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분야 전체
크레마클럽 허브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저/한정아 | 북로드 | 2021년 11월 12일 한줄평 총점 2.0 (8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81건)
  •  eBook 리뷰 (0건)
  •  한줄평 (2건)
분야
소설 > 영미소설
파일정보
EPUB(DRM) 53.20MB
지원기기
iOS Android PC Mac E-INK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이 상품의 태그

카드뉴스로 보는 책

책 소개

“얼마 전까지 나는 그냥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탐정이자… 찻집 종업원이다.”
인도 빈민가에서 잇따르는 아동 실종 사건, 어린이 탐정단이 수사에 나서다!
2021 에드거 상 수상작

인도 빈민가에서 잇따르는 아동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어린이 탐정단의 이야기를 그린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인도 출신 영국 작가인 디파 아나파라의 데뷔작으로, 뭄바이와 델리 등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던 당시의 경험과 인도에서 나고 자란 기억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디파 아나파라는 집필 중이던 이 작품의 앞부분만으로 브리드포트 페기채프먼-앤드루스 상과 루시케번디시 소설상, 데버라로저스 재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장편으로 완성한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이 2021년 에드거 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을 아우르는 영미 문단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빈민가에 사는 아홉 살 소년 자이는 공부보다 [경찰 순찰대]나 [범죄의 도시] 같은 텔레비전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이다. 자이는 오랜 수사극 시청으로 다져졌다고 믿는 자신의 추리력을 빈민가 아동 연속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데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늘 서로 투덕거리는 단짝 친구인 파리, 파이즈와 의기투합하여 탐정단을 꾸린다. 자이 탐정단, 일명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탄생이다. 자이는 실종 아동의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을 통해 탐문하는 것은 물론, 수사를 위해 값비싼 보라선 전철을 타려고 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여러모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실종된 아이들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들이 외면하는 동안 아이들은 계속해서 실종되고, 어느덧 위험은 자이와 친구들에게까지 닥쳐오는데……. 보라선 정령 순찰대는 과연 텔레비전 드라마 속 ‘경찰 순찰대’처럼 사건을 멋지게 해결할 수 있을까?

목차

하나
이 이야기가 네 생명을 구할 거야
나는 물구나무서서 우리 집을 바라보며…
우리 학교는 꼭대기에 가시철조망이 있는…
나는 범죄자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하며…
바하두르
오늘 밤이 이 동네에서 지내는 마지막 밤이야…
탐정으로서 우리의 첫 번째 업무는…
어두워지려면 아직 시간이 꽤 남아서…
옴비르
파리와 내가 이런 이야기는 안 하지만…
어린이 복지 협회에서 나와 기차역으로 돌아가보니…

이 이야기가 네 생명을 구할 거야
3주 전에 나는 그냥 학생이었지만…
루누 누나와 내가 숙제를 하고 있을 때…
다음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와보니…
안찰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줄을 서서…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지만…
루누 누나는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찬드니
힌디사마지 당의 시위는 오래전에 끝났지만…
크리스마스는 우리 동네의 무서운 악마가…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고…
우리가 이 동네를 떠나야 하는지…
샨티 아줌마가 우리의 일요일을 책임질 대장이지만…
카비르와 카디파

이 이야기가 네 생명을 구할 거야이 거야
새해의 학교는 작년의 학교와…
다음 날 아침 우리가 경찰서에 가보니…
루누
스모그를 젖히고 새벽 동이 트자마자…
쓰레기장은 바스락거리는…
겨울 내내 스모그가 우리 동네 색깔을…
오늘은 루누 누나가…
작가의 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2명)

저 : 디파 아나파라 (Deepa Anappara)
인도 남부 케랄라에서 태어난 디파 아나파라는 11년 동안 뭄바이와 델리를 비롯한 인도의 여러 도시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가난과 종교적 폭력이 어린이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친 심층 보도로 아시아 개발도상국 저널리즘 상, ‘모든 인간의 권리’ 미디어 상, 산스크리트프라바두트 저널리즘 펠로십을 수상했다. 영국 이주 후 기자 시절의 경험과 인도에서 나고 자란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첫 소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앞부분만으로 브리드포트 페기채프먼-앤드루스 상과 루시케번디시 소설상, 데버라로저스 재단 문학상을 수상하며 영미 문학계에 초신성의 출현을... 인도 남부 케랄라에서 태어난 디파 아나파라는 11년 동안 뭄바이와 델리를 비롯한 인도의 여러 도시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가난과 종교적 폭력이 어린이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친 심층 보도로 아시아 개발도상국 저널리즘 상, ‘모든 인간의 권리’ 미디어 상, 산스크리트프라바두트 저널리즘 펠로십을 수상했다. 영국 이주 후 기자 시절의 경험과 인도에서 나고 자란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첫 소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앞부분만으로 브리드포트 페기채프먼-앤드루스 상과 루시케번디시 소설상, 데버라로저스 재단 문학상을 수상하며 영미 문학계에 초신성의 출현을 알렸다.

이후 장편소설로 완성된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타임], NPR(내셔널퍼블릭라디오) 등의 매체에 의해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여성문학상 최종 후보와 인도의 최고 권위 문학상인 JCB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2021년, 미국 추리 작가 클럽이 한 해 동안 출간된 가장 뛰어난 영미 미스터리소설에 수여하는 에드거 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와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다양한 수상과 후보 지명의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순문학과 장르문학이라는 장르의 경계는 물론이고 심도 있는 여러 주제 의식을 아우르는 풍성하고 밀도 높은 작품이다. 빈민가에서 벌어지는 어린이 실종 사건을 배경으로, 빈부격차와 성차별, 부정부패, 범죄 등 온갖 사회문제로 몸살을 앓는 인도 사회를 천진하면서도 명민한 아홉 살 어린이의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주는 이 소설은 현재 전 세계에 23개 언어로 번역, 출간 중이다.
(사진출처 ⓒ Liz Seabrook)
역 : 한정아
서강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국제어학원에서 재직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마이클 코넬리의 『블랙박스』, 『드롭: 위기의 남자』, 『다섯 번째 증인』, 『나인 드래곤』, 『혼돈의 도시』, 『클로저』, 『유골의 도시』, 『엔젤스 플라이트』, 『보이드 문』 등이 있으며, 그 밖에 『다음 사람을 죽여라』, 『헛된 기다림』, 『소피의 선택』, 『속죄』 등이 있다. 서강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국제어학원에서 재직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마이클 코넬리의 『블랙박스』, 『드롭: 위기의 남자』, 『다섯 번째 증인』, 『나인 드래곤』, 『혼돈의 도시』, 『클로저』, 『유골의 도시』, 『엔젤스 플라이트』, 『보이드 문』 등이 있으며, 그 밖에 『다음 사람을 죽여라』, 『헛된 기다림』, 『소피의 선택』, 『속죄』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 2021 에드거 상 수상작! ★

“얼마 전까지 나는 그냥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탐정이자… 찻집 종업원이다.”

인도 빈민가에서 잇따르는 아동 실종 사건, 어린이 탐정단이 수사에 나서다!

2020 여성문학상, JCB 상 최종 후보작
〈뉴욕타임스〉, 〈타임〉, 〈워싱턴포스트〉, NPR, 〈가디언〉 선정 ‘최고의 책’

“눈부시도록 찬란한 데뷔작.” _이언 매큐언

“못된 정령이 있다면 아이들의 영혼만 훔쳐 갈 거야.
아이들의 영혼이 가장 맛있으니까.”

보라선 열차의 종착지, 스모그 가득한 빈민가
사라진 친구를 쫓는 아이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나서다

공부에는 영 소질이 없는 아홉 살 소년 자이는 텔레비전 드라마 〈경찰 순찰대〉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아이다. 자이가 사는 곳은 쓰레기장과 높다란 장벽을 사이에 두고 신도시와 마주 보는 빈민가로, 한 줄기 빛도 통과시키지 않는 스모그 낀 하늘 아래 자그마한 양철 지붕 집들이 마구 뒤섞여 있는 곳이다. 그 집들 가운데 하나가 자이와 가족들의 보금자리다. 부패한 경찰들이 불도저를 끌고 와 지저분한 마을을 통째로 밀어버리겠다고 매일같이 을러대는 탓에 늘 금방 이사할 수 있게 짐을 꾸려놓고 살아야 하는 등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자이와 친구들에게 그곳은 친숙한 삶의 터전이자 떠난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마음의 고향이다. 마을 근처엔 힌두인과 무슬림들, 그리고 개들과 인력거로 북적이고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노점들로 빼곡한 재래시장인 ‘유령시장’도 있다. 자이는 자기 집 문간에서 뿌연 스모그와 시장에서 풍겨오는 냄새 너머로 신도시의 화려한 고층 건물들이 발하는 불빛을 볼 수 있지만, 보라선 전철의 최종착지인 빈민가의 소년에게 부자들의 도시는 아득히 멀리만 떨어져 있는 별세계일 뿐이다.
어느 날, 빈민가 아이들이 연달아 실종되기 시작한다. 자이는 드라마에서 배운 수사 기법과 아직은 증명된 적 없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로 마음먹는다. 곧바로 가장 친한 두 친구 파리와 파이즈를 조사원으로 고용해 탐정단을 출범한 자이. 자이는 학교에서 항상 성적 상위권을 차지하는 독설가 친구 파리나, 차별받는 무슬림이라는 점 때문에 약간의 피해 의식을 지니고 있지만 누구보다 따듯한 마음씨를 지닌 파리즈보다, 실은 자신이 더 똑똑하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졌다. 그래서 친구들을 ‘반강제로’ 조사원으로 삼는다. 누가 탐정을 할 것이고 누가 조사원을 할 것이냐를 놓고 잠시 다툼이 일기도 하지만, 친구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새 자이와 파리는 ‘홈스와 왓슨’ 역할을 각각 맡고 있고 파이즈도 파트타임 조사원으로서 두 사람을 돕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탐정단 ‘보라선 정령 순찰대’는 사라진 아이들의 행적을 쫓아 탐문하러 주변 사람들을 두루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중에는 보라선 전철을 타고 가야만 하는 곳도 있다.
빈민가의 아이들이 타기에는 값비싼 보라선 전철 푯값을 얻기 위해 엄마의 저금통에서 돈을 슬쩍할 정도로 탐정단의 수사는 매우 의욕적이다. 그 덕분에 자이는 엄마의 저금통에 돈을 채워 넣고자 시장의 찻집에서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일하기 싫어하는 자이의 속마음과는 별개로 찻집 종업원이라는 신분은 유령시장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그렇게 ‘잠입 수사’를 시작한 탐정단 아이들은 유령시장과 빈민가의 일상으로 파고들어 열정적인 수사 활극을 펼친다.
그러나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분투에도 사건의 실마리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빈민가의 아이들은 계속해서 실종된다. 마을 사람들은 혹여 자기 자녀들이 납치될까 봐 마음 졸이며 아이들을 단속하고, 이 일련의 실종 사건 배후에 무슬림들이 있다는 음모론마저 퍼진다. 그리고 위험은 마침내 자이의 주변에까지 검은 손길을 뻗친다.

※자이 탐정단 ‘보라선 정령 순찰대’ 소개
*자이: 아홉 살. 공부는 잘하지 못하지만 텔레비전 드라마 〈경찰 순찰대〉와 〈범죄의 도시〉의 열렬한 애청 경험에서 쌓은 탁월한 수사력으로 자이 탐정단, 일명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리더를 자처해 맡고 있다. 공부도 잘하고 제법 아는 것도 많지만 수사 능력에 있어서는 감히 자이에 비할 수 없는 파리를 조사원으로 삼고 있으며, 말 많고 바쁘기만 한 파이즈도 조수로 두었다.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지닌 자이지만 가족에게는 비밀로 한 채 시장의 찻집 종업원이라는, 탐정에 썩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는 건 전부 보라선 전철 때문이다. 사라진 학교 친구를 찾으려고 조사원 파리와 함께 보라선 열차에 타느라 엄마의 비상금을 몰래 훔친 탓이다. 하지만 찻집 종업원 일은 훌륭한 탐정의 일이기도 하다는 걸 도무지 부정하기 힘들다. 시장을 오가다 차 한잔하려고 들른 사람들만큼 중요한 정보원이 또 어디 있을까?
“나는 수사극 드라마 수백 편을 봤어.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낼 수 있는 건 나뿐이야.”

*파리: 자이의 학교 친구이자,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일원. 스스로를 셜록 홈스라고 칭하는 자이가 파이즈에게 강제로 ‘왓슨’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려다 실패했던 것처럼, 파리도 자신이 의도하여 조사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실은 자이가 파이즈에게 먼저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꽤 열심이고 꽤 진지하다. 언제나 성적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늘 도서관 책을 끼고 살면서 모르는 게 없는 지적인 소녀로서, 자이와 파이즈의 단점인 현저한 지식 부족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을 너무 자주 무시해서 팀워크를 해칠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상처를 보듬고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면이 있어 의지가 되는 당찬 친구다.
“잘 들어, 자이. 우린 오늘 수업 빼먹고 보라선 열차를 탈 거야. 이건 절호의 기회야.”

*파이즈: 자이의 학교 친구. 파리와는 만나기만 하면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처럼 싸워댄다. 향기 나는 비누를 사려고 돈을 버느라 자이와 파리 두 사람과 행동을 같이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어서, 조사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자이의 제안을 거절하고 단순 조수 역할에 머물고 있다. 무슬림으로서 차별을 받아온 터라 힌두인들을 못마땅해할 때가 있고 가끔 예민해지기도 하지만, 선한 심성만은 버리지 못한다.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행동대장 격이며, ‘정령’에 대한 많은 지식으로 자이를 유혹해 탐정단의 수사를 초자연적인 방향으로 자꾸만 빠지게 해서 이성적인 파리의 불만을 자주 사는 편이다.
“정령들은 어두운 곳을 좋아하니까, 지하의 빈 동굴에서 쩝쩝거리며 애들을 잡아먹겠지.”

사라진 아이들은 납치된 걸까?
아니면 정말로 정령이 데려간 걸까?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이 탐정단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세 아이, 즉 자이와 파리, 파이즈만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들과 더불어 사라진 아이들 모두다. 사라진 아이들은 저마다 사정을 지니고 있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에게 맞는 말더듬이 아이, 댄서가 되고 싶지만 집안 사정으로 시도조차 못한 채 일찌감치 생활 전선으로 뛰어든 아이, 부모 대신 연장자가 어린 동생들을 육아해야만 하는 가정의 아이, 남자 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아이, 현실에서 소외되어 게임에 빠진 아이와 그 아이를 돌봐야 하는 어린 누나,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미래를 꿈꿀 수조차 없는 아이가 바로 그들이다. 아이들은 부조리한 일들과 무책임한 어른들로 가득한 비루한 일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삶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한다. 사라진 아이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인도 사회가 짊어진 문제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들이 품은 탈출의 바람은 곧 아이들의 실종 사건으로 이어진다. ‘상처 입은 아이들’과 ‘실종된 아이들’은 동의어가 된다. 아이들이 사라진 뒤에야 어른들은 뒤늦게 회복을 바라며 아이들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부패한 공권력으로 상징되는 인도의 기성 사회는 그들에게 도움은커녕 방해와 착취만 일삼을 뿐이다. 더군다나 신도시의 부자들이 빈민가의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처럼, 빈민가 내에서 무슬림은 차별의 대상이다. 결국 상처 입은 아이들과 억압받는 여성들, 그리고 폭력 앞에 내몰린 소수자들은 ‘멘탈의 정령’이나 ‘교차로의 여왕’과 같은 착한 정령들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없다. 무능력한 공권력과 무책임한 어른들을 대신해 자이와 친구들이 실종된 아이들을 찾아 나서기로 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일 테다. 아이들은 다만 피해자나 피해자가 될지 모른 후보군에서 뛰쳐나와 비로소 적극적으로, 불의하고 부조리한 세상과 맞서고자 한다.
한편, 보라선 정령 순찰대는 실종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납치했을지 모를 범인을 끝없이 찾아다니지만 모든 게 정령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끝내 떨치지 못한다. 정령은 아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납치해 간 못된 정령이면서, 동시에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구해내는 수호 정령이다. 아동 실종 사건이라는 커다란 사건 위에서 세상과 처음 격돌하는 아이들 앞에 세계의 모순과 그 세계를 구성하는 어른들의 당착이, 스모그 가득한 몽환적 땅에 숨어 있는 양면적 존재인 ‘정령’으로 현현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도시의 어딘가에 사는 소녀가, 강 건너에 살거나 이 근처 동네에 사는 소녀가, 아니 이 나라의 모든 소녀가, 인적이 끊긴 길을 혼자 걸어가다가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거야. (…) 그럴 때 교차로의 여왕에게 도움을 청하면, 여왕의 정령이 나타나서 소녀를 도울 거야. 소녀를 괴롭히려던 남자는 소위 ‘참교육’을 받게 되는 거고. (…) 교차로의 여왕은 살아서 아직도 딸을 죽인 놈들을 찾고 있어.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이 도시의 모든 여자, 모든 소녀에게 이렇게 말할 거야. 두려워하지 마. 나를 생각해. 그러면 내가 네 옆에 있을게.” (본문 중에서)

풍부한 질감으로 묘사된 낯선 세계,
신비와 열기로 가득한 인도라는 땅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빈민가의 아동 실종 사건을 통해 빈부격차, 부패한 공권력, 그리고 낙후된 권리의식 등 부조리로 가득한 세계와 처음으로 충돌하는 아이들을 그리고 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인구수를 자랑하는 인도이지만, 우리에게 인도는 여전히 낯선 땅이며 신비한 주술적 질문으로 가득 차 있는 제3의 세계로 인식되는 곳이다. 작가 디파 아나파라는 자신의 모국인 인도라는 땅을 향한 애증의 진솔한 화법으로써, 외부의 시각으로 인도를 바라본 여타의 창작물이 흔히 보이곤 하는 단면적이고 단편적인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이라는 소설을 빌려 누구보다 솔직하게 인도의 민낯을 세상에 드러내고, 알리려 하는 것이다.
디파 아나파라는 인도 사회가 가진 부조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한편, 그와 동시에 인도와 그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그곳과 그들의 삶을 소설 속에 ‘모사’하는 데 집중한다. 인도의 빈민가를 묘사하면서도, 작가는 시각적 이미지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곳에서의 ‘삶’ 자체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려 한다. 이를테면 빈민가의 지저분한 거리와 비위생적인 환경, 그리고 거주민들의 낮은 의식 수준을 ‘내려다보는’ 시각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치 그 한가운데서 실제로 경험하며 사는 듯한 수평과 흡수의 감각으로 독자들이 대리 체험하게 해준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인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관념이 아닌 현상 그 자체로 독자들에게 선보이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는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의 두 가지 핵심적 요소를 포함한다.
하나는, 풍부한 질감으로 세계를 덧칠하며 풍성한 배경을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것이다. 단일한 감각으로 한 세계,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전부일 수 있는 세계를 쉽사리 평가하고 폄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세계의 거의 모든 것을 충실히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이 모든 가상의 감각을 동원하여 그곳에서의 진짜 삶을 간접 체험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소설 속에 빈민가와 유령시장의 다양한 풍광을 손에 잡힐 듯 선연하게 묘사하는 것은 물론 그곳의 냄새와 맛, 감촉까지도 독자들의 감각에 혼란을 일으킬 만치 집요하게 전시한다. 또 다른 요소는, 생생한 인물들이다. 작가가 창조하거나 모사한 세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렇기에 심지어 스쳐 지나가는 인물 한 명에게조차 사연을 부여하여 기어코 인간미를 획득하게 된 그들을 소설 속 세계에 풀어놓고, 실제의 삶을 살게 한다. 마치 고도의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자이와 친구들은 우리 곁에서 숨 쉬는 것처럼 소설 속에서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되며, 소설을 다 읽은 뒤에도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어릴 적 친구들처럼 마음속에 진한 형상으로 남게 된다.

당차고 유쾌한 아이들이 들려주는 회복과 구원의 감동 서사
“엄마의 슬픔을 밟을까 봐 조심조심 걷는다.”

자이와 파이즈가 아동 연쇄 실종은 정령이 꾸민 짓일지도 모른다고 자꾸만 의심하는 것은 작품의 주제에 그들이 추리소설의 주인공으로서, 또한 성장소설의 주인공으로서 번갈아 맞닿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처럼 아이들의 모험담이자, 자이의 성장 드라마, 그리고 어린이 탐정단이 등장하는 추리극이면서, 극우파의 소수자 탄압에 관한 비판적 우화이자,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가족 이야기이기도 한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도 서민 사회의 현실 보고서이자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헌사라 할 만하다.
이토록 풍부한 소재와 적나라한 현실 고발이 따뜻한 이야기에 적절히 스며들고 배합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작가인 디파 아나파라의 소설가로서의 역량과 오랜 기자 생활의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한 인도라는 나라를 향한 애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의 애정에서 비롯된 정성과 고집이 다른 요소들과 훌륭하게 결합하여 마침내 독자들로 하여금 낯선 세계의 비극을 동정이 아닌 공감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소설은 특유의 천진한 영혼에 의해 냉혹한 현실로부터 보호받던 아이들이 마침내 날것 그대로인 세계의 비극과 맞닥뜨리면서 겪는 혼란이 성장으로 갈음되는, 인생에 있어서 찰나와도 같은 그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여기서 ‘성장’이란, 곧 동심을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망각의 세계에 빠뜨려 잃는 것을 뜻한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이미 성인이 된 과거의 아이들, 즉 우리가 잃어버린 성장판의 기억, 그 첫 단계의 한복판에 선 아이들의 눈을 빌려 우리 스스로는 더 이상 최초의 시각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흡사 그때의 영혼으로 돌아가 바라보게 하는, 신비하고 마법적인 체험과 같다. 언제까지나 낯설기만 한 세계가 아닌, 우리가 지나온 우리 곁의 세계를 바라보는 따뜻한 아이의 마음을 소설은 잠시나마 느끼게 해준다.
아직도 인도에서는 하루에 18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인도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에 안타까워하는 작가의 심정이 이와 같은 훌륭한 성장 드라마이자 사회파 추리소설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궁극적으로는 비극을 다룬 이 작품은 오히려 유쾌한 활기의 향기로 가득하다. 탐정단의 세 아이가 거의 만담에 가깝게 시종일관 투덕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가슴이 따스하게 젖어오고 웃음이 피어날 정도다.
이러한 작풍의 힌트는 빈민가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관점과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디파 아나파라는 ‘작가의 말’에서 “기사에는 담지 못했던 빈민가 아이들의 회복력과 유쾌함과 당당함을 그려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세계를 상상할 수 있을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아이들, 눈물을 먹고 꽃을 피우듯 비탄 속에서도 활짝 빛나는 순수한 그 영혼들이 곧 세계의 희망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당차고 유쾌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어두운 곳에 숨은 착한 정령과 같은 구원의 가능성을 본다.

“궁극적으로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그 아이들에 관한, 오직 그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다. 나는 그 아이들이 통계수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맞서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 숫자 뒤에 숨겨진 그 아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작가의 말’ 중에서)


“몰락한 세상에서 건져내는 구원의 가능성.” _〈워싱턴포스트〉

“경고! 아침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할 수 없음! 아나파라는 자이라는, 생생한 인간미를 지닌 소년을 창조해냈다. 자이의 목소리가 페이지마다 공중제비를 돌고 있다. 이 천재적인 스토리텔링은 작가의 기자 생활에 뿌리를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너무 의식하다가는 작가가 만들어낸 미스터리의 핵심을 놓치고 말 것이다.” _〈뉴욕타임스〉

“위트, 감동, 그리고 비탄으로 가득한 매혹적인 소설. 아나파라는 소설의 모든 등장인물, 심지어 실종된 이들까지도 독자가 깊게 공감할 수 있게끔 그려내며, 문장에서는 매력과 활기가 넘친다. 핵심으로부터 깊은 울림을 주는 암울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_〈커커스리뷰〉

“책을 덮은 후에도 자이와 친구들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살아 숨 쉰다.” _〈북리스트〉

종이책 회원 리뷰 (81건)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댕**르 | 2022.08.02

<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
○ 저자 : 디파 아나파라
○ 출판사 : 북로드


V 2021년 에드거상 수상
V 인도 출신 영국 작가

■ 인도 빈민가에서 잇따라 일어나는 어린이 실종사건을 9살 소년 '자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보여준다.
사회와 어른들의 편견과 무관심 속에서 사라진 친구를 찾아 빈민가 구석구석을 다니는 와중에도 아이들은 계속해서 사라지고 어른들의 초조한 단속에도 더 많은 아이들이 사라지며 상황은 점차 심각해진다.

♤ 경찰은 우리에게 ‘봉사’하고 우리를 ‘보호’해야 하지만, 유령시장에서 내가 본 경찰들은 그와는 정반대의 일을 한다. 가게 주인들을 괴롭히고, 노점상에서 공짜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하프타 뇌물을 제때 바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경찰봉으로 등을 맞을 건지 불도저로 집을 쓸어버리게 할 건지 고르라고 한다.

♤ 신이 주신 것이 결점일 리는 없었다. 신이 주신 것은 언제나 선물이었다. 옴비르는 세상 모든 일에 이유가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 모든 일이 일어날 이유가 뭐란 말인가?

♤ 도대체 신들이 우리에게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 동네 경찰이 받는 것보다 더 많은 하프타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때리는 구루가 드린 푸자보다 더 성대한 푸자를 원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푸자는 크고 마음에 들었는데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정말 지겹다.

디파 아나파라 >
넝마주이로 일하거나 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도 가지 못하고 독학이라도 하려고 애쓰는 아이들, 종교적 폭력에 희생되어 학교를 떠나야 했던 아이들.
작가는 사회와 그 사회가 선택한 정부가 버린 아이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에게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닌 유쾌한 유머와 신랄함과 에너지를 보게 된다.

인도에서는 하루에 180여 명의 아이들이 실종되지만 사건은 유괴범이 체포되거나, 잔혹한 범행이 세간에 알려져야만 비로소 뉴스에 나오며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것은 다뤄지지도 않는 실정이다.
그곳의 끔찍한 비극을, 취약계층의 문제와 자주 동일시하는 인도인들의 정서와 가난에 대한 진부한 서술에 머물거나 불평등을 축소하고 싶지 않았던 작가는 고민 끝에 '자이와 친구들'을 통해 그 길을 열었다. 글을 쓰던 시기, 개인적인 시련을 겪으며 많은 물음을 안고 있었지만 결국 작가가 이 이야기를 쓴 이유는 그 아이들이 통계수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맞서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숫자 뒤에 숨겨진 그 아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는 작가의 말을 이 책을 덮으며 답답한 가슴속에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 사회나 어른에게 보호와 도움을 받지 못해 정령에게나마 목숨을 구해달라고 빌어야만 하는 아이들이 만연한 곳에서, 어린 자이의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인도의 적나라한 모습을 구석구석 손에 잡힐 듯이 그려냈다. 그 모습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불편하고 답답해 불쾌했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책을 읽는 내내 가지고 있어야 했다.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과 가정 내에서조차 성별에 의해 역할이 정해지고 차별당하는 모습.
불편한 시선과 편견, 혐오와 이해할 수 없는 늪과 같은 뒷말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자들, 소수자들의 모습에서 인도에 만연한 사회 문제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계급과 계층, 여성과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배척, 서로에 대한 혐오로 점철된 사회의 모습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적인 사건도 불편하지만, 그로 인해 상처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상당히 아팠다.
계급으로 위에서 아래로 찍어내리는 모습도 존재하지만 그것보다는 일말의 사건들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이웃을 옆에서 바닥으로 밀어버리는 모습은 익히 알고있던 '신들의 나라, 신성의 나라 인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심각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단 한 권의 소설 속에 담아낸 작가의 방식이 굉장히 영리하게 느껴졌다.
'자이'의 시선으로 자이와 친구들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귀여운 행동들, 에피소드에선 손에 힘을 빼기도 하고 사건의 이면을 맞닥뜨릴 땐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기도 하며 시종일관 책에 몰입하게 한다. 이야기의 사건과 그 현실성에 아프고 무겁지만 책을 덮고 싶지 않을 정도를 내내 가지고 가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고 우리가 어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만들어 나가야 할 사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인도 빈민가의 아동 실종 사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g*******g | 2022.07.22

인도 빈민가에서 일어난 어린이 실종사건을 다루는 추리소설 또는 탐정소설이지만 작가의 사회고발 소설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작가는 감정을 절제하고 9살 된 주인공 자이와 친구들로 구성된 '자이 탐정단'의 눈에 비치는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인도 사회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배경을 우리나라 경험에 빗대어 표현하면 1960년대 판자촌 모습과 흡사하다. 빗물에 질척이는 비포장 도로, 아침마다 공중화장실에서 줄을 서서 볼일을 보는 모습, 정해진 시간에만 물이 나오는 급수 상황, 공부하기보다는 무료급식을 위해 학교에 가는 아이들 ... 경제적 상황이 그 때 우리모습을 닮았다. 하나만 빼고 그렇다. 차이점이라면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스모그가 없었는데 인도 아이들을 스모그로 인해 뿌연 공기를 마시며 기침을 해대야 하는 어려움까지 가중된 상황이다.

 

이런 인도 빈민가에서 아동 실종 사건이 잇따라 일어난다. 당연히 뇌물만 바라는 부패한 경찰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친구들이 하나둘 사라지자 친구인 9살 어린이들이 탐정단을 만들어 친구찾기에 나선다. 공부는 못하지만 텔레비젼 드라마 <경찰 순찰대>, <범죄의 도시>의 시청 경험을 바탕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자이, 공부 잘 하고 사리분별이 바른 여자친구 파리, 무슬림으로 순찰대의 행동대원인 파이즈로 구성된 탐정단이 출범한다. 작가는 이런 아이들의 활동과정에서 빈부격차, 부패한 공권력, 그리고 낙후된 인권의식 등 부조리로 가득한 인도사회의 민낯을 그려낸다. 

 

이들이 찾는 사라진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인도사회가 지닌 문제점들을 드러내는 단면을 가진 인물들이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에게 매일 얻어맞는 말더듬이 아이, 댄서가 꿈이지만 집안 사정으로 일찌감치 생활 전선으로 내몰리는 아이, 남자 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아이, 부모 대신 어린 동생들을 키워야 하는 아이, 현실에서 소외되고 게임에 빠져 사는 아이, 그리고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미래를 꿈꿀 수조차 없는 아이가 바로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당연히 이런 아이들은 비루한 일상에서 그리고 상처받은 삶에서  탈출하고 싶어한다. 이런 측면이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과연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떠난 것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어떤 세력에 의해 납치된 것일까? 이런 점들을 고려해보면 이 소설을 사회고발 소설로 보아도 무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인도 사회의 부조리한 측면을 거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으로 고발한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눈높이에서 손에 잡히듯 선명하게 그리고 가감없이 인도사회를 그려낸다. 이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다. 덕분에 독자들은 마치 자신이 거기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등장인물들에게 공감할 수 있게 돕는다.

 

우리도 수십년 전에 겪은 아픈 과거가 인도란 공간을 통해 재현되고 있음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이 소설에는 권선징악도 해피엔딩도 없다. 그래도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빈민가 아이들에게도 회복력과 유쾌함과 당당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이야기한다. 인도라는 낯선 사람들과 공간들의 설명을 따라가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지만 이야기 구성과 사실의 묘사력이 뛰어난 멋진 작품으로 평가한다.

1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구매 인도의 아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i******n | 2022.05.17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오랜만에 읽는 인도관련 책이다. 한글제목과 영어제목이 달라, 처음에는 제목이 좀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Djinn patrol on the purple line(보라선의 순찰 정령), 책을 읽어가면서 아하, 둘 다 책 내용을 잘 보여주는 제목이구나.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 보다는 인도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글이다. 저자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만난 삶들을 그린 소설이었다. 인도의 아픔 중의 하나인, 아동납치라는 조금 서글픈 주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동납치사건이 나면 대문짝 만하게 매스컴을 차지하나, 인도에서는 거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만큼 아동납치사건이 많다는 것이다. 힘없는 애들을 납치해 판다는 것, 인간을 판다는 것도 이상한데 거기다 아동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아이고 맙소사.

 

줄거리는 간단하다. 붐바이(봄베이) 빈민촌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한 명 한 명씩, 그 마을의 한 아이가 친구들과 이 사건을 조사(?)한다. 아이들의 눈으로 지금을 바라본다.

 

인도의 대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높이 올라간다. 그 높이만큼, 가난한 이들의 삶이 힘들어진다. 도시의 빈민,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있는 일자리도 가진 자의 배를 불려줄 일 자리밖에는 그들과 그들의 아이들.

 

매스컴에서 난지도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을 보여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소수의 사람의 이야기였지만, 인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에 의존하며 산다. 쓰레기 더미가 존재하는 한 빈민촌은 있을 것이다. 자신의 땅 한 평도 갖기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그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

 

인도를 보고서 우리나라가 그나마 행복하다고 느꼈다. 많은 이들이 부족함과 아쉬움을 말하지만, 한국의 성장은 눈부신다. 그렇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급격한 경제성장이 남긴 상처는 곳곳에 산재한다. 인도도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소비부문은, 내가 본 인도와 지금의 인도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인도가 곳곳에 존재한다. 제목에서 왜 지하철역을 넣었는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보면 지하철은 보편적인 대중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이것조차 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았다. 이 책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인도의 빈부차, 경찰과 정치권력자들, 종교차별, 여성차별, 가난한 자들의 삶 등등, 좋게 말하면 인도를 이해할 수 있는 종합서 같다고 할까?

 

그렇게 어렵게 쓰인 책이 아니라 술술 넘어간다. 오래간만에 재미있는(?)책을 보았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  종이책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한줄평 (2건)

0/5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