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릭스 코브 저/정지인 역
안데르스 한센 저/김아영 역
유시민 저
레이첼 카슨 저/김은령 역/홍욱희 감수
제임스 팰런 저/김미선 역
유선경 저
우리말 제목은 매우 매우 구태의연하지만 내용만큼은 전혀 구태의연하지 않다. 우선 13가지의 전염병 자체가 그렇다. 우선 무도광과 전두엽절제술은 병원체에 의한 전염병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지만(무도광은 잘 알 수 없지만), 이 질병 내지는 질병 같은 의학기술이 퍼져나간 것이 전염병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나병이라든가, 기면성뇌염, 소아마비 같은 것들은 다른 데서는 많이 다루지 않는 전염병이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매우 신선한 것은 그런 질병의 소재 차원이 아니다. 안토니누스역병, 가래톳페스트, 두창(천연두), 매독, 결핵, 콜레라, 장티푸스, 스페인독감 같은 것들은 다른 데서도 많이 다루는 것이지만, 다루는 방식이 상당히 신선하다.
그래서 읽다 원제를 찾아봤는데, “GET WELL SOON: History’s Worst Plagues and the Heroes Who Fought Them”. 이렇게 되어 있다. 앞의 제목이야 멋있게 지은 것 같고,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라는 것은 그냥 소재인데, 뒤의 말, “그 전염병과 싸운 영웅들”은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영웅이 이를테면 그 전염병의 원인균을 밝혀내거나 치료법을 찾아낸 이들로 일관했다면 이 책 역시 그다지 신선하고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영웅이라고 칭하는 이들은 그동안 다른 책들에서 많이 언급되지 않은 인물들이다. 이를테면 ‘1518년 7월 슈트라스부르크의 거리에서 프라우 트로페아라는 여성이 난데 없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번져나간 무도병의 경우(이 병으로 죽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 질병을 감싸 안은 지역의 공동체를 영웅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리고 나병의 경우는 나병의 원인균을 찾아낸 한센이 아니라(오히려 그의 연구 윤리에 대해 경멸하고 있다), 우리의 소록도와 같이 나병 환자들을 수용했던 몰로카이섬으로 들어가 평생을 환자들과 함께 하다 결국은 자신도 나병에 걸려 죽은 다미앵 신부가 저자의 영웅이다.
‘영웅’이라고 해서 긍정적인 영웅만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장티푸스와 관련해서는 이제는 많이 알려지고, 그 부당함도 잘 인식되고 있다고 보여주는 ‘장티푸스 메리(Typhoid Mary)’에 대해서 쓰고 있으며(물론 그 부당함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전두엽절제술과 관련해서는 최초의 전두엽절제술을 시술한 모니스와 함께 내과 의사로서 외과 수술 자격이 없었으면서도 무분별한 수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좌절로 이끈 월터 잭슨 프리먼 2세를 지목하고 있다. 말하자면 ‘반(反)영웅’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에필로그에서는 에이즈를 다루면서 초기 대응에 문제가 많았던 당시 미국 대통령 레이건과 정권 인사들을 맹비난하고 있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저자는 그 질병 자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그 질병의 무서움에 대해서,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것은 그 질병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결핵에 대해서도 그것을 고상한 질병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얼마나 많은 폐해를 낳았는지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으며, 콜레라에 관해서는 존 스노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과학적인 태도가 얼마나 질병 퇴치에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결국 과학과 공동체 의식 모두가 중요한 것이다.
전염병에 관해 아주 신선한 시각으로 흥미롭게 서술한 책 하나를 발견했다.
역병이라고도 불리는 팬데믹 역사를 유머러스하고 생생하고 재미있게 돌아보는 책이다. 사실 팬데믹은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주제이지만 두려움과 무서움보다는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류가 취해 온 다양한 행태들을 신랄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하어 있어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2년 이상 고생해 온 상황이라 쉽게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많다.
이 책에는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전염병이 소개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흑사병(가로톳페스트), 두창, 매독, 나병, 장티푸스, 스페인 독감, 소아마비 같은 전염병도 있고 좀 생소한 안토니우스 역병, 기면성 뇌염, 전두엽 절제술 등도 소개된다. 역병에 맞서 제대로 성과를 낸 소아마비 백신개발 등의 사례도 있지만, 잘못된 지식에 기반을 둔 전두엽 절제술 같은 흑역사도 있었음을 들려준다.
책을 통해 전달하려는 가장 큰 메시지는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 문제에 대응해 가자는 것이다. 물론 발병 당시 그 실체를 알지 못하고 치료법도 모르기 때문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정확한 상황 전파, 사망자 처리 시스템 마련 등 문제 대응 리더십,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이웃돕기와 같은 노력이 당시의 패닉상황을 극복하는 힘이 되고 있음을 역설한다.
질병과 환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병자를 악의 근원으로 취급해 이들을 꺼리고 피하고 비난하는 행태는 최근 코로나 상황에서도 많이 보아 온 현상이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질병이 나쁜 것이지 환자가 도덕성이 부족하거나 비윤리적 존재이기 때문에 병에 걸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자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결핵환자의 경우 이들을 섹시하고 매력적으로 묘사하곤 하는데, 이는 젊은 환자가 많기 때문일 뿐이고, 모든 환자는 아프고 힘들다는 점이 현실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팬데믹이 발생하면 방역당국과 의료계에서 고생을 많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각자도생의 시기이기도 하다.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다양한 팬데믹 상황에서 인류가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가고 피해를 최소화했는지 돌아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행동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에는 사회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환자를 돌본 고귀한 사례들이 있었던 반면에, 자신의 부귀 영달을 위해 민간요법이나 사이비 치료를 행한 사례들도 함께 소개된다. 백신접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지만 백신접종을 통해 사회적 면역이 생기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일반 국민들이 취할 수 있는 기여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이 책이 영문판으로 2017년 출간되었고 한역본은 2020년 출간되었다. 원 저자는 아무 생각없이 출간했겠지만 시기적으로 대박을 맞을 수 있는 책이다. 한역본은 코로나 때문에 재빨리 번역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나 어릴 때는 노벨 문학상이 발표되면 한달 만에 번역본이 나오기도 했었다.
이 책은 의학발달의 역사에서 전염병 만을 따로 모아 놓은 책인데 사실 많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있다. 유시민씨의 표현처럼' 지식 소매상'이 쓴 책이다. 즉 첨단 과학이나 뇌과학, 철학처럼 전공자가 쓰면 너무 딱딱한 문체 때문에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를 저널리스트들이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대중을 위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위키에서 찾으면 거의 나오지만 '지식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렇게 'Sorting out' 해주는 책도 필요하다.
책을 읽다보면 현대인들이 그동안에 각종 백신 덕분에 너무 전염병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흥미로운 것은 문체가 가벼운 인터넷 블로그체라고 할까? 중간중간에 자신의 느낌이나 판단을 장난스럽게 첨가했다. 아마도 딱딱하고 공포스런 전염병 이야기에 좀 가벼움을 섞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런 문체를 좋아한다. 나도 블로그에 이런 식으로 쓰기 때문이다.
http://blog.yes24.com/document/12366049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에 잘 정리 되어 있다.
들어가며: 이 책을 읽자
안토니누스역병: 분별 있고 침착한 지도자를 뽑자
대로마제국의 몰락에 이 역병이 한 몫했다고 한다. 세계사를 볼 때마다 로마군처럼 잘 정비되고 무기도 좋은 로마군이 도끼를 휘두르던 게르만민족에 당할 수 있었을까 늘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정치적인 실정도 한 몫했겠지만 역병 앞에는 장사없다. 저자는 로마군이 역병 때문에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night watcher처럼 여러 집단에서 모이는 오합지졸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역병이 돌았을 때 정치인의 판단과 의사결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코로나를 겪으며 느꼈다. 명상록을 쓴 마르쿠스 황제가 꽤 유능한 황제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수 있었다. 길거리에 쌓이는 시체를 체계적으로 치우도록 했다.
https://en.wikipedia.org/wiki/Antonine_Plague
가래톳페스트: 개구리는 생명을 구할 수 없지만 역사책은 가능하다
페스트의 이야기는 그동안 여러 책에서 너무 많이 읽어 정말 친숙한 병이다.
의학적 지식이 적었던 시기에 유행했던 여러 대처 방법이 안습럽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와인을 조금 마시기,시궁창 안에서 살기, 에메랄드부숴 먹기, 계란, 과일 채소 먹기, 병든 사람 쳐다 보지 않기, 생 양파를 잘게 썰어 집안 곳곳에 두기, 오줌 고름 마시기, 자신을 채찍질해서 신에게 용서를 구하기, 개구리 터뜨리기 치료법, 비둘기 치료법, 무화과와 양파 치료법, 피뽑기와 대변 찜질
그래도 노스트라다무스(예언자로 유명한)의 예방법은 어느 정도 과학적 관찰에서 나온 것 같다. 거리의 시체 치우기, 더러워진 리넨 버리기, 물 끓여 마시기, 목욕하기, 신선한 공기 마시기, 마법의 약(장미의 약) 먹기(비타민이 풍부하다.)
무도광: 마녀로 몰아 태워 죽이지 말고 잘 대하자
현대의 사춘기 아이들에게 생겼던 웃음병이나 틱처럼 집단 히스테리의 일종이었던 것 같다.
중세임에도 불구하고 마녀로 몰지 않았다.
두창: 백신이 최고라고 널리 알리자
경악스럽고 공포스러운 '신세계'가 천연두로 몰살 당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너 이전에 사람의 두창으로 면역을 했던 이야기와 우두를 처음 고안한 제너의 이야기가 나온다.
매독: 성병을 수치스러워하면 퍼질 뿐이다
'말할 수 없는 병'인 매독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매독에 걸렸다고 의심 받는 유명인들 : 링컨, 메리웨더 루이스(미국 탐험가), 니체, 슈베르트, 모파상,
결핵: 아픈 걸 미화하지 말자
과거에 사람들은 화가 단체 가브리엘 로세티의 '축복받은 베아트리체'의 모델인 리지 시덜과 같은 모습을 가진 결핵환자들을 미화했다. 사실 그녀는 결핵은 아니고 거식증이었을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자들은 결핵에 걸린 모습을 동경했다.
콜레라: 통념이 틀렸음을 입증하고 싶으면 당신의 이론을 철저히 증명하라
영국의 존 스노는 콜레라의 원인이 같은 펌프에서 나오는 물이라는 것을 밝혔다.
1845년 콜레라가 유행할 때 같은 양조장에서 일하는 80명의 노동자는 감염되지 않았다. 양조장 전용 우물도 있었지만 노동자들은 술만 마셨단다.
존 스노우 https://en.wikipedia.org/wiki/John_Snow
나병: 선한 사람 한 명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그게 당신일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몰로카이섬에서 나병환자를 위해 헌신했던 다미앵신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본인도 나병 환자로 죽었다. 그 섬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자신의 운명을 이미 알았으리라. HIV/에이즈 환자의 비공식 수호성인이다.
다미앵 신부 https://en.wikipedia.org/wiki/Father_Damien
장티푸스: 전염병에 걸렸다면 일부러 타인에게 옮기지 말자
그 유명한 메리 맬런(장티푸스 메리)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은 증상이 없으면서 많은 사람을 죽게했던 슈퍼전파자이다.
메리 맬런https://en.wikipedia.org/wiki/Mary_Mallon
개인의 자유와 공중 위생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다.
스페인독감: 검열이 사람을 죽인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다른 어떤 병보다 공감이 갔다. 저자가 코로나를 예견하고 쓴 것처럼 정말 역사는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가 되려는 사람들은 이 책을 필수적으로 읽어 보아야 할 것 같다. 전쟁, 언론의 검열, 무고한 희생자들....
스페인 독감의 시작은 스페인이 아니라 미국 캔사스주이다. 다만 제1차세계대전 중 중립국이었던 스페인의 언론에 처음 등장해서 스페인 독감이 되었다.
그 당시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전차탐승이 거부되었다. 미국인들은 불과 100년 전의 역사를 잊은 모양이다. 심지어 사진까지 남아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Spanish_flu
위키에 보면 일본에서도 최소한 39만명이 죽었다고 한다. 1918년 경이었으니 거기에 한반도도 포함된 것일까?
기면성뇌염: 의학의 발전이 매우 빨라졌으니 잘 기록하자
콘스탄틴 폰 에코노모라는 오스트리아인이 이 병에 대해 심각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올리버 삭스의 '깨어남'이 소개되었다.
https://en.wikipedia.org/wiki/Encephalitis_lethargica
https://en.wikipedia.org/wiki/Constantin_von_Economo
이 사람의 전기를 보면 팔방미인인 천재였던 것 같다.
전두엽절제술: 말발 좋은 사기꾼을 믿지 말자
말도 안되는 시술이지만 각종 정신질환에 달리 치료방법이 없었던 시기에 절망적인 환자들의 선택이었다. 그 유명한 케네디가의 딸 로즈메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전두엽절제술 :http://전두엽절제술
프랜츠 모리스 https://en.wikipedia.org/wiki/Ant%C3%B3nio_Egas_Moniz
월터 잭슨 프리만 https://en.wikipedia.org/wiki/Walter_Jackson_Freeman_II
소아마비: 공동체, 지도자, 과학자가 힘을 합치면 세계를 구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
소아미비 극복을 위한 전미국인들의 노력과 헌신, 특히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야기와 소아마비 백신을 발명한 조너스 소크가 소개되고 있다. 미국에서 세속적 성인으로 추앙받았다. 백신에 대한 특허를 주장하지 않았다.
조너스 소크 https://en.wikipedia.org/wiki/Jonas_Salk
에필로그: 과거로부터 배우자
여기에서는 아직도 진행 중인 에이즈 이야기가 나온다. 초기에 발병되었을 때 성소수자들 사이에 유행되었기에 레이건 정부는 일찍 그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초기에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편견이 없고 과학과 의학에 대한 정보를 좀 아는 정치인들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