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 저/정지인 역
천선란 저
폴커 키츠,마누엘 투쉬 공저/김희상 역
레이 달리오 저/송이루,조용빈 역
마우로 기옌 저/우진하 역
조병영 저
[책읽아웃] 모든 지나간 역사는 흑역사다 (G. 김혜경 작가)
2021년 08월 12일
김혜경 “『아무튼, 술집』, 내가 쓸 수밖에 없었던 에세이”
2021년 07월 26일
제목을 보고 아 술을 진짜 많이 마셔본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왔다.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
나는 고등학교 다닐 때 술을 선생님이나 어른들 눈을 피해 도둑고양이처럼 숨어서 마시거나 아님 후딱 급하게 먹는 버릇이 들어서 마실때는 괜찮은데 순간 확 올라서 그 다음 기억이 없었때가 많다. 아직도 그렇게 마시는 건 아니지만 술은 여전히 좋다. 천천히 천천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대인배가 되는 느낌이 들어서랄까?비장의 무기처럼 뽀족한 바늘 하나 숨기고 어디 콬콕 찌를 곳 없나..어디를 찔려야 제일 아플려나? 찾는 내가 아니라서.
그래서 읽었는데...내가 꼰대구나만 느끼게 하는 책이다. 젊은 나이에 술집만 찾아서 술만 마시는 저자가 별로 탐탁치가 않다. 마주보는 의자에 앉아 두 눈을 사냥하게 보면서 그렇게 마시는 거 아녀..지금은 젊지만 그 젊은 몸띵이는 금방이여..좀만 지나면 몸 다 버려야..그럼 힘들제...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벱이여..이럼써 씨알도 안 먹힐 돌돌이 말을 하고 싶어진다.생전 처음보는 디..오지랖도 넓어지고...큰일이여..ㅋ
아무튼,이 책은 고속버스 타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같이 흔들리며 가볍게 읽을만 하다. 다 읽고 나면 젤 만만하고 젤 재밌는 친구에게 문득 니가 찐하게 사무치게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면서 밥이라고 먹자 그러면서 밥 대신 술을 진탕 먹고 오면 더 좋은걸로..
'아무튼' 시리즈를 알게 되고 끌리는 제목들을 읽어 보고 있다. 시작이 '술'이었으니, '술집'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작가도 다르고 엄연히 다른 책이건만, 뭔가 연결이 되는 느낌이 살짝 있었다. 지금까지 각각의 주제로, 이 시리즈가 50권을 넘어선듯 한데, 술과 술집 사이의 간격이 스무권 좀 넘은걸 감안해 보면, 조만간 '안주'와 같은 컨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니 나의 바람 혹은 소망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분들 마다 스타일이 있는 걸 감안하면, <아무튼, 술>과는 글의 느낌이 다른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더 재밌게 읽었을 것 같은데, 비슷한 컨텐츠라 그런지 자꾸 비교를 하게 되었다. <아무튼, 술> 리뷰에서도 썼지만, 이 책은 <아무튼, 술>보다는 <개와 술>에 가까운 느낌이다. 당연히 재미의 측면에서는 <아무튼, 술>에 가깝지만, 내용측면에서는 <개와 술>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술 혹은 술집과 관련된 경험과 술집에 대한 이야기의 구조인데, 중간 중간 등장하는 주사와 관련된 부분들이 <개와 술>에 대한 기억을 회상케 했다.
술보다는 장소 혹은 공간에 초점을 맞췄기에 장소나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는데,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씩 들러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공간들을 모두 검색해서 찾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한번씩은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이었다. 특히 제일 처음 소개되는 청파동 '포대포'랑 저자의 어머니가 계신 망원동의 '너랑나랑호프'(<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등장하는 이 곳을 보면 여느 맛집 소개 프로그램보다 더 식욕과 술욕을 자극한다)는 꼭 가보고 싶다.
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숙취로 고생한 경험이 한번씩은 있을 것 같은데,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저자의 일상 생활이었다. 어떻게 직장 생활과 함께 술 생활이 가능할까, 싶은 시간적 의문이 아닌, 저렇게 자주 취하면서 생활과의 병행이 가능할까, 싶은 의문 말이다. 그렇게까지 왜 술을 좋아하고, 술을 마시는 걸까, 하는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않겠다. 그저 그렇게 가능한 삶이, 체력이, 가능하게 하는 모든 상황들이 부러울 뿐이다.
아무튼 술집 리뷰
아무튼 술집이라는 에세이를 읽기에 난 술을 그리 즐기는 편도 잘하는 편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술에 씨게 취해 본 적이 언제인가 생각해보면
아마 쌀쌀했던 그 날 그 저녁과 밤 오뎅바에서 먹었던 달달했던 청하 4병이 었던 것 같다
세상이 조금 흔들리기도 모든 게 다 용인 될 것 만 같았던 그 온도와 질감
다음 날의 두통이 지나치게 괴롭긴 했지만
그 후로도 많은 술을 마시긴 했다, 양주 소주 맥주 칵테일
종류가 다양한 만큼 즐길수 있는 경험이 다양해진다는 건 축복이었다
술 잔을 짠 하며 부딪힐 수 있는 사람들이 항상 곁에 있었던 것까지도 말이다
<인상 깊었던 구절>
- 아빠는 요리 솜씨가 좋은 여자친구가 생기면 한 손 가득 반찬들을 들고 오기도 했다. 건강한 단맛을 곁들이기 위해 씨를 뺀 참외를 넣고 담근 깍두기라든가. 호두 검은 콩을 넣고 조린 멸치조림이라든가. 십 대의 나는 그렇게 배고플 일은 없었으나 내 취향과 의지대로 메뉴를 선택할 일도 없는 잔잔한 세계에 머물렀다. 나름 안정적이었지만 그대로 멎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록 진폭이 낮은 생활이 반복됐다. 나만의 리듬을 갖게 된 건 술집에서였다.
- 춤은 못 추지만 끝없이 늘어 놓을 수 있는 술집의 무용담들이 그렇게 생겨났다. 똑바로 서기 위해 비틀거리는, 비틀거리다 즐겁게 몸을 흔드는 시간들이었다.
- 나는 한없이 다정한 문장들 앞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던 마음만 진실일 뿐 나머지는 전부 거짓투성이었으니까 이 시람이 내가 누군지 알게 되면 어떡하지? 자신을 위로해준 사람이 가상의 인물이라는 걸 알고 실망하면 어쩌지?
- 나는 값싸고 소박한 술집들의 기억을 잊게 해주는 자본주의의 맛에 취한 채 집으로 가는 마지막 광역버스쯤이야 쿨하게 보냈다. 어차피 택시비는 술값보다 덜 들 테니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며. 응급실에서 눈을 뜬 날도 바로 그런 날 중 하나였다.
- 비싼 양주에 값싼 맥주를 섞다니! 수입이 안정적인 직장인이란 정말 대단하구나 생각하며 짐짓 호쾌하게 한 모금 들이켰다. 맥주가 들어갔으니 괜찮겠거니 생각한 사회 초년생의 치명적 실수자 불행의 도화선이었다. 꼬릿한 향을 풍기는 양맥은 식도를 타고 박력있게 내려가더니 속을 화르르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