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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는 풍토병과 닮았다.
60쪽
나는 책이 잘 안 읽히는 시기나 계절적으로 무더워지기 시작할 때면 추리소설을 읽고 싶어진다. 특히 여름이면 추리소설이 꼭 땡긴다.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어릴 적에도 오빠가 추천한 추리소설을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성인이 되어서는 욕심을 부려서 셜록홈즈 전집을 샀고, 주홍색 연구부터 차근차근 읽어보았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아직도 각종 영화에서 오마주하는 장면들이 바로 이 작품이었구나 하면서 감탄하곤 했다.
이 책은 밀리의 서재에서 뭘 읽을까, 하던 차에 눈에 띈 책이다. 이다혜 작가라니 왠지 믿음이 갔다.
스릴러가 풍토병과 닮았다는 저런 발상 너무 신선하다. <빨간 책방>에서 내가 좋아했던 이 작가의 입담은 책에서도 고스란히, 마냥 가볍지 않은데 멋진 언니의 입담의 느낌으로 술술 읽히고 흥미롭다.
스릴러란 어떤 장르인지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서, 대표적인 스릴러 작품들에서 어떤 특징들이 드러나는지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그 작품들 하나하나를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 중에서도 오라방이 추천해서 읽었던 코지 미스터리 작품들은 내 취향이 아닌 것도 있었는데, 작가의 설명을 읽으면서는 다시 한 번 읽어볼까 싶은 생각까지 든다.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미스'라는 새로운 장르적 특성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대표적인 작품이 영화로도 상영되었던 '고백'과 같은 작품인데 이 장르를 여성 등장인물과의 관련성에 대해 설명한 부분에서 특히 이해가 잘 되고 공감도 됐다.
이야미스와 여성 스릴러 모두 여성이 가정에서부터 차별받는 현실을 기반으로 쓰였다.
이야미스는 수동 공격성이 강하다. 그녀들은 이해하는 척하고, 돕는 척하고, 좋아하는 척하고, 괜찮은 척한다. 그러나 마음속은 아수라장이다.
이야미스는 '싫음'을 꼭꼭 싸매고 살아가는 데 익숙한 사람들에게 친숙할 수밖에 없는, 자기혐오의 장르다.
130~132쪽 발췌
요즘 나이가 들면서 불편하고 마음이 어수선한 내용의 책이나 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작품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다.
찾아서 읽어보고 싶진 않지만, 이야미스라는 장르적 특성을 이해하게 되는 즐거움이 있는 부분이었다.
이후 작가는 스릴러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만한 '반전'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면서 그 한계점에 대해서도 논한다.
이제 심리 스릴러에서 가능한 반전은 전부 동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결말이다. 혹은, 이제 그 유행이 드디어 끝나가는 건지도.
167쪽
이 부분에 하이라이트를 그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behind her eyes' 도대체 어떤 결말이길래? 라는 메모를 덧붙여두었다.
반전을 소모하는 건 영화든 책이든 한계가 있다. 반전을 알게 되면 재미가 반감하고, 그 반전이 내 기대 이하이면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까지 의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전을 위한 억지 전개 또한 문제다.
그런데 오히려 작가는 스포일러를 당하고, 반전을 미리 알고 나서 작품을 봄으로서 역설적으로 작품의 전반적인 평가를 비로소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이 부분 역시 공감한다. 내가 책이 원작인 작품을 볼 때 항상 책과 영화 둘다 보고 싶은 마음은 작가의 이런 생각과 결이 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알고 봐도 깜짝 놀라고마는 아주 단순한 관객이기도 하다.^^)
그래서 범죄물을 읽는다. 이해할 수 없는 악의의 정체가 궁금해서,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가 이루어지고 또 그것을 해결하는 천재적인 두뇌 플레이를 보고 싶어서, 그 안에서는 언제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서사 안에서 안전한 쾌락을 느끼고 싶어서. 하지만 '내가 파는 장르'가 무엇을 소비하는지 알고는 있어야 한다.
192쪽
작가는 스릴러라는 끔찍하고 괴로운 이야기를 소비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그 이야기를 소비할 때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서 나 역시 스릴러나 마찬가지의 끔찍한 현실들을 뉴스에서 생각없이 소비했던 모습들을 반성하고, 작가의 생각에 깊이 공감했다. '내가 파는 장르'가 무엇을 소비하는지 명확히 파악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후 작가는 스릴러라는 문학을 넘어서서 논픽션으로 생각을 확장한다. 논픽션이 되면 '독자는 구경꾼에 머무를 수 없다'(228쪽)고 언급하면서 논픽션의 대표적인 작품들의 의미를 짚는다. 내가 읽었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부터 '인 콜드 블러드'까지.
집에 있는 책들을 다시 뒤적이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스릴러라는 장르를 읽는 독자로서 끔찍한 현실에 기반하여 창조된 허구적 장르를 그저 '재미'의 영역에서만 소비하지 않도록 경계한다.
스릴러가 현실의 피난처로 근사하게 기능해 온 시간에 빚진 만큼, 현실이 스릴러 뒤로 숨지 않게 하리라.
229쪽
사실 단순히 재밌겠다, 나도 추리 소설 좋아하는데~ 하면서 시작했던 독서가 나의 평소 모습을 반성하게 하고 유의미한 깨달음을 주었다.
작가의 다른 책도 궁금하고, 이 책에 언급된 다양한 스릴러와 논픽션 작품도 즐겨찾기에 저장해야겠다.
아무튼 시리즈 중에 제일 좋아하는 책.
원래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기도 했었고, 이다혜 기자님의 글을 좋아해 단숨에 읽었다.
나는 그저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동병상련을 느끼고 싶었을 뿐인데, 이다혜 기자님이 추천해주는 꿀잼 스릴러들을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담고 소비의 왕이 되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 책에 나와있는 모든 스릴러들을 다 읽고, 다 보기는 어렵겠지만 또 안 읽고 넘어갈 수는 없으니 언젠가 꼭 읽어봐야지.
아무튼 시리즈는 ‘취향’에 대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그중 목욕탕 애호가, 술 애호가에 이어 스릴러 애호가를 만나게 됐다. 저자는 이미 애호가를 넘어서 스릴러 전문가에 더 가까운듯하지만 말이다. 전에 읽었던 ‘아무튼, 목욕탕’과 ‘아무튼, 술’이 본인들이 이것을 얼마나 사랑하고 이 존재들이 얼마나 삶을 충만하게 하는지 찬양하는 글에 가까웠다면 ‘아무튼, 스릴러’는 스릴러가 무엇인가, 스릴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하고 어쩌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만큼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나도 스릴러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범죄수사물을 좋아한다. 이상한 장르 편식이 있어서 그 외의 스릴러물은 즐기지 않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수사물은 보지만, 연쇄살인마에게 쫓기며 공포가 심장을 죄어오는 호러 서스펜스는 보지 않는다. 증거를 수집해 수색망을 좁히고 용의자를 체포해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장르, 즉 나는 그냥 범인 잡는 게 좋다.
저자는 나 같은 범죄스릴러 팬들이 주의해야할 점도 말해준다. 이런 창작물들을 즐기기 위해서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책임의식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고통 받고 있을 범죄 피해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범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때에는 목소리를 높여 문제해결을 위한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스릴러팬이라는 변명 하에 단순히 범죄만 소비하는 꼴이 된다. 사람이 처참히 죽어나가는 것을 쾌락적으로 즐기는 범죄자들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사건 뒤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피해자가 있고 유족이 있다는 것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
이다혜 작가님의 소설 아무튼 시리즈의 아무튼, 스릴러를 구매하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 개인적인 감상을 의식의 흐름대로 막 적은 리뷰입니다. 완독 후 작성하여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시리즈 중에 흥미로운 게 많았는데 왜 스릴러를 골랐을까요..? 스릴러에 대해 1도 모르는 상태라 이해를 잘 못했어요 ^_ㅠ 다른 시리즈를 사는게 더 나았을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