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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타석 해독에 도전한 천재들의 분투기

에드워드 돌닉 저/이재황 | 책과함께 | 2022년 12월 28일 한줄평 총점 9.0 (18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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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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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천 년 넘게 아무도 쓰지 않은 글자를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
로제타석의 그림문자를 해독해가는 과정과 난관마다
풍부한 사례와 예시를 곁들여 그 의미를 풀어내는,
역사·언어학·인문학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지적 향연

천 년 넘게 누구도 읽을 수 없던 고대 이집트 그림문자(성체자聖體字, hieroglyphs). 1799년 발견된 로제타석에는 세 가지 문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성체자이고 다른 하나는 해독이 가능한 고대 그리스어였다. 만약 이 비석이 (오늘날 여러 언어로 쓰인 관광 안내판처럼) 같은 내용을 세 가지 다른 글자로 쓴 것이라면, 대조를 통해 성체자를 해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누구도 그 일을 해내지 못했다. 왜일까?

이 책은 암호나 퍼즐을 풀어나가듯 이 로제타석의 성체자를 함께 해독해간다. 19세기의 두 천재 주인공들이 성체자를 해독해가는 과정과 난관마다, 관련된 사례와 예시를 풍부하게 곁들여 그 의미를 풀어낸다. 오랜 세월 사용되지 않은 문자로 쓰인 기록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 그것을 읽기 위해 어떤 어려움들을 맞닥뜨리며,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문자와 기호가 달리 보일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 | 3천 년 동안 존속한 나라의 문자
2 | 로제타에서 발견된 돌
3 | 미궁에 빠졌던 까닭
4 | 기록이라는 것의 의미
5 | 아주 가깝고도 아주 먼
6 | 이집트로 간 나폴레옹
7 | 프랑스군이 로제타석을 찾게 된 내막
8 | 고대 이집트를 베끼고 그리다
9 | 영국으로 간 로제타석
10 | 전문가들의 첫 추측
11 | 두 천재 경쟁자
12 | 난생 처음 좌절감을 맛본 토머스 영
13 | 실마리를 찾아내다
14 | 독보적인 선두
15 | 해독자의 자질
16 | 헛다리 짚기
17 | 이집트에 대한 경외감
18 | 두 번째 실마리
19 | 샹폴리옹이 납신다
20 | 필사의 어려움
21 | 글쓰기의 탄생
22 | 천천히, 그러다 갑자기
23 | 아부심벨 신전
24 | 유레카!
25 | 첫 브리핑
26 | 소리와 의미를 표현하는 방식
27 | 3천 년 전의 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
28 | 많이 나오는 단어를 찾아라
29 | 결정적 발견
30 | 성체자의 독특함
31 | 두 경쟁자의 업적을 어떻게 봐야 할까
32 | 이집트의 문을 열다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도판 출처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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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에드워드 돌닉 (Edward Dolnick)
1952년생으로 《보스턴 글로브》에서 과학 수석 기자로 활동했으며 《애틀랜틱》, 《뉴욕 타임스 매거진》, 《워싱턴 포스트》 등에 기고했다. 지은 책으로 에드거상을 수상한 《사라진 명화들(The Rescue Artist)》을 비롯해 《뉴턴의 시계(The Clockwork Universe)》, 《러시(The Rush)》, 《위대한 미지의 세계로 내려가다(Down the Great Unknown)》, 《위조범의 주문(The Forger’s Spell)》, 《소파 위의 광기(Madness on the Couch)》 등이 있다. 1952년생으로 《보스턴 글로브》에서 과학 수석 기자로 활동했으며 《애틀랜틱》, 《뉴욕 타임스 매거진》, 《워싱턴 포스트》 등에 기고했다. 지은 책으로 에드거상을 수상한 《사라진 명화들(The Rescue Artist)》을 비롯해 《뉴턴의 시계(The Clockwork Universe)》, 《러시(The Rush)》, 《위대한 미지의 세계로 내려가다(Down the Great Unknown)》, 《위조범의 주문(The Forger’s Spell)》, 《소파 위의 광기(Madness on the Couch)》 등이 있다.
역 : 이재황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공부하고, 한국방송(KBS)·내외경제(현 헤럴드경제)·중앙일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역사와 언어·문자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재편집해 번역한 『태조·정종본기』, 『태종본기』(3권)를 펴냈으며,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한자의 기원에 관한 글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를 연재하고 『한자의 재발견』, 『가장 빨리 외워지는 한자책』, 『기발한 한자사전』, 『처음 읽는 한문』 등을 썼다. 번역한 책으로는 『달러』, 『나사, 그리고 거짓의 역사』, 『신들의 전쟁, 인간들의 전쟁』, 『엘도라도 혹은 사라진 신의 왕국들』, 『시간이 멈...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공부하고, 한국방송(KBS)·내외경제(현 헤럴드경제)·중앙일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역사와 언어·문자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재편집해 번역한 『태조·정종본기』, 『태종본기』(3권)를 펴냈으며,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한자의 기원에 관한 글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를 연재하고 『한자의 재발견』, 『가장 빨리 외워지는 한자책』, 『기발한 한자사전』, 『처음 읽는 한문』 등을 썼다. 번역한 책으로는 『달러』, 『나사, 그리고 거짓의 역사』, 『신들의 전쟁, 인간들의 전쟁』, 『엘도라도 혹은 사라진 신의 왕국들』, 『시간이 멈추는 날』, 『초목전쟁』, 『비잔티움 제국 최후의 날』,『1945 중국, 미국의 치명적 선택』, 『맹자』, 『순자』 등이 있다. 또한 정인보의 『양명학연론』 교주본(校注本)을 펴내고, 신채호·박은식·최남선 등 근대 인물들의 한문 투 저술들을 현대어로 풀어내기도 했다.

출판사 리뷰

고대 이집트 그림문자의 비밀을 풀
열쇠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누구나 이집트의 벽이나 기둥에 새겨진 형상화된 그림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그 유려한 그림들을 보다 보면 저것이 무슨 의미인지, 무슨 의도로 새기거나 그린 것인지 궁금해진다. 특히 그 질서가 너무나 정연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것은 문자일까? 서기전 30년 클레오파트라가 사망하면서 3천 년의 장구한 고대 이집트도 막을 내렸다. 이후 점차 고대 이집트어를 쓸 줄 아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7세기 무렵에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누구도 이 고대 이집트 그림문자(성체자聖體字, hieroglyphs)를 읽어내지 못했다. 그러다 1799년 이집트 서북부에 있는 로제타에서 비로소 그 비밀을 풀 실마리가 발견되었다. 세 가지 언어가 새겨진 비석이 발견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성체자였고, 다른 하나는 해독이 가능한 고대 그리스어였다. 만약 이 비석이 (오늘날 여러 언어로 쓰인 관광 안내판처럼) 같은 내용을 세 가지 다른 글자로 쓴 것이라면, 대조를 통해 성체자를 해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제타석이 발견된 지 20년 동안 누구도 그 일을 해내지 못했다. 왜일까?

천 년 넘게 아무도 쓰지 않은 글자를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

로제타석의 성체자가 그림문자라는 점은 해독 지망자에게 희망과 절망을 모두 안겨주었다. 긍정적인 것은 그림이라 접근하기 쉬워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우리가 써온 모든 언어와 다른 형태의 것이었다. 더욱이 형상화된 그림 형태는 이 성체자가 무언가 신비롭고 고차원적인 세상의 진리를 숨기고 있는 추상적인 의미 덩어리라는 억측을 낳았다. 이러한 믿음은 심지어 뉴턴 이후 ‘과학의 시대’까지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로제타석이 발견되었고, 그 믿음은 여전히 굳건했다. 로제타석은 토머스 영이 해독의 첫 실마리를 발견하고 장프랑수아 샹폴리옹이 그 비밀을 열어젖힌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들 역시 몇백 년 동안 존속된 ‘신비로운 진실의 문자’라는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두 젊은 천재는 어떻게 당대 모든 사람들에게 덮인 이 장막을 과감하게 벗어던질 수 있었을까? 『신의 기록』은 그들과 함께 흡사 암호나 퍼즐을 풀어나가듯 이집트 성체자를 함께 해독해가는 책이다.

로제타석의 성체자를 해독해가는 과정과 난관마다
풍부한 사례와 예시를 곁들여 그 의미를 풀어내는,
역사·언어학·인문학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지적 향연

『신의 기록』의 큰 줄기는 어떻게 로제타석을 발견하게 되었는지, 여러 해독 지망자들이 왜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두 주인공이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체자를 해독해나갔는지와 같은 미시사적 흐름이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거기에만 천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제타석에 관한 무용담도 곰팡내 나는 도서관의 불가사의한 연구 이야기로 좁혀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예상 밖의 계곡을 넘어가고 낯선 지형을 탐험할 것이다. 물론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로제타석으로부터 너무 멀리 가지는 않겠지만, 성체자에만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고분으로 뛰어드는 젠체하는 고고학자 이야기, 단어를 문자로 기록하는 사상 최초의 시도에 대한 일별, 죽음이나 망각과의 싸움 같은 큰 주제를 넘나들 것이다. 로제타석은 딱딱한 돌덩이로 만들어진 창(窓)이다. 그 창을 통해 보면 추적과 해독이라는 것의 핵심에 관해서뿐만이 아니라 언어의 본질과 역사의 뒤안길과 인류 문화의 진화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 4장 〈기록이라는 것의 의미〉에서

이 책의 핵심은 다음 질문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사용되지 않은 문자로 기록된 글이 발견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그것을 읽기 위해 어떤 어려움들을 맞닥뜨리며,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지은이는 로제타석의 성체자를 해독해가는 과정과 난관마다, 관련된 풍부한 사례와 예시를 곁들여 그 의미를 풀어낸다. 즉 두 천재가 겪고 극복해낸 상황 또한 이러한 인문학적 이야기의 실증적 사례인 셈이다. 이를테면 기록이라는 것의 의미(4장), 문자 해독과 암호 해독의 차이(5장), 옛 언어를 해독하려 할 때 맞닥뜨리는 문제들(10장), 생소한 언어를 옮겨 적는 어려움(20장), 글쓰기의 기원(21장), 소리와 의미를 표현하는 방식으로서의 언어에 관한 고찰(26~27장) 등 역사적·언어적·인문학적 화두가 물샐틈없이 등장해, 매우 풍성하고 다채로운 지적 경험을 누릴 수 있다.

“문화와 역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샹폴리옹이나 영 같은 문자 해독자들의 작업과, 블레츨리파크의 추적자들 같은 암호 해독자들의 작업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다. 전시에 암호 해독자들은 해결해야 할 명확한 문제가 있었다. 그들의 임무는 시계가 째깍거리고 세계가 불타는 가운데서 거대한 루빅큐브를 푸는 것과 비슷했다. 반면에 문자 해독에 대한 도전은 서기 700년의 실크로드나 서기전 2600년의 이집트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일과 비슷하다.” - 5장 〈아주 가깝고도 아주 먼〉에서

광막한 미지의 사막을 헤쳐 나가는
해독자들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앞서 언급했듯 이집트 성체자를 읽기 위한 첫 단추는 ‘신비한 의미를 품은 고귀한 문자’라는 단단한 선입견을 깨부수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성체자의 낱글자 가운데 어떤 것은 소리를 표현하는 것이었지만, 또 어떤 것은 의미만 표현하는 것이기도 했다. 즉 성체자는 혼합 문자 체계였다. 어떤 글자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대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상황을 끊임없이 맞닥뜨리고 헤쳐나가야 하는 해독자는 상반되는 자질을 동시에 지녀야만 한다. ‘놀라운 창조성의 도약을 이루는 재능’과 ‘고되고 자질구레한 일의 반복을 무한정 참아내는 끈기’가 그것이다.

“이상적인 해독자는 회계원의 영혼을 가진 베토벤, 또는 그 반대의 인물이다.” - 역사가 스티븐 부디안스키

유럽인들이 이러한 성체자의 독특함, 즉 의미와 소리를 섞어 나타내는 언어 체계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에는 아주 멀고 낯선 곳의 문자가 중요한 힌트를 제공했다. 바로 중국의 언어, 한자였다. 유럽 문자와 성체자의 관계가 현대 생물과 고대 화석의 그것과 같다면, 한자는 바로 살아 있는 화석이었다. 고대 중국 문명에서 생겨난 언어를 (물론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두 주인공들은 한자 연구자들이 발표하는 독법을 읽다가 문득 ‘유레카!’의 순간을 맞았다.

가독성을 높이는 직관적이고 깔끔한 번역

원서가 영미권 독자를 위한 책인 만큼 나오는 언어적 예시들이 주로 영어 어휘나 문장일 수밖에 없지만, 대개 아주 직관적이라 자연스럽게 한글/한국어의 경우로 변환되어 연상되고 이해된다. 이에는 .『실크로드 세계사』로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한 이재황 번역가의 깔끔한 번역도 크게 한몫한다. hieroglyphs와 demotic의 공식 번역어인 ‘신성문자’와 ‘민중문자’에 문제의식을 갖고 과감하게 ‘성체자(聖體字)’와 ‘속체자(俗體字)’라는 새로운 번역어를 제시한 것을 비롯해(〈옮긴이의 말〉 참조) 영어식 예시의 원문을 일부 수정하거나 추가 해설로 보충하는 등 한국어판 독자가 최대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애썼다. 아무쪼록 이 한국어판을 읽는 독자들이 거리낌없이 이 지적인 향연을 즐기기 바란다.

종이책 회원 리뷰 (14건)

구매 호기심, 지식, 위트, 그리고 멋진 번역이 만났을 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류 | 2023.04.16

책의 제목은 <신의 기록(The Writing of Gods)>. 하지만 내용은 표지 구석에 조그맣게 쓰인 "로제타석 해독에 도전한 천재들의 분투기"에 더 부합한다. 책의 주인공은 로제타석의 내용이 아니라 잊힌 고대 이집트 성체자 해석을 위해 삶을 불태운 두 천재, 토마스영과 장프랑수아 샹폴리옹이다. 영이 타고난 천재성으로 성체자(그림 문자) 해석의 큰 그림을 그렸다면 샹폴리옹은 이집트 문화와 콥트어 지식, 그리고 불굴의 성실함으로 성체자 해석을 완성시켰다. 두 학자는 동시대를 살면서 경쟁하고 질투했지만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미쳤고, 같은 꿈을 향해 질주했다. 

 

이집트 성체자는 동물과 식물, 알 수 없는 기호들로 가득 찬 일종의 상형문자이다. 로제타석이 발견되기 전까지 누구도 그 뜻을 알 수 없었고, 당연히 발음할 수도 없었다. 성체자는 2천 년 이상 죽은 문자였다. 로제타석에 성체자, 속체자(성체자의 간체자), 그리스문자가 함께 기록돼 있었기에 많은 학자들이 해석에 달려들었고 결국 고대 이집트의 면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언어 해석에서도 그랬듯이 성체자 해석의 시작은 왕의 이름이었다. 샹폴리옹은 타원형 카르투슈 속의 문자가 프톨레마이오스, 클레오파트라, 람세스, 토트메스의 표기임을 밝혀냈고, 여기서 P, T, MS, S 등을 찾아냈다. 더 나아가 성체자가 의미뿐만 아니라 발음까지 표시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과거에는 성체자 자체가 시각적으로 너무 강렬해서 발음으로 연결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샹폴리옹은 마침내 성체자 전체를 해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예를 들어 태양과 오리가 그려진 성체자는 "태양의 아들"을 뜻한다. 여기서 오리는 아들과 발음이 같다. 고대 이집트 필기공들은 "아들"을 "오리"로 그린 게 아니라 "오리"의 발음만 가져다 썼다. 성체자는 그림이면서 부호이고, 발음 표기였다. 샹폴리옹에게 콥트어(콥트어 자체도 이미 죽어가는 언어이다.) 지식이 없었다면 성체자 해석은 정말 요원한 일이었다.

 

성체자는 매우 어렵다. 많은 그림문자를 알아야 했고, 그 문자가 의미로 쓰인 것인지, 발음으로 쓰인 것인지 알아야 했다. 중간중간에 보이는 결정자도 가려 읽어야 했다. 보기에 아름답지만 복잡하고 난해한 이 문자는 전문화된 특정 직업군이 아니면 배울 수도 없었다. 성체자는 결국 고대 이집트의 지배층에게만 허용된 특권이었다. 그 탓에 고대 이집트의 통치체제가 무너졌을 때 고대 이집트의 언어와 문자도 동시에 무너져버렸다. 나폴레옹의 (실속 없었던) 이집트 원정, 영의 천재성, 샹폴리옹의 성실함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이집트 곳곳의 신전, 석상, 스핑크스의 주인들이 누구인지 모른 체 지나치고 있을 것이다. 

 

작가 에드워드 돌닉은 과학 전문기자이다. 이 책 한 권을 위해 수많은 자료와 저작과 학자들을 만났다. 저자가 전해주는 정보의 양과 수준도 놀랍지만 문장 곳곳에 넘치는 위트와 유머는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학자와 기자의 글쓰기 스타일이 이렇게 다르다. 옮긴이 이재황은 자칫 재번역(성체자-영어-한글)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책을 멋지게 재탄생시켰다. 그는 아마 예시문의 상당수를 다시 썼을 것이다. 그래서 <신의 기록>은 호기심 넘치는 주제와, 위트 넘치는 서술, 물 흐르는 듯한 번역이 좋은 책의 출발임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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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E****r | 2023.03.20

에드워드 돌닉의 '신의 기록' 리뷰입니다. 로제타석에 관해서는 여러 역사책에서 읽어본 적이 있었으나, 일대기를 자세히 다룬 책은 처음 본터라 굉장히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로제타석에 적힌 문자를 해독하고자 하는 학자들의 탐구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서술되어 있어 지루함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원서가 영어로 쓰였다보니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들도 있었는데, 보충 설명이 꼼꼼하게 되어있어 이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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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골드 다**로 | 2023.03.10
로제타석 해독에 관한 연대기를 깔끔한 기둥 줄거리 삼아 군데군데 상세한 역사적 지식과 해설을 곁들인 아주 흥미롭고도 재밌는 인문학 강의였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깟 고대 성체자에 왜 인생을 걸면서까지 집착하는 걸까?
그러나 그것은 인류가 문명을 닦는 데 있어서 시원을 찾는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욕망이자 희망이리라. 그 반대인 미래를 향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와 마찬가지일 것이고.
천년 이상 쓰이지도 말해지지 않은 그림문자를 해독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생 참 짧다는 걸 새삼 느끼고 말았다.
우리 각자는 다음 세대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바통을 넘기는 것에서 삶의 목적을 찾을 수도 있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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