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저
이미예 저
김소연 저
문미순 저
김민철 저
박완서 저
이 책은 장르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의 주도로 기획되었으며, 밀리의 서재에서 연재된 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테마가 좋기도 하고, 서미애, 민지형, 전혜진, 박서련, 심너울 등 참여한 작가들이 워낙 유명한 분들이라서(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이기도 하고) 밀리의 서재에서 선공개 되었을 때 읽고 단행본도 구입했다. 단행본에는 작가 후기가 실려 있는데, 이 작가 후기를 읽어보는 게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으니 단행본도 꼭 구입해서 읽어보시길.
[ 모던테일 ]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한 다섯가지의 단편소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모티브로 한
《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 - 서미애
→ p. 24
“아빠가 엄마 잡아먹었어?”
“뭐?”
“<해님 달님>. 호랑이가 엄마 잡아먹잖아. 그리고 아이들도 잡아먹으려고 집에 왔어.”
→ p. 34
“왜 내려왔어? 꼼짝 말고 있으라니까.”
“엄마가 맨날 그랬잖아. 힘든 일 있으면 서로 도와주라고.”
“엄마가?”
상민은 가슴이 저렸다. 자신도 하지 못한 일을 양희는 거침없이, 두려움 없이 해냈다. 무엇이 양희을 이렇게 강하게 만들었을까? 상민은 눈물이 날 것 같아 얼른 양희를 안았다.
“고마워. 고마워, 양희야.”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한
《 신데렐라 프로젝트 》 - 민지형
→ 작가의말 中 p. 236
닭의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의 오랜 유행과 더불어 우리는 미모와 성품을 갖춘 여성이 부와 명예를 가진 남성에게 선택받는 구도에 익숙하다.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낀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공기에 늘 숨이 막히는 페미니스트로서, 나는 늘 그놈위 ‘신데렐라 스토리’에 큰 불만을 가져 왔다. 그 대단한 유명세만큼, 어쩌면 전 세계 여성들에게 미친 악영향이 너무나 큰 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숙영낭자전’을 모티브로 한
《 수경-나선 미궁 속의 여자들 》 - 전혜진
→ 개인적으로 《 수경-나선 미궁 속의 여자들 》은 마지막 페이지의 작가의말까지 읽고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원작인 <숙영낭자전>을 읽어보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이해를 못 한 것일 수도 있고.
→ 작가의말 中 p. 240
어쨌든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식의 주제 파악을 못 한 부모, 게으르고 이기적이다 못해 과거를 보러 가다가도 자신의 욕망을 참지 못하고 몰래 집에 돌아와 숙영 낭자의 침소에 들어간 선군, 자신은 차지할 수 없는 정실의 자리를 차지한 숙영을 질투한 나머지 죽이려 하는 매월까지, 대책 없는 인간들에게 잘못 휘말려 한 여자가 인생을 망치다 끝내 목숨을 잃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당나귀 가죽’을 모티브로 한
《 천사는 라이더 자켓을 입는다 》 - 박서련
→ p. 186
이 옷의 안팎을 뒤집어 입고 어떤 남자를 죽였겠지. 일을 마치고 자리를 뜰 때는 다시 뒤집어 입으면서 온화하지만 강단 있는 인상의 대기업 임원으로 돌아왔겠지. 그러니까 이 옷의 리버시블 디자인은 언니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분 단위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에도 어느 정도 쓰임새가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안팎이 뒤집힐 때 살인자의 자아가 자신으로부터 분리되도록 하는 데에 집중하면서, 언니가 직접 만들었을, 리버시블 라이더 재킷.
→ p. 187
내가 언니의 옷을 벗겨 줄게. 다시는 입을 일 없는 옷으로 만들어줄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모티브로 한
《 나의 퍼리 대통령님 》 - 심너울
→ p. 227
“아니 네가 틀렸어.”
“왜? 이건 네 마음에 맞는 증거 아니니? 대통령은 그런 사람 절대 아니라고 잡아뗐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또 대통령 말이 맞다는거야? 진실 따위가 아니라 그냥 네가 보고 싶은 세상만 보겠다는 거니?”
" 옛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현대판 미스터리 "
서미애, 민지형, 전혜진, 박서련, 심너울의 <모던 테일 >을 읽고
" 고전 동화와 미스터리를 멋진 결합!"
-옛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된 5인 작가의 미스터리물-
어린 시절에 읽은 옛날 이야기는 우리에게 아련한 어린 시절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우리 곁에 남아서 우리 아이들에게 옛날 옛적에~하면서 옛날 이야기를 전해준다. 많은 책들이 새롭게 출간되고 사라져버리는 요즘, 오랜 세월 지금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남은 것은 단연 고전 동화일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야기들이기에 많은 작가 고전동화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창의력과 개성을 가미하여 새로운 버전의 옛 이야기들을 구성하였다.
이 책 『모던 테일』은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테마를 주제로 한 서미애, 민지형, 전혜진, 박서련, 심너울 작가들이 모여서 고전동화 새롭게 창작하여 현대판 미스터리물을 만들었다. 이 다섯 작품들은 스릴러, 미스터리, SF, 로맨스 장르들이 고전작품들과 결합하여 원작과 다른 흥미롭고 창조적인 이야기들로 재탄생되었다. 다섯 명의 작가진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신데렐라」, 「숙영낭자전」, 「당나귀 가죽」,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어떻게 재탄생시켰는지를 이 책 『모던 테일』에서 확인하는 재미를 만끽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서미애 작가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는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바탕으로 지어진 현대판 미스터리물이다. 원작에서는 엄마를 잡아먹고 오누이를 잡아먹으려고 찾아온 호랑이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는 가정폭력을 일으키는 한 가족의 가장이 호랑이 역할을 담당하여 아내를 구타하고 급기야는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한 가정에서 행해지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문제를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결부시킨 점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원작에 사회문제를 접목해서 사회고발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킨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들이 긴장감 넘치게 전개되면서 아이들이 무사히 살아남았음에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인 민지형 작가의 『신데렐라 프로젝트』는 동화 『신레델라』를 바탕으로 지어진 현대판 미스터리물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는 원작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원작인 왕자의 선택을 받아 왕비가 된 신데렐라 이야기와는 정반대로 인턴으로 입사한 전무 딸의 간택을 받아 승진이나 신분상승을 하려고 경쟁하는 남자 팀장들이 등장한다. 이른바 '역신데렐라'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대기업의 인사 본부 팀장인 성훈은 공채 최종 심사를 받고자 인턴으로 들어온 6명을 관리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인턴들 중 한 명이 전무의 딸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성훈과 그의 동기들은 승진이나 신분상승을 위해 전무의 딸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한다. 인턴들이 정규직 채용을 위해 오히려 팀장들의 간택을 받으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반대로 팀장들이 그 전무의 딸인 인턴의 선택을 받으려고 서로 앞다투어 경쟁을 한다. 누가 전무의 딸일까 궁금해하면서 성훈을 비롯한 그의 동기들은 후보자로 지목받은 두 명의 인턴에게 잘 보이려 노력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소 무뚝뚝하고 올곧은 성격과 애교 없이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인턴인 신리라는 일찍감치 전무의 딸 후보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이 작품 속에는 놀라운 반전이 숨겨져 있고, 이 반전을 통해 직장내 성희롱이나 남녀차별, 인사에서 성차별 등 직장에서 커다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권욱: 원래 힘들 때 잘해 주면 그게 그렇게 고맙고 기억에 남는다매. 근데 금수저들 인생에 언제 힘든 시기가 있겠냐…. 이번이 유일한 찬스다…! 졸라 꼬셔 보자!
현성: 아 뭐야. 이권욱 너 여친 있잖아.
권욱: 지금 여친이 문제냐??? 와이프가 있어도 사내라면 도전해야지!!
준태: ㅋㅋㅋㅋ 인정. 아, 나 진짜 꼭 간택받고 싶다.
권욱: 그치 간택 맞지. 하 이거 완전 역신데렐라네.
현성: 왜 역이야? 이제 남녀평등 시대인 거 몰라? 남자도 신데렐라 될 수 있어!
-p.51 「신데렐라 프로젝트」 중에서
이 밖에도 「「숙영낭자전」, 「당나귀 가죽」,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접목하여 구성한 전혜진 작가의 『수경-나선 미궁 속의 여자들』, 박서련 작가의 『천사는 라이더 쟈켓을 입는다』, 심너울 작가의 『나의 퍼리 대통령님』 도 너무나 흥미로운 작품이다.
특히 각 이야기 속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푸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경-나선 미궁 속의 여자들』에서는 수경을 견제하는 희원과 수경을 돕는 예희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에 대해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좋을 듯 하다. 또한 『천사는 라이더 쟈켓을 입는다』에서 장년 남성 사망 사건이 정말로 연쇄 살인 사건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에서 박서련 작가는 신분을 감춰야 했던 공주를 그린 동화인 「당나귀 가죽」을 바탕으로 하여 꿈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여성들과 연결하였다.
『나의 퍼리 대통령님』에서는 대통령의 추문을 퍼뜨린 자는 누구이고 추문의 내용은 진실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을 끝까지 읽다보면 비로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명의 작가들은 고전동화를 모티브로 하여 그 속에 아동폭력, 젠더 갈등, 직장내 갑질 횡포 등 각종 사회문제들을 반영하였다.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고발 이야기라 그런지 나름 신선한 자극과 재미를 주었다. 앞으로도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한 참신하고 창조적인 이야기들이 재탄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으며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