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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불평등

재난은 왜 약자에게 더 가혹한가

존 C. 머터 저/장상미 | 동녘 | 2021년 5월 25일 한줄평 총점 10.0 (16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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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사회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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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팬데믹에 관한 분석 없이는 자연재해에 관한 어떤 논의도 불완전할 것이다”

지진을 연구하는 과학자 존 머터는 어느 날 한 가지 의문을 품는다. 동일한 규모의 재난이 장소와 시기에 따라 왜 다른 크기의 피해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재난을 자연과학자의 시선으로만 보고 연구해온 과학자가 재난과 전후 상황을 사회현상으로 보기 시작하며, 왜 자연과학적으로는 유사하거나 동일한 규모의 재난이 어디에서 언제 일어나느냐에 따라 다른 크기의 피해로 이어지는지, 왜 같은 수준의 피해를 입어도 어떤 사회는 재건하는 데 1년이 채 안 걸리고 어떤 사회는 재기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지를 비교 관찰했다. 아이티 지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미얀마 사이클론 등을 자연과학의 관점과 사회과학의 관점으로 비교분석하여 자연재해라는 자연현상이 어떻게 사회 문제가 되는지를 밝혀냈다. 이 책은 재해가 단순한 자연현상에 그치지 않고 정치·사회·경제적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드러낸다. 저자가 포착한 지점은 재앙이 낳는 ‘불평등의 민낯’이다. 이 책은 왜 재난 사망자의 다수가 빈민층인지, 그리고 재난 발생 당시와 그 전후의 극복 과정에서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재난에 투영되고 답습되는 이유를 찾아 나간다.

*이 책은 2016년에 출간된 초판 『재난 불평등』(동녘)의 개정판입니다.
*이 개정판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사회 불평등 문제를 긴급 진단한 개정판 서문 [코로나19는 평등하지 않다]만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목차

개정판 서문 코로나19는 평등하지 않다
들어가는 말 파인만 경계 넘나들기
1장 자연재해, 사회적 선악의 중개자
2장 지식 불평등과 재난
3장 학살당한 아이티와 혼란에 빠진 칠레
4장 물의 장벽, 죽음의 대양
5장 미얀마, 무관심이라는 악행
6장 충격에 뒤덮인 뉴올리언스
7장 재난을 기회 삼는 이들
8장 재난, 끝이 아닌 시작
기술 부록 1 자연재해가 주는 충격과 그 결과에 대한 간략한 사회경제학
기술 부록 2 신고전주의 성장 이론으로 본 재난
옮긴이의 말 파인만 경계를 넘어선 협력으로

그림 출처

저자 소개 (2명)

저 : 존 C. 머터 (John C. Mutter)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해양지구물리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진, 태풍, 쓰나미, 폭염과 같은 자연현상으로서의 재난이 어떻게 사회의 불평등으로 연결되는지를 파헤쳐온 과학자로 유명하다. 주 전공은 지진의 원인 및 지구를 통한 파동의 전파 등을 연구하는 지진학이다.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조사선의 수석 과학자로 일하며 태평양 해저에 대한 최초의 3차원 지진 영상 실험을 수행했고, 북극과 남극을 횡단하며 3년 넘게 해상에서 해양 지진을 활발히 연구했다. 그러나 2005년 남부를 강타하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불린 허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해양지구물리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진, 태풍, 쓰나미, 폭염과 같은 자연현상으로서의 재난이 어떻게 사회의 불평등으로 연결되는지를 파헤쳐온 과학자로 유명하다. 주 전공은 지진의 원인 및 지구를 통한 파동의 전파 등을 연구하는 지진학이다.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조사선의 수석 과학자로 일하며 태평양 해저에 대한 최초의 3차원 지진 영상 실험을 수행했고, 북극과 남극을 횡단하며 3년 넘게 해상에서 해양 지진을 활발히 연구했다. 그러나 2005년 남부를 강타하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불린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그 이후 재난에 대처하는 불공정한 미국 사회의 이면 목도하고 “자연재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필연적으로 사회과학의 세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이치를 깨닫고” 연구의 방향을 틀었다. 이후 아이티와 칠레의 지진, 미얀마의 태풍 등, 재난 다음에 오는 부정의한 사회적 대처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연대를 구축하는 데서부터 재난불평등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런 부분을 연구하기 위해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SIPA) 교수를 겸하며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재난, 기후변화, 인권 등을 연구하고 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통섭의 관점에서 경제 개발과 복지, 자연재해를 연구하며 끔찍한 재난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기후변화 과학Climate Change Science』 등이 있다.
역 : 장상미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시민사회 운동을 공부했다. 번역 자원 활동을 하던 시민단체에서 상근 활동가로 일하며 출판 번역을 시작했다. 2012년부터는 ‘어쩌면사무소’라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했고, 거주하던 재개발 지역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독립출판물 『지금은 없는 동네』와 ‘어쩌면사무소’의 전후 과정을 기록한 책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를 썼다. 옮긴 책으로 『가려진 세계를 넘어』,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거의 모든 안경의 역사』,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교도소 대학』 등이 있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시민사회 운동을 공부했다. 번역 자원 활동을 하던 시민단체에서 상근 활동가로 일하며 출판 번역을 시작했다. 2012년부터는 ‘어쩌면사무소’라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했고, 거주하던 재개발 지역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독립출판물 『지금은 없는 동네』와 ‘어쩌면사무소’의 전후 과정을 기록한 책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를 썼다. 옮긴 책으로 『가려진 세계를 넘어』,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거의 모든 안경의 역사』,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교도소 대학』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심화되는 사회 불평등을 예견한 책!

미국 내 코로나19 희생자의 인종적 불균형,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거주 불평등…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불평등 문제를 긴급 진단한 [개정판 서문] 수록!

『21세기 자본』으로 일약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떠오른 프랑스의 소장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20년 5월 영국의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빈곤층이 전염병의 먹이가 되는 불평등의 폭력에 직면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더욱 가속회되고 있는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빈부격차가 높은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유달리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통계로 증명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0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재난은 약자에게 먼저 다가오고 더욱 가혹하기 마련이다.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삶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0년 7월에는 소득이 낮을수록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국내 첫 연구 결과도 나왔다.

2016년 국내에 출간되어 ‘동일한 규모의 재난도 피해는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실제의 예로 보여줘 충격을 준 『재난 불평등』의 개정판이 출간됐다.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 존 머터는 초판 출간 이후에 나타난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마리아,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를 뒤흔든 지진, 아프리카 남부를 휩쓴 태풍 이다이, 일본과 파키스탄을 덮친 폭염 등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쇼크를 언급하며, 이 사태 이후 나타나는 사회 불평등의 양상이 초판에서 이미 실증한 예들과 “무서울 정도로 흡사하다(20쪽)”라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자연재해’인가를 우리에게 질문하며 “지진과 태풍처럼 바이러스는 부자와 빈자, 흑인과 백인, 기독교도와 힌두교도, 유대인과 무슬림을 가리지 않는다(9쪽)”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질병’과 ‘재난’은 분명 다르지만 닮은 점이 너무나도 많다고 강조한다.

[개정판 서문]에서 “팬데믹이 가져온 가장 뚜렷하고 불편한 결과는 미국 내 코로나19 희생자의 인종적 불균형이다(13쪽)”라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감염자와 사망자의 비율이 백인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을 예로 든다. 실제로 뉴욕시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이 이루는 할렘, 브롱크스, 퀸스 카운티에서 감염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 사실을 통해 사회적 결정요인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의 한 가운데서 2005년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떠올리기도 한다. 유독 흑인의 피해가 컸던 당시 뉴올리언스의 흑인들은 위에 예로 든 뉴욕의 할렘, 브롱크스처럼, 비좁은 밀집주택에 몰려 살았다. 그들이 이런 빈곤의 그늘에 산다는 것은 재난 앞에서 결국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을 자연재해들과 비교해 “놀랍게도 닮은 평행선이고 이렇게 드러난 닮은꼴 중 어떤 것은 터무니없고, 가슴 아프고, 마치 희극을 보는 것처럼 적나라하다”라고까지 표현한다.

재난 피해의 무게는 누구에게 더 무거울까?
한 과학자가 사회과학 관점에서 본 재난에 감춰진 불평등의 민낯

2010년 아이티에서 일어난 지진은 21세기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히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끔찍하고 참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집계된 사망자수는 30만 명에 달했고 손해액은 연간 GDP의 100퍼센트에 해당하는 액수보다도 훨씬 컸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사회는 여전히 재난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폐허가 된 땅을 떠나 난민이 된 이들 가운데도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많다. 한편 20세기 최악의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대지진이라는 이름을 증명하듯 아이티 지진보다 더 큰 규모로 도시를 덮쳤지만, 사망자수는 아이티 지진의 1할에도 못 미쳤고 복구에는 고작 몇 달 정도가 소요됐다.
사람들은 흔히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규모는 재난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강진은 사회를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무너뜨리지만 약진은 그다지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며, 대홍수는 국가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지만 미미한 홍수가 남기는 피해는 며칠이면 금방 복구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가 알고 있는 것과 반대로 재난 피해의 크기는 재난의 크기와 무관하다. 사회 구조와 격차, 기존에 있던 부조리, 불평등이 그 크기를 결정한다.

자연재해와 그 이후 사회 현상을 함께 다룬 면에서 독보적인 책!

자연재해와 재난 피해는 연속적으로 발생하며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홍수에는 수해가 따르며 가뭄 이후에는 기근이 발생하고 대지진과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도시는 붕괴한다. 사람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홍수, 가뭄, 지진, 태풍을 단순한 ‘자연’재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회 문제로까지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재해의 예방과 대책은 응당 사회가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독 해당 분야 연구자들은 좀처럼 섞이지 않았으며 각자의 분야에서 볼 수 있는 지점만을 바라봐 왔다. 자연재해 연구는 자연과학자, 재난 피해 연구는 사회과학자의 몫이었다. 때문에 자연재해라는 자연현상을 다룬 책도 있고, 붕괴된 사회에서 발생하는 빈곤, 불평등, 개발 등의 사회현상을 다룬 책도 있지만 둘을 함께 다룬 책은 없다. 이 책은 바로 그 경계를 깨고 두 학문의 경계점에서 현상을 직시했다는 데서 독보적이다.

재난마저 돈벌이로 악용하는 권력과 자본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재난 불평등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연과학자 같은 시선으로 재난을 ‘평가’한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재난 피해의 소식 가운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모금을 일으키는 지점은, 대개 자연과학자가 측정해 ‘수치’로 표현한 재난의 규모 혹은 자연의 위력에 무너져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다. 대규모 지진에는 늘 많은 돈이 모금된다. 끔찍한 모습들이 많이 보도될수록 구호단체들이 많이 파견된다. 하지만 그 사회에 내재해 있던 기존의 불평등, 보이지 않는 부조리를 전하는 소식에 집중하고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 재난은 자연이 처음 타격을 가하는 무시무시한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에만 자연적이다. 재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순전히 사회적이다. 그러니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연대해야만 비로소 재난 이후의 상황은 예측 가능한 것이 되고 재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학문간 연대를 구축하는 데서부터 재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책의 결론을 맺는다. 매년 거세지는 자연의 위력 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의 불평등 가운데 이런 저자의 메시지가 예언 혹은 경고로 받아들여져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

종이책 회원 리뷰 (15건)

포토리뷰 재난 불평등 왜 재난은 가난한 자들에게 더 가혹한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프**나 | 2022.10.19




 

재난 불평등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인 존 머터가 쓴 책이다. 그는 2005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라 불리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그 이후 재난에 대처하는 불공정한 사회의 이면을 목도하고 사회과학으로 연구 방향을 전환하고 연구를 계속한 끝에 이 책을 펴냈다.

 

재난 불평등자연재해, 선악의 중개자>, <지식 불평등과 재난>, <학살당한 아이티와 혼란에 빠진 칠레>, <물의 장벽, 죽음의 대양>, <미얀마, 무관심이라는 악행>, <충격에 뒤덮인 뉴올리언스>, <재난을 기회 삼는 이들>, <재난, 끝이 아닌 시작으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에 의하면 폭풍과 달리 지진은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 폭풍이 예측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매뉴얼에 따라 주민을 대피시킨다든가 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아이티 지진이나 필리핀, 스리랑카, 칠레, 미국 뉴올리언스 등에 발생한 다양한 재난을 목도하고 그것이 남기고 간 피해와 그 이후의 모습은 저마다 달랐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재난 불평등에 담긴 내용들은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충격적인 진실이다. 아이티, 미얀마 정부처럼 국민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 국가에서의 부패와 재난 이후의 사건들은 그렇다 쳐도 미국의 한가운데에서 일어난 뉴올리언스의 비극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재난 불평등은 재난이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애초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진 자들은 그것의 피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재난의 한가운데에 선 자들은 가진 게 없는 자들이다. 저지대에 사는 가난한 주민들, 그들이라고 그런 곳에 살고 싶겠는가. 아이티 지진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의 국민이었을 때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비극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평상시에 가장 배려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재난 시에도 가장 큰 고통을 당할 가능성이 많다.”(142)

 

그렇다면 미국의 한가운데에서 일어난 비극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 나라의 부와 관계없이 그들이 무능한 지도자를 가진 탓이었다고 해야 할까? 저자 역시 아이티에서의 상황과 뉴올리언스의 상황을 비교하는 게 애초에 무리라는 걸 인정하지만, 두 재난에는 닮은 구석이 너무 많다. 가난해서 저지대에 살 수밖에 없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소수지만 대부분의 부를 거머쥔 백인들을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고 해서 동등한 국민으로 보기엔 어려울 것이다.

 

가난 때문에 인종 때문에, 그들은 국가의 관심 밖에 있어야만 하는가. 저자가 개정판 서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2020년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남긴 상처는 나라마다 달랐고, 개개인에게 남긴 데미지도 달랐다. 화이트 컬러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충분히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몸으로 노동하는 이들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터로 나가야 했다.

 

가난한 가정의 가장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은 것과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 목숨을 잃은 것 또한 그것이 남긴 상처와 회복의 과정은 같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재난이나 전염병조차 이토록 잔인하게 인간을 가려서 다른 무게의 고통을 주는 것일까. 지난여름 서울에 내렸던 비가 할퀴고 간 자리도 그랬다. 그들 중 누군가는 한번 빼앗긴 삶의 터전을 어쩌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뉴올리언스의 누군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한 나라의 부가 자연재해로 인한 최악의 피해를 막아주는 잠재적인 방패가 될 수 있듯이, 개인의 부 또한 방패가 된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재난이라도 다른 이에게는 그저 약간의 불편 이상이 아닐 수도 있다.”(141)

 

단단한 삶의 기반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웬만한 타격을 입더라도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경제적 능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치자. 하지만 빈곤을 온전히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걸 감안하면 정부가 어느 정도 보완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자신이 속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해야 할 세금 납부 같은 의무들을 기꺼이 수행하고 있는 것일 테다.

 

미얀마는 재난 이후 오히려 재건을 명목으로 국민들의 토지를 착취했다고 한다. 마땅히 정부로서 해야 할 국민을 보호해야한다는 의무는 하려고 든 적도 없으면서 오히려 국민을 갈취한 것이다. <재난 불평등을 읽고 재난은 그 나라의 정부의 부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티에서 건물들이 맥없이 무너진 것도 제대로 된 건축 규정에 따라 지어지지 않았던 탓이었다. 죽지 않아도 될 소중한 생명들이 스러져 간 것이다.

 

아이티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가난, 가난한 사람에 대한 무관심, 강력한 정부의 부재 때문에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사람들이 깔려서 죽어나갔다. () 건물은 허술하게 지어졌기에 무너진다. 정말 그렇다.”(135)

 

대한민국의 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엄청난 행운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아이티에서 태어났다면 성인이 되기도 전에 영양실조로 굶어죽었거나, 운 좋게 살았더라도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을 것이며, 고등교육을 받는 일은 절대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한 사람의 처지를 개개인이 타고난 운에만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개개인 간의 차이를 줄이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하지만 과연 그 차이가 언제쯤이나 조금이라도 좁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갈수록 더 벌어져만 가는 건 아닌가 싶다. <재난 불평등은 내게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우리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모든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부와 가난의 사회적·지리적 질서가 계급 사이의 물리적·경제적 차이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재난은 항상 저소득층에게는 피해를, 상류층에게는 단순한 불편만을 끼침으로써 그 차이를 더욱더 벌린다는 사실이다.”(267)

 

 

 

#재난불평등 #동녘 #아이티지진 #허리케인 #쓰나미 #자연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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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독서모임_재난 불평등 리뷰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s******e | 2022.07.29

왓챠에서 본 영국드라마 years and years에서 가까운 미래의 모습들이 나온다. 기후이상으로 인해 계속해서 비가오고, 그로인해 빈민층들은 집을 잃게되고  다른사람들과 집을 쉐어해야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어즈앤 이어즈의 그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이 책은 재해가 단순한 자연현상에 그치지 않고 정치·사회·경제적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드러낸 책이다. 저자가 포착한 지점은 재앙이 낳는 ‘불평등의 민낯’이다. 이 책은 왜 재난 사망자의 다수가 빈민층인지, 그리고 재난 발생 당시와 그 전후의 극복 과정에서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재난에 투영되고 답습되는 이유를 찾아 나간다.

재난 속에서도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미 삶이 힘든데, 왜 재난의 결과를 고통으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걸까?  이에 대한 의문이 이 책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같은 팬데믹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유한 나라에 사는 국민들은 무료로 n차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쓰면서 이겨낼 수 있지만 어떤 곳에서는 백신 한번 맞기도 쉽지 않다.  

다만 개정판에 코로나 19에 대해 조금 끼워넣고 비벼보려고 하는 느낌도 조금 없지않았다.

 

  • P. 5~6팬데믹은 자연재해인가? 그런 질문은 부차적이다. 그게 어디에 속하는지가 정말로 중요한가? 어떤 딱지를 붙이든 괴물은 괴물이다. 팬데믹을 다르게 분류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타 자연재해에 쓸 수 있는 물리적 도구를 가지고는 그 현상의 자연적 측면을 이해할 수 없어서일 것이다. 이것은 생물학적 현상이다. 다른 어떤 재난도 사람과 사람 사이로 전파하지 않는다. 재난에 백신이나 혈청을 사용하는 경우도 없다. 팬데믹은 다르다.

  • P. 56~57스톡홀름 국제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형태가 동일한 지리물리학적 사건이 발생할 때 부유한 나라의 사망자 수는 가난한 나라 사망자 수의 3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국가가 발전하면 재난의 위험과 사망률은 낮아진다. 부유할수록 더 안전해진다는 말이니, 최상의 재난위험감축 전략은 부유해지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왜 이런 연구 결과가 나오는지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가난한 나라에는 재난 대비나 피해 경감을 돕는 기관이 없거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사람들 대다수가 부실한 건물에서 산다. 그런 기관들은 대체로 부의 산물이며, 재난으로부터 부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재해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재난은 목숨을(때로는 비극적일 만큼 엄청난 목숨을) 앗아가는데, 가난한 지역에서는 그 수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 P. 278~279‘부자가 이기고, 가난한 사람이 진다.’ 불평등이 극심한 세상에서는 자연재해의 결과 또한 불공평할 것임을 확실히 짐작할 수 있다. 재난은 어떤 면에서는 부유하든 가난하든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지만, 결코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하지는 못한다. 재난은 모두가 서로를 끌어 주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고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각 집단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다르고, 각 집단이 대응할 방법도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에, 재난은 각자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각 집단이 재난을 활용하는 방법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부자는 이용하고, 가난한 사람은 못한다. 슘페터의 광풍은 부자의 요트에 바람을 불어넣지만 가난한 자의 부실한 탈 것은 가라앉게 만든다. 부자는 더 멀리 피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빈곤의 덫에 갇혀 있거나 덫 안쪽으로 더욱 미끄러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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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독서모임] 재난 불평등 리뷰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 | 2022.07.29
생각보다 지루했다. 제목을 보고 내용을 짐작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과 상당히 비슷해서 초장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저자의 견해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나 좀 비약이 있는 것 같아서 갸우뚱했다.

재난 후 성범죄 증가의 원인으로 언급되는 '1)가난한 계층은 경찰이 있어서 그렇지 혼란해지면 강간을 저지를 범죄자다'라는 시한폭탄 시각에서 벗어나 보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비슷하게 시한폭탄 시각이지만 축소된 '2)가난한 계층은 경찰이 있어서 그렇지 혼란해지면 약탈을 저지를 도둑이다'의 반례를 가지고 이야기하기에는 좀 터무니 없는 논리 전개 같았다. 2)의 반례로 '아니다, 파비엔의 슬픈 사연을 들어봐라, 그림을 약탈하여 어머니에게 가져다주려 했을 지도 모른다'고 추측을 포함하여 몇 페이지씩 지면을 할애했는데 그럼 1)의 반례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서문에서 저자의 전문분야를 알고 읽어서 그런지 앞부분에서 다루는 재해의 자연과학적 기술은 깊지 않아도 흥미로웠는데, 뒤로 갈수록 제시하는 사회적 측면의 재난 통계나 논거가 새롭지 않았고 몇 건의 사례로 재난의 속성이나 양상을 일반화해도 되는지 좀 더 작은 규모의 사례라도 내가 직접 더 찾아봐야 하는지 다른 책은 더 없는지 이런저런 궁금증이 들었다. 흥미로운 주제임이 분명한데 여러모로 아쉬운 느낌이다. 주가 많은 걸로 보아 리서치를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사회 전반을 아우르려다 보니 얕은 게 드러난 느낌. 아니면 자기 분야 아니라서 알아낸 걸 글로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한 것인가도 생각해본다. 차라리 전문성이 있는 사회학자와 공저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비문학 책을 읽을 때는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 또는 주장과 근거를 집중해서 보는데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거나 기존의 사고방식을 뒤집는 참신한 주장과 탄탄한 근거를 발견해야 읽은 보람이 있는 것 같다. 후기를 쓰면서 북클럽에서 불평등에 대한 책을 찾았다. 도시 불평등을 다루는 것 같은데 재난 불평등과는 카테고리가 좀 다르겠지만 그 책도 읽어봐야겠다.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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