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타 무르자니 저/웨인 다이어 서문/황근하 역
이낙림 저
비벡 H. 머시 저/이주영 역
킴 닐슨 저/김승섭 역
네이딘 버크 해리스 저/정지인 역
다카하시 레나,천아영 감수/송소정 역
2019년 02월 14일
2023.09.26. 김승섭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동아시아)'을 읽고
1. 감정적이지 않고 논리적인데 따뜻하다.
처음에 이 책을 만났을 때 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네트워크를 인간의 몸으로 빗대어 설명하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깜냥도 안되는 내가 너무나 가볍게 판단했다. 이 책이 단순한 1차원적인 몸의 비유가 아니라는 것은 5페이지만 읽어도 깨닫게 된다. 인간의 질병을 보여주는 여러 통계 자료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녀야 할 책임감과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에 대한 우리들의 비정한 외면을 잘 보여주었다. 객관적인 통계 자료가 방대하게 자리 잡고 있고, 이를 분석하는 저자 김승섭 교수의 시각은 감정적이지 않고 논리적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하다. 전체적으로 책이 차분하고 따뜻하다.
사회에 관한 책을 읽을 때 간혹 감정을 다스릴 수 없는 임계점을 넘는 순간이 한 번씩 오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활활 타오르는 감정이 올라올 때 지식인이란 무릇 이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저자 김승섭 교수에 대해 찾아보았다. 대부분 저자에 관한 자투리 정보뿐이었는데, 교수님과 직접 인터뷰한 글이 있어서 따뜻하게 읽었다. 그리고 김승섭 교수의 다른 책을 주문했다.
2. 지식이 권력을 만나면.
분명히는 '의학 지식'이 권력을 만났을 때라고 해야 옳겠다. 이 책의 첫 장을 읽고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좋아라하는 권력 지향과 또 우리가 좋아라하는 의학과 만나기 때문이다. 의학적 지식과 권력이 만나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아질까. 일제강점기, 일본의 의학적 지식으로 우리 조선인들은 건강하게 잘 살았던가. 답은 생각보다 빨리 나온다.
뉴스 기사를 통해, 혹은 인터넷 배너 광고를 통해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전염병으로 혹은, 기아로 죽어 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후자는 논외로 두고, 전자에 대해 나는 가끔 이러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의 의학적 지식이 이렇게 최첨단을 달려가도 아프리카의 전염병은 구제할 수가 없는가 보다, 아니면 비위생적(국가적 재난에 따른 비위생적 환경 구조를 말함) 국가에서는 전염병이 끊임없이 창궐하는가 보다라고 말이다.
2002년 패트리스 트루일러 박사 연구팀은 학술지 <랜싯>에 논문 「소외 질환을 위한 신약 개발 : 결핍된 시장과 보건 정책의 실패」(58쪽)에서 전 세계적으로 DALY(장애보정손실연수)가 가장 큰 항목은 결핵, 말라리아를 포함한 감염병, 신경계 질환, 심혈관 질환, 암 순으로 나타났다고 하였다. 그러나 개발된 신약의 질병별 분포를 보면 신경계, 심혈관계 질환이 높게 나타난다. 오늘날 가장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는 질병들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개발이 적게 이루어진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저소득 국가의 질병에 대하여 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약 개발을 하지 않는 민간 제약회사의 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권력과 자본을 가진 나라에 필요한 신약만 개발이 되고, 그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들만이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되는 상황이 곧 지식과 지식인 생산의 불평등인 것이다.
3. 그렇다면, 권력과 자본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는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는가.
2004년에서 2015년 사이 평균수명의 변화를 살펴보면, 2004년 소득수준 하위 20%는 74.64세, 상위 20%는 80.69세로 그 격차가 6.05년이었다. 이는 12년 동안 6.59년으로 더 벌어져 있었다. 기대수명은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릴 기회의 시간인데 소득수준에 따라 누군가는 그 삶의 전제 조건이 달라지는 것이다.(135쪽) 태어날 때부터 이 격차를 들여다보면 섬뜩해진다. 우선 가구 소득수준에 따른 영유아의 대뇌 회백질 크기와 변연계, 해마 세포 변형에 영향을 끼쳤다.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뇌는 가난으로 인해 자신의 잠재적인 역량 자체를 발휘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을 쓴 아라이 노리코 교수가 진행한 문해력 원인에 대한 연구에서 그 어떤 것도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었는데, 부모의 경제 수준은 상관관계가 있었다는 결과와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아 시절의 건강 불평등과 응급실에 대해 알아보고자 살펴본 ‘아버지 교육 수준’에 따른 1-4세 영유아 사망률에 대한 통계는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피할 수 있는 아이들의 죽음은 부모의 낮은 학력 탓이라는 말인가. 사회적 환경은 살펴보지 않고 개인의 책임만을 묻는 이 사회의 능력주의 '정의'는 과연 공정한지 묻고 싶다.
소득 불평등에 따라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수치가 다르고,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여건도 달라진다.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는 사람들이 '지위 불안'을 겪는다. 즉 소득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일수록 상대방이 나를 무시할 수 있다는 불안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문화 인류학자인 김찬호 교수는 이와 같은 상황을 한국 사회에 적용하여 '모멸감'이라고 표현하였다. 심각한 소득 불평등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신뢰 수준이 떨어지고 상대방이 나를 무시할까봐 불안해하는 사회적 환경의 청소년들이 학교 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위험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국가별 소득 불평등 정도에 따른 청소년 학교 폭력 발생비율(150쪽)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묻지마 폭행, 살인의 원인을 우리 사회 소득 불평등과 연결 시켜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도덕적 일탈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렇게 될 때까지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소득 불평등은 나아가 죽음 역시 빈부로 나누었다. 처참하게도.
4.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228쪽)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필립 아리에스는 산업화 이후 공중위생의 개념이 생겨나면서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233쪽)고 한다. 병원은 이러한 추한 죽음을 사회적으로 은폐하기 위한 공간이었으며 이상적인 죽음은 생명 연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의료적 처치의 중단으로 인한 기술적 현상'이 되었다. 질병이 발생한 몸은 환자 자신의 몸이지만 의사에게는 외부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의학은 병든 몸의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 몸은 의학의 식민지가 된다는 표현을 나는 오랫동안 생각했다. 우리의 죽음이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5. 조선인의 몸에 제국주의를 묻다(88쪽)
일제강점기에 우리 조선인들의 삶은 나아졌는가, 우리 조선인들은 건강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보는 것이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 교육을 심어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조선은 결국 식민 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했던 아베 노부유키의 말은 볼 때마다 분노를 일으키지만 볼 때마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이렇게 잘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에게 혜안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저자는 구한말 시대의 한계 속에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고자 했던 지석영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가 종두법을 배우기 위해 기울인 열정은 감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부산까지 걸어서 가서, 말도 통하지 않는 일본인을 붙들고 종두법을 배웠다. 이렇게 배운 종두법을 알리는 책을 써내고, 종두 의무 접종을 국가 정책으로 입안시켰다. 당시 이 뜻을 함께 했던 동료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고군분투했다. 이를 일본은 활용했다. 지석영을 통해 제국주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석영의 노력과 조선이 국가 정책의 차원에서 종두법을 도입하고자 했던 노력은 사라져 버린다. 결국 지석영은 일본의 우수한 의학 기술을 배우고자 했던 합리적인 식민지 조선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석영은 단순히 제국주의에 이용당한 희생자가 될 수도 없다. 그는 1909년 이토 히로부미가 사망했을 때 추도사를 읊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은 오사카 박람회에서 전시를 당하기도 했다. 일본보다 덜 진화된 민족으로 조선이 두 명이 전시된 것이다. 이러한 인간 전시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유행과 같은 것이었다. 조선인을 이렇게 생각한 일본이 인도주의적으로 조선인의 근대화를 애썼다고 할 수 있겠는가. 조선인의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고 여러 통계가 말해준다.
지배받고 이용당하고, 비참하게 꾸역꾸역 보낸 시간도 슬프지만 우리의 역사이다.
6.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
대학을 평가할 때 교수와 연구진들이 한국어로 논문을 쓰거나 학술지에 제출한 것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교수들과 연구진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영어로 내기 급급하다. 이를 두고 저자는 몸은 한국에 있지만 지식 기반과 정보를 유출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영어로 번역하여 해외 학술지에 게재하면 다른 나라 사회학 교수들이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학교 평가의 실적을 쌓을 수도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공론화되지 못하고 나아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게 된다.
대학이 지금과 같은 지식 생태계 시스템으로는 한국 사회의 고유한 문제를 한국어로 쓰는 연구자들이 대학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는 한국에서 권력과 자본에 소외된 이들의 삶을 연구를 한 결과가 더 발전적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 영어와 한국어로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는 김승섭 교수의 뜻이 거룩해 보인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일의 필요성에 따르겠다는 그 의지를 지지한다. 저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찾아 읽으며 그가 하는 일이 묻히지 않도록, 소외된 이들에게 살아가는 힘이 되기를 관심 갖고 살펴보고 끝까지 응원할 것이다.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이 책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도록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기록한 사회사이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권력, 시선, 기록, 끝, 시작, 상식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권력편은 다수자의 평균으로 나온 수치들이 소수자들을 어떻게 배재했는지, 자본을 가진 거대 권력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과학자들을 이용하여 결과를 조작하여 말그대로 잘못된 지식을 유통시켜 당시의 여론을, 지금의 여론을 어떻게 몰아가는지를 말한다. 담배관련은 금연캠패인을 통해 어느정도 알려진바 있으나, 여전히 진행중이라니....
시선. 시선은 역사를 설명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문명의 우위와 인종의 우월성을 가지기 위해 어떻게 연구를 조작했는지, 그리고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전시라는 것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말한다. 사실 시선편은 현재까지 사과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가진 적대감으로 읽는 내내 화가 났지만, 3장의 기록편을 읽으며 우리는 일본과 같은 '시선'을 가지지 않았다고 과연 말할 수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우리는 같은 가해자가 되지 말하야한다는 사실을 배웠는가.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였다.)
3장의 기록은 불평등이다.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인종차별주의가 뿌리깊게 내려 있는 우리나라. 물론 책은 인종에 대한 부분을 미국과 유럽의 역사를 통해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이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돈. 소득 불평등에 따라 가난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가난이 가난을 재생산하는 것에 대해, 그것을 개인의 문제라고만 치부할 수 있는가를 그것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하지 않는가를, 가난이 한 개인의 몸을 정신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책속에서 결과를 눈으로 읽으며 구체화 된 무거워지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문화인류학자인 김찬호 교수는 한국사회를 분석하는 핵심키워드로 모멸감을 말합니다. 모멸감은 상대방이 나를 '업신여기고 얕잡아보는 감정'을 뜻합니다. 오늘날 직장과 가정에서 서로 모멸감을 주고받는 일이 잦아지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지는 이유를 분석할 때, 지난 20년간 급격히 악화된 한국 사회의 소득불평등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p.149
그리고 끝. 사망의 가장 많은 병명중 하나인 암. 암은 과연 유전일까? 환경적요인일까? 유전이라면 그 끝에는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환경적요인이라면 왜일까. 시작과 상식 파트는 과학이 미신과 다른 점과 의학의 발전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질문과 근거 즉 증명과 연구를 통해 당시의 당위성와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말한다. 하지만 그런 역사 중에서 해야 했으나 하지 않았던 질문과 의문에 의해 스러져간 사건 '터스키키' 실험의 폭력성을 통해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런 비윤리적인 실험으로 인해 더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그 실험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건강해졌고, 의학적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항변했으나, 그 실험으로 인해 갖는 의사와 그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더 많은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려 졌는지를 이제서야 우리는 알 수 있다.
사실은 별 생각없이 가볍게 읽기시작했는데, 각 챕터를 읽어나가면서, 나의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그것도 굉장히 무겁게. 특히 3장 기록부분에서 차별이 내재화된 사회속에서 나는 열등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그 질서 안에 내면화 한다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가슴이 떨렸다. 그 파트는 인종차별을 말하고 있으나, 지금의 사회는 인종과 자본으로 더 철저하게 구분된 사회 속에서 누군가를 또는 나를 그렇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를 말이다.
"'너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말을 매일 듣게 되면 나중에는 스스로 그것을 믿게 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해도 괜찮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이 아니라 더러운 아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인이 될 수 없었다. 거리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내게는 미래가 전혀 없었다." p.175
우리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는 완성이 아니다. 여전히 우리는 그런 몸을 둘러싼 사회사를 만들어간다. 이 책은 그 방향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야 함을 말하는 이정표 같다. 또한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스스로 가장 기본에 인식해야 하는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특히나 요즘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서로를 동등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를 그 근원에서 들여다 봐야 하지 않을까.
진짜 진짜 강력추천!
https://blog.naver.com/mate3416/222325012588
<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두어 시간만 내어 김승섭 교수가 하는 말을 들어보자.
연세대 의과대학 학사, 서울대 석사, 하버드대 박사 학위에 이르는 학문적 결실이 전부가 아니다. 1,120편의 논문과 300여 편의 문헌을 살폈다. 시설 구금자, 소방공무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트랜스젠더, 천안함 생존자, 세월호 생존 학생과 가족, 백화점 화장품 판매자의 건강과 인권에 대한 실태를 조사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동성결혼,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군형법 위헌을 다투는 소송에서 법정증언을 하고 전문가 소견을 제출했다. 그렇게 체득한 20년의 공부를 올리브 색 예쁜 책 한 권에 담아 건네는 그의 친절에 우리도 화답을 하자.
두어 시간이면 읽을 것이고, 이삼일 뭉근할 것이고, 어쩌면 그의 친절이 당신이 살아갈 오랜 날들이 정의로울 수 있도록 단단히 받쳐줄 지도 모른다. 그러기를 바라보자.
생산되지 않는 지식과 측정되지 않는 고통. 이것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의 아토피는 엄마의 책임인가? 허리케인으로 사망한 흑인들은 운이 없었던 걸까? 저소득층 유방암 환자들은 치료비가 없어 목숨까지 잃었던 것일까
피가 나도 손톱을 세워 긁을 수밖에 없는 아이의 괴로움은 게으른 엄마 탓이 아니다. 백옥 피부를 가진 아이의 해맑음은 능력 있는 엄마의 자랑이 아니다. 아토피를 낳는 환경을 유지하는 사회에, 자신의 죄는 은폐하고 은근슬쩍 엄마들에게 죄를 떠넘기는 사회에 물어야 한다.
2005년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루이지애나에서 사망한 사람은 971명이었다. 사망률은 흑인이 백인에 비해 1.7~4배가량 높았다. 그들은 태풍에 취약한 곳, 홍수에 위험한 곳에 살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도 유방암 발병은 부유한 여성들에게 더 많다. 하지만 이들은 더 적게 죽는다. 죽음에까지 이른 유방암 환자들은 이들보다 조금 배우고 조금 가진 여성들이다. 발병과 사망의 위치가 다른 이유가 궁금하다면 누군가는 왜 조기 검진을 받지 못했는지, 그것을 물어볼 일이다.
이런 일들은 숱하다. 가까운 곳에서 끊임없이 숱하다. 어쩌면 내가, 당신이 그 안에 서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런 물음들―비용은 누가 내야하지? 누가 시간을 내고 체력을 쓰고 갈등에 지쳐야 하는 거지? 누가 죽인 거지 ―에 멈추게 될 것이다. 나는 그랬다.
그래서 그 다음은?
책을 열어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분명 당신에게 전보다 더 눈 밝고, 똑똑하고, 반듯하고, 자유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비문학을 좋아하는데, 그 중 사회문제를 다루는 책을 좋아한다.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반성해 볼 수도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개달음을 얻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
이 저자의 책은 <아픔이 길이 되려면>으로 처음 접해 봤는데 너무 잘읽은 기억이 있어 바로 구매하게 되었다. 아직 완독하진않았지만 챕터 하나하나마다 너무 생각이 많아진다..
개인적으로 비문학을 좋아하는데, 그 중 사회문제를 다루는 책을 좋아한다.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반성해 볼 수도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개달음을 얻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
이 저자의 책은 <아픔이 길이 되려면>으로 처음 접해 봤는데 너무 잘읽은 기억이 있어 바로 구매하게 되었다. 아직 완독하진않았지만 챕터 하나하나마다 너무 생각이 많아진다..
저자의 전작 <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워낙 감명 깊게 읽어서 후속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주저 없이 선택했다. 각종 수치와 데이터, 지식을 나열할 때는 특정 사안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보이는 것 같지만 결국 약자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을 잊지 않는데 저자의 이런 모습이 전혀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저자의 책 두 권은 기회 될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