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릭스 코브 저/정지인 역
유시민 저
레이첼 카슨 저/김은령 역/홍욱희 감수
안데르스 한센 저/김아영 역
김정선 저 저
제임스 팰런 저/김미선 역
기원전 5세기 아테네부터 2020년 밀라노 두오모 성당까지,
돌·물·피·돈·불·발·꿈 7개 코드로 유럽 도시의 역사를 읽다! 이 책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유럽 도시의 현재와 과거를 들여다본다. 돌·물·피·돈·불·발·꿈 7개 코드를 따라 여행하다가 유럽 역사 속 한 시대 한 공간에 독자를 데려다놓는다. 상징적인 하나의 공간에서 출발해 도시 전체의 역사를 살핀다. 오래된 유럽 도시가 감춰놓은 과거 도시의 기억이 영문학자인 저자를 통해 한 편 한 편 완결성을 갖추며 7코드 7갈래로 이루어진 49가지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유럽 도시의 현재 모습을 담은 아름다운 사진과 과거 역사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담긴 도판이 독자의 눈을 맑게 한다. 독자들은 「코드1 돌」에서 라벤나 산비탈레 교회의 반짝이는 모자이크를 보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코드3 피」에서 아름답게만 생각했던 부다페스트 광장 한복판에 고여 있는 탱크에 맞선 군중들이 피를 떠올리고, 「코드5 불」에서는 드레스덴 폭격의 참혹한 현장을 살펴보며, 「코드6 발」에서는 지금도 바르셀로나의 중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바리 고틱을 걷는다. 코로나 19로 발이 묶여버린 지금,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수치와 영광,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는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언젠가 반갑게 재회할 순간을 즐겁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유럽의 도시를 소개하고 있지만 여행기가 아니다. 하나의 장이 한 도시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여행기가 아닌 이 책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돌, 물, 피, 돈, 불, 발, 꿈’이라는 7개의 주제, 혹은 소재를 두고 장을 구성하고 있고, 그 장에는 여러 도시가 섞여 있다. 시대도 어떤 일관성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곳으로 가면 무엇을 볼 수 있고, 무엇이 좋고, 무엇을 먹으면 좋다는 식의 여행 안내서는 아니다. 대신 도시에서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가를 보다 보편적으로 알려준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이 책은 더욱 좋은 여행 안내서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식이다.
‘피’를 다룬 3장은 기원전 5세기의 아테네, 1세기 로마의 콜로세움, 18-19세기 파리의 콩코르드광장과 런던 스미스필드 축산시장, 12세와 18-19세기의 프라하 유태인 묘지, 19-20세기 부다페스트 벰 광장이 그 풍경들을 이루고 있다. ‘피’라는 소재를 통해 유럽의 도시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심란하고도 처절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 도시를 종적인 역사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한 주제를 통해 횡적으로 연결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시간만 된다면 이렇게 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 도시를 둘러보고 공부해도 좋겠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7개의 코드와 관련해서 좀 비대칭적인 것은 사실이다. ‘물’이니‘ ’돈‘과 같은 코드와 관련해서는 떠오르는 도시들이 있다. 그리고 나의 어줍잖은 예측이 거의 70, 80퍼센트 정도는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종잡을 수 없었던 것은 ’불‘이니, ’발‘이니 하는 코드다. 순교자 후스의 도시 프라하, 사보나롤라가 화형당한 15세기의 피렌체 같은 경우는 ’불‘의 이미지가 선명하고, 드레스덴의 참혹한 폭격도 그럴듯해보인다. 그런데 돈 조반니가 처음 공연된 프라하의 극장, 프랑스에서 초기 기차역이 생긴 파리 생라자르역은 불과 좀 멀리 떨어진 느낌이고, 이탈리아의 음식을 다룬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신선하다. 도시를 인문학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라 생각하면 도전적이면서도 배울 게 많은 시도다.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도 상당히 달라질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저자의 성격이랄까, 지향점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진보의 ‘야만성’이라든가, ‘혁명’이 뿌려댄 ‘피’ 같은 것에 관한 반복적인 언급은 그가 무엇을 혐오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가 교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은 유럽의 도시가 종교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 서술의 방식을 보면 그가 무엇을 중시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실제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읽었다).
불편하면서도 의미 있는 책. 좀 난감하다.
미국의 대도시들이 현대성을 상징한다면 유럽의 도시는 전통성이 혼재된 느낌이다. 덕분에
수많은 도시들이 관광이라는 부가수익을 통해 도시의 우월성을 자랑하기도 하고, 뒤처진
발전성을 숨기기도 한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각 도시들의 방문을 통해 유럽의 역사,
문화, 예술, 사상 등을 현지에서 느끼고 체험하면서 정리한 내용을 7개의 공통 요소로 묶어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첫번 째 요소는 각종 건축물을 구성하는 '돌'이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현대 건축물
과는 역사와 전통이 석조 건물 속에 녹여져 있다. 두번 째 요소는 도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물'이다. 베네치아는 바다, 물을 통해 중세 이후 중심 도시로 발전하기도
했으며 각 도시의 생활의 질을 결정해 주었다. 세번 째 요소는 도시의 역사와 함께 흐르고
있는 '피'이다. 자유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도시민들은 피를 흘리기도 했고, 분노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피를 원하기도 했다. 네번 째 요소는 도시의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돈'의
흐름이다. 한때는 도시 혹은 도시민의 죄악도 돈으로 씻어낼 수 있었으며, 도시의 규모나
생존도 돈의 흐름 속에 이루어져 있다. 다섯번 째 요소는 물과 달리 도시의 어려움을 담당
하고 있는 '불'이다. 불 역시 도시민의 생존과 연결되지만 탄생보다는 죽은과 연관된다.
여섯번 째 요소는 도시 내부를 연결하고 각 도시를 이어주는 '발'과 길의 흔적이다. 현대
도시와 달리 유럽의 도시에서의 발걸음은 느려질 수 밖에 없으며 당시의 생활을 느끼며
방문자들은 관광객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 요소는 도시에서 사는 거주민들이 꾸던 '꿈'의
이미지다. 어떤 시민은 혁명가가 되어 도시를 바꾸고자 했고, 어떤 이상가가 되어 도시를
아름다운 꿈의 선택지로 바꾸고자 벽화나 조각을 이용하기도 했다.
우리도 유럽 못지않은 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각 도시들의 특징을 잘 잡아내어
대한민국의 도시를 알리고,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정의를 물려 보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어려운 시국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여행이라 더 이런 책들이 끌리나봅니다. 유럽 도시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7개의 코드별로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분류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접근도 꽤 흥미로웠어요. 코드들은 돌, 물, 피, 돈, 불, 발, 꿈 등이고 그에 따라 49개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처음 생각했던 도시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고 분량이 아쉽지만 흥미진진하게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