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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들, 행인들

보토 슈트라우스 저/정항균 | 을유문화사 | 2021년 10월 21일 한줄평 총점 6.0 (7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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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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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을유문화사의 새로운 세계문학전집 중 일곱 번째 책인 보토 슈트라우스의 『커플들, 행인들』. 1989년 독일 최고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한 보토 슈트라우스가 지난 30년간 천착해온 그의 문학적 주제들을 독특한 형식으로 구현하고 있는 에세이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사랑, 고향, 문학, 회상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연작 형식으로 펼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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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커플들
차량의 강물

황혼/여명
단독자들
현재에 빠져 사는 바보


해설: 보토 슈트라우스의 작품과 신화에 대한 회상
판본 소개
보토 슈트라우스 연보

저자 소개 (2명)

저 : 보토 슈트라우스 (Botho Strauß)
독일 문단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되는 보토 슈트라우스는 1944년 나움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뮌헨에서 독문학, 연극사, 사회학을 공부한 후 1967년부터 『테아터 호이테』에서 평론가 및 편집장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희곡은 물론 연극 평론,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형식의 문학을 구현해왔다. 페터 한트케,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함께 현대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1940년대 생 작가로 분류되는 보토 슈트라우스는 오늘날 독일에서 가장 공연을 많이 올리는 극작가 중 한 명으로, 1972년 처녀 희곡 『우울증 환자』가 ... 독일 문단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되는 보토 슈트라우스는 1944년 나움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뮌헨에서 독문학, 연극사, 사회학을 공부한 후 1967년부터 『테아터 호이테』에서 평론가 및 편집장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희곡은 물론 연극 평론,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형식의 문학을 구현해왔다.
페터 한트케,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함께 현대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1940년대 생 작가로 분류되는 보토 슈트라우스는 오늘날 독일에서 가장 공연을 많이 올리는 극작가 중 한 명으로, 1972년 처녀 희곡 『우울증 환자』가 초연되었으며, 1976년 『재회의 삼부작』을 , 1978년 『큰 세계와 작은 세계』를 발표했다. 그밖에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젊은 남자』(1984), 에세이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그』(1987), 희곡 『마지막 합창』(1991), 희곡 『이타카』(1996) 등이 있다. 1987년 장 파울 상, 1989년 게오르크 뷔히너 상, 2001년 함부르크 레싱 상을 수상했다.
1993년 『슈피겔』지에 발표한 「번져 가는 속죄양의 노래」는 통일 이후 독일의 좌파적이고 환경주의적인 지배 담론이 “이미 지...적인 자극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선언한 글로, 여기서 작가는 “우파적”이라는 가치를 “좌파적” 가치보다 우위로 선정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크리스타 볼프의 동독 시절 전력, 페터 한트케의 세르비아 옹호, 마르틴 발저의 아우슈비츠 도구화에 대한 언급과 함께 독일 문학계를 뒤흔드는 논쟁을 야기했다.
역 : 정항균 (鄭恒均)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부퍼탈대학교에서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을 바탕으로 한 폰타네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세기 독일 사실주의 문학과 독일 현대소설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시시포스와 그의 형제들』(2009), 『자본주의 사회와 인간 욕망』(공저, 2007), 『므네모시네의 부활』(2005), 『대화의 개방성. 테오도르 폰타네의 소설 연구Dialogische Offenheit. Eine Studie zum Erzahlwerk Theodor Fontanes』(200...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부퍼탈대학교에서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을 바탕으로 한 폰타네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세기 독일 사실주의 문학과 독일 현대소설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시시포스와 그의 형제들』(2009), 『자본주의 사회와 인간 욕망』(공저, 2007), 『므네모시네의 부활』(2005), 『대화의 개방성. 테오도르 폰타네의 소설 연구Dialogische Offenheit. Eine Studie zum Erzahlwerk Theodor Fontanes』(2001)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커플들, 행인들』(2008), 『악마의 눈물』(공역, 2004)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페터 바이스의 작품에 나타난 기록 문학적 요소와 초현실주의적 요소의 기능에 관하여」(2000), 「역전의 미학. 보토 슈트라우스에 관한 고찰」(2004), 「미로 속 나비의 날갯짓: 포스트모던 시대의 카오스 이론의 문화적 의미 연구」(2005), 「추리소설의 경계 변천 1, 2」(2006), 「엘프리데 옐리네크의『피아니스트』에 나타난 차가움의 미학Die Asthetik der Kalte in Die Klavierspielerin von Elfriede Jelinek」(2007) 등이 있다. 최근의 주된 관심 주제는 ‘고향’이며, 현재 다와다 요코에 관한 저서를 준비 중이다.

출판사 리뷰

50년 만에 부활한 정통 세계문학
을유세계문학전집


을유문화사가 새로운 세계문학전집을 내놓았다. 올해로 창립 63주년을 맞은 을유문화사가 국내 최초의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한 지 50년 만이다. 1959년에 1권 『젊은 사자들』로부터 시작하여 1975년 100권 『독일민담설화집』을 끝으로 100권으로 완간된 을유세계문학전집은 다수의 출판상을 수상하며 한국 출판 역사의 이정표가 되었다. 새로운 을유세계문학전집은 기존의 을유세계문학전집에서 재수록한 것은 한 권도 없고 목록을 모두 새롭게 선정하고 완전히 새로 번역한 것이다. 매월 2~3권씩 출간되며 올해 말까지 16권, 2020년까지 300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에 을유세계문학전집 제7권으로 출간되는 『커플들, 행인들』은 독일 작가 보토 슈트라우스의 1981년작 에세이이다(올해 출간 예정인 을유세계문학전집 16권 중 유일한 에세이). 지금까지 보토 슈트라우스의 작품 중 단행본으로 소개된 것은 희곡 『시간과 방』이 유일할 정도로, 그는 우리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작가이다. 이는 그의 작업이 극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정도 있다. 국내 초역의 『커플들, 행인들』을 번역한 서울대 독문과의 정항균 교수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보토 슈트라우스에 관한 총 다섯 편의 논문(『커플들, 행인들』에 관한 2007년 논문 포함)을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보토 슈트라우스의 섬세하고 날렵한 사유를 완벽하게 한국어로 재현했다.

* 작품 소개

현대 사회의 고독 속에서 남녀 관계의 변질, 언어의 상투화를 파헤친다


1989년 독일 최고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한 보토 슈트라우스. 『커플들, 행인들』은 그의 사상 전반을 함축하는 대표작으로, 지난 30년간 천착해온 그의 문학적 주제들을 독특한 형식으로 구현하고 있는 에세이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사랑, 고향, 문학, 회상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연작 형식으로 펼쳐내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여섯 개의 장은 언뜻 보면 서로 관련이 없는 듯하지만 파편적인 문장에 부여된 일련의 내적 질서를 통해 작품은 이 책의 제목 “커플들, 행인들”이라는 주제를 향해 가고 있다. 상업화, 기계화, 인간의 고독을 다룬 이 작품은 20년 이상이 흐른 지금까지도 현대인의 삶을 사유하는 문학적 바로미터로 평가받고 있다.

1) 「커플들」 사랑을 주제로 한 이 첫 번째 장에는 마치 스냅 사진처럼 한 문단 혹은 하나의 문장으로 포착된 수십 쌍의 남녀가 등장한다. 이 글의 단편성은 형식에 머물지 않고 남녀 관계의 본질까지 꿰뚫고 있다.
2) 「차량의 강물」 3년 동안 사귀었던 나의 옛 애인이 교차로를 건너고 있다. 나는 지금 막 자동차 운전 중에 그녀를 발견했다. 누가 해코지할까봐 길거리에 나다니는 것조차 걱정되었던 여인이다. 하지만 자동차로 그 옆을 지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예전에 친근했던 그때 그 얼굴이 아니다. “친근한 사람을 다시 낯선 사람으로 바꿔 버리는 …(중략)… 망할 놈의 행인의 세계여!”(81쪽) 자동차의 행렬과 걸어가는 사람 사이의 간극으로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를 묘사하는 두 번째 장 「차량의 강물」은 이 첫 번째 일화로 「커플들」과 연결된다.
3) 「글」 「차량의 강물」의 마지막 일화에서 작가는 자신이 살던 옛집을 찾아간다. 그는 어릴 때 집 앞의 강물을 바라보며 “모든 것에 관한 무한한 책을 쓸 거야”라고 다짐한 바 있다. 그렇게 세 번째 장 「글」이 이어진다.
이 장에서 작가는 기표와 기의가 일치하고 언어가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입장에 본격적으로 회의를 표명한다. 또한 “지금까지 쓴 모든 글들의 감독 아래 글을 쓰는 것이다”(110쪽)라며 완전히 독창적인 글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글을 통한 타자와의 만남을 거론하며 문학의 가능성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고 있다.
4) 「황혼/여명」 독일어 “D?mmer”는 황혼과 여명을 모두 뜻하는 말로, 이 작품에서는 우주의 소멸과 생성을 내포한다. 이 장에서는 백치, 정신박약아, 코끼리, 간수와 죄수가 등장하는 꿈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는 보토 슈트라우스의 1980년대 문학의 주제인 근원적 과거로서의 “신화”와 연결된다.
5) 「단독자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도 뿔뿔이 흩어진 단독자들. 작가는, 사람들이 자기 능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경우는 주위의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혼자서 행동할 때라고 말한다.
6) 「현재에 빠져 사는 바보」 이 장은 자아상이 분열되거나 해체되고 역사 시대의 질서가 와해되는 탈 역사 시대를 다루고 있다. 또한 보드리야르를 거론하며 실재와 가상 사이의 경계가 분명치 않은 시대를 말한다. 이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 짓는 중요한 수단은 “회상”이다.
이 장의 마지막, 즉 이 책의 마지막 일화에서 화자는 어느 여인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인식의 확장을 경험한다. 이는 첫 장 「커플들」의 첫 번째 일화에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잔뜩 기울이다 결국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이 작품 맨 처음에는 들리지 않았던 막연한 그 무언가가 마지막 장에 와서야 마침내 들리는 것이다.

* 을유세계문학전집 간행사

새롭게 을유세계문학전집을 펴내며

을유문화사는 이미 지난 1959년부터 국내 최초로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을유세계문학전집을 완전히 새롭게 마련하게 된 것은 우리가 직면한 문화적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새로운 을유세계문학전집은 세계문학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타자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안전과 행복에 직결되고 있습니다. 세계문학은 지구상의 다양한 문화들이 평등하게 소통하고, 이질적인 구성원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문화적인 힘을 길러 줍니다.

을유세계문학전집은 세계문학을 통해 우리가 이런 힘을 길러 나가야 한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5년간 이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문화적 성취가 살아 있는 작품들, 새로운 번역이 필요한 고전들과 새롭게 소개해야 할 우리 시대의 작품들을 선정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역자들이 이들 작품 속 한 문장 한 문장의 숨결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역자들은 단순히 번역만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작품의 번역을 꼼꼼히 검토해 주었습니다. 을유세계문학전집은 번역된 작품 하나하나가 정본(定本)으로 인정받고 대우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세계문학이 여러 경계를 넘어 우리 사회 안에서 주어진 소임을 하게 되기를 바라며 을유세계문학전집을 내놓습니다.

을유세계문학전집 편집위원단
신광현 (서울대 영문과 교수)
신정환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교수)
최윤영 (서울대 독문과 교수)
박종소 (서울대 노문과 교수)
김월회 (서울대 중문과 교수)

종이책 회원 리뷰 (5건)

커플들, 행인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여* | 2010.05.17
커플들, 행인들
 
   이 번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작가인 ' 보토 슈트라우스'의 글은 지금까지 읽었던 여러가지 책들과 많이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앞 부분을 읽으면서는 한 페이지정도에서 끝나는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는가 싶었는데,  다양한 커플들의 이야기가  한 단락단락으로 쓰여진 책이었다.  점점 그런 형식에 익숙해지면서  커플들편의  등장하는 수많은 커플들의 이야기를  알아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내게는 여전히 난해해서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아마 이런 형식의 글을 처음 접하게 되어서, 그리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해서 느끼는 괴리감 이었을 것이다.
 
  그런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들 때문에 저자에 대해서, 책에 대해서 더  검색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되기도 해서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 최근에  출간되어  새롭게  몇 권 읽게 된  '을유세계문학전집'은 기존의 우리가 자주 접하던  문학전집에 등장하는 작품들보다  잘 접하지 못한 작품들과  이번처럼 처음 만나게 되는 작가도 있고, 또 제목조차 생소한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  학창시절부터  도서관도 많이 드나들었고,  집에서 세계문학전집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세계문학은 나름  읽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또 다른 경험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작가와 작품에 대해 공부를 먼저하고, 사전 지식을  약간이라도  익히고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공부한 바로는 이 책은 소설이 아니 에세이집이며,  현대인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는 책으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 책을  어느 정도 읽을 때까지는 이 책이 소설이라고 생각했고, 자꾸 서로의 이야기가 연결이 되지 않아 난해하다 싶어서 작가공부부터 하게 되었고, 작품에 대해  에세이집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하니 조금은  이해가 가는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  고전 읽기에 관심이 많아져서  세계문학을 많이 접하려고 노력하던 중에 만난 '커플틀, 행인들' 이 내게는 많이 어렵고 조금 생소했지만, 그래도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단편적인 글들을 통해 우리들 현대를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커플, 행인들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작가의 모든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아쉬움은 많았다. 그러면서도  최근에 독서공부와 관련된 책에 나오는 독서력을 높이는 방법 중에 처음 접한 작가, 작품이고 조금은 난해해서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작품이라도 자꾸 수준을 높여가며 읽다 보면 독서능력이 향상된다는 의미에서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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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본질은?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히***아 | 2010.05.17

여기 여러 커플들의 모습이 있다.

수년간의 권태와 혼란을 겪으며 몇 차례 이별과 만남을 거듭하는 남녀,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처음으로 밤을 함께 보내는 유부녀와 유부남, 질투심이 가득 차 있는 남자 친구 때문에 건물 옥상에서 뛰어 내리려 하는 여자, 서로에 대해 잘 모르면서 가끔 만나 육체적인 관계만 갖는 남자와 여자, 노파가 불치의 병에 걸리자 함께 자살을 하는 부부.

수많은 커플들의 모습에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여러 가지 표면적인 모습을 합쳐놓으면 이상적인 사랑의 본질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러기는 힘들어 보인다.

저자는 이상적인 사랑을 말한다.

사랑을 위한 사랑, 사회적인 행위가 배재된 오로지 사랑을 목적으로 하는 사랑,

곰곰이 생각해 보자.영원한 사랑이 있는가?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타인의 모든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랑이 존재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여러 가지 관계에 얽혀있는 인간에게 사랑으로 연결된 관계는 가끔 이성적인 사고의 틀을 위협하기도 하고, 남을 의식하는 그 시점에서 사랑은 둘만의 개인적인 행위에서 사회적인 행동으로 변질된다. 그와 나 사이에 이물질이 끼어든다. 이물질이란 사랑에만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 되풀이되는 일상과 노동의 세계에서 잠시 일탈을 꿈꾼다.

“감각의 제국”에서 장소와 시간, 신분을 초월하는 사랑이라는 고립 상태에 빠진 두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 사랑에 빠졌던 초창기 시간, 즉 무한한 약속을 되새기게 한다. 시간을 초월하는 사랑, 즉 시간이 흘러가면서 사회적인 질서에 편입되거나 약해지는 사랑에 대항하여 그들은 극단적인 사랑을 택한다. 시간을 이겨낸 사랑, 어쩌면 광기만이 그 사랑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의 생각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커플들의 모습과 행인의 모습에서 차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일정하고 비교적 반복적인 만남들 유지하는 커플들과 단발적으로 스쳐가는 정도의 관계가 있을 뿐인 행인들과의 관계를 나란히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가 사랑에 대한 냉소를 보여주는 듯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화 되어가는 인간, 그들의 사랑의 모습도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으로 서로 비슷하게 발현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어 보인다.

텔레비전 광고에 나오는 최신형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프러포즈를 대신하고 드라마 주인공이 다녀간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그들이 러브신을 찍었던 호텔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흔한 모습들, 사랑도 누군가에 의해서 철저히 상품화 되어 가고 있다. 사랑의 유희는 어쩌면 문학 속에서, 또는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하는 남자 주인공을 보면서 그럴 수 없는 현실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나는 사랑을 하면서 가끔 아플 때가 있었다. 아니 사랑을 시작하는 동시에 아픔도 함께 시작되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내가 그와 다르다는 생각이 그 아픔의 근원이었던 것 같다.

내가 아무리 그를 사랑해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것, 내가 그가 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끼곤 했다. 설령 사랑으로 한 몸이 된다고 한들 그러한 아쉬움을 상쇄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영원히 한 몸을 될 수 없는 두 영혼이 일시적으로 하나가 되는 황홀경을 체험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아름다운 죽음의 모습이 사랑을 나누다가 함께 죽는 것이 라는 어디서 들었던 이야기가 더 이상 황당한 말처럼만은 들리지 않는다.

나도 작가의 생각에 물든 것일까?

힘들다.

책 읽는 행위 또한 일상으로부터 일탈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통로 중의 하나인데, 이 번 통로는 통과하기에 힘에 부친다.

물론 뒷산만 오르다보면 산의 매력이 감소할 수 있다.

반대로 안나푸르나 정상을 오른 산악인만이 산의 매력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기도 하다.

쉽게 읽히는 텍스트에 익숙해진 나머지 간혹 앞문 장으로 되돌리기를 반복하게 하는 이런 텍스트를 만날 때면 당혹스럽기도 하다. 곱씹다는 것이 이럴 땐 필요한 독서법이 아닐까.

단숨에 완독하지 못한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사랑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불행하다고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과정이다.

어려운 텍스트를 읽어 내는 것도,

사랑을 이루어 내는 것도,

결과에 치중하지 말고 그 순간을 충분히 느끼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의 풀이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듯이 그렇게 텍스트가 떠오르는 순간이 왔을 때 다시 펼쳐 들면 된다.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 시간이 되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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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커플들, 행인들] 불온한 관계, 망각 그리고 잃어버린 본성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빨***나 | 2010.05.13


 

 

그림이 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끌어안고 키스를 하고 있다. 남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추측된다. 빛이 없는 걸로 보아 저녁이나 밤일 것이다. 아마 타인은 없는, 그들 커플만이 존재하는 공간일 것이다. 그들은 검정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어 남과 여라는 경계는 사라지고 하나의 형체로 보인다. 그들의 표정을 볼 수 없지만 그림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사랑하는 연인들의 설렘이나 당당함보다 불안을 감춘 격정이 느껴진다. 은밀한 사랑이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을유세계문학전집【커플들, 행인들】의 표지는 에드바르트 뭉크의 [키스]다. 표지에서 짐작했어야했다. 【커플들, 행인들】은 불안했던 영혼 뭉크의 그림을 보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거라는 것을.

 

【커플들, 행인들】은 보토 슈트라우스의 국내 초역 작품이다. 보토 슈트라우스는 독일어권 문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가라고 하는데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이 소설인지 알았다. 다양한 커플들, 행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하나로 모아 스토리로 완성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였다. 나에게 에세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상대에 상관없이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는 장르다.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에세이의 개념과도 많이 달랐다.

 

【커플들, 행인들】에는 [커플들], [차량의 강물], [글], [황혼/여행], [단독자들], [현재에 빠져 사는 바보] 이렇게 6편이 실려 있다. 각기 다른 단편들이고 각 단편에도 여러 이야기들이 뒤엉켜 혼재한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사랑, 그리움(기억), 글 등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카페에 약속시간보다 빨리 도착하면 밖이 내다보이는 자리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가 있다. 다정한 커플들도 보이고 무심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행인들도 보인다. 그때의 나는 그들의 관찰자이다. 바쁘게 혹은 느리게 길을 걷다가 카페 안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타인의 시선과 마주칠 때가 있다. 나는 때로 타인의 관찰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때론 관찰자가 되어 때론 커플이나 행인이 되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나 문학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성공한 사람들은 현실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며 당당하게 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의 무대에서 나는 엑스트라나 단역으로 여겨진다. [커플들], [단독자들]의 사람들처럼 슬픔과 고통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육체에 탐닉하며 사랑을 계산한다. 혼자가 두려운 사람들은 감정을 위장하고 자기를 기만하며 ‘사회적 장치’로서의 관계를 맺으며 이중생활을 한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지만 그들은 ‘단독자’이고 외톨이다. 한때 애인이었던 그녀는 이제 길을 가는 행인일 뿐이다. 사랑의 기억은 잊혀 진다. 인터넷이나 TV 등 매체의 영향으로 세상에는 글과 말이 넘쳐난다. 매체의 글과 말은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한다. 자신의 생각을, 기억을 잃어버리고 타인의 말을, 타인의 기억을 내 것처럼 착각하며 산다. 작가는 역사 · 문화 · 사회활동 속에서 ‘자신의 본성’을 잃어버리고 문학을 외면하고 사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작가가 독문학과 사회학, 연극학을 공부하고 편집장과 극 평론가, 극작가로 활동해서 그런지 【커플들, 행인들】에서 다루는 내용은 광범위하다. 책의 진도가 잘 나가질 않았다. 내겐 좀 어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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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2점   편집/디자인 평점2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1 | 2023.01.23

보토 슈트라우스 저/정항균 역 |커플들, 행인들Paare, Passanten 을 읽어보았습니다. 보토 슈트라우스의 여섯개의 에세이가 실려있습니다, 작가의 사랑,문학,회상,고향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커플들, 차량의 강물, 글, 황혼 여명, 단독자들, 현재에 빠져사는 바보 모두 잘 읽었지만 그중에서 현재에 빠져 사는 바보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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