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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코끼리끼리 만나면 입에 OO를 넣는다고요?
2023년 01월 26일
당연한 건 없다. 마주하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일상이 사라졌다. 빈 자리를 채운 건 기기다. 온기라곤 느끼기 힘든 화면을 바라보며 문자를 건네고 주문을 넣는다.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번잡한 부대낌의 과정을 건너 뛰었으므로 오히려 이 편이 낫다는 이들도 존재한다. 살짝 외로운 게 흠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에 반하는 지금의 삶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30년 이상을 코끼리 연구에 몰두해온 저자의 이력은 독특했다. 우리나라에서 코끼리라 하면 동물원에서나 볼 법한 존재로 전락한 지 오래다. 대부분의 국가가 도시화 되었으므로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역시나 저자는 연구를 위해 낯선 이름의 공간에서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 대자연이 살아 숨쉰다고는 하나 매순간이 위기였다. 개체 수가 현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겪은 후에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상황은 코끼리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었다. 관찰 그리고 연구라 적지만 그들에게 인간의 출현은 방해이자 파괴의 가능성이었을 수도 있다. 이 흥미로운 기록에는 다양한 종이 함께했다. 대개가 군집을 이루어 살았으며, 방식은 다소 상이하더라도 서로 간에 소통을 하며 지냈다. 인간이 모든 종의 우두머리요, 세상을 관장한다는 사고에 길들여진 상황이라 그런지 동물로부터 무언가를 배운다는 자체가 내겐 낯설었다. 정확히는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는 묘한 제목에 이끌렸다고 보는 편이 옳다. 살고 죽는 일은 모든 생명체가 겪는다. 장례식은 다르다. 일종의 의례로, 난 이제껏 오로지 인간만이 의례를 감당할 수 있는 줄 알았다. 평소와는 다른 색 옷을 입고 특정 형식을 빌어 애도하는 행위는 감정 위에 고차원적인 무언가를 덧댄 형태이기 때문이다. 장례식은 대표적인 사례에 불과했다. 저자가 주목한 많은 사례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무의미하다 말하는 듯했다. 각자가 철옹성과도 같은 선을 스스로 긋고는 교류치 않으려 애써온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일 정도였다.
흔히 동물 세계의 질서를 언급할 때 ‘약육강식’이란 표현을 쓴다. 강한 자가 약한 자들 위에 군림하는 건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인간 또한 과거엔 아예 이를 신분제라 하는 하나의 제도로 마련해 운영하기도 했다.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긍휼히 여기고 배려하는 건 오로지 인간만의 습성인 줄 알았다. 반대로 약자가 제 생존을 위해 일종의 연기를 행하는 모습 또한 인간이라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스스로의 위치를 자각하고 거기에 걸맞는 행동을 함으로써 불필요한 공격 받음을 차단했다. 한 번 즈음은 대들법도 하였으나 도리어 비굴함을 택한 그로 인해 전체가 평온했으므로, 영 성에 차진 않으나 참으로 이타적인 행동이라 칭할 법도 했다. 혹 인간처럼 씁쓸함도 느꼈을까. 유전적으로는 상당부분 인간과 동일하다는 침팬지나 원숭이 등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순간이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생명체의 모습은 숭고했다. 여러 날에 걸쳐 반복해 죽은 자를 찾고, 흙으로 이미 식은 몸을 덮어준다거나 나뭇가지를 쌓아 올려 각종 위험을 차단하는 행위를 동물들은 행했다. 저자는 그와 같은 행위가 동물원에서는 좀체 발생치 않는다고 보고했다. 자연 상태에서 앞선 세대의 행동을 접하며 학습을 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들이 동물 세계에도 제법 여럿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동물원은 자극이라고는 전혀 없는 온실과도 같았다. 애도할 줄 모르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지. 피도 눈물도 없다며 손가락질을 하면서도 정작 동물에겐 슬퍼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한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는 자존감을 바탕으로 의례를 행한다. 마음을 다해 서로 인사하고,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힘을 얻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애한다.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큰 소리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손을 맞잡은 채 서로의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우스꽝스러운 놀이를 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을 기리고, 우리 몸과 마음을 새롭게 다진다. 자연은 야생 의례에 다시 참여하는 길로 우리를 이끌어 더 풍요롭고 보람찬 삶을 살도록 돕는다. ?p304
동물에게도 같은 의미일, 인간 고유의 것인 줄 알았으나 현재는 인간보다 타 종이 더 진실되게 행하고 있을 의례를 떠올려본다. 감정을 외면하는 일은 강자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었다.
☆리딩투데이지원도서
코끼리 연구자이며 행동생태학자인 케이틀린 오코넬 박사가 30여 년간 동물을 관찰하고 알게 된 사실들로 우리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전문가의 깊은 통찰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인간과 동물은 어떻게 진화하고 살아남았는지.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 등 10가지 의례를 통해 동물들이 보여주는 행동에서 우린 무엇을 배우고 기억해야 할까?
코끼리 하면 코끼리 코로 팔을 꼬고 제자리에서 10바퀴를 돌던 운동회 경기가 기억난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는 야생의 코끼리를 통해 혹독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살아남았는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 사회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가치는 무엇일까?
사회적 동물들이 발전시킨 인사의 첫 번째 목적은 가까운 친구들끼리 유대감을 끈끈하게 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환영하는 것이고, 두 번째 목적은 긴장을 풀고 화해를 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 목적은 대장에게 복종한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평화로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코와 입을 맞대는 코끼리의 인사는 정보를 수집하던 방식에서 진화했다고 한다. 코끼리는 서로의 입에 코를 갖다 대어 다른 코끼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아내기 위한 단순한 몸짓에서 의례로 자리를 잡았다. 주둥이를 핥는 늑대의 인사도 처음에는 다른 개체가 먹은 것에 관한 정보를 캐내는 행동이었지만, 점차 인사 의례로 발전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호르몬 상태에 관한 정보를 얻으면 상대방의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서 처음 등장한 악수는 펼친 손을 보여주는 행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평화의 상징은 더 나아가 로마 시대의 악수는 팔뚝을 움켜잡는 몸짓으로 변했는데, 소매에 숨겨져 있을 수도 있는 칼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중세 유럽의 기사들은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는데, 아마 숨겨둔 무기를 떨어뜨리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팬데믹 기간에 가장 먼저 바뀌었던 것 중에서 인사 방법을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악수를 생략하거나, 주먹 악수를 하기 시작했고, 마스크를 쓰고서도 볼 키스를 하는 해외토픽을 보면서는 눈을 찌푸렸던 기억이 있다. 원래 볼 키스는 초기 기독교에서 종교의식으로 행해졌던 프랑스식 볼 키스는 중세 시대에는 계약을 체결할 때 서로 신뢰를 다짐하는 상징적 행동이었다고 한다. 전염병으로 중단되었다가 다시 부활한 볼 키스 '비쥬'가 다시 중단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사회적 동물은 닮았다. 단절과 분열의 시대, 야생동물이 건네는 10가지 공생의 메시지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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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만도 못한 놈!
분명한 욕이다. 하지만 짐승이 우리와 소통이 되지 않을 뿐 그들만의 문화와 전통은 틀림없이 있다. 그러한 문화와 전통에서 우리 인간이 배울 점이 없을까?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서 책이 시작되고 다양한 동물들의 행동과 문화를 통해 인간의 어두운면과 더 좋아져야한다는 희망을 던지고 있다.
시선은 동물에게 향하지만 조명하는 것은 인간이다.
동물의 행동들에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 더 나은 점들을 고개숙여 반성하며 개선해 나가기에 이 책만큼 탁월한 책은 드문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