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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저/서은혜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27일 한줄평 총점 0.0 (18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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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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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을유세계문학전집 110번째 작품인 『한눈팔기』는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완성작이자 자전적 소설의 백미로 손꼽히는 걸작이다. 소세키는 이 작품의 주인공을 통해 입양과 파양에 따른 자신의 정신적 고뇌와 현실적 어려움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작가의 철학적, 문학적 관념을 오롯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작가의 일면을 생생히 드러내는 『한눈팔기』는 놓칠 수 없는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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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눈팔기

해설-나쓰메 소세키와 그의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
판본 소개
나쓰메 소세키 연보

저자 소개 (2명)

저 : 나쓰메 소세키 (Natsume Soseki,なつめ そうせき,夏目 漱石,나츠메 긴노스케 夏目 金之助)
작가 한마디 나는 지금보다 더 외로울 미래의 나를 견디기보다 외로운 현재의 나를 견뎌 내고 싶은 겁니다. 자유와 자립과 자아로 가득한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모두 그 대가로서 이 고독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소설가이자 평론가, 영문학자. 일본 최초의 근대 문학 작가로, 일본에서 소위 ‘국민 작가’로 불리며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근대문학을 대표하며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확고한 문학적 위치에 있는 일본의 국민작가다.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夏目金之助)로 일본 도쿄에서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생후 바로 양자로 보내졌다가 9세에 본가로 다시 돌아왔다. 청년 시절에는 친부모와 양부모 사이의 불화가 이어졌는데 그때의 경험은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에 등장하기도 한다. 도쿄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제1고등학교 시절에 가인(歌人) 마사오카 시키[正岡子... 소설가이자 평론가, 영문학자. 일본 최초의 근대 문학 작가로, 일본에서 소위 ‘국민 작가’로 불리며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근대문학을 대표하며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확고한 문학적 위치에 있는 일본의 국민작가다.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夏目金之助)로 일본 도쿄에서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생후 바로 양자로 보내졌다가 9세에 본가로 다시 돌아왔다. 청년 시절에는 친부모와 양부모 사이의 불화가 이어졌는데 그때의 경험은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에 등장하기도 한다. 도쿄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제1고등학교 시절에 가인(歌人)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를 알게 되어 문학적, 인간적으로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도쿄고등사범학교·제5고등학교 등의 교수를 역임하였다. 1893년 도쿄제국대학을 영문과를 졸업하고 1900년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된다. 영국 유학 중 신경 쇠약에 빠진다.

타지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예민하고 우울한 자아를 남겼으며, 귀국 후 도쿄제국대학 강사로 일했지만 다시 정신 질환을 앓는다. 그는 치유의 한 방편으로 1905년, 다카하마 교시의 권유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집필했다. 이 작품은 1905년 『호토토기스(두견)』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1906)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로 소설 창작을 시작했지만, 소설가이기 전에 그는 이미 뛰어난 하이쿠(俳句) 시인이었고 영문학자였다.
교직 생활과 소설 창작을 동시에 병행해야 하는 데에 고충을 느끼던 소세키는 아사히(朝日)신문사의 전속 작가 초빙을 받아들여 교직을 떠나 본격적인 창작 활동에 전념한다. 1907년에 교직을 사임하였으며 아사히[朝日]신문사에 입사하여 『우미인초(虞美人草)』를 연재하고 『도련님』(1906), 『풀베개[草枕]』(1906) 등을 발표하였다. 그 후 대부분의 저작은 아사히 신문을 통해 발표되었다. 그는 초기의 경쾌하고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에서 출발하여 점차 인간의 심층 심리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그 움직임을 묘사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였다.

20세기 초 근대적 주체와 삶의 불안한 내면 풍경을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일본적 감수성과 윤리관으로 서구 근대의 기계문명과 자본주의를 비평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세계를 조명하고자 했다. 경쾌한 리듬과 유머를 바탕으로 권선징악과 같은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며 템포가 빠르고 리듬감이 있는 문체로 자연스레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소설 외에도 수필, 하이쿠, 한시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며,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다.
그의 작풍은 당시 전성기에 있던 자연주의에 대하여 고답적인 입장이었으며, 그후 『산시로[三四郞]』(1908), 『그후』(1906), 『문(門)』(1910)의 3부작에서는 심리적 작풍을 강화하였고, 다시 『피안 지나기까지』(1912), 『마음』(1914) 등에서는 근대인이 지닌 자아·이기주의를 예리하게 파헤쳤다. 반복적인 위궤양, 당뇨 등을 앓았던 그는 1916년 12월 병이 악화되어 『명암』 집필 중 49세의 나이로 타계하였으며, 1984년, 영국에서 그가 살았던 집 맞은편에는 런던 소세키 기념관이 설립되었다.

대표작으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坊っちゃん)』, 『풀 베개(草枕)』, 『산시로(三四?)』, 『마음(こころ)』, 『노방초(道草)』 『명암』(미완) 등이 있다.
역 : 서은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도리츠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전주대학교 언어문화학부 교수다. 옮긴 책으로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회복하는 인간』, 『오에 겐자부로론』, 『사죄와 망언 사이에서』, 『선생님의 가방』, 오에 겐자부로의 3부작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과 『세키가하라 전투』, 『신들의 마을』, 『이상한 소리』, 『라쇼몬』, 『시의 힘』, 『게 가공선』, 『이 몸은 고양이야』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도리츠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전주대학교 언어문화학부 교수다. 옮긴 책으로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회복하는 인간』, 『오에 겐자부로론』, 『사죄와 망언 사이에서』, 『선생님의 가방』, 오에 겐자부로의 3부작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과 『세키가하라 전투』, 『신들의 마을』, 『이상한 소리』, 『라쇼몬』, 『시의 힘』, 『게 가공선』, 『이 몸은 고양이야』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일본의 국민 작가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유일한 자전적 소설


나쓰메 소세키가 타계하기 1년 전인 1915년에 발표한 『한눈팔기』는 그의 마지막 완성작이자 유일무이한 자전적 소설이다. 근대 일본인의 정식적 좌표 설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나쓰메 소세키는 이 작품을 통해 돈의 논리에 휘둘리는 인간관계의 민낯을 담담한 어조로 냉철하게 서술하고 있다. 근대 자본주의 이후 사람들은 거의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과 우정, 가족애 같은 인간관계는 돈과 무관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작가는 어린 시절의 입양과 파양으로 인간관계는 때로 돈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체험한 바 있다. 금전 관계에 포박되어 버린 인간관계와 그에 따른 온갖 말썽, 그것의 수습이 주인공에게 고역인 것은 일상의 경제 활동과 동떨어진, 어쩌면 거의 대척점에 있는 ‘위대함’에 대한 지향 때문이다. 작품 속에는 이런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생생히 묘사되고 있다.

『한눈팔기』는 소세키의 또 다른 대표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여러모로 비교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두 작품 모두 같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분위기는 정반대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명랑하고 풍자적인 느낌이라면 『한눈팔기』는 진지하고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또한 종전 작품이 고양이의 시각이라는 한계에 갇혀 인간관계를 다소 피상적으로 그릴 수밖에 없었던 반면, 이 소설은 보다 본격적으로 내밀하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사소설이자 자연주의 소설의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일본 문단은 사소설이라 불리는 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사소설은 관찰을 통해 객관적인 묘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서구의 자연주의와 달리, 사실 그대로를 숨김없이 드러내야 한다는 폭로성이 우선시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사소설 작품에는 사생활의 적나라한 묘사도 자주 등장했다. 소세키는 이러한 풍조로부터 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다만 『한눈팔기』만큼은 다소 예외적이라 할 수 있는데, 기존에 저자가 발표했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특별한 플롯이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사소설적인 개인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물론 주위 사람에 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묘사, 모든 인물과 균등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작가의 시선은 ‘나’를 유일한 시점으로 설정하는 사소설과는 다른 점을 보여 준다. 이런 면에서 『한눈팔기』는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 세계에서 여러모로 독보적이면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개화기 새로운 인간 군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수작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이자 국민 작가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이룬 예술적 성취와 더불어 근대 일본인이 전통적 삶과의 단절과 불화를 통해 겪었던 사회적, 정신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토착 문명과 서구 외래 문명 사이의 좁혀질 수 없는 거리를 인식하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알력 속에서 어떤 삶의 방식을 정립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결과 자기의 본질에 맞춰 개성을 발휘하는 것만이 행복을 약속한다는 ‘자기 본위’를 주장하게 된다.

이는 내가 갈 길을 가고, 남이 갈 길을 막지 않는다는 타자 존중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철학에 비춰 볼 때, 『한눈팔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주인공의 자기 본위를 거스르거나 억압하는 존재들이다. 이미 파양으로 인해 주인공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면서 몇 번이나 찾아와 돈을 요구하는 양부나 사업에 실패한 이후 은행의 보증을 부탁하는 장인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타자 존중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관계라 할 수 있는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남편을 돈벌이가 시원찮은 괴짜 정도로만 취급하고 그의 인생관을 깊이 있게 알려 들지 않는다. 다만 남편인 주인공 역시 아내를 제대로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재하기에 소설 내에서 저자가 말하는 자기 본위의 행복을 찾는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끊기 어려운 인간관계다. 작품 말미에 주인공이 세상에 정리되는 일이란 좀처럼 없다며 넋두리처럼 내뱉는 대사는 이러한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라 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존중받지 못하고 자기 본위의 생활이 불가능함에도 원인이 되는 인간관계는 유지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존중하도록 사회나 관습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거 전통 사회였다면 주인공은 개인의 인식보다는 공동체의 규범에 그저 따라가며 갈등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화기에 들어서 개인이란 관념에 눈을 뜨고 자신 위주로 세상을 보는 근대인들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인간관계는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체계가 되고 말았다. 『한눈팔기』는 이처럼 변화한 사회와 인간관계의 부조화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근대 문학의 걸작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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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한눈팔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알**콩 | 2021.03.15


 

 <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서은헤/옮김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110번재 작품 <한눈팔기>는 일본 근대 문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완성작이자 자전적 소설로 꼽히는 걸작이다.  실제로 소세키도 작품 속 인물 겐조처럼 국비로 영국 유학을 다녀온 후, 넓은 시야와 객관적 시선으로  일본의  개방과 근대화에 대해 일본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작가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한눈팔기>는  <그후><문> 이후 접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세 번째 작품이자, 제일 읽기가 편한 작품이었다. 근현대의 많은 일본 작가 중 가장 오래된 작가임에도 소세키의 작품은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고리타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많은 식구들 중 막내였던 겐조는 이웃에게 입양되었다가 파양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스스로 단단해진다. 지식적으로 깊은 학문을 쌓고, 영국 유학을 다녀온 시점 다시 만난 양부로 부터 이야기는시작된다.

 

★[한눈팔기/p.81]
옛날 이 세계 사람이었던 겐조는, 그 후 자연스럽게 이 세계를 혼자서 탈출해 버렸다.
그렇게 벗어난 채 오랜 동안 도쿄 땅을 밟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다시 그 속으로 뒷걸음질 쳐서 오랜만에 과거의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그에게 삼분의 일의 반가움과 삼분의 이의 혐오를 불러오는 혼합물이었다. 

 

작품 속 겐조는 자신의 국가 일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소세키 본인을 투영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겐조 주변에 그와 엮인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은 개방과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시점의 일본 속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다.  자신들의 실제적인 모습과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 어떻게든 힘이 머무는 곳에 기대려는 사람, 변화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대처에 미흡한 사람, 자신이 잘 대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소세키의 감정은 동정과 환멸,권태, 우월감이다. 꼴보기 싫은 모습들 투성의 가족이지만  그런 모습이 곧 내가 속한 나의 모습이기도 함을 받아들이는 겐조처럼 우리도 내가 속한 세상을 때론 초연하게 받아들여야 하기도 한다.  근대화의 과정 안에서 보여지는  중국인의 모습을 비판한 루쉰의 <아큐정전>과 같은 맥락에서 <한눈팔이>를 바라보았다.  

 

일본이 사랑한 작가, 일본의 지성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한눈팔이>는 다양한 각도와 시선으로 해석되고 읽힐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또한 작가 본인의 경험인 입양과 파양의 과정이 담겨있어 어린 시절 소세키의 아픔을 토닥이고 싶다는 느낌이 들만큼 슬픈 작품이기도 했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며 그들을 다독여야 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역시나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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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해찰의 시간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e**8 | 2021.03.15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목이 안 돌아갈 정도로 높다란 옷깃을 달고 외국에서 돌아온 겐조는 이런 비참한 처지에 놓인 제 처자식을 잠자코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이칼라인 그는 이러한 아이러니 때문에 심히 좌절했다. 그의 입술은 쓴웃음을 지을 용기조차 없었다.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164

 

하이칼라가 되어 귀국한 겐조가 다시 찾은 고향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겐조에게 사랑을 줬어야 할 그들은 겐조가 돌아오자 겐조에게 사랑을 베풀기보단 겐조의 도움을 바라고 있었다. 임신하여 불안한 아내, 아픈 누나와 위태로운 형, 곤경에 처한 장인, 그리고 다시 찾아온 양부모. 그들과 만나며 겐조는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생각한다.

 

원래 책을 읽기 전 제목의 뜻을 생각해 보기 좋아하는 나는 글을 읽기 전 제목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으나 좀처럼 쉽게 그 의미를 떠올릴 수 없었다. 책을 읽고 나서도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이 궁금증은 책 말미에 서은혜 전주대학교 인문대학 일본언어 문화학과 교수님이 쓰신 해설로 해결되었다.

원작의 제목은 '도초(塗草)'다. 일본에 있는 말 중에는 '(말이 목적지를 향해 가다 말고) 길가의 풀을 뜯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의미는 '목적을 잊고 딴짓을 하다', '해찰하다' 등이다. 따라서 한눈팔기는 겐조가 길가의 풀을 만나 해찰하는 것을 의미하는 제목인 것이다. 위의 인물들은 겐조에게 잠시 멈춰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귀국한 그가 양부 시마다를 만나며 시작된다. 양부의 등장으로 그는 자연스레 과거와 마주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의 과거는 참으로 쓸쓸했다. 어디서나 겐조를 인간으로 봐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자식이 여럿 있는 생부의 입장에서는 겐조가 그다지 쓸모 있는 인간이 아니었고, 양부의 눈에는 그저 자신의 노후를 위한 보험일 뿐이었다.

 

겐조는 바다에 살 수 없었다. 산에도 있을 자리가 없었다. 양쪽에서 내밀리며 그 사이에서 쭈뼛쭈뼛하고 있었다. 동시에 바다 것을 먹고, 때로는 산의 것에도 손을 내밀었다.

생부의 눈에도 양부의 눈에도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차라리 물건이었다. 단지 생부가 그를 잡동사니 취급하는 데 비해, 양부에겐 조만간 무언가 도움을 받아야지, 하는 속셈이 있을 따름이었다.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258

 

늘 겐조를 도구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겐조가 귀국한 후에도 이어져 겐조에게는 금전적 도움을 바라는 이들만이 곁에 있을 뿐이었다. 늘 돈을 바라고, 돈이 성공의 척도라 여기고, 또 돈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돈과 성공,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는 부자가 될 것인지 위대해질 것인지,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어중간한 자신을 확실히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부자가 된다는 것은 얼간이 같은 그에겐 이미 늦은 일이었다. 위대해지고자 해도 세간의 번거로움이 방해했다. 그 번거로움의 씨앗을 찬찬히 살펴보자면 역시 돈이 없다는 것이 큰 원인이었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는 그는 그저 초조했다. 금력으로 지배할 수 없는 참으로 위대한 무엇이 그의 눈에 들어오기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멀어 보였다.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162

 

‘돈이 필요할 때도 남이고 앓아누워도 남이고, 그럼 그저 같이 있다는 것뿐이잖아.’

겐조의 수수께끼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198

 

겐조는 돈만 바라보는 사람들을 경멸하면서도 그 자신도 돈에서 멀어질 수 없는 모습을 보며 불쾌해한다.

 

겐조는 때로 형이 죽은 후 그의 가족을, 오직 생계 면에서만 상상할 때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잔혹하지만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겨 자신에게 허용했다. 동시에 그런 관찰을 피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일종의 불쾌감을 느꼈다. 그는 쓴 소금을 핥는 것 같았다.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186

 

어릴 적 사랑받지 못한 겐조는 가족에게도 서툴 수밖에 없었다. 겐조가 아내를 무시하는 태도는 종종 화가 나기도 했지만 가끔씩 이러한 겐조의 모습을 보게 될 때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녀는 맏딸이 수두에 걸렸을 때, 겐조의 태도가 갑자기 변했던 실례를 증거로 들었다.

“그때까진 날마다 안아 주더니 그 후 갑자기 안 안아 줬잖아요?”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236

 

맏딸을 자주 안던 겐조는 맏딸이 수두에 걸리고 나서는 태도를 바꿔 딸을 멀리한다. 부성애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인간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입은 겐조가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며 안타까웠다.

 

 

주인공 겐조는 마냥 남을 위해 희생만 하는 선인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타인과의 갈등 속에서 자기 자신은 언제나 옳은 이성적인 사람이라 믿고 타인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저 아(我)와 아의 대립이었을 뿐이다.

 

그의 도덕은 어디까지나 자기에게서 시작되어 자기에게서 끝날 뿐이었다.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161

 

‘그저 남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존경해야 한다고 강요해 봤자 나는 못해. 만약 존경을 받고 싶으면 존경받을 만한 실질이 있는 인간이 되어서 내 앞에 나서야 옳지. 남편이라는 견장 따위 없어도 좋으니까.’

이상하게도 학문을 했다는 겐조 쪽이 이런 점에선 오히려 구식이었다. 그는 자신을 위해 살아가야만 한다는 주장을 실현하고 싶어 하면서도 남편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아내를 처음부터 서슴없이 가정하고 있었다.

 

...

 

‘여자라서 바보 취급 하는 게 아냐. 바보니까 바보 취급 하는 거지. 존경을 받고 싶으면 존경받을 만한 인격을 갖추면 될 거 아냐?’

겐조의 논리는 어느샌가 아내가 자신에게 들이대는 것과 같은 것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이렇게 둥근 원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지쳐도 깨닫지 못했다.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199-200

 

 

‘언제 이렇게 변해 버렸지?’

인간의 변화에만 마음을 빼앗겼던 겐조는, 그보다 훨씬 심한 자연의 변화에 놀랐다.

 

‘나 자신은 결국 어떻게 될까?’

노쇠할 뿐 의외로 변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과 현하여 날로 번화해 가는 교외의 자연이 겐조에겐 뜻밖의 대조적 자료가 되어 그는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196

 

세상은 점점 더 풍요로워지는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번창해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과거보다 자신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의 겐조와 아내 사이의 갈등과 같이 과거의 갈등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타인들과의 관계는 미래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끼친다.

계속해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는 겐조를 보며 나 역시도 해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때 겐조의 눈에 비친 이 노인은 그야말로 과거의 유령이었다. 또한 현재의 인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미래의 그림자임이 분명했다.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129

‘하지만 어떻게 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을까?’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면 너무나 신기했다. 그 신기함 속에는 자신이 주변과 용케도 싸워 이겼다고 하는 자긍심도 상당히 섞여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직 되지 않은 것을 이미 이룬 것처럼 간주하는 도취도 물로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과거와 현재를 대조해 보았다, 과거가 어떻게 현재로 발전해 왔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자신이 바로 그 현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와 시마다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바로 이 현재 덕분이었다. 그가 오쓰네를 싫어하는 것도 누나나 형과 동화하지 못하는 것도 이 현재 덕분이었다. 장인과 점점 멀어져 가는 것도 이 현재 덕분임이 틀림없었다. 한편에서 보자면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 낸 그는 가엾은 존재였다.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259

“뒤끝이 있든 남자답지 못하든, 사실은 사실이지. 용케 사실을 지운다 해 봤자 감정을 죽이진 못하니까. 그때의 감정이 아직 살아 있다고. 살아서 지금도 어딘가에서 움직이고 있어. 내가 죽여 버려도 하늘이 되살려 놓으니 어쩔 수가 없지.”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285

“이 세상에 정리가 되는 일 따위는 거의 없어.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나 이어지거든. 단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기도 모를 뿐이지.”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을유문화사)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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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한눈팔기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s****u | 2021.03.14

해외 유학을 다녀와 학문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남자, 그는 남들에게 번듯한 직장에서 원하는 일을 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남자가 아내와의 불화로 괴로워하며 인연이 끊긴 양부가 나타나 돈을 요구하고 형과 누나, 사업에 실패한 장인까지 경제적인 도움을 청하는 상황에서 혼자 힘들어한다는 걸 모르고 말이다.

이 남자는 일본의 국민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소설 <한눈팔기>에 나오는 주인공 겐조이다. 이상을 좇으며 학문을 연구하지만 현실은 겐조가 자신이 세운 '위해단 목표'를 향해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돈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겐조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우울해한다.

 

나는 주인공 겐조가 언제 한눈을 팔지, 어디에 한눈을 파는지 내내 궁금했다. 그러면서 쉽게 해결될 일을 혼자 끙끙대는지 겐조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겐조는 자신이 어릴 때 양부에게서 순수하지 않은 친절 받으며 양모에게서 인간의 추한 모습을 발견하고 친부에게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누구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며 삐뚤어진 사람이 되었다는 걸 안다. 알면 뭐하나. 받은 상처를 꼭 끌어안은 채 변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세상 고난 다 짊어지고 가는 듯 힘들어하는데. 물론 아내, 형, 누나, 장인, 양부 중 누구에게 했다 해도도 겐조의 고민과 아픔을 이해하진 못했겠지만. 때론 힘들어도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겐조는 늘 귀찮다며 회피한다. 말해도 모를 거라는 지레짐작으로 갈등을 풀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쉬운 길을 두고 어렵게 돌아가는 행위다. 겐조가 조금 덜 상처받고, 충분히 사랑받았다면 무뚝뚝한 별종이 되지 않았을 텐데.

 


소설 <한눈팔기>에서 겐조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갑자기 나타난 양부를 어떻게 끊어내는가이다. 양부라고 해도 사실 어렸을 때 다시 본가로 돌려보내졌으며 그동안 키워준 양육비는 친부모가 이미 정리했다. 무슨 염치로 겐조에게 나타났는지, 양부는 겐조에게 굽신거리며 돈을 달라고 한다. 나라면 단칼에 거절했을 거다. 아니 누구라도 이미 남이며 자신에게 아픔을 준 남자를 상대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겐조는 마음속으로 실컷 욕하면서도 양부가 찾아오면 만난다. 처음에 무의미한 만남을 싫어하고 재정적으로 넉넉한 형편이 못 되는데도 굳이 시간을 들여 양부를 만나고 돈을 주는 겐조는 남의 이목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겐조의 심리와 과거를 알게 되면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의미인가 생각했다. 돈 이상의 것(사랑이나 우정, 가족애)을 추구하지 못하는 양부에게 돈을 줌으로써 상대를 멸시한다는 걸 보여주는 건 아닐까 하고.

 

 

 

언급했듯이 <한눈팔기>는 나쓰메 소세키의 유일한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 겐조처럼 나쓰메 소세키는 친부모와 양부모에게서 버림받았다. 그때 받은 내상은 소세키가 인간관계를 맺는데 영향을 미쳤다. 아내와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고 괜히 시비 걸고 다투고 갈등을 만들어내는 겐조를 보며 소세키도 참 힘들게 살았구나 싶었다. 그의 쓸데없는 자존심과 고집, 유치하고 이기적이며 남을 배려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성격은 누구와도 동화하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고립시켰기 때문이다.

원작은 '한눈팔기'보다 길가의 풀이라고 번역되는 것이 더 맞단다. 번역가는 작가가 인생에서 길가의 풀은 무엇인지, 목적을 향해 가는 인간의 관심을 흩뜨려뜨리는 것이 무엇인지 결론짓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인생에서 꿈을 향해 가는 길의 방해물은 무엇일까. 돈, 인정 욕구, 편리. 어떤 것이 나의 집중을 흐려놓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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