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저
효기심 저
썬킴 저
오무라 오지로 저/송경원 역
오미야 오사무 저/김정환 역
송경모 저
책의 제목은 <신의 기록(The Writing of Gods)>. 하지만 내용은 표지 구석에 조그맣게 쓰인 "로제타석 해독에 도전한 천재들의 분투기"에 더 부합한다. 책의 주인공은 로제타석의 내용이 아니라 잊힌 고대 이집트 성체자 해석을 위해 삶을 불태운 두 천재, 토마스영과 장프랑수아 샹폴리옹이다. 영이 타고난 천재성으로 성체자(그림 문자) 해석의 큰 그림을 그렸다면 샹폴리옹은 이집트 문화와 콥트어 지식, 그리고 불굴의 성실함으로 성체자 해석을 완성시켰다. 두 학자는 동시대를 살면서 경쟁하고 질투했지만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미쳤고, 같은 꿈을 향해 질주했다.
이집트 성체자는 동물과 식물, 알 수 없는 기호들로 가득 찬 일종의 상형문자이다. 로제타석이 발견되기 전까지 누구도 그 뜻을 알 수 없었고, 당연히 발음할 수도 없었다. 성체자는 2천 년 이상 죽은 문자였다. 로제타석에 성체자, 속체자(성체자의 간체자), 그리스문자가 함께 기록돼 있었기에 많은 학자들이 해석에 달려들었고 결국 고대 이집트의 면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언어 해석에서도 그랬듯이 성체자 해석의 시작은 왕의 이름이었다. 샹폴리옹은 타원형 카르투슈 속의 문자가 프톨레마이오스, 클레오파트라, 람세스, 토트메스의 표기임을 밝혀냈고, 여기서 P, T, MS, S 등을 찾아냈다. 더 나아가 성체자가 의미뿐만 아니라 발음까지 표시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과거에는 성체자 자체가 시각적으로 너무 강렬해서 발음으로 연결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샹폴리옹은 마침내 성체자 전체를 해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예를 들어 태양과 오리가 그려진 성체자는 "태양의 아들"을 뜻한다. 여기서 오리는 아들과 발음이 같다. 고대 이집트 필기공들은 "아들"을 "오리"로 그린 게 아니라 "오리"의 발음만 가져다 썼다. 성체자는 그림이면서 부호이고, 발음 표기였다. 샹폴리옹에게 콥트어(콥트어 자체도 이미 죽어가는 언어이다.) 지식이 없었다면 성체자 해석은 정말 요원한 일이었다.
성체자는 매우 어렵다. 많은 그림문자를 알아야 했고, 그 문자가 의미로 쓰인 것인지, 발음으로 쓰인 것인지 알아야 했다. 중간중간에 보이는 결정자도 가려 읽어야 했다. 보기에 아름답지만 복잡하고 난해한 이 문자는 전문화된 특정 직업군이 아니면 배울 수도 없었다. 성체자는 결국 고대 이집트의 지배층에게만 허용된 특권이었다. 그 탓에 고대 이집트의 통치체제가 무너졌을 때 고대 이집트의 언어와 문자도 동시에 무너져버렸다. 나폴레옹의 (실속 없었던) 이집트 원정, 영의 천재성, 샹폴리옹의 성실함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이집트 곳곳의 신전, 석상, 스핑크스의 주인들이 누구인지 모른 체 지나치고 있을 것이다.
작가 에드워드 돌닉은 과학 전문기자이다. 이 책 한 권을 위해 수많은 자료와 저작과 학자들을 만났다. 저자가 전해주는 정보의 양과 수준도 놀랍지만 문장 곳곳에 넘치는 위트와 유머는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학자와 기자의 글쓰기 스타일이 이렇게 다르다. 옮긴이 이재황은 자칫 재번역(성체자-영어-한글)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책을 멋지게 재탄생시켰다. 그는 아마 예시문의 상당수를 다시 썼을 것이다. 그래서 <신의 기록>은 호기심 넘치는 주제와, 위트 넘치는 서술, 물 흐르는 듯한 번역이 좋은 책의 출발임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에드워드 돌닉의 '신의 기록' 리뷰입니다. 로제타석에 관해서는 여러 역사책에서 읽어본 적이 있었으나, 일대기를 자세히 다룬 책은 처음 본터라 굉장히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로제타석에 적힌 문자를 해독하고자 하는 학자들의 탐구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서술되어 있어 지루함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원서가 영어로 쓰였다보니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들도 있었는데, 보충 설명이 꼼꼼하게 되어있어 이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