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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네이딘 버크 해리스 저/정지인 | 심심 | 2019년 12월 2일 한줄평 총점 9.6 (77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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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심리/정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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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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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새로운 과학은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에 대한 뜻밖의 반전이다.”
자가면역질환, 암, 심장병, 위궤양, 만성 기관지염, 뇌졸중, 편두통…
어린 시절의 상처가 내 몸을 아프게 한다.
어느 토요일 아침 5시, 마흔셋의 한 남자가 잠에서 깼다. 그는 별 생각 없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몸을 굴려 침대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하지만 몸을 옆으로 굴릴 수가 없고, 오른쪽 팔은 마비된 느낌을 받는다. 바로 그 순간, 그는 마비된 것이 오른쪽 팔다리만이 아님을 깨닫는다. 얼굴을 포함한 오른쪽 몸 전체가 마비된 것이다.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진 그에 대해 의료진이 병력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을 쏟아낸다. 아내는 이 상황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고 여겨지는 사항을 그들에게 이야기한다. 평소 운동을 즐겨했고,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는 모든 것이 괜찮다고 했어요. 곧 의사들이 그에 대한 1차 판단을 내린다. “뇌졸중 응급환자. 43세 남성, 비흡연자, 위험 요인 없음.”
그도 아내도, 심지어 의사들도 몰랐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 큰 위험 요인이 있다. 그것은 그가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을 2배나 높여놓은 요인이다. 그가 자다가 몸 절반이 마비된 채로 깨어날 위험, 그리고 수많은 다른 병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킨 요인은 희귀한 것이 아니다. 미국 인구의 약 3분의 2가 노출되어 있는 흔한 요인, 바로 아동기에 겪은 부정적 경험이다.(16~17쪽)
트라우마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보통 질병의 원인을 ‘담배를 많이 피워서’, ‘술을 많이 먹어서’, ‘짜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운동을 안 해서’라는 식으로 개인의 나쁜 생활습관에서 찾는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생물학, 면역학, 임상의학, 사회역학 등의 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는다. 어린 시절에 겪은 극심하고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자가면역질환, 비만, 심장병, 기대수명 단축 등 신체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소아과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 네이딘 버크 해리스Nadin Burk Harris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동네인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 진료소를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심상치 않은 증상을 안고 진료실을 찾아오는 수많은 어린 환자를 만났다. 도무지 몸무게가 늘지 않아 심각한 성장부진을 겪는 아이부터 아빠가 벽을 내리칠 때마다 천식 증상이 심해지는 아이까지, 해리스는 학대, 무시, 방임, 부모의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정신 질환, 이혼으로 아이들이 받은 정신적 상처가 몸에 극렬한 질병으로 나타나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쉽게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나서면서 해리스는 아동기에 겪은 부정적인 경험이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면역계와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신체 건강에 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하는 강한 의문을 품는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원제 : The Deepest Well, 심심 刊)》는 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 저자가 지난 10년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신체 건강과 정신적 고통을 둘러싼 의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신 과학 연구에 근거해 실질적인 증거를 찾고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주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임상에서 확인한 과정을 담은 책이다. 해리스는 진료 현장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왜 아동기 트라우마 문제가 일어나는 것인지, 어린 시절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험이 왜 중년기나 은퇴기에 건강 문제로 나타나는 것인지, 이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은 있는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물음들에 차근히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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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추천의 말
프롤로그 _ 모두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1부 발견
1 뭔가가 딱 안 맞아
2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로 돌아가다
3 18킬로그램이라고?
2부 진단
4 숲에서 마주한 거대한 곰의 공격
5 위험에 빠진 면역계
6 새끼를 핥지 않는 어미 쥐
3부 처방
7 ACE에서 벗어나라
8 만장일치 찬성표
9 치유하기에 늦은 때란 결코 없다
10 “엄마, 우린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
4부 혁명
11 자기 고통만 바라보는 사람들
12 감춰졌던 세계가 드러나는 순간
13 내겐 도움이 필요했다
에필로그 _ 그 일들은 더 이상 대물림되지 않는다
감사의 말
부록 1 내 ACE 지수는 몇 점일까?
부록 2 아이들을 위한 웰니스 센터 ACE 설문지
후주

저자 소개 (2명)

저 : 네이딘 버크 해리스 (Nadine Burke Harris)
소아과 의사이자 샌프란시스코의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웰니스 센터The Center for Youth Wellness’ 설립자다. 아동기에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성인병과 정신 건강의 위험 요소로 다루는 혁신적인 접근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가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 검사는 어린이가 신체 및 정신적 학대, 약물 남용, 빈곤 및 정신 질환과 관련된 경험이 있는지 보호자에게 묻고 부정적 경험의 정도를 0~10점으로 평가한다. 이 점수를 기초로 어린이가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 소아과 의사이자 샌프란시스코의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웰니스 센터The Center for Youth Wellness’ 설립자다. 아동기에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성인병과 정신 건강의 위험 요소로 다루는 혁신적인 접근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가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 검사는 어린이가 신체 및 정신적 학대, 약물 남용, 빈곤 및 정신 질환과 관련된 경험이 있는지 보호자에게 묻고 부정적 경험의 정도를 0~10점으로 평가한다. 이 점수를 기초로 어린이가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린이와 보호자에게 적절한 사회적 뒷받침과 치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아이들을 위한 웰니스 센터’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건강 프로그램을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점수를 토대로 실시하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하버드의학대학원에서 공중보건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스탠퍼드대학교 병원에서 소아과 레지던트로 수련했다. 캘리포니아주 최초로 수석 의사the state’s first surgeon general로 임명되어 공중보건 수장으로서 예방의학 관점에서 캘리포니아 지역의 주민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평생 동안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진행한 TED 강연은 약 800만 회 조회되었으며,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는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학계와 보건 당국은 물론 독자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역 : 정지인
번역하는 사람. 『자연에 이름 붙이기』,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울할 땐 뇌과학』, 『욕구들』, 『마음의 중심이 무너지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등을 번역했다. 번역하는 사람. 『자연에 이름 붙이기』,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울할 땐 뇌과학』, 『욕구들』, 『마음의 중심이 무너지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등을 번역했다.

출판사 리뷰

“이 새로운 과학은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에 대한 뜻밖의 반전이다.”
자가면역질환, 암, 심장병, 위궤양, 만성 기관지염, 뇌졸중, 편두통…
어린 시절의 상처가 내 몸을 아프게 한다


어느 토요일 아침 5시, 마흔셋의 한 남자가 잠에서 깼다. 그는 별 생각 없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몸을 굴려 침대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하지만 몸을 옆으로 굴릴 수가 없고, 오른쪽 팔은 마비된 느낌을 받는다. 바로 그 순간, 그는 마비된 것이 오른쪽 팔다리만이 아님을 깨닫는다. 얼굴을 포함한 오른쪽 몸 전체가 마비된 것이다.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진 그에 대해 의료진이 병력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을 쏟아낸다. 아내는 이 상황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고 여겨지는 사항을 그들에게 이야기한다. 평소 운동을 즐겨했고,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는 모든 것이 괜찮다고 했어요. 곧 의사들이 그에 대한 1차 판단을 내린다. “뇌졸중 응급환자. 43세 남성, 비흡연자, 위험 요인 없음.”

그도 아내도, 심지어 의사들도 몰랐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 큰 위험 요인이 있다. 그것은 그가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을 2배나 높여놓은 요인이다. 그가 자다가 몸 절반이 마비된 채로 깨어날 위험, 그리고 수많은 다른 병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킨 요인은 희귀한 것이 아니다. 미국 인구의 약 3분의 2가 노출되어 있는 흔한 요인, 바로 아동기에 겪은 부정적 경험이다.(16~17쪽)

트라우마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보통 질병의 원인을 ‘담배를 많이 피워서’, ‘술을 많이 먹어서’, ‘짜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운동을 안 해서’라는 식으로 개인의 나쁜 생활습관에서 찾는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생물학, 면역학, 임상의학, 사회역학 등의 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는다. 어린 시절에 겪은 극심하고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자가면역질환, 비만, 심장병, 기대수명 단축 등 신체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소아과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 네이딘 버크 해리스Nadin Burk Harris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동네인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 진료소를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심상치 않은 증상을 안고 진료실을 찾아오는 수많은 어린 환자를 만났다. 도무지 몸무게가 늘지 않아 심각한 성장부진을 겪는 아이부터 아빠가 벽을 내리칠 때마다 천식 증상이 심해지는 아이까지, 해리스는 학대, 무시, 방임, 부모의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정신 질환, 이혼으로 아이들이 받은 정신적 상처가 몸에 극렬한 질병으로 나타나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쉽게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나서면서 해리스는 아동기에 겪은 부정적인 경험이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면역계와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신체 건강에 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하는 강한 의문을 품는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원제 : The Deepest Well, 심심 刊)』는 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 저자가 지난 10년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신체 건강과 정신적 고통을 둘러싼 의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신 과학 연구에 근거해 실질적인 증거를 찾고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주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임상에서 확인한 과정을 담은 책이다. 해리스는 진료 현장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왜 아동기 트라우마 문제가 일어나는 것인지, 어린 시절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험이 왜 중년기나 은퇴기에 건강 문제로 나타나는 것인지, 이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은 있는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물음들에 차근히 답한다.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아이가 바꿔놓은 한 의사의 삶
1만 7421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역학 연구가 밝혀낸 아동기 트라우마의 놀라운 진실


해리스가 진료실에서 만난 수많은 아이 가운데 의사로서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아이가 있다. 멕시코 이민자 출신 가정의 아이 디에고는 학교에서 여러 문제 행동을 일으켜 ADHD가 의심된다며 진료실을 찾아왔다. 충동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디에고는 만성 천식과 습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스가 발견한 가장 큰 문제는 디에고의 키였다. 7살 디에고의 키는 또래보다 작은 정도가 아니라 4살 아이 평균 정도로 아주 작았다.(28쪽)

해리스는 디에고의 건강 상태와 성장 환경을 검토하면서 아이가 어릴 때 부모와 가까운 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그 이후부터 ADHD가 의심되는 태도를 보이며 건강까지 심하게 나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압도적인 불행을 겪은 뒤 건강이 나빠진 아이들이 몇몇 정도였다면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디에고는 해리스가 만난 수백 명의 아이에게서 보아온 상황을 대표하는 하나의 전형이었다.(34쪽) 사회적 자원이 부족하고 가난과 폭력적인 환경이 일상인 지역에서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이에 해리스는 아동기의 불행과 손상된 건강 사이에 생물학적 연관성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염두하며 디에고의 성장 정지 문제를 살펴보던 중 한 논문을 만났다.

1998년 [미국 예방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ative Medicine]에 내과의사 빈센트 펠리티Vincent Felitt와 역학자 로버트 안다Robert Anda가 연구한 [아동 학대 및 가정 기능장애와 성인기 주요 사망 원인들과의 관계: 부정적 아동기 경험 연구Relationship of Childhood Abuse and Household Dysfunction to Many of the Leading Causes of Death in Adults: the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ACE) Study](이하 ACE 연구)라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은 성인 1만 7421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수차례의 면접 조사를 통해 아동기의 불행이 주는 고강도 스트레스와 나쁜 건강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밝혀낸 최초의 연구다.(75쪽) 논문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놀랍도록 흔하다는 것이다. 전체 인구 가운데 67퍼센트가 최소한 한 가지 부정적 경험을 했고, 네 가지 이상인 사람이 12.6퍼센트였다. 둘째,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나쁜 건강 상태 사이에 용량-반응 관계dose-response relationship가 있다는 점이다. 즉, 부정적 경험을 많이 했을수록 건강에 대한 위험도 크게 나타난다는 뜻이다. 네 가지 이상을 경험한 사람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심장병과 암에 걸릴 가능성이 2배 컸고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3.5배 컸다.(88쪽)

이 논문은 해리스가 의학 공부를 하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아동기 트라우마와 신체 건강의 연관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것이었다. 이에 해리스는 그동안 품고 있던 모든 의문이 한 번에 해결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최선의 치료 방법을 동원했지만 아이들의 건강은 제자리걸음이었고, 불행과 건강 문제의 관계를 점점 뚜렷이 목격하고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발만 구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그에게 ACE 연구 논문은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이후 해리스의 삶은 더 큰 바다를 향해 급물살을 탄다. 바로 자신을 찾아오는 어린 환자들을 돕고 그들이 겪을 미래의 고통에서 벗어날 실질적인 방법을 찾기로 결심한 것이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신경계, 면역계, 호르몬계에 영향을 미친다
뇌 과학, 신경과학, 면역학, 임상의학 등 최신 과학을 통해 밝힌 질병과 불행의 관계


트라우마가 몸에 새겨지고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오랜 시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은 연구와 책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신경계만이 아니라 면역계, 호르몬계,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끼쳐 평생 동안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뇌 과학, 신경과학, 면역학, 임상의학 등 최신 과학을 동원해 명료하게 증명한다.

위험을 감지한 우리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격한 화학반응을 촉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몸이 이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반응 체계는 인류가 생존하고 현재까지 번성할 수 있게 해준 기적적인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 모두는 스트레스 반응 체계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유전과 생애 초기의 경험에 의해 세밀하게 조절되며 고도로 개인화된다.(106쪽)

문제는 스트레스 반응이 너무 자주 활성화되거나 스트레스 요인이 너무 강력할 때면 우리 몸의 스트레스 온도 조절 장치가 고장 난다는 점이다.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열’ 공급을 차단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체내 시스템 전체에 코르티솔(반복적이거나 장기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신체가 적응하도록 돕는 호르몬)을 쏟아 붓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116쪽) 그래서 아이가 유독성 스트레스, 즉 신체 및 정서 학대, 방임, 양육자의 약물남용 또는 정신질환, 폭력, 심각한 경제적 곤란 등으로 인한 강력하고 빈번하며 오래 지속되는 부정적 경험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여기에 더해 유독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이가 적절한 시기에 성인의 알맞은 지원을 받지 못하면 그 영향은 더욱 심각해진다.(118쪽) 디에고 역시 유독성 스트레스 반응을 겪고 있었고 가족 모두 각자의 문제로 디에고의 스트레스를 완화해줄 능력이 없었다. 디에고가 겪은 증상의 조합은 스트레스 반응 체계가 적절한 지원 없이 장기간 활성화될 때 일어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반복적인 스트레스 반응에 특히 민감하다. 고강도의 역경은 뇌의 구조와 기능만이 아니라 아직 발달 중인 면역계와 호르몬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DNA를 읽고 전사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일단 스트레스 반응 체계가 조절 장애 패턴으로 배선되고 나면 그 생물학적 영향은 점점 퍼져나가 신체 내부 기관들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신체는 커다랗고 섬세한 스위스 시계와 같아서 면역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심혈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깊이 연관된다.”(120쪽)

해리스는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의 수가 많을수록, 스트레스 반응 체계가 다수의 스트레스 요인들에 더 자주, 더 강렬하게 반응한다고 밝힌다. 그리고 우리 몸이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신경계, 호르몬계, 면역계를 기반으로 상세히 설명한다.

아동기 부정적 경험이 우리의 몸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들

1. 신경계 - 생존을 위해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최전선


뇌 부위 가운데 편도체와 전전두피질, 해마, 그리고 청반에 있는 노르아드레날린 핵은 스트레스 반응의 최전선에 있다. 그렇기에 정상에서 심하게, 그것도 오랜 기간 벗어난 스트레스 반응에 가장 큰 피해를 입으며, 그 결과 각자 일하는 방식 또한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저자는 특히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장기적 문제를 초래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VTA을 주목한다. 이는 쾌락과 보상 중추로, 행동과 중독에 영향을 미친다.

“몸의 스트레스 반응 체계가 계속해서 과부하에 걸리면 도파민 수용체의 감도가 엉망이 된다. 전과 똑같은 정도의 쾌감을 느끼려 해도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양의 자극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복측피개영역에 어떤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나 고당분 고지방 식품 같은 도파민 자극제들을 갈망하면, 그 변화는 위험한 행동 또한 더 많이 하게 만들 수 있다. ACE 연구는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에 노출된 정도와 복측피개영역을 활성화하는 많은 활동 및 물질 사용 사이에 용량-반응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ACE 지수가 4점 이상인 사람은 0점인 사람에 비해 흡연 가능성이 2.5배, 알코올의존 가능성이 5.5배, 정맥 주입 마약을 사용할 가능성은 10배다. 따라서 어린 사람들이 담배나 술처럼 해로운 도파민 자극제에 의존하는 것을 방지하고 싶다면, 삶의 초기에 역경을 겪는 일이 뇌의 도파민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143쪽)

2. 호르몬계 - 스트레스 반응에 가장 민감한 영역

우리 몸의 호르몬계에 속한 거의 모든 것이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는다. 성장호르몬,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등의 성호르몬, 갑상샘호르몬,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은 모두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동안 대체로 양이 감소한다. 건강에 미치는 주요한 영향들 중에는 난소와 고환(이 둘을 생식샘이라고도 한다)의 기능 이상, 성장정지, 비만 등이 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고, 의료 서비스 접근성도 똑같으며, 안전한 놀 곳과 영양가 있는 음식이 똑같이 부족한데도 우리 환자들 중에는 ACE 지수가 0점인 아이들도 있다. ACE 지수가 높은 아이들의 호르몬계에 유독성 스트레스가 어떤 짓을 하는지 알게 되면 그 아이들이 과체중인 것이 주로 패스트푸드만 먹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식품 사막(영양가 있는 음식이 결핍된 동네들을 꼭 집어 가리키는 용어다)에 살고 있으며, 타코벨이 맥도날드를 대체할 건강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양육하고 있기 때문만도 아니다. 이런 것들이 문제를 악화하는 데 분명히 한몫을 담당하지만, 그것들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의 연구 데이터는 유독성 스트레스의 기저에 깔린 메커니즘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즉 대사이상 역시 중요한 원인이었다. 식품 사막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건강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그에 더해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 고당분·고지방 식품에 대한 욕망을 이길 수 없다면, 감자 튀김 대신 브로콜리를 택하기란 더욱더 어려워질 것이다.”(147쪽)

3. 면역계 - 환경에 반응하며 발달하는 기관

아이가 태어날 당시에는 뇌와 신경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이듯이, 면역계 역시 태어나고 한참 뒤까지 발달 과정을 이어간다. 아기의 면역계는 생후 첫 몇 년에 걸쳐 아기가 처한 환경에 반응하며 발달한다. 스트레스 반응 조절 장애가 생기면 면역과 염증 반응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데, 이는 면역계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에 스트레스호르몬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반응 조절 장애는 염증과 과민 반응, 심지어 그레이브스병 같은 자가면역질환까지 증가시킨다. 많은 사람이 이런 병들은 유전적 불운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다음 연구는 아동기의 불행이라는 환경적이고도 구체적인 요인이 자가면역질환과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ACE 연구가 처음 발표된 후 수년 동안 과학자들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자가면역질환의 관계를 면밀히 검토해왔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아동기의 스트레스가 아동과 성인 모두의 자가면역질환과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중보건학자 샨타 듀브Shanta Dube는 펠리티 박사와 안다 박사와 협력해 1만 5000여 명의 ACE 연구 참가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들의 ACE 지수와 그들이 류머티즘 관절염, 낭창, 제1형 당뇨병, 셀리악병(만성 소화 장애증), 특발성 폐섬유증 같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입원한 빈도를 검토한 것이다. 듀브가 발견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ACE 지수가 2점 이상인 사람은 0점인 사람에 비해 자가면역질환으로 입원하는 비율이 2배 이상이었다.”(150쪽)

가난하든 부자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그 자체로 소리 없이, 치명적으로 우리를 병들게 한다


해리스는 수많은 ACE 연구를 분석하면서 유독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을 미리 찾아낸다면 관련 질병들을 일찍 감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졌다. 그뿐 아니라 손상된 스트레스 반응 체계를 치료함으로써 어쩌면 미래의 질병까지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그는 자신보다 더 힘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에 대해 알리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해리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큰 성공을 거둔 여성들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참석자 모두 백인이었고, 변호사, 엔젤 투자자, 컨설팅 전문가, 성공한 기술기업가 등 샌프란시스코의 상류층을 형성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ACE에 대해 알리며 유독성 스트레스를 일찍 선별해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해시킬 수 있을지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모임에 참석한 열 명 중 절반이 자신이 겪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관련한 과거사를 털어놓았다.(300쪽)

봇물처럼 터져나온 그들의 과거사는 부모의 정신질환이나 중독 문제, 성폭행, 신체적 학대나 감정적 학대, 가정 폭력 등 대부분이 해리스가 자신의 환자들에게서 들었던 것과 아주 비슷했다. 특히 IT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캐럴라인이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는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한 가정이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302쪽) 캐럴라인은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고 자신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남편으로 인해 잦은 부부싸움을 하며 공황장애까지 겪었다. 그리고 그간 부모의 싸움을 울음으로 견뎌내던 어린 아들은 심리적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ADHD 진단을 받았다. 몇 년을 힘겹게 버티던 가운데 캐럴라인은 ‘이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아들의 용기 있는 한 마디에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아들과 함께 심리치료를 받으며 고통의 터널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었다.

해리스는 통계상 자신의 주변에 어린 시절에 부정적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 알았지만, 그때까지 진료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에 관해 그렇게 솔직한 대화를 나눠본 것은 처음이었다.

“반쯤은 농담이지만 종종 나는 이런 말을 한다. 베이뷰와 퍼시픽 하이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베이뷰에서는 성추행을 저지른 삼촌이 누구인지 다들 아는 것이라고. 이는 우편번호가 94115인 퍼시픽 하이츠 지역에 아이에게 해를 입힐 만한 사람이나 약물의존증 또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단지 그곳 사람들은 그런 일을 입에 올리지 않기 때문이다.”(323쪽)

이 사례는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가난한 지역 사람들이나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게만 발생하는 문제라는 낙인을 깨뜨린다. 해리스에게 강력한 과학적 영감을 준 펠리티와 안다의 ACE 연구에서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70퍼센트’가 ‘백인’이었고, ‘대학’을 나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애써 무시하며 가난한 사람들과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더욱 강화했다.

특히 해리스는 이 만남을 계기로 유독성 스트레스가 은폐와 수치심을 먹고 자라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이에 특정 공동체만을 위한 해결책으로는 문제 해결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독성 스트레스는 인간의 기본적 생물학에 관한 이야기이며 부정적 경험은 인종과 지리를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독성 스트레스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특정 계층에 대한 비난과 고통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수치심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즉, 과학에 기초해 독감이나 유행병 같은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만큼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공중보건 관점에서 제안하는 유독성 스트레스를 막는 방법


이 책은 아동기 스트레스의 부정적 영향의 위험성을 경고할 뿐 아니라 그 영향을 줄일 방법도 제시한다. 해리스는 진료 현장에서 유독성 스트레스의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 여러 방법 가운데 효과가 증명된 여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충분한 수면과 정신 건강관리, 건강한 인간관계 유지,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영양섭취, 마음챙김이다. 여섯 가지 요소는 앞서 밝힌 유독성 스트레스가 신경계와 내분비계와 면역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여섯 가지 요소들은 아이의 보호자들과 유독성 스트레스를 경험한 당사자들이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쓴다면 분명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해리스는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치료에 앞서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동기에 이루어지는 신경계·내분비계·면역계의 발달이 아이의 인생에서 무척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더 일찍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해리스는 어린 아이들의 건강과 발달 정도를 측정하는 기본 검사(예를 들어 황달검사, 선천성대사이상검사, 난청 검사 등)에 유독성 스트레스 검사(ACE 검사)를 추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해리스가 의료 현장에서 실제 사용한 ACE 검사 설문지는 본 책 부록에 수록되어 있어 누구든 자신의 ACE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개별 병원 차원이 아닌 전체 공중보건 차원에서 이 검사를 실시해 이에 효과적인 치료법을 함께 찾아내고 실행하는 사회와 국가 단위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중보건 분야의 대표 사례 중에 우물 이야기가 있다. 1854년 8월 말 런던에서 극심한 콜레라가 발생했다. 발병지가 모두 공동 우물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는데 펌프 손잡이를 없애 우물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자 발병이 잦아들었다는 내용이다. 해리스는 이 사례를 언급하며 “100명의 사람이 모두 같은 우물물을 마시고 그중 98명이 설사를 했다면, 계속 항생제 처방을 할 수도 있지만 잠시 멈추고 ‘이 우물에 대체 뭐가 있는 거지?’라고 질문해볼 수도 있다.”(44쪽)고 말한다. 해리스는 진료실에 찾아온 아이들에게 청진기 한 번 대보지 않고 약만 처방하는 것은 우물 사례에 등장한 환자들에게 무분별하게 항생제만 처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해리스는 눈앞에 보이는 약 처방에 급급하지 않고 아이들이 마시는 우물 속에 무엇이 있는지 10년 넘게 공들여 조사해 그 우물들이 모두 유독성 스트레스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단순한 치료를 넘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의 원제가 『The Deepest Well』(우리말로 『가장 깊은 우물』)인 이유다.

아동기의 불행은 개인과 한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개인을 둘러싼 가정이, 주변 환경이, 사회시스템이 그 사람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이 이 책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점이다. 아이들은 한없이 연약하고 사회는 그 고통에 무지하다. 그것이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지독한 현실이다. 모두 자기 고통만 보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부모와 주변 환경으로 인해 받는 나쁜 영향은 쉽게 무시당하기 일쑤다.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아동학대 문제에 반짝 관심만 기울이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책에 담긴 다양한 사례들은 그저 먼 나라 누군가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일 수 있다. 해리스가 제시하는 폭넓은 과학적 근거와 다양한 사례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이해하게 하고 그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게 할 것이다. 가정과 지역 사회, 학교 등 아이들이 자라는 모든 공간에서 유독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이들을 돌보고 이미 어른이 된 피해자들에게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릴 때 우리 사회의 디에고가 건강한 삶을 회복하고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29건)

모든 피해자가 모두 가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이*라 | 2023.10.05

베이뷰에서 자란 아이들이 마리나 디스트릭트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

폐렴에 걸릴 확률은 2.5

천식에 걸릴 확률은 6

성장후 통제할 수 없는 당뇨를 앓을 확률은 12배 더 높다. P 38

 

베이뷰 아이들이 로럴 하이츠 아이들에 비해 기대 수명이 12년 더 짧다. P48

 

위탁 양육 아동 117명과 학대 당한 경험이 없는 저소득층 아동 60명의 코르티솔 수준 분석

  • 가정 아이들이 학대 경험 없는 아이들에 비해 코르티솔 수준이 조절 가능한 상태를 벗어나 있었다. P114~P115

 

ACE 지수가 4점 이상인 환자들의 경우

과체중 또는 비만일 가능성이 2

학습 및 행동 문제 진단받을 가능성이 32.6P126

 

ACE 지수가 4점 이상인 사람은 0점인 사람에 비해

흡연 가능성이 2.5

알코올 의존 가능성이 5.5

정맥 주입 마약 사용 가능성이 10

 

ACE 지수가 0점인 사람들보다 6점 이상인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20년이나 짧다. P128

 

나치 강제 수용소를 탈출한 난민들 가운데 갑상샘 기능항진증 환자가 많았다는 데이터가 잇다고 하는데 실제로 큰 전쟁 중 갑상샘 기능항진증 발병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래서 크릭스-바제도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는데 그 말은 전쟁시 갑상샘 기능항진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동기의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들은 그레이브스병이라는 갑상샘 호르몬이 과다분비를 과다하게 자극하는 자가면역질환이 걸릴 위험이 높다고 한다.

 

교란된 스트레스 반응은 신경계만이 아니라 면역계, 호르몬계,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P137

 

편도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반복적으로 작동하면 과도하게 활성화 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자극에 과장된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루마니아의 고아원에서 심하게 학대당한 아이들의 MRI 연구를 실시한 결과, 그들의 편도체가 몹시 비대해져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편도체가 만성적 또는 반복적으로 활성화될 때 일어나는 또 다른 결과는 무서운 일인지 무섭지 않은 일인지 예측하는 능력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P140에서 인용

 

청반이 조절장애 상태가 되면 노르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불안과 흥분,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경계 상태가 완화되지 않게 하는 호르몬이 과도하게 방출되어 수면-각성 주기를 심하게 망쳐 놓는다고 한다. P140

 

성장 호르몬, 성호르몬, 갑상샘 호르몬, 혈당조절 인슐린 등은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동안 대체로 양이 감소하며 이상 상태가 된다. P145

 

스트레스 반응 조절 장애가 생기면 면역과 염증 반응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데, 이는 면역계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요소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면역계에서 감기와 결핵과 특정 종양들을 퇴치하는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P149

 

세종류 이상의 생애 초기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이들은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하며 상기도 감염(감기), 위장염(위장 독감 stomach flu) 등 기타 바이러스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P149

 

뉴질랜드 더니든의 연구자들: 염증 수치 변화 측정을 30년에 걸쳐 1000명의 사람들을 추적

  • 학대를 당한 이들의 네가지 염증 지표가 무려 20년이 지난 후에도 학대받지 않앗던 이들보다 훨씬 높았다.
  • 불행이 한사람의 평생에 걸쳐 면역계의 발달과 조절에 해를 입힌다...

 

게다가 아동기 트라우마는 후성유전적 조절에도 영향을 미쳐 DNA메틸화를 불러오고 히스톤 변형을 야기 유전적인 손상까지 불러온다. P167~168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텔로미어는 대조군에 비해 더 짧은데 흥미로운 점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어도 아동기 초기에 부정적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체로 텔로미어가 짧지 않은 경향을 보인다. P176

 

여기까지 아동기 초기의 경험이 인간을 망치는 과정을 본서에서 인용했는데 그것도 뇌의 경우 너무 많이 인용해야 할 내용이 과다해서 다 옮겨적는 걸 포기하고 일부만 적었다.

아동기 초기의 부정적 경험, 저자가 유독성 스트레스라고 표현한 경험들을 하게 되는 경우 그 당시에도 각종 질병과 뇌 손상, 병리적인 이상 심리를 겪게 되고 성장한 이후에도 유전적 손상과 암 발병률을 높이고 수명도 보통 사람들 보다 20년이 짧아진다는 것이 지금까지 연구 결과이다.

 

이 통계의 초기에는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아이들의 차이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부유층 자녀들의 아동기 트라우마도 그 아이가 자라난 이후까지 평생을 따라가는 손상을 초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손상을 입은 아이들은 폭력, 가정폭력 등의 범죄와 비리, 마약 등 반사회적인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아동기의 피해는 연쇄적인 사회적인 손실과 비용을 초래한다.

 

저자는 트라우마는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전해지면서 사회의 DNA에도 새겨진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서도 묻지마 칼부림이 일어나고 있고 미국에서도 총기난사등이 잇따르고 있다. 정권에서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제 부활 등으로 대응하려 하는데 살해되는 피해자들이 나오고 나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라는 것을 대처라고 하면 뭐할 것인가 하는 생각만 들뿐이다. 일반화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그들은 피해자가 가해자로 자라난 사례들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피해를 막아주지 못한 정부가 이젠 가해자가 된 그들은 강력 처벌하겠다는 것도 어디쯤엔가에선 모순이 있기도 한 것 같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나서 처벌하려는 것도 우습고 그 과정에서 각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도 모순된다. 그 피해아동들 중 몇몇은 다시 가해자로 성장할 테니 말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면 처벌하겠다는 대응이 아니라 애초에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는 대응이 최적의 대응이 아닌가 한다. 위의 사례들을 보았다시피 아동기 트라우마는 한 인간을 총체적으로 망쳐 놓는다. 죽음에 더 빨리 이르게도 만들고 말이다.

 

그러니 가해자를 처벌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가해자가 되기 전에 치유토록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말이다. 힘으로 권위로 권력으로 내리누르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이웃을 이 나라의 주권자들을 한 사람이라도 치유케 하는 치유의 정치가 되었으면 싶다.

 

저자는 아동기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6가지 처방을 내놓기도 하는데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수면, 운동, 영양, 마음챙김, 정신 건강, 건강한 관계고작 이 6가지를 인간적으로 처우 받을 수 있는가에 피해아동들의 치유 여부가 달린 것이다. 이것도 못 보장하는 정부에서라면 고작 고통이 낭자한 아동들이 자라나도록 방치했다가 범죄자가 되면 응징하겠다는 사회라면 그 사회가 존속할 가치가 있는 사회인지도 의심스럽다. 살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살인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살인이 일어나지 않게 할 효과적인 대응은 살인할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상처받는 아이들과 상처받은 어른을 방치하지 않을 때 진정으로 범죄와의 전쟁이 효과를 발하게 되는 거라 생각한다. 범죄와의 전쟁이 효과적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

 

#모든피해자가모두가해자가되는것은아니다 #모든가해자가모두피해자인것도아니다 #그러나피해자가양산되는모든가능성은고려되고차단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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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가난과불행 그리고 건강에 관한 이유와 성찰을 주는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u*****i | 2022.12.11

어느사회 어느나라나 다 마찬가지 이겠지만 학벌과 연봉이 미국만큼 극명하게 차이 나는 나라도 드물거 같다. 미국에서 일단 하바드 간판을 따면 전공을 떠나 연봉 20만불은 기본이다. ( 미국기준으로 한국사회도 억대 연봉 하지만 미국에서 일단 연봉 10만불 스타트로 끊으면 하이클래스 직업군에 속한다.)   내가 아는 지인의딸도 하바드 문학과쪽 나와 아이티와 관계도 없는 애플 들어갔는데 연봉이 20만불이 넘는다. 사회계층 피라미드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미국에서 탑 클래스에 속한다. 의료비가 세계에서 제일 비싼 나라인만큼 의사 수입도 탑클래스다. 수십년전에 비하면  겉으로는 나아졌다지만 미국에서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은 영원한 인종차별의 대상이다. 직업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이벽을 깰수 있는 클래스가 의사라는 직업이다.
몸을 맡기는 대상이라서 그럴까 일단 백인도 의사 앞에서는 한풀 꺾인다. 호칭도 닥터호칭에 존경의대상이다. 거기다 학벌까지 아이비리그 바쳐주면 거의 우러러 본다.  그래서 여기 미국 한인사회에서 특히 공부 좀 하면 기를 쓰고 의대를 가는것일 게다. 미국에서 사회계층 집단 차단의 벽을 쌓는 방법? 아뭏든 아이비리그대학,  하바드는 학비가 이삼십년전에 비해 서너배 올라 지금은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갈수가 없다. 가랭이 찢어져도 갈수가 없다. 장학금은 거의 로또 확률만큼 어려운 본보기 일뿐이다. 이 책의저자는 하바드를 나온 매우 드문 흑인 소아과여의사다.  아직 젊어서 그럴까 일단 하바드 백그라운드에 의사라는 직업으로 돈을 추구하는 삶을 살수 있을텐데 굳이 가난한 흑인 빈민동네를 위주로  ACE검사라는 가난과질병의연관에 대한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한다는게 쉬운것은 아닐텐데 일단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매우 좋은 의사인거 같다. 미국은 뉴욕쪽 북부와 남부의 흑인 분위기와지역이 극명하게 나뉜다. 대략 버지니아주,매릴랜드 위쪽을 북부로  아래쪽을 남부로 보면 될듯하다. 일단 뉴욕쪽은 누가 정한것도 아닌데 백인과 흑인이 사는 동네가 극명하게 나뉜다. 거의 대부분의 흑인지역은 우범지역이고 빈민동네 이다. 남쪽 조지아주 같은 경우에는 여기서도 흑인이 주로 몰려살고 백인이 몰려살고 하지만 어느정도 섞여 있는 편이다. 사실 북쪽 특히 뉴욕쪽의 예를 들면 맨하탄의 할렘가 또는 뉴저지의 60년대 흑인폭동으로 유명한 뉴왁시의 경우에는 특히 동양사람은 접근할 엄두도 나지 않는  지역이다. 뉴왁시의 경우에는 한인들이 장사도 많이 하지만 거기는 해가 지면 상가들이 전부 문을 닫는다. 그만큼 우범지역의 끝판지역이기 때문이다.  이책의저자는 그 높은 학비를 받는 하버드를 나왔으니 꽤나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 했을 것이다. 십수년전의 사회통계수치만 봐도 하바드등 아이비리그 학생의 75퍼센트는 미국에서 사회계층 중에서도 가장 꼭대기층의 자녀들이라고 했다. 내가 리뷰글에서 서두가 길게 이를 언급한 것은 이책을 읽으면서 물론 저자의 따뜻한 마음과 선한 의사의 모습이 그려지지만 가난과고통을 실제로 체감한 사람이 아닌 사람이라 글에서 느낀것이 다소 피상적인감이랄까? 비유하자면 전쟁 실전용사에게서 듣는 전쟁의실상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것과 누가 영화나 책으로 또는 이야기를 들어서 배운 전쟁 무용담을 듣는 차이라고 할까?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뭏든 이러한 비유로 무슨 느낌인지는 어느정도 전달이 될것 같다. 내가 체험 또는 겪어서 배운 삶과 간접적으로 아는것의 차이를 쉬운 비유로 짜장면을  자주 비유하기도 한다.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짜장면이 무슨 맛인지 어떤 느낌인지 너무나 감각적으로도 그 속성을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짜장면을 한번도 않먹어본 어떤 서양인에게 아무리 시청각을 다 동원하고 온갖 비유를 다 동원해 표현한다쳐도 그 리얼리즘 , 감각,감정은 결코 경험하지 못한자는 그 느낌을 백퍼센트 알수가 없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요즘은 개천에서용난다는 말은 옛말이 된지는 오래다. 만약에 불행의 가난을 뚫고 하바드의사가 나와 가난,불행과 건강지수의 이분야를 연구하고 개척한다면 좀 이상하긴 해도 그 속성을 너무 잘하는 최상의 적임자? 일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환경에서는 이러한 의사가 나오는 확률은 거의 제로 가능성이라 그냥 상상뿐일거 같다. 우리는 대부분 이책에서 말하는 가난의불행지수 ACE지수를 모르더라도 스트레스 받고 마음이 고통 받으면 아무리 잘 먹어도 몸이 마르고 건강이 깨진다는것을 본능적으로 직관적으로 안다.  우리몸은 수많은 호르몬으로 작동하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균형이 무너지고 그러면 건강도 무너지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말로 아흔아홉마리의 양을 가진자가 한마리 가진자의 것을 빼앗아 백마리를 채운다는 말이 있는데 만약에 어떤 신이 운명을 다루는 어떤 신이 있다면 그 근본은 이유는 아직까지도 정말 모르겠지만 드러나는 세상의작동방식은 행운도 행운의 선물보따리로 무더기로 주고 불행도 도미노로 무더기로 불행의선물을 보따리채로 준다는 사실 아닌 사실이다. 현재 유행하는말 백세시대 백세시대 하는데 사실 이는 사회계층의 행복한 사람들 경제적으로 탑클래스와 사회의 최하위계층 사람들이 평균을 내서 하는 말인데 실상인즉 미국기준으로만 봐도 노동자계층의 불행한 사람들은 평균 70살을 제대로 못채우는게 현실이다. 이국종 교수의책 골든아워에서도 언급했던 말 응급실 환자의 95페센트 이상이 사회 최약자층이라고 한다. 아뭏든 리뷰의중간에서 이책을 읽는느낌을 표현했던게 하바드를 나온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을 저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가난,불행,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나라서 그런것일까 그래서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다소 피상적이고 밑밑하고 단순하다는 글을 읽으면서 느꼈었다. 지천명의 나이 중반을 지나면서 살아온 나날들과 문제가 많은 내 몸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돌아보게도 해준 특별한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쨌든 책의저자는 참 선한의사 좋은의사 우리들은 이렇게 좋은 사람을 소위 천사같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그런 참 좋은 사람 의사인것은 틀림없는거 같다. 정치인이든 의사이든 교육자이든 많은 직종의 여러분야의 사람들에게 많이 읽혔으면 막연하기는 하지만 좋은세상 만드는데 일깨움을 주는 좋은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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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오**록 | 2022.11.18

꽃길만 걸어요.’

덕담처럼 주고받으며 그렇게 살기를 바라지만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다. 꽃길 대신 우리는 매일같이 그토록 피하고 싶은 스트레스와 마주한다.

만병의 근원이라 원망 받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나쁘기만 할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다. 인류역사 초기, 식량이 부족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혈당을 높여주어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신체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왔다.

문제는 과유불급.

과도한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신체적 정신적 상흔을 남긴다. 더구나 학대, 방임, 폭력, 등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스트레스가 대처능력이 없는 어린아이에게 지속적으로 가해진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고 성인이 된 후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저자 네이딘 버크 해리스 (Dr. Nadine Burke Harris)는 부정적 아동기 경험 연구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study (ACE연구)를 통해 아동기에 받은 고강도 스트레스가 성장발달과 성인이후의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힌다. 소아과 의사이자 샌프란시스코의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웰니스 센터 The Center for Youth Wellness’의 설립자인 저자는 아동기의 스트레스가 성인기의 치명적 질병의 위험 요소임을 밝혀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부정적 아동기 경험 연구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study (ACE연구)로 어린 시절 고강도 스트레스를 겪은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1부 발견

 

마약, 총기사고, 폭행 등이 만연하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베이뷰.

저자는 이 곳의 아동건강센터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며 ADHD로 진료소를 방문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몇 가지 사실을 발견한다.

베이뷰의 아이들이 다른 지역의 아동에 비해 성장장애, 폐렴, 천식, 당뇨의 유병률이 높다는 것. 또한 같은 지역의 아동이라도 학대, 방임 등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 원만한 환경의 어린이에 비해 심각한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불우한 환경에 놓인 어린 환자들을 진료한 경험은 저자가 아동기 부정적 경험과 이후 성장과 질병의 관계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동기 부정적 경험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히고자 저자는 ACE를 제시한다.

ACE부정적 아동기 경험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의 약자로 18세 이전 스트레스 노출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 정서적 학대 (반복적)
  • 신체적 학대 (반복적)
  • 성적 학대 (접촉)
  • 신체적 방임
  • 정서적방임
  • 가정 내 약물남용 (알코올중독자나 약물남용 문제가 있는 사람과 함께 거주)
  • 가정 내 정신질환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앓은 사람 또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과 함께 거주)
  • 어머니가 폭력을 당함
  • 부모의 이혼 또는 별거
  • 가정 내 범죄행위 (가족 중 투옥된 사람이 있는 경우)

 

(p.87~88)

 

하나당 1점으로 10점 만점이다. 연구결과 ACE 지수가 4점 이상이면 암,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 2,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가능성 3.5, 뇌졸중 가능성 2배로 나타났다.

 

2부 진단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생존에 위협을 느끼거나 식량이 부족해지면 우리 몸에서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혈압과 혈당을 높이고 수면을 방해하며 당분과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갈망하게 만든다. 또한 면역계가 활성화되어 몸이 상처를 입더라도 염증반응을 일으켜 상처를 치유할 준비를 한다.

일시적 스트레스 상황이라면 생존에 도움이 되는 현상들이다.

그런데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럴 때 우리 몸에는 스트레스 반응 조절 장애가 생겨 면역과 염증 반응에 문제가 나타나 그레이브스병,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다발성경화증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나타난다.

 

더불어 저자는 주양육자의 ACE지수가 높을 때 아동의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환경의 영향이라는 설명 대신 후성유전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즉 자녀는 부모에게서 DNA를 물려받지만 어떤 유전자를 전사해 단백질을 만들지는 환경과 경험이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어릴 때 받은 스트레스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끼치는 원인이며 늦기 전에 손상된 스트레스 반응 체계를 치료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부 처방

 

스트레스 반응 조절에 도움이 되는 치료법으로는 수면, 정신 건강, 건강한 인간관계, 운동, 영양, 그리고 명상이 있다.

더불어 저자는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를 개인이나 가정에 한정시키지 않고 사회적으로 공론화한다. 지역 총기 폭력 사건 희생자의 대부분이 치료받지 않은 유독성 스트레스 환자임을 밝혀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일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안정과도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스트레스와 질병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은 낙후된 지역의 어린이들을 진료하며 시작되었지만 실상 유독성 스트레스는 경제적 문제나 지역의 문제, 성격 문제가 아닌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저자는 아동기 스트레스를 독감이나 다른 바이러스처럼 보고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대처해야한다고 강조한다.

 

4부 혁명

 

19세기 말 파스퇴르가 세균을 발견할 때까지 사람들은 더러운 공기가 질병을 옮긴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도 손 세정, 살균, 항생제의 개발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병원균에 의해 질병이 초래된다는 깨달음이었다.

저자는 스트레스와 질병과의 관계도 같은 관점에서 보아야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ACE지수를 혈압이나 콜레스테롤처럼 하나의 생물학적 지표로 사용한다면 질병 예방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한 때의 말장난을 넘어 계급을 나누는 단어로 굳어버렸다. 잘 사는 집의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하고, 안정된 직업을 얻어 경제적 풍요를 누릴 확률이 높다는 것은 통계로도 증명되었다.

이 책은 의사의 시선으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ACE연구를 통해 어린 시절의 불우한 환경이 성인기 건강과 수명에까지 영향을 주고 다음 세대에게도 대물림된다는 불편한 진실을 전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미국의 사례들이라 우리의 상황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갈수록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여러 분야에서 공고해져 간다는 것은 모두들 느끼는 현실이다. 그만큼 성장의 그늘에서 소외된 이들의 해소할 수 없는 스트레스도 커져간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정신력 운운하며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나약하다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개인의 문제로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저자의 의견처럼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가 더 많아지고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져 공중보건의 영역에서 스트레스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저자가 부강한 미국의 그늘을 보여주며 소외된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듯 우리에게도 불평등 문제를 짚어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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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2건)

구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체*라 | 2020.05.11

생존을 위해서라면 5년 후, 10년 후의 건강은 사실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지금 당장의 생존을 위해 개인의 몸이 어떠한 방식으로 유지되었으며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아이들의 신체는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나, 그 영향이 성인까지 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소아 비만을 통해 이러한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 폭력, 트라우마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알지 못했으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 책은 나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 같다. 일반적으로 알고는 있는 상식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짚어내며 불행에 대한 경고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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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어린 시절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k*****l | 2019.12.20
어린 시절의 마음 아팠던 기억이나 상처, 트라우마 수준까지로 번져간 고통은 개개인의 인생에 흔적을 남깁니다.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는 과거를 닫고 딛고 일어나 현재와 미래를
향해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어느 틈으로든 비집고 나오는 과거의 상흔에 베이고 할퀴어지며 내외부적인 힘에 의해 발이 잡히게 되죠.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는 그 과정뿐만 아니라 저자의 경험에 의한 해결방안까지 제시하는 책입니다.
제목 자체만 봤을 땐 불행이 질병이 되는 과정만 얘기하고 희망이라는 건 없다는 식으로 끝맺을 것 같아 불안유발도서일 줄 알고
괜히 읽으려했나 싶었는데 그런 건 아니었던지라 많은 분들께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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