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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 arte | 2016년 7월 29일 한줄평 총점 9.8 (299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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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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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스타일>, <아주 보통의 연애>,<애인의 애인에게>의 작가
백영옥이 우리 곁에 다시 가져온
추억 속 빨강머리 앤의 웃음, 실수, 사랑과 희망의 말들!



★ 지브리 스튜디오의 명작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 삽화 수록!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고전 <그린 게이블의 앤>을 원작으로 1979년 일본 후지TV가 <명작극장>으로 제작했던 <빨강머리 앤>은 1980~1990년대 유년기를 보낸 한국독자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작품이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로 시작되는 주제가와 빨강머리 앤이 남긴 수많은 화제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출간에 환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도서 소개

삶의 한가운데, 기대를 잊고 실망에 지쳐가는 우리에게,
웃음과 위로를 찾아주는 3『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이 전환점을 돌면 어떤 것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난 그 뒤엔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고 싶어요!”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 초록지붕 집의 꿈 많은 수다쟁이 소녀, 앤 셜리, ’주근깨 빼빼머리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언제 들어도 가슴 뛰는 노래의 주인공, ‘빨강머리 앤’이 소설가 백영옥과 함께 돌아왔다.

캐나다의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에 발표한『그린 게이블의 앤(ANNE OF GREEN GABLES)』은 지금까지 명작으로 추앙받으며 고전으로 읽히고 있으며, 그 영향력에 힘입어 1979년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의 손끝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빨강머리 앤’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후지TV의 <세계명작극장>편에 방영되었다.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은 1970~1980년대 한국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어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어디에서나 가장 좋은 것을 상상하는 역대 최강 ‘밝음’의 아이콘이 되었다.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 <아주 보통의 연애>, <애인의 애인에게>까지,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많은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작가 백영옥에게도 빨강머리 앤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속 앤이 아니라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의 ‘빨강머리 앤’이었다. 작은 기쁨부터 큰 슬픔까지, 소녀시절을 수놓는 마음들을 쉴 새 없이 나누었던 앤과의 추억, 그리고 인생의 가장 힘겨웠던 고비마다 뜻밖의 위안과 웃음과 눈물을 선물한 앤의 이야기들을 이제부터 어른으로의 삶을 헤쳐가야 할, 일과 연애와 꿈의 좌절에 끊임없이 맞닥뜨려야 할 날들을 다독이는 격려의 말로 되살려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터무니없을 만큼 희망에 차 있던 앤을, 그 시절 마음에 깊이 새겼던 앤의 모습들과 함께 추억하는 일은, 우리가 한 번뿐인 삶을 사는 동안 가장 소중한 때를 놓치지 않고, 어쩌면 바로 지금쯤 돌아보아야 할 따뜻한 이야기들을 모아보는 일이다.

10년 전 봄, 침대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지쳐 있었다. 인간관계에서 실패했고, 소설가가 되겠다는 오랜 꿈에서 멀어졌고, 결국 회사에 사표를 냈다. 버튼 하나를 누를 힘이 없었지만, <빨강머리 앤> 50부작 애니메이션을 봤다. 끝까지 따라 부를 수 있는 내 인생 유일한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이마가 툭 불거져 나온 이 수다쟁이 소녀는 내게 쉬지 않고 말이란 걸 했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스톱 버튼! 눈물이 핑.
앤의 말을 한 번, 두 번, 세 번 더 들었다.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나의 앤>에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러오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하지만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앤이 한 말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앤이 한 말을 듣기만 했을 때와 노트에 적었을 때의 차이는 컸다.
그 차이만큼이 내겐 기적의 크기다.
나는 다시 한 번 실망하더라도 오래 꿈꿔왔던 것을 기대해보기로 했다."

* 정말로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 어머, 아주머니, 정말 모르세요? 한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을 거예요. 아,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놓여요.

* 그렇지만 마릴라 아주머니, 이토록 흥미진진한 세상에서 슬픔에 오래 잠겨 있기란 힘든 일이지요, 그렇죠?

*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 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나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 내 속엔 여러 가지 앤이 들어 있나 봐요. 난 왜 이렇게 골치 아픈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가끔은 들기도 해요. 내가 한결같은 앤이라면 훨씬 더 편하겠지만 재미는 절반밖에 안 될 거예요.

* 무언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즐거움의 절반이 있는 거예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다리는 기쁨이란 건 온전히 나만의 것이니까요.

유치원에 입학할 나이에 부모님을 잃은 앤 셜리는 노바스코샤의 고아원에서 자라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커스버트 남매에게 입양된다. 처음으로 안착할 집을 얻은 기쁨에 희망으로 가득했던 앤 셜리는 초록지붕 집에 도착하자마자, 커스버트 남매는 애초에 남자아이를 입양하려던 계획이었음을 알게 되고 절망감에 빠져 울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절망감에 빠진 것도 하룻밤일 뿐,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앤은 “저요, 오늘 아침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지 않아요. 아침부터 그런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어야 되겠어요? 아침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에요!”라는 말로 마릴라를 놀라게 한다. 결국 앤은 무뚝뚝하지만 온정이 많은 마릴라의 마음을 얻어 초록지붕 집에 살게 된다. 그렇게 앤이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살게 된 이후로 조용했던 동네에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함으로 예상치 못한 사건을 연발하는 앤. 절친한 친구인 다이애나에게 포도주를 포도 주스로 착각해서 먹이고, 자신을 홍당무라고 놀리는 길버트 머리를 석판으로 내리치고 학교 지붕 위를 걷는 내기를 하다 추락하여 다리가 부러지는 등의 에피소드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빨강머리 앤은> 끊이지 않는 실수와 시도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감동과 기쁨의 이야기다. 철없는 주근깨 소녀 앤이 다이애나, 길버트 등의 주변 인물과 함께 여러 갈등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찾아 현명한 어른으로 자라는 성장기이면서 매튜와 마릴라가 부모로서 성숙하고 사랑을 배우는 이야기다. <빨강머리 앤>은 시간을 추월하고 공간을 넘어 공감을 불러오는, 여자들의 인생 지침서이자 행복한 동화다.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기억 속,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깊이 새겨졌던 빨강머리 앤의 사랑스러운 말들을 다시 불러오며, 지금의 삶에서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와 찡함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을 채워가는 책이다. 작가가 신춘문예에 10년 내내 낙방했던 실패담, 첫사랑과의 이별,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과도한 욕망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을 잃어보고 나서야 깨달았던 것들, 평생의 반려자와 나눌 수 있는 우정과 믿음의 신호들을 꺼내 보여주며 이제는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기는 것보다는 지지 않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더 중요하다고, 새로운 시작은 바로 곁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씩씩한 마음을 건네주는 책이다. 앤이 모아주는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느껴보며 힘겨운 선택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 앞에서 주저앉지 않도록, 우리의 어깨를 말없이 끌어안고 작은 행복을 아낌없이 누리는 법을 생각해보자는 제안이다.




◎ 책 속에서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앤의 그 말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다. 기다리고 고대하는 일들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게 실제 우리의 하루다. 하지만 그럴 때 앤의 말을 꺼내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 희망이란 말은 희망 속에 있지 않다는 걸. 희망은 절망 속에서 피는 꽃이라는 걸. 그 꽃에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은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일 거라고.
- <절망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아주 특별한 능력>, 22쪽

머리카락이 초록색이 되고 나서야, 앤은 자신의 빨강머리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똑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하는 힘 아닐까. 시간은 느리지만 결국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나무를 자라게 한다. 나는 그것이 시간이 하는 일이라 믿는다. 시간이야말로 우리의 강퍅한 마음을 조금씩 너그럽고 상냥하게 키운다고 말이다.
- <우연을 기다리는 힘>, 27-28쪽

소설가 ‘백모’가 아니라 ‘백영옥’이어서 다행이다. 앤의 이름이 그때 만약 ‘코딜리어’로 바뀌었다면 우리는 ‘빨강머리 앤’이 아니라 ‘빨강머리 코딜리어’라고 읽었겠지. 뭔가 이상하다. 역시 앤 쪽이 친근하고 더 좋다.
- <나와 포옹하는 법>, 40-41쪽

이제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불멸의 역작을 쓰길 바라기보다, 차라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매일 쓰고, 매일 읽는 사람이게 해달라고 말이다. 타르코프스키가 그의 영화 <희생>에서 말한 것도 그런 것이다. 화장실 변기 안에 물 한 컵을 붓는 사소한 행위조차 매일 하는 것에는 신성함이 깃든다.
- <아침이라는 리셋 버튼>, 60쪽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하는 능력과 그것을 지속시키는 능력은 사실 전혀 별개의 능력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든 우정이든 ‘떠날 필요가 없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떠날 필요가 없다는 건 무슨 뜻일까. 어쩌면 그것은 진짜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기적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가장한 욕망, 우정으로 포장된 필요가 아니라 진짜 감정 말이다.
- <고독을 좋아한다는 거짓말>, 86-87쪽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 자체로 반짝인다. 그래서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가 열일곱 살짜리 누나를 좋아하는 마음이나, 일흔넷의 할머니가 노인정에서 삼각관계에 휘말린 이야기를 들으면 어쩐지 사람 사는 맛이 난다. 망측, 주책, 주접 같은 말은 사랑에 붙이는 주홍글씨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나이나 인종, 성별의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에 대한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 이외의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이다.
- <우리는 전직 어린이였다>, 113-114쪽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내 곁에 존재한다는 건 모진 세상을 살면서 쉬어갈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든다는 의미일 테니까.
- <내 마음의 안전지대> 118쪽

<빨강머리 앤>은 앤의 성장기이면서, 마릴라의 양육일기이기도 하다. 아이 앞에선 매일 실패만 하는 많은 엄마들처럼 그녀 역시 실수하고 실패하는 엄마인 셈이다. 언제나 기상천외한 실수를 하는 앤 못지않게, 잦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마릴라의 모습을 보는 게 참 좋다. 아이의 성장기보다 이제는 아줌마의 늦은 성장담이 내 마음을 더 잡아끈다.
- <마릴라의 엄마 수업>, 131쪽

내게 있어 여행이란 끝없이 집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끝없이 집으로 되돌아오는 일이다. 내게 떠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언제나 되돌아오는 일이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이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집에 보고 싶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일. 앤에게 마릴라와 매튜가 있었던 것처럼.
- <여행이란 끝없이 집으로 되돌아오는 일>, 140-141쪽

새로운 실수를 한다는 건 부주의한 탓도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새로운 실수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앤의 말처럼 중요한 건 한번 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지, 실수 자체를 안 하는 건 아닐 거다.
- <넌 내일도 실수를 저지를걸?>, 150쪽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잘 안 되는 거다. 중요한 건 실수를 자기 몫으로 감당해내는 것이다. 어쩌면 그 사람만 하는 특이한 실수가 그 사람의 캐릭터가 되기도 하니까. 못하는 걸 잘하려고 자책하며 노력하는 일보다, 잘하는 걸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정성을 쏟는 일이 어쩌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 <넌 내일도 실수를 저지를걸?>, 151-152쪽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에서의 외로움은 조금 더 증폭돼 내게 고독의 형태로 다가와 있었다. 내가 선택한 건 24시간 연결이 아닌 타인과 단절된 채, 나 자신과 나누는 대화였다. 그곳에서 내가 느낀 건 행복이 아니라 다행스러움이었다. ‘무엇을 할 자유’가 아니라,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며, 나는 정말 그렇게 느꼈다. 이곳까지 올 수 있어 다행이라고.
-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165쪽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외국인 친구에게도 정이 흠뻑 드는 나이가 10대와 20대가 아닐까. 쉽게 마음을 열고, 쉽게 사랑에 빠지고, 그래서 더 쉽게 상처받는 나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나이 말이다. 하지만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란 말의 본래의 뜻은 ‘누구와도 쉽게 헤어질 수 있다’란 말과 같다. 그 말을 이해할 즈음의 어느 가을밤에는, 문득 청춘이 끝나버렸다는 걸 알고 좀 아득해지긴 하겠지만.
- <지금 이별 때문에 울고 있다면>, 177쪽

앤이 내게 물었어도 아마 같은 대답을 했을 거다. 이제 나는 ‘너의 꿈을 너의 직업으로 이뤄라!’ 같은 말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직업은 적어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맞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 본래의 직업은 자아실현과는 거리가 먼 셈인 것이다. 나는 버리고 떠나는 삶을 존중하지만, 이제는 버티고 견디는 삶을 더 존경한다.
- <내가 하고 있는 일>, 184-185쪽

내 경우에는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사람이 좋다. 함께 있을 때 마냥 좋은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지 않아도 좋은 사람. 조금 더 정확히 말해, 함께 있지 않음이 더 이상 상처가 되지 않은 사람이 내겐 최고의 상대다.
- <사랑에 빠진 이유와 결별의 이유가 같을 때>, 217-218쪽

그러나 앤이 마음속 깊이 하고 싶은 말을 담아두는 건 그녀에게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징조다. 앤은 이제 침묵이 말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대화의 가장 아름다운 형식이란 걸 이해하게 될 것이다. 막스 피카르트가 『침묵의 세계』에서 말한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는 항상 제삼자가 듣기 마련이며, 그 제삼자가 바로 침묵이다.”라는 말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건지도 모른다.
- <침묵의 기술>, 262쪽

나는 내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아! 사람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변하는 거구나!”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변하지 않아서 좋았다’는 말보단, ‘변해서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
변했다는 건 뭔가 끊임없이 시도했다는 얘기일 거다. 발음이 괴상한 외국어 배우기를 시도하고, 낯선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내보는 것 말이다.
-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변한다>, 288쪽

나비는 애벌레였다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야 찬란한 날개를 펴며 나비가 된다.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것으로, 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다. 젊음이 인생의 처음에 놓여 있는 건 아무래도 인간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가 아닐까. 톨스토이의 말이 맞다. 내가 신이라면 나 역시 청춘을 인생의 맨 마지막에 놓겠다. 인생의 마지막에 이토록 푸릇한 청춘이 놓여 있다면,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 <젊음을 삶의 맨 마지막에 놓을 수 있다면>, 319쪽




◎ 빨강머리 앤

★ 그린 게이블즈의 앤 (Anne Of Green Gables)
캐나다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장편소설 『그린 게이블즈의 앤(Anne Of Green Gables)』은 1908년도에 초판 출간되어 지난 2008년, 100주년을 맞은 고전 명작이다. 비공식적으로 집계된 번역어권만 해도 36개국어 이상이며, 전 세계적으로 통상 1억여권 정도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총 8권이 출간되었으며, 한 세기가 넘도록 오래 사랑받은 <그린 게이블즈의 앤>은 그 인기를 힘입어 마지막 9권인 『블라이스 가의 단편들』(The Blythes Are Quoted)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사후 67년인 2009년에 출판되기도 했다. 이후『그린 게이블즈의 앤(Anne Of Green Gables)』은 TV 시리즈,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도 까지 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그린 게이블즈의 앤(Anne Of Green Gables)』보다도 니폰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으로 더욱 유명하다. 1952년 일본의 번역가 무라오카 하나코에 의해 작명된 것이 최초이며, 아직까지도 <빨강머리 앤>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원작의 특징과 인물 등을 가장 잘 살린 애니메이션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이라는 가사만 들어도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을 곧바로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 KBS는 <플란다스의 개>나 <엄마 찾아 삼만리>와 같은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를 수입하면서, 일본 정서를 없애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 등을 동원했는데 그에 따른 방법이 한국어 주제곡을 별도로 제작하고 성우들도 애니메이션이 아닌 원작 소설에 맞춰 캐스팅했다는 점이다. 주제곡은 <마루치 아라치>, <호호 아줌마>, 작곡한 정민섭이 만들었고 노래는 <개구리 왕눈이>, <요술공주 밍키> 등을 부른 그의 딸 정여진이 불렀다.
특히 앤 셜리의 목소리를 맡은 故 정경애는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오스칼을 연기하기도 했으며, 수다스럽고 엉뚱하며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표현했던 다소 산만하지만 다정한 앤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빨강머리 앤>하면 떨어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은 소설보다도 더욱 폭발적으로 <빨강머리 앤>을 대중들에게 파고들어간 인기작이 되었다. 아직도 <빨강머리 앤> DVD 박스 세트나 피규어가 출시되고 있으며, 완역본 소설 등이 발매될 때마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80년대에 방영된 <빨강머리 앤>을 통해 원작 소설의 매료된 소녀소년들이 성인이 되어 지속적으로 구매한다는 뜻으로 이 자체만으로 <빨강머리 앤>이라는 작품이 한 세대에게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 추억의 명작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赤毛のアン>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赤毛のアン>은 1908년 출간되어 전 세계적인 고전의 반열에오른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불후의 명작 『그린 게이블의 앤』을 원작으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에 의해 1979년 일본 후지 TV <세계명작극장>에서 50회 연작으로 재탄생되었다. 다카하다 이사오는 <미래 소년 코난>, <반딧불이의 묘>, <추억은 방울방울>, <천공의 성 라퓨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프로젝트에 연출과 제작으로 참여한 명장이다.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앤 셜리 특유의 밝은 성격과 천진한 말들은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난 빼빼 마른 주근깨 소녀 캐릭터에 힘입어 큰 인기를 끌었고, 같은 해 일본 후생성이 주관하는 ‘아동복지 문화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KBS 2TV에서 1985년 9월 13일부터 11월 1일까지 일부만 방영되었다가 1986년 3월부터 6월까지 전 회차가 방영되어 열띤 지지를 받았다. 10년의 시차를 두고 1999년 1월 4일부터 1월 30일까지 재방영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1화부터 6화까지 편집한 극장판 <빨강머리 앤: 그린 게이블로 가는 길>이 상영되었다. 극장판 <빨강머리 앤>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 오 감독 지휘 아래 다시 편집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 저자소개


이름: 백영옥약력: 소설가서울에서 태어났다. ‘빨강머리 앤’과 ‘키다리 아저씨’를 좋아하는 유년기를 보냈다. 2006년 단편소설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고생 끝에 오는 건 ‘낙’ 아닌 ‘병’이라 믿으며, 목적 없이 시내버스를 타고 낯선 서울 변두리를 배회하는 취미가 있다. 2007년 트렌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담은『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를 시작으로, 2012년에는 젊은 날의 방황과 실패의 순간을 다룬 에세이『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2014년에는 통념을 깨며 색다른 인생을 실현하는 남성 명사들을 인터뷰한『다른 남자』를 펴냈다. 김혜수 주연의 드라마로도 방영된 소설『스타일』은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 4개 국어로 번역 출간돼 화제를 모았다. 그 밖에『다이어트의 여왕』,『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애인의 애인에게』등 도시 남녀의 욕망과 사랑의 외로움을 그린 소설들을 발표했다. 소설집으로는『아주 보통의 연애』가 있다. 조선일보 ‘그 작품 그 도시’, 경향신문 ‘백영옥이 만난 색다른 아저씨’, 중앙SUNDAY S매거진 ‘심야극장’, 매일경제 ‘백영옥의 패스포트’ 등 신문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했으며, 한겨레21, 보그, 에스콰이어 등 다양한 잡지에도 책과 영화 문화에 대한 폭넓은 글을 발표하고 있다. tvN <비밀독서단>, MBC FM4U 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에 게스트로, 교보문고 북뉴스 <백영옥의 낭독>에 진행자로 출연하며 탐독가로서 좋은 책을 소개하고 낭독하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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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나의 앤에게
1장 우연을 기다리는 힘
절망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아주 특별한 능력
우연을 기다리는 힘
삶은 편도야, 앤
나와 포옹하는 법
더 이상 설레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그리스식 처방전
우리는 생각보다 불행에 강하다
마음을 물어보는 시간
아침이라는 리셋 버튼
‘아무래도 싫은 사람’ 패키지 투어
너는 꽃!
2장 고독을 좋아한다는 거짓말
고독을 좋아한다는 거짓말
고백의 여왕
사랑에 빠진다면
이빨가게 내 친구
우리는 전직 어린이였다
내 마음의 안전지대
어제의 카레
마릴라의 엄마 수업
사진에는 없는 사람, 아빠
3장 슬픔 공부법
넌 내일도 실수를 저지를걸?
사람은 언제 위로 받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꿈을 이룬다는 것의 진짜 의미
지금 이별 때문에 울고 있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
시간이 약이 아니다
마릴라가 이해되는 밤
슬픔 공부법
눈물을 멈출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
4장 더 잘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철벽녀와 B형 남자가 만났을 때
사랑에 빠진 이유와 결별의 이유가 같을 때
더 잘 사랑할 수 있는 사람
19세기와 21세기 연애의 공통점
당신은 나를 사랑하면 안 됩니다?
실연 수당
아주 지루한 연애, 결혼!
앤에게 주는 주례사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침묵의 기술
5장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변한다
디지털 디톡스
안 되는 걸 하려니까 슬펐던 날
어른의 시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변한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것들
열심히 노력했으나 진다는 것
잘 웃는 할머니로 늙는다는 것
어떻게 죽을 것인가
젊음을 삶의 맨 마지막에 놓을 수 있다면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더 깊게 빠져들자
에필로그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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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백영옥
작가 한마디 말하자면 두 가지 욕망이 동시에 공존하는 거죠. 21세기적 욕망이라는 것 자체가 단편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너무 복합적이기 때문에. 그런데 그 두 가지 욕망이 충돌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구요. 된장녀로 몰아붙이든가 아니면 헬렌 니어링 같은 자연주의자로 몰아붙이든가. 그 사이에 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소설을 쓰는 일이 고독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노동이라 믿고 싶은, 예술가라기보다 직업인에 가까운, 오전 5시에서 오전 11시 50분까지의 사람. 네 권의 장편소설, 두 권의 소설집, 다섯 권의 에세이를 써내는 동안 때때로 야근. 자주 길을 잃고, 지하철 출구를 대부분 찾지 못하며, 버스를 잘못 타고 종점까지 갔다 오는 일이 잦은, 외향적으로 보이는 내향성인, 아주 보통의 사람.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2008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다이어트... 소설을 쓰는 일이 고독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노동이라 믿고 싶은, 예술가라기보다 직업인에 가까운, 오전 5시에서 오전 11시 50분까지의 사람. 네 권의 장편소설, 두 권의 소설집, 다섯 권의 에세이를 써내는 동안 때때로 야근. 자주 길을 잃고, 지하철 출구를 대부분 찾지 못하며, 버스를 잘못 타고 종점까지 갔다 오는 일이 잦은, 외향적으로 보이는 내향성인, 아주 보통의 사람.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2008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다이어트의 여왕』, 『애인의 애인에게』,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를 출간했으며, 산문집으로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다른 남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를 펴냈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작가 백영옥이 연간 500권이 넘는 방대한 독서를 통해 수집한 인생의 문장들 중 정수를 담은 에세이다. 매일매일 일상 곳곳에서 밑줄을 수집해, 아픔을 토로하는 사람에게 약 대신 처방할 수 있는 문장을 쓴다. 상처의 시간을 겪은 사람들에게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과 같은 문장으로, 위로를 건네는 것이 작가의 오랜 기쁨이다.

조선일보 ‘그 작품 그 도시’, 경향신문 ‘백영옥이 만난 색다른 아저씨’, 중앙SUNDAY S매거진 ‘심야극장’, 매일경제 ‘백영옥의 패스포트’ 등의 칼럼을 연재했다. 한겨레21, 보그, 에스콰이어 등에도 책과 영화에 대한 폭넓은 글을 발표하고 있으며, 조선일보에 ‘말과 글’을 연재 중이다. 교보문고 ‘백영옥의 낭독’과 MBC 표준 FM ‘라디오 디톡스 백영옥입니다’, ‘라디오 북클럽 백영옥입니다’의 DJ로 활동했다. 현재 EBS ‘발견의 기쁨, 동네 책방’에서 골목을 여행하며 동네 책방을 소개하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삶의 한가운데, 기대를 잊고 실망에 지쳐가는 우리에게,
웃음과 위로를 찾아주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이 전환점을 돌면 어떤 것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난 그 뒤엔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고 싶어요!”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 초록지붕 집의 꿈 많은 수다쟁이 소녀, 앤 셜리, ’주근깨 빼빼머리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언제 들어도 가슴 뛰는 노래의 주인공, ‘빨강머리 앤’이 소설가 백영옥과 함께 돌아왔다.

캐나다의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에 발표한『그린 게이블의 앤(ANNE OF GREEN GABLES)』은 지금까지 명작으로 추앙받으며 고전으로 읽히고 있으며, 그 영향력에 힘입어 1979년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의 손끝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빨강머리 앤’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후지TV의 [세계명작극장]편에 방영되었다.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은 1970~1980년대 한국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어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어디에서나 가장 좋은 것을 상상하는 역대 최강 ‘밝음’의 아이콘이 되었다.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 [아주 보통의 연애], [애인의 애인에게]까지,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많은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작가 백영옥에게도 빨강머리 앤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속 앤이 아니라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의 ‘빨강머리 앤’이었다. 작은 기쁨부터 큰 슬픔까지, 소녀시절을 수놓는 마음들을 쉴 새 없이 나누었던 앤과의 추억, 그리고 인생의 가장 힘겨웠던 고비마다 뜻밖의 위안과 웃음과 눈물을 선물한 앤의 이야기들을 이제부터 어른으로의 삶을 헤쳐가야 할, 일과 연애와 꿈의 좌절에 끊임없이 맞닥뜨려야 할 날들을 다독이는 격려의 말로 되살려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터무니없을 만큼 희망에 차 있던 앤을, 그 시절 마음에 깊이 새겼던 앤의 모습들과 함께 추억하는 일은, 우리가 한 번뿐인 삶을 사는 동안 가장 소중한 때를 놓치지 않고, 어쩌면 바로 지금쯤 돌아보아야 할 따뜻한 이야기들을 모아보는 일이다.

10년 전 봄, 침대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지쳐 있었다. 인간관계에서 실패했고, 소설가가 되겠다는 오랜 꿈에서 멀어졌고, 결국 회사에 사표를 냈다. 버튼 하나를 누를 힘이 없었지만, [빨강머리 앤] 50부작 애니메이션을 봤다. 끝까지 따라 부를 수 있는 내 인생 유일한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이마가 툭 불거져 나온 이 수다쟁이 소녀는 내게 쉬지 않고 말이란 걸 했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스톱 버튼! 눈물이 핑.
앤의 말을 한 번, 두 번, 세 번 더 들었다.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나의 앤]에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러오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하지만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앤이 한 말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앤이 한 말을 듣기만 했을 때와 노트에 적었을 때의 차이는 컸다.
그 차이만큼이 내겐 기적의 크기다.
나는 다시 한 번 실망하더라도 오래 꿈꿔왔던 것을 기대해보기로 했다."


* 정말로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 어머, 아주머니, 정말 모르세요? 한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을 거예요. 아,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놓여요.

* 그렇지만 마릴라 아주머니, 이토록 흥미진진한 세상에서 슬픔에 오래 잠겨 있기란 힘든 일이지요, 그렇죠?

*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 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나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 내 속엔 여러 가지 앤이 들어 있나 봐요. 난 왜 이렇게 골치 아픈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가끔은 들기도 해요. 내가 한결같은 앤이라면 훨씬 더 편하겠지만 재미는 절반밖에 안 될 거예요.

* 무언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즐거움의 절반이 있는 거예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다리는 기쁨이란 건 온전히 나만의 것이니까요.

유치원에 입학할 나이에 부모님을 잃은 앤 셜리는 노바스코샤의 고아원에서 자라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커스버트 남매에게 입양된다. 처음으로 안착할 집을 얻은 기쁨에 희망으로 가득했던 앤 셜리는 초록지붕 집에 도착하자마자, 커스버트 남매는 애초에 남자아이를 입양하려던 계획이었음을 알게 되고 절망감에 빠져 울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절망감에 빠진 것도 하룻밤일 뿐,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앤은 “저요, 오늘 아침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지 않아요. 아침부터 그런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어야 되겠어요? 아침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에요!”라는 말로 마릴라를 놀라게 한다. 결국 앤은 무뚝뚝하지만 온정이 많은 마릴라의 마음을 얻어 초록지붕 집에 살게 된다. 그렇게 앤이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살게 된 이후로 조용했던 동네에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함으로 예상치 못한 사건을 연발하는 앤. 절친한 친구인 다이애나에게 포도주를 포도 주스로 착각해서 먹이고, 자신을 홍당무라고 놀리는 길버트 머리를 석판으로 내리치고 학교 지붕 위를 걷는 내기를 하다 추락하여 다리가 부러지는 등의 에피소드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빨강머리 앤은] 끊이지 않는 실수와 시도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감동과 기쁨의 이야기다. 철없는 주근깨 소녀 앤이 다이애나, 길버트 등의 주변 인물과 함께 여러 갈등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찾아 현명한 어른으로 자라는 성장기이면서 매튜와 마릴라가 부모로서 성숙하고 사랑을 배우는 이야기다. [빨강머리 앤]은 시간을 추월하고 공간을 넘어 공감을 불러오는, 여자들의 인생 지침서이자 행복한 동화다.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기억 속,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깊이 새겨졌던 빨강머리 앤의 사랑스러운 말들을 다시 불러오며, 지금의 삶에서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와 찡함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을 채워가는 책이다. 작가가 신춘문예에 10년 내내 낙방했던 실패담, 첫사랑과의 이별,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과도한 욕망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을 잃어보고 나서야 깨달았던 것들, 평생의 반려자와 나눌 수 있는 우정과 믿음의 신호들을 꺼내 보여주며 이제는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기는 것보다는 지지 않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더 중요하다고, 새로운 시작은 바로 곁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씩씩한 마음을 건네주는 책이다. 앤이 모아주는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느껴보며 힘겨운 선택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 앞에서 주저앉지 않도록, 우리의 어깨를 말없이 끌어안고 작은 행복을 아낌없이 누리는 법을 생각해보자는 제안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241건)

1월 북클럽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h****i | 2023.01.31

이 책은 작가가 어린 시절, 빨강머리 앤을 보면서 와 닿았던 대사나 장면을 자신의 삶에 대입해 쓴 책이라고 한다. 작은 기쁨부터 큰 슬픔까지, 소녀시절을 수놓는 마음들을 쉴 새 없이 나누었던 앤과의 추억, 그리고 인생의 가장 힘겨웠던 고비마다 뜻밖의 위안과 웃음과 눈물을 선물한 앤의 이야기들을 이제부터 어른으로의 삶을 헤쳐가야 할, 일과 연애와 꿈의 좌절에 끊임없이 맞닥뜨려야 할 날들을 다독이는 격려의 말로 되살려냈다. “야망에는 결코 끝이 없는 것 같아. 바로 그게 제일 좋은 점이지. 하나의 목표를 이루자마자 또 다른 목표가 더 높은 곳에서 반짝이고 있잖아.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건가 봐.” 보통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무서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겪으며 더 크고 많은 세상의 경험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곤 한다. 빨강머리 앤은 용기를 내서 특별한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삶은 나만의 목표를 끊임없이 세우는 것이다. 작가는 사람이 사는 것에 지치는 이유는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현재의 삶이 전부가 아니며 더 크고 다양한 삶은 찾아 나서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사람이 목표와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하며 그걸 이룰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 또한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책에 나와 있듯 끝이 있는 것을 인지하며 삶을 지탱하고 달려 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작은 것 일지라도 무언가를 꿈꾸고 조금씩 나아가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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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m******e | 2023.01.30

  근래에 들어 백영옥 작가의 책들을 골라 즐겨보고 있다. 백영옥 작가의 글을 읽으면 삶에 대한 통찰력, 인생을 위한 관찰력, 실천력 등등의 자신을 채찍질하는, 개선케하는 말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하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인생을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꿈을 이루기 위해 좌절했던 순간들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느껴봤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라고 하기 보다는 편하게 하나하나를 대해보라는 말을 덤덤히 전하고 있다.

  나는 백영옥 작가에게 부러움이 있다. 사람들은 대개 좋아하는 색깔, 동물, 음식 등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 나는 어떤 것에 대해 특별히 애착하는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많진 않은 거 같다. 그래서 가끔은 누군가가 좋아하는 동물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면 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만화 주인공은 있었다.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메텔이다. 어릴 때 은하철도 999 만화영화를 보고나면 꼭 그 메텔을 그려보곤 했었다. 하지만 백영옥 작가처럼 이렇게 수십번도 넘게 빨강머리 앤을 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요즘은 굳즈들이 많이 나오는데 빨강머리 앤은 사람들이 많이 사랑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들에서 볼 수 있다. 심지어 얼마 전 내가 선물받은 파우치도 빨강머리 앤이 프린트 되어있는 천으로 만들어져있다.

  백영옥 작가가 사랑한 빨강머리 앤. 나도 이렇게 나에게 위안과 행복을 주며 내 삶을 살아가는데 용기와 희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화 속, 애니메이션 속의 누군가가 있었음 좋겠다. 인생의 소울 메이트. 함께 하는 마음 속, 상상 속의 내 친구가 생겼음 좋겠다라는 부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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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면 반은 한다는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d*********y | 2022.11.29
P. 66
"삐쩍 마른 말라깽이에 얼굴이 참 못생겼구먼!"
거리낌없이 직설을 퍼붓는 린드 아줌마 같은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솔직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게 건강하다고 빋는 부류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게 '나는 뒤끝은 없다'라는 것인데, 사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리는 사람들에게 뒤끝이 있을 리 없다.
<중략>
부당함에 대응해 화를 낸다는 게 요즘 같은 세상에서 얼마나 어려운가.<중략>
별것도 아닌 것에 참았던 화가 폭발하는 '분노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제대로 화를 낼 수 없는 세상이 만든 부작용이다.

무례하게 보일까 두려워 입을 다물어놓고
꼭 '똥이 무서워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란다...
용기있게 화 내는 이를 쎈 사람이라고 치부하고 함부로 선입견을 씌우는 다수.
때로는 그 다수의 방법이 편함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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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7건)

때로는 굳은 다짐이 필요하다_028 (빨강머리 앤이 내게 하는 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J*y | 2022.04.30

아무튼시리즈라는 것이 있다(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시리즈일테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그것이 인물일 수도, 취미일 수도, 계절 일수도 또는 음식일 수도 있다)을 소재로 해서 써내려 간 에세이들의 모음이다.

(얼마 전 내가 읽고 리뷰를 남긴 아무튼 장국영>도 그 중의 한 권이다)

 

직장동료들과 함께 하는 책 읽기 모임에서 나만의 아무튼이라는 주제로 글쓰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덕분에 다들 자신만의 아무튼을 찾느라 분주한 요즘인데, 나 역시 나만의 아무튼에 골몰하고 있다.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여겼는데 막상 하나의 주제를 정해 글을 쓰려니 녹록치 않았다. 아무튼 공항’, 아무튼 파랑(Blue)’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문득 앤을 떠올렸다. 앤 덕후인 내게 딱 어울리는 주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Anne)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책이야 말로 백영옥 작가의 아무튼 Anne’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앤이 건넨 말들, 마릴라, 매슈, 길버트처럼 앤과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작가의 상황과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니 빨강머리 앤이 내게 하는 말이라는 제목이 아닌 아무튼 앤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어도 잘 어울리겠다 싶다.

 

   “전 이 드라이브를 마음껏 즐기기로 작정했어요. 즐기겠다고 결심만 하면, 대개 언제든지 그렇게 즐길 수가 있어요!”

 

작가가 언급한 이 문장은 내게도 빨강머리 앤을 생각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글이다. 고아원을 떠나 설레는 마음으로 초록지붕집에 갔으나 남자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다시 돌아가야하는 그 상황에서 앤은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처음에 이 문장을 만났을 때 나는 앤의 그 굳은 마음이,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럽고 좋았다. 작은 일에도 희비를 오가며 우울할 때면 바닥을 치는 내가 너는 여자아이라서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어. 내일 아침이 밝는대로 너를 돌려보내야겠다마릴라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마 밤을 꼬박 새며 울고난 후(앤도 처음에는 엉엉 울었다) 퉁퉁 부은 눈과 한없이 튀어나온 입(나는 심통이 나면 입이 나온다?!)으로 잔뜩 표정을 굳힌 채 마차에 올랐을 것이다. 어차피 다시 만나지 않을 마릴라 아줌마나 매슈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로 뚱하니 그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전 이 드라이브를 마음껏 즐기기로 작정했어요. 즐기겠다고 결심만 하면, 대개 언제든지 그렇게 즐길 수가 있어요!”

 

그런데 몇 번이고 앤을 읽어가던 내게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앤의 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저는 이 여행을 즐겁게 하기로 했어요.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뭐든 즐겁게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 그렇게 할 수 있더라고요. 물론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해요.”

빨강머리 앤중에서 (번역이 조금 다르다)

 

   “물론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해요.”

 

굳게 마음을 먹는다는 건 어떤걸까? 나는 앤의 긍정적인 종알거림에 취해 그 뒤에 가려진 앤의 비장한 각오를, 쉽지 않은 결심을 흘려들었던 것은 아닐까? 막연히 앤은 긍정적이구나, 밝구나, 용감하구나..이런 감탄을 하고 있던 나는 긍정적이기 위해 밝기 위해 또 용감하기 위해 몇번이고 다짐하고 마음 먹었을 앤의 노력은 모른척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앤의 빨강머리를 '홍당무'라 놀리던 길버트처럼 앤의 외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앤에게 '빨강머리'는 그 어느 것보다 무거운 것이었을텐데 가벼이 웃어넘기지는 않았었나,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길버트에게 날아들던 석판의 느낌에 움찔해졌다.

 

 

   누구에게나 빨강머리가 존재한다. 어떤 사람에게 그것은 평균 이하의 작은 키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별 모양의 화상 자국일 수도, 어린 나이에 쓰게 된 두꺼운 난시 교정용 안경이나, 유난히 뚱뚱한 몸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하지만 콤플렉스가 외모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말한다. 누구에게나 빨강머리가 존재한다고. 길버트의 놀림을 듣는 순간, 수업중이라는 주변 상황을 떠올릴 새도 없이 석판을 들어 길버트의 머리를 내려칠 정도로 나를 괴롭히는 저마다의 빨강머리말이다. 빨강머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려면 얼마나 큰 다짐이, 굳은 마음이 필요할까 

 

   “전 이제까지 빨강머리가 세상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했어요!”

   머리카락이 초록색이 되고 나서야, 앤은 자신의 빨강머리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똑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하는 힘 아닐까.

 

다짐만으로는 되지않을 때 우리는 결국 시간에 기대게 된다. 시간이 주는 힘은 단순히 그 상황이 지나가 기억속에서 흐려지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시간만큼 쌓인 경험 속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리고 긍정적인 시선을 택할지 부정적인 시선을 택할지는 결국 자신에게 달려있다. 물론 그 선택은 쉽지 않을 때가 많고, 종종 그 상황에서는 긍정과 부정이 혼재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한번 앤의 말을 떠올려 본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선택할 수 없는,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상황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굳은 마음, 그리고 그 경험이 쌓인 시간 속에서 깊은 눈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주머니, 저는 이 여행을 즐겁게 하기로 했어요.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뭐든 즐겁게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 그렇게 할 수 있더라고요. 물론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해요.”

 


  

*기억에 남는 문장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보다 중요한 건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아는 일이다. 세상을 천천히 응시하는 일은 나의 마음을 꼼꼼히 읽는 일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몰려 쫓기듯 하고 있는 일을 자기 의욕으로 착각하고 나를 소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지 물어보는 일이다.

 

삶을 야구에 비유하면, 나는 이제 홈런을 치겠다는 야망보다는 출루율을 높이기 위해 연습을 거르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중략)..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사람은 종종 다른 사람이 내리지 못하는 판단을 하기도 한다.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같이 있음을 전제하기에 가능한 말이다.

 

삶은 내가 원하던 것과 늘 다른 식의 선택을 요구했다.

 

내게 있어 여행이란 끝없이 집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끝없이 집으로 되돌아오는 일이다. 내게 떠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언제나 되돌아오는 일이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이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집에 보고 싶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일. 앤에게 마릴라와 매튜가 있었던 것처럼.

 

살면서 어떤 종류의 고통을 참을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가령 좋은 글을 쓰겠다는 건 매일 원고지를 채우겠다는 의미다. 작가가 된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서 글을 써야 한다는 걸 뜻한다. 글을 쓰느라 생긴 손목터널 증후군, 허리 디스크, 좌골 신경통을 직업병으로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편집자의 원고 독촉 전화와 오타와 비문을 지적하는 독자들, 출판 계약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굴욕과 궁핍한 생활을 견디는 것 역시 포함된다..(중략)..무엇을 원한다는 건 그것에 따른 고통도 함께 원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우리이며, 그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몫이다.

 

나는 버리고 떠나는 삶을 존중하지만, 이제는 버티고 견디는 삶을 더 존경한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느 것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제 조심스럽게 잘하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기 때문이다. 잘하는 것을 오래 반복하면 점점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일이 점점 많아진다는 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이외에 자신의 일에 대한 특정한 태도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태도란 그 일을 좋아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상처가 회복된다고 해도, 인간에겐 흔적이 남는다. 우리는 그것을 흉터라 말한다. 흉터를 안은 채, 죽지 않고 살아내는 것, 견디거나 버티는 것, 어쩌면 삶은 그런 것에 보다 가까울지 모른다.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를 믿는 건 어쩜 어른이 되어간다는 말일는지도......

 

슬픔은 삶을 통찰하게 하고, 우리에게 누가 진짜 친구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나는 이제 절대라거나 결코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잘 믿지 않게 되었다. 절대,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 같은 건 없으니까. 그럴 수도, 이럴 수도 있는 게 인생이었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간신히 이해한 삶이다.

 

내가 아는 좋은 관리자나 좋은 부모의 특징은 역설적이게도 대부분 덜 참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디테일에 집착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조화나 균형을 바라보면서, 꼭 나서야 할 곳에만 나서는 중용의 묘를 보여주는 것이다.

 

잘 나이 드는 것,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그러니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겠다.

충고는 그것을 청한 사람에게만 하자. 나이 운운하면서 섣불리 내 경험을 일반화시키지 말자. 조언을 한 뒤에는 그냥 잊자. 충고를 받아들일지 안 받아들일지는 그것을 듣는 사람 마음이다. 말하는 것보다 점점 듣는 즐거움을 깨닫자. 옛 말 틀린 거 없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하느니......

 

변했다는 건 뭔가 끊임없이 시도했다는 얘기일 거다. 발음이 괴상한 외국어 배우기를 시도하고, 낯선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내보는 것 말이다.

 

만약 인생이 딱 한 번뿐이라는 걸 깨달았다면,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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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J***a | 2017.09.04

빨간 머리 앤 어릴 때 Tv에서 만화로 본 이후 어른이 된 지금도 정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 입니다. 관련 책이나 디자인문구들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이 책은 그런 마음에 불을 지피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북으로 있길래 구매하게 됐는데... 읽는 족족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네요.

 

제목 그대로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 처럼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지금 읽어도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 너무 많아서 정말 명작은 영원히 명작인가 봅니다. 다시 봐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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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밝은 빨강머리 앤이 우리를 힘내게 하는 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넷*커 | 2017.09.02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고전 '그린 게이블의 앤' 보다는 지브리의 명작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 시절 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말들에 대한 책이다.

오래전 TV에서 보았던 앤은 지금 기억해봐도 보통 사람이 좌절하고 때론 포기했을 상황에서도 초긍정적인 마인드로 모두에게 힘이 주는 캐릭터였다.

시간이 지나서 그 내용은 희미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지금의 나에게도 충분히 감동가 힘을 주는 빨강머리 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들을 다시한번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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