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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

알렉산드르 라디셰프 저 / 서광진 | 을유문화사 | 2021년 10월 25일 리뷰 총점 9.7 (6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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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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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

책 소개

‘혁명의 예언자이자 선구자’로 평가받는 라디셰프의 대표작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이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 88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18세기 러시아 사회의 모순과 혁명 의식이 발아되는 상황을 생생히 담고 있는 역작으로, 문학의 사회적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19세기의 위대한 망명 지식인이었던 게르첸은 이 작품을 ‘거대한 고발장’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또한 이 작품을 접한 예카테리나 2세는 작가에게 사형을 언도할 정도로 당시 러시아 사회를 뒤흔든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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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출발
소피아
토스나
류바니
추도보
스파스카야 폴레스치
포드베레졔
노브고로드
브론니치
자이초보
크레스티치
야젤비치
발다이
에드로보
호틸로프
비시니 볼로초크
비드로푸스크
토르조크
메드노예
트베리
고로드냐
자비도보
클린
페시키
초르나야 그랴즈
로모노소프에 대하여


해설 - 18세기 러시아에 대한 ‘거대한 고발장’
판본 소개
A. N. 라디셰프 연보

출판사 리뷰

움직이지 않던 거대한 편견과 억압을 움직이게 하는
최초의 선언 같은 사회 소설


라디셰프는 명실상부 ‘혁명의 예언자이자 선구자’란 평가를 받으며 러시아적 저항 정신의 첫 자리에 놓이는 인물이다. 1918년 7월 30일에 개최된 소비에트 인민위원회는 레닌의 주도 아래 ‘사회주의와 혁명의 위대한 활동가들’ 및 작가, 시인들의 동상 제작을 의결했는데,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라디셰프 동상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라디셰프 자신은 혁명가라기보다는 개혁가에 더 가까운 인물이다. 라디셰프는 유형 기간을 제외하면 평생 공직에서 법률 업무를 담당하면서 사회 개조와 개혁에 힘을 쏟았다. 그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을 목표로 언제나 농노제와 전제정을 개혁하려 했다. 그럼에도 라디셰프가 혁명가가 아닌 개혁가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가 전제정 자체를 타파의 대상보다는 개혁의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라디셰프에게 좋은 정치 체제란 좋은 전제정을 의미했다. 이 책의 「스파스카야 폴레스치」 장을 보면 이러한 작가의 생각이 잘 담겨 있다. 「스파스카야 폴레스치」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던 주인공은 마차에서 꿈을 꾸게 된다. 이 꿈에서 주인공은 황제가 되어 자신에게 찬사를 바치는 신하들에 둘러싸여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꿈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공명정대하고 자비로운 황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순례자는 스스로 ‘진리’이자 안과의사임을 자처하며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황제의 눈을 뜨게 해 준다. 즉, 황제를 계몽시켜 훌륭한 통치자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황제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라디셰프의 보수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그럼에도 라디셰프는 당대에는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개혁적인 인물이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소설 곳곳에서 잘 드러난다. 주인공인 ‘나’는 모스크바까지 가는 길에 여러 도시와 역참을 거치면서 다양한 계급의 다채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러시아의 본모습을 깨달아 간다. 라디셰프는 그들 중에 안하무인격의 관리와 귀족 가문의 족보를 정리하는 일에 거의 모든 것을 바친 인사 관리국 서기 등을 등장시켜 당시의 기득권층을 풍자하고 있다. 아울러 농노제를 타파하고 귀족들의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이러한 개혁적인 성향과 풍자로 인해 이 작품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 예카테리나 2세는 반란을 일으켰던 푸가초프보다 더 나쁜 인물로 라디셰프를 거론하며 격분했다. 그 결과 라디셰프는 사형까지 언도받았지만 나중에 감형을 받아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게 된다. 기득권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도 이 작품이 끼친 영향은 컸으며, 19세기의 위대한 망명 지식인이었던 게르첸은 이 작품을 두고 ‘거대한 고발장’이라 정의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제시했다는 의미를 가짐과 동시에, 근대 러시아 소설이 태어나던 자리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백 개의 아가리를 가진 괴물들이 판치는
제정 러시아 사회를 고발하는 거대한 고발장


라디셰프는 어느 하나의 문학사적, 예술사적, 철학사적 경향으로 포착하기에는 쉽지 않은 작가다. 라디셰프를 정의하는 수많은 용어 가운데에는 서로 양립이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문학사조상으로 라디셰프는 리얼리스트이면서 감상주의자이기도 하고, 사회 계급적 견지에서는 귀족 혁명가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자고 자유주의자로 정의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평가를 받는 라디셰프지만 당대의 부조리와 모순을 고발했다는 사실만은 이견이 없다. 특히 라디셰프는 농노제를 강하게 비판한다. 「호틸로프」 장에서 라디셰프는 토지에 대한 농민들의 권리가 박탈되어 있던 당대의 상황을 자연법에 의거해 비판한다. 원시 사회에서는 땅을 경작하는 사람이 땅을 소유할 권리를 가졌지만, 이제는 땅을 경작하면서도 자신의 생계를 대부분 다른 이에게 의존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라디셰프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연으로부터 자연과 동일한 본질을 부여받았고, 따라서 인간은 모두 동등하다는 사상을 천명하기도 한다. 이처럼 라디셰프는 18세기의 사람이면서도 오늘날의 시민 의식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개혁적이고 급진적인 사고를 가졌던 인물이다.

특히 라디셰프는 일반 서민들이 귀족들보다 훨씬 고귀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작품에서 역참이나 여러 도시에서 만나는 서민들은 관리나 귀족들에 비해 훨씬 순수하면서도 고결한 마음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에드로보에서 만난 농민은 주인공이 선의의 뜻에서 결혼 지참금으로 쓰라고 건넨 상당한 액수의 돈을 거부한다. 농민은 자신에게 두 손이 있고 그 손으로 스스로 돈을 벌 수 있기에 기부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클린에서 만난, 노래를 하며 구걸을 하는 어느 눈먼 노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인은 주인공이 내민 1루블을 자신이 지금껏 받아 온 금액이나 음식보다 큰 액수고 자신이 그만한 돈을 쓸 수도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노인은 대신 자신에게 기부하고 싶다면 목을 따뜻하게 해 줄 목도리를 선물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처럼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에 등장하는 서민들은 모두 건강한 노동을 하고, 노동의 대가만큼을 받아가는 선한 존재들이다. 반면 역참에서 수많은 말을 내오라고 거드름을 피우는 관리나 귀족들은 노동을 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 위에서 착취하기만 하는 사회의 불필요한 존재들로 그려진다. 이들이 『틸레마히다』에서 작가가 인용한 “살찌고 더러우며 거대한, 백 개의 아가리를 가진 괴물”들인 셈이다. 라디셰프는 이런 괴물들을 없애야만 비로소 인간은 인간답게, 자연법적인 세상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노라고 말한다. 이러한 혁명적 시각은 계층 간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민주주의적 사고가 위협을 받는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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