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50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
지금 읽기에 좋을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생일을 챙기는게 오히려 멋쩍어졌달지..
그냥 잊고 지내는 게 더 좋다 생각을 하면서도
생각지 못하게 친구의 축하문제를 받으면 또 반가워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친구 생일이라 조용히 이 책을 선물 했습니다.
긴 호흡으로 책을 읽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어 책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지요
이 책은 토막토막 읽기에도 좋은 거 같아요
저도 그렇게 보고 있어요
은퇴이후의 삶 뿐 아니라. 40대인 우리들이 보기에도 좋은거 같습니다.
올해 3월 세바시 강연에서 김민식 저자를 처음 봤어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강연을 이끌어가신 분이라 저자가 궁금했어요. 찾아보니 MBC에서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한 PD더라고요. 2012년 노조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7년 동안 송출실로 좌천되면서 해마다 200여 권의 책을 읽고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을 올렸어요. 그때 쓴 글들을 모아 책도 출간하셨고 몇 권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어요. 공대 졸업, 제약회사 영업사원, SF소설 번역가, 스타 PD, 베스트셀러 작가, 100만 조회수의 유투버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저자. 그는 2020년 한겨레에 실린 글 한 편으로 세상의 뭇매를 맞고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SNS를 끊고, 10년간 매일 써온 블로그도 닫는 등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키면서 MBC도 퇴사해요. 오십이라는 나이, 실직, 대비하지 못한 노후 등으로 인한 불안과 외로움이 엄습했어요. 철저히 고독해지면서 2년 동안 책을 읽고 걸으며 혼자 묻고 답한 길 위의 기록으로 이 책을 썼어요.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철저하게 외로워져야 합니다. 어설프게 내 편을 모아 상황을 모면하려다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부를 수도 있어요. 섣불리 뭔가를 지키려다 더 소중한 것까지 잃을 수 있기에 미련 없이 내려놓았습니다. 조용히 물러나서 혼자 견뎌보자고, 외롭고 쓸쓸해도 말입니다." (P. 32)
그동안 이뤄놨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철저하게 외로워지겠다고 다짐한 저자. 그 외로움의 무게가 감히 짐작되지 않아요. 핑계 대고 사과하고 넘어가는 사람도 꽤 있기에 그럴 수도 있었을 텐데, 미련 없이 내려놓은 저자의 모습이 더 용기 있게 다가왔어요.
저자가 마흔에 예능 피디에서 드라마로 이직 신청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해요. 그래도 저자는 잘하는 일로 인정받아 버티는 것보다 깨지더라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해요.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환영받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가장 큰 복병은 주위 사람들이지요. 한 번 사는 인생, 내 인생은 내가 살지 남들이 대신 살아주지 않아요. 누가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해 봐야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걸 공부로 채우면서 나가지는 겁니다. 하고 싶은 걸 지속하려면 계속 배우며 도전해야 해요." (P. 82)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하면 나 자신부터 주위의 많은 사람이 만류하는 것 같아요. 왜 안정된 길을 놔두고 모험하려는 거냐고, 그 나이에 실패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나를 몰아세워요. 결국 그냥 현 상태에서 안주하는 삶을 살게 되고 재미없는 일상이라고 한탄해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나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남들의 시선에서 조금은 벗어나서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계속 배우며 도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이제 세상에 대해 위대한 저항을 시작해야 한다. 모두가 실시간성에 집착할 때, 한 박자 늦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해야 한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켜는 행위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끊임없이 접속하느라 분주한 것 같지만 실은 게으른 것이다. 적극적으로 세상을 탐색하는 것 같지만 실은 단 할 발짝도 세상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 나태다. 바쁨을 위한 바쁨일 뿐이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에 대한 무관심이야말로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다. 행복 천재들의 또 하나의 비밀 병기다." (P. 116)
많이 공감했어요. 뭘 하는지 모르게 바쁘게 살았던 것은 아니었나 싶어요. 필요 없는 것들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SNS를 시작하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거든요. 지금은 지쳐서 조금씩 간격을 두려고 하고 있는데 한 박자 늦는 사람이 되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가끔 강의하러 가서 상처받는다는 저자. 정신분석가인 이승욱 선생님도 <마음의 문법>이라는 책에서 대학교에 강의하러 갔다가 상처받은 일화를 적었어요. 2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강의에 관심 없는 모습을 보이며 '우리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무기력의 함성을 보냈다고 해요. 이승욱 선생님은 2년 후 같은 학교에서 축제 기간에 열리는 무료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요. 선생님은 요청을 수락하고 강의 주제를 '무기력'으로 잡고 강의했다고 해요.
"지난 12년간 여러분은 부모의 욕망을 위해 학교의 실적을 위해 교육제도의 실험 대상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써왔다. 많은 에너지를 타인을 위해 사용했을 뿐 제대로 돌려받지도 못했다. 그래서 우울하고 까닭 모를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기력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본능의 발로다. 그러니 여러분의 무기력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힘을 얻으려 하지도 말고 명사의 강연을 듣고 심기일전하려 하지도 말고 여행을 해서 충전하려 하지도 말고 자신의 무기력을 수용하라. 무기력이라는 증상은 착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자기 보전의 행위이다." (P. 137~138)
저자는 이 글을 읽고 그동안 자신이 진로특강에서 했던 강의가 부끄러웠다고 해요. 어떻게 책을 읽고 방송국 PD가 되었는지, 어떻게 영어책 한 권 외워서 동시통역사가 되었는지 신나게 이야기했다고 해요. 그런 말들이 학생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되었을 텐데 그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거죠. 아... 저도 저자처럼 생각하고 무기력을 없앨 방법만 생각했었어요. 나를 더 채질찍해서 이 무기력에서 벗어나야 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그런 것들이 쌓여 어느 순간 번아웃이 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냥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러는거구나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겠죠. 학생들의 무기력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학생들을 그렇게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저자의 강연을 들을 때 느껴졌던 밝은 에너지를 되찾기까지 저자가 감내해야 했던 외로움의 무게가 이 책에서 잘 느껴졌어요. 누구든 외로움의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댈 때가 있잖아요? 저도 결혼 전에 외로움을 많이 느꼈기에 이 제목이 더 눈에 띄었는지도 몰라요. 지금은 두 아들과 함께 분주하게 지내나 보니 외로울 틈이 없다고 느꼈는데, 가끔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더라고요. 외로울 때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자처럼 먼저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왜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해소되지 않은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등 충분히 질문하고 답을 거친 다음 한 발자국 내딛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외로움을 해소한답시고 사람을 만나고 내 주변을 쉬지 못하게 소음으로 채우면 어느 순간 더 깊은 외로움이 찾아오는 것 같거든요. 인생을 살다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어떤 때는 내 마음속 깊이, 어떤 때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것저것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감정들도 온전히 받아들여야 조금은 더 성숙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부정적 감정들을 그냥 밀어내기만 했었는데 조금은 시간을 내서 잘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수도권엔 폭우가 쏟아진다는데 제가 사는 남부지방엔 잔뜩 흐리기만했어요. 덕분에 프로야구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열렸는데 기세 좋게 6연승을 달리던 기아가 삼성 뷰캐넌의 공에 힘 한번 못쓰고 졌네요. 요럴땐 5회이전 폭우가 내려 노게임 선언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해요.
<<외로움 수업>>.
김민식, 생각정원, 2023년1월, 볼륨295쪽.
제가 좋아하는 작가분이세요. 나이도 비슷하고 책읽기랑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라 취향도 비슷하구요.
2020년11월10일 [한겨레]에 실은 컬럼으로 수많은 비난을 받으며, 24년 몸 담았던 MBC를 같은해 말일자로 명퇴를 하고 백수로 칩거합니다. 그후 약 2년간의 반성의 시간을 거쳐 올해 1월에 이 책으로 우리곁으로 다시 돌아오셨네요.
새로운 책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너무 반가웠고, 지난 5월22일엔 광주서구청에서 저자 초청강연 자리가 있어, 강의 듣고 친필사인이 담긴 책도 한 권 선물받았거든요. 기념사진도 같이 찍었구요.
책은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자의반타의반으로 백수가 되다보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생겼대요. 사고친게 있는데다 본인 스스로가 남들과 사교적이 아니다보니 혼자 있어야할 시간들이 너무 많았다고. 그래서 외로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고 이 시간들을 통해 자신과 삶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제게 마음으로 다가오는 두가지 큰 주제는 행복과 친구에 대한 내용이였답니다.
"행복은 그저 일상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 밥을 먹고,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사소함 속으로 더 깊이, 온전히 들어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최인철 교수님 말과(114쪽)
"이것이 인생이구나! 인생에서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예기치 않은 일이 뒤통수를 친다. 삶은 그냥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고 잠깐씩 행복한 거로구나"(291쪽)라는 구절이 행복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상식을 부숴 버립니다.
"'절친'은 '자신이 선택한 가족'이다"(205쪽)
"인생을 되돌아 볼 때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볼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210쪽)
"결국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에 집중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193쪽)는 말에서 친구나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답니다.
늘 유쾌하시고 유머코드가 넘치는 작가님.
책 중간에 영화 [칠곡가시나]들에 등장하는 박금분 할머님의 시 [화투] 일부가 실려있는데, 전 읽으면서 포복졸도하는줄 알았답니다.
"고맙다 화투야
오백원만 있으마 하루 종일 즐겁다.
내가 영감보다 낫다."
화투가 남편보다 낫다니. 이런 소리 안들을려면 와이프한테 평소에 잘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져봅니다 ㅎㅎ
다독가인 작가님 책을 읽으면서 책에 인용된 읽어보고싶은 여러권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인용된 책들이 너무 많아, 호기심에 엑셀로 제가 정리를 해보니 약 59권 정도 되더군요(맨 마지막 사진 참고). 제가 이걸 정리하다니 정말 시간이 많았던거죠.ㅠㅠ
이중 김재환 감독님의 [오지게 재밌는 나이듦]과
최성연님의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는 꼭 읽어보려구요.
이렇게 다른 사람의 책을 읽고, 필요한 부분을 인용하고 연결해 책 한 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도 잘하면 책을 쓰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답니다.
이 책에 나와있진 않는데, 작가님의 블로그를 보다보니 전MBC 아나운서였다 독립서점을 운영하시는 김소영님의 에세이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를 읽고 독후기록을 남기신게 있던데, 여기에도 '외로움'에 대한 정의가 있더군요.
"외로움이란 주변에 사람이 없는 데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내가 고민하는 문제를 어느 누구에게든 편하게 털어놓고 말할 수 없는 데서 생겨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구요.
김작가님은 글 말미에 외로움이 찾아오면 반갑다고 하겠답니다. 외로움이 찾아온 지금이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온거라 이야기하면서요.
외로우신가요? 그럼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시길.
올해61번째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