출간 이후의 시간을 생각하면 이제야 이 책을 접하여 읽었다는 것이 참 늦은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곱씹어 여운을 주는 작품은 오히려 책을 덮을 때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라는 감상으로 변화하곤 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한 번에 읽고 바로 이해하여 받아들이기에 조금 어려움이 있어 읽는 데에 시간이 걸렸지만, 그렇기 때문에 천천히 꼼꼼하게 살펴 읽을 수 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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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_ 우리 각자는 도리언 그레이의 또 다른 초상이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2****a | 2022.04.21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와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보여주고 싶지 않은

끊임없이 의식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심리학 용어에 따르면, 나이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육체와 외모의 젊음에 집착하는 정신질환을 가리켜 도리안() 그레이 증후군이라 한다. 이는 젊음에 집착한 나머지 스스로를 절망에 빠뜨리고 급기야 파멸에 이르는 내용을 담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유래된 용어다.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경멸한 죄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자기 모습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 죽어 수선화로 변해버린 나르키소스처럼, 우리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통해 병적인 나르시시즘의 말로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해서 행한 것들이 도리어 자신을 망치게 되는 이 비극을 바라보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쩌면 나야말로 도리언 그레이의 또 다른 초상이 아닐까?”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와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보여주고 싶지 않은 를 끊임없이 의식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우리는, 우리 안에 얼마나 많은 초상화를 지니며 살고 있는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도 회자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질문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여기에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것에서 추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타락한 사람이다.

이건 잘못이다.

아름다운 것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교양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그들은 선택받은 사람들로, 그들에게 아름다운 것들은

오롯이 아름다움만을 의미한다. / 7p

 

 

 

아름다움이 권력이 되는 순간

 

 

  방 한가운데, 반듯하게 선 이젤에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어느 젊은이의 전신 초상화가 세워져 있다. 화가인 바질 홀워드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우아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청년의 모습에 깊은 만족감을 드러내며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의 옥스퍼드 대학 동창인 헨리(해리) 역시 바질이 그린 작품 가운데 단연 최고라며 찬탄한다. 동시에 그는 이 초상화 속의 청년이 누군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의 이름은 바로 도리언 그레이, 우연히 한 사교 모임에서 만나게 된 도리언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한 바질은 이 매력적인 청년이야말로 내 예술의 전부라고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헨리 역시 젊음의 솔직함과 열정에 넘치는 순수함을 간직한 도리언을 보자마자 그를 알고 싶고, 그를 지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에 헨리는 도리언을 칭송하며 미()야 말로 아무런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의 가장 위대한 신성이자 최고의 경이이며, 이를 지닌 도리언에게 젊은이란 짧으며 신들이 부여한 이 황금의 시절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강렬한 흥미가 생겼다. 자신의 말이 이끌어 낸 갑작스러운 효과에 스스로도 깜짝 놀란 그는 열여섯 살 때 당시까지 모르던 많은 것을 알게 해준 책 한 권을 문득 떠올렸다. 도리언 그레이가 혹시 그때 그가 겪었던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냥 공중에 화살을 한 대 날린 셈인데, 그게 과녁에 명중했단 말인가? 이 젊은이는 정말 얼마나 매력적인 친구인가! / 37p

 

 

나는 미가 세상 모든 경이 가운데 최고의 경이라고 생각하오. 외모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은 천박한 사람에 지나지 않을 뿐이오. 이 세상의 진정한 신비는 가시적인 것이지, 비가시적인 것이 아니란 말이오……. 그래요, 그레이 씨, 신들이 당신에게 잘해 준 것이오. 하지만 신들이 당신에게 부여한 것을 그 신들은 당장이라도 뺏어 갈 수 있어요. 당신이 진정으로 온전하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한이 몇 년밖에 남지 않았어요. 당신의 젊음이 가면 당신의 아름다움도 더불어 사라질 것이고, 그러면 당신은 어느 순간 문득 깨닫게 될 겁니다. 당신에게 남아 있는 위업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41p

 

 

 

  바질의 화실에서 헨리를 만난 그날, 도리언은 완성된 초상화를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인지 인식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진정한 비밀이라던 헨리의 말을 생각하면 할수록, 그의 마음속에 기묘한 불안이 자리 잡는다. 언젠가는 얼굴에 주름이 덮이고 말라비틀어지며, 눈은 초롱초롱한 생기를 잃고 침침해질 것이며, 우아한 모습도 다 망가져 흉측하게 변해 버릴 것이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던 그는, 영원히 이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자신의 영혼이라도 내어주겠노라는 어리석은 소원을 빈다.

 

 

 

  이후 초상화는 마치 도리언의 소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도리언이 병적인 나르시시즘에 빠져 자기 탐닉과 쾌락에 몰두할수록 제 자신이 추악하게 변해가기 시작한다. 파우스트와 계약을 맺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처럼, 초상화는 도리언의 죄책감과 수치심을 앗아간 대신 도리언에게 영원한 젊음을 준다.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도 변함없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게 된 도리언은 그를 따라다니는 숱한 추문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폭력적이고 탐욕적으로 변해감으로써 끝내 자기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도리언, 인생이 자네를 위해 모든 것을 마련해 두고 있다네. 출중한 용모를 지닌 자네가 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해리, 제가 초췌해지고 나이 들고 쭈글쭈글해지면요? 그땐 어떻게 되는 거죠 

, 그때는…….헨리 경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때는 말이야, 도리언, 자네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할 걸세. 그냥 있어도 승리가 자네한테 찾아오겠지만 말이야. 아니, 자네의 그 훌륭한 모습을 계속 간직해야 하네. 우린 말이야,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오히려 바보가 되고, 너무 많이 생각해서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어. 우리가 자네를 구할 수 없으니 자네가 해내야 해./ 165p

 

 

그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고 느꼈다. 아니 이미 선택이 내려진 것은 아닐까? 그렇다. 인생이 ? 인생이, 그리고 인생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그의 호기심이 ? 이미 그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렸다. 영원한 젊음, 다함이 없는 열정, 은밀하게 찾아오는 쾌락, 미친 듯한 기쁨과 거침없는 죄악. 그는 이 모든 것을 다 누려야 했다. 그리고 그의 불명예의 모든 짐은 초상화가 대신 짊어지고 가야 했다. / 167p

 

 

 



 

 

 

 

  이처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아름다움을 갈망하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한 남자의 이중성을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 독창적으로 완성한 소설이다. ‘초상화가 현실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양심의 캔버스가 되고, 주인공 자신이 육체성을 상실한 이미지로 도치되는 운명의 전환을 환상적 기법을 활용해 흥미롭게 엮어낸다. 하지만 이런 소설적 장치를 걷어내더라도, 순진무구했던 도리언에게 미와 쾌락을 추구하는 것만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지속적으로 도리언의 정신을 지배하려드는 한 인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헨리다.

 

 

 

  헨리는 쾌락은 자연의 시험이고 자연이 승인했다는 표시지. 우리가 행복하면 늘 선할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선하다고 늘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다거나 유혹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그 유혹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궤변으로 도리언을 꾀어낸다. 도리언에게 실연을 당한 뒤 자살한 시빌 베인의 죽음 앞에서도 마치 도리언의 삶에 일어난 하나의 비극적인 연출에 지나지 않는, 어떤 생경한 경험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게 하기도 한다. 만약 그날 화실에서 헨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도리언이 자신을 탐미하고 쾌락에 빠져드느라 양심을 외면하는 일이 일어났을까? 도리언이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길 바랐던 바질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면 결말은 달라졌을까? 바로 이러한 관계 속에서 소설은, 이따금 우리의 삶을 지배하려드는 여러 유혹과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여러 관계 속에서 어떻게 균형감각을 찾아야할지를 고심해보게 한다.

 

 

 

공작부인, 혹시 옛날에 저지른 잘못 가운데 큰 잘못, 뭐 기억나시는 것 없어요 그는 건너편의 공작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무 많아서 탈이지.그녀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 잘못을 다시 저지르세요.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젊어지려면 옛날의 잘못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69p

 

 

고도로 조직적이 된다는 것이 내 생각에는 인간 존재의 목적이 아닌가 싶어. 더 덧붙이자면, 모든 경험은 다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거야. 누가 결혼에 반대하는 말을 했다면 그 말이 무슨 말이든 그것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지. 나는 도리언 그레이가 그 여자를 자기 아내로 삼아 6개월 정도는 그녀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다가 갑자기 또 다른 사람에게 푹 빠져 버리게 되기를 바라. 그러면 그 친구는 아주 훌륭한 본보기가 될 거야./ 120p

 

 

부조화란 억지로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려는 것이지. 자기 자신의 삶, 중요한 것은 그것 아니겠나? 도덕가연하는 사람이나 청교도가 되고자 한다면 이웃의 삶에 관해서 자신의 도덕적 견해를 과시하고 내세울 수 있겠지. 하나 그렇다고 그런 사람이 이웃의 삶에 신경이나 쓸까? 게다가 현대의 개인주의는 실제로 더 높은 목표를 두고 있다니까. 현대의 도덕이란 자기 시대의 기준을 받아들이는 데 있는 것이지. 그런데 나는 교양 있는 사람에게는 자기 시대의 기준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가장 상스러운 부도덕이 아닐까 생각하네./ 126p

 

 

 



 

 

 

  끊임없이 욕망하는 인간의 타락을 주제로 한 이 영원불멸의 소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남성이 느끼는 남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동성애적 코드, 예술의 근본과 가치에 대한 물음, 19세기 영국 귀족 사회의 위선, 극작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오스카 와일드 특유의 위트와 직설적인 독설, 감각적이고 섬세한 묘사 등 다채로운 읽기가 가능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 작품으로 하여금 나는 얼마나 많은 초상을 내 안에 지니고 있는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초상에 갇혀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물음에 다가가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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