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문화 아이콘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시간을 초월한 낭만적 사랑의 신화셰익스피어의 시대와 극장, 텍스트의 특징, 연극·영화의 역사 등『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상세한 해설 수록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열렬한 사랑의 체험에서 영감을 얻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창작했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다른 극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적 죽음을 맞는 비운의 두 연인에 대한 이야기는 옛 전설이나 신화, 중세 로맨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피라모스와 티스베, 헤로와 레안드로스, 트리스탄과 이졸데, 트로일로스와 크리세이드 등이 그 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출전으로 간주되는 작품은 영국 작가 아서 브룩이 1568년에 쓴 『로메우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필한 연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상호 연관성이 두드러지는 『한여름 밤의 꿈』의 집필 연도와 같은 1595년으로 보고 있다. 이 역본에는 출전이나 집필 연도를 비롯해 셰익스피어의 시대와 극장, 텍스트의 특징, 각색의 역사 등 기본 지식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싣고 있다. 줄리엣을 연기한 소년 배우, 로미오를 연기한 여배우 등에 대해 설명한 공연의 역사나 올리비아 허시, 리어내도 디캐프리오와 같은 대스타를 만들어 낸 영화의 역사도 담겨 있어 매우 흥미롭다.원문의 뜻을 충실히 전하면서 셰익스피어 특유의 비유와 시적인 묘미를 잘 드러낸 번역복잡 미묘하고 함축적인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번역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역자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대사 호흡을 살린 공연 대본의 구실도 충실히 하면서 시적인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될 수 있게 옮기려 했다. 번역에 사용한 판본은 셰익스피어 학자들이 본문을 인용할 때 가장 널리 이용하는 편집본인 리버사이드판(The Riverside Shakespeare, Second Edition, 1997)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본으로 삼되, 아든판(The Arden Shakespeare, 1980)과 뉴케임브리지판(The New Cambridge Shakespeare, 1984), 옥스퍼드판(The Oxford Shakespeare, 2000)을 함께 참고했다. 등장인물의 표기, 장소의 표기, 막과 장의 구분, 무대 지문 표기 등도 대부분 리버사이드판을 기본으로 삼았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세 가지 편집본을 참고해서 더 상세하게 추가하기도 했다. 이번 번역에서는 소네트 형식을 취하는 코러스의 대사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 만남 대사를 제외하면 운문의 경우라도 특별히 글자 수에 얽매이지 않으려 했고, 원문의 뜻을 충실히 전하면서 셰익스피어 특유의 비유와 시적인 묘미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 역본을 통해 1564년에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이라는 작은 읍에서 태어난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영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를 넘어 명실공히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혹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어렵고 고리타분하게만 생각해 온 독자가 있다면, 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지 않은 채 대강의 스토리만으로 상투적이고 식상한 사랑 이야기라고 여겨 온 독자가 있다면, 이번 역본을 통해 새로운 눈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다채로운 인물들과 생생한 상상 속의 대화를 나누면서 그런 선입견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서경희,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