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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들

알렉산더 클루게 저 / 이호성 | 을유문화사 | 2021년 10월 25일 리뷰 총점 10.0 (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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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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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DRM) 1.97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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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력서들』은 ‘뉴 저먼 시네마(New German Cinema)’의 대부이자 ‘오버하우젠 선언’을 주도한 영화감독 알렉산더 클루게의 대표작으로 그의 문학적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집이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세계사의 큰 획을 그은 사건 전후의 수많은 개인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전쟁, 살인, 망명, 강제수용소의 실험, 실정법과 처벌 등 매우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다양하고 복잡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지나친 엄숙주의로 흐르지 않으면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건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여러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이력을 쫓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악과 정의의 문제, 현대 사회에서의 감정과 사랑의 문제, 추모와 희망으로 기능하는 이야기 과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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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중위 불랑제
어떤 태도의 소멸―검찰관 셸리하
포자 양(孃)
E. 슁케
아니타 G
만프레트 슈미트
사랑에 대한 어떤 실험
직업 변경
코르티
추가적인 이야기―스페인 보초병 | 클롭파우의 교육가 | 학자의 사명―만드로프 | 항상 희망을 품는 자는 노래하며 죽는다 | 협동적 태도 | 협동을 통한 범죄의 해체 | 알레비쉬의 다이아몬드 | 장례식 참석자 명단 | 기티의 종말
작가 후기

해설―거대한 파국과 작은 희망의 출구 찾기
판본 소개
알렉산더 클루게 연보

출판사 리뷰

을유문화사에서 을유세계문학전집 58번째 작품으로 영화감독이자 ‘뉴 저먼 시네마(New German Cinema)’의 대부로 불리는 알렉산더 클루게의 대표작인 『이력서들』을 출간했다. 2차 세계대전 전후를 배경으로 상징적이고 다양한 인물들의 이력을 통해 철학적 물음을 던지고 있는 이 작품은 독일 현대문학의 미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역사는 우리의 시간을 어떻게 써 내려가고 또 기억하는가
아이러니한 허구 속에서 삶의 핍진성을 보여 주는 다채로운 이력들


이 책은 ‘뉴 저먼 시네마(New German Cinema)’의 대부이자 ‘오버하우젠 선언’을 주도한 영화감독 알렉산더 클루게의 대표작으로 그의 문학적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집이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세계사의 큰 획을 그은 사건 전후의 수많은 개인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전쟁, 살인, 망명, 강제수용소의 실험, 실정법과 처벌 등 매우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다양하고 복잡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지나친 엄숙주의로 흐르지 않으면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건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여러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이력을 쫓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악과 정의의 문제, 현대 사회에서의 감정과 사랑의 문제, 추모와 희망으로 기능하는 이야기 과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알렉산더 클루게는 이러한 묵직한 주제들을 여러 다양한 실험적인 서사 기법을 통해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역사적 사건들과 오버랩 되는 동시에, 현실과도 중첩되면서 되풀이되는 역사의 굴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독자들에게 비틀기와 당혹감을 느끼게 만드는 이중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이러한 알렉산더 클루게만의 서사 미학은 작품 곳곳에서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수용소에서 포로들의 낙태 수술을 시행하고 이를 가지고 벌이는 인체실험을 다룬 「사랑에 대한 어떤 실험」에서는 ‘엿보기’와 같은 형식으로 제삼자의 눈으로 시종일관 무미건조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킴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러한 실험을 감행했던 이들과 비슷한 위치에 놓이게 만든다. 사랑마저도 축제의 이벤트에 어울리는 하나의 소비재처럼 사용되는 현실을 꼬집고 있는 「만프레트 슈미트」를 보면 소설의 말미에 마치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처럼 등장인물이 죽 소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작품 자체도 마치 자잘한 여러 신처럼 나뉘어져 있다.

이러한 독특한 그의 작품 세계는 서사 기법뿐만 아니라 서사 그 자체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책의 수록 작품 중 하나인 「협동을 통한 범죄의 해체」에서는 포주와 창녀가 등장해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된 죽은 이를 다시 살려내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펼쳐 보인다. 제목 그대로 범죄자인 두 사람이 협동을 통해 누군가가 일으킨 다른 범죄를 ‘해체’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이처럼 사실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하고 부조리한 설정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이 단편 소설집은 전후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이자 독일 문학이 지닌 이색적인 감수성과 심미안을 체현하고 있는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항상 희망을 품는 자는 노래하며 죽는다
거대한 역사적 파국 속에서 작은 희망의 출구 찾기


전쟁 기간 동안 우생학적 연구 차원에서 유태계 정치위원의 두개골을 확보하는 일을 맡은 한 군인의 이야기를 다룬 「중위 불랑제」의 주인공인 불랑제는 유태인 학살의 전범이었던 아이히만을 떠올리게 한다. 클루게가 보여주는 불랑제의 모습은 아이히만의 거울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이히만이 서류상으로 위에서 명령을 내린 사람이라면 불랑제는 직접 가서 그 명령을 실행한 사람이란 차이만 있을 뿐이다. 실제로 아이히만을 연구한 아렌트에 따르면 유태인 대량 학살을 다룬 그의 재판에서 의학적 연구 등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고 한다. 바로 그 제외된 부분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 불랑제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불랑제와 아이히만이라고 하는 이 둘에게는 ‘개인의 사소한 욕망’과 ‘천박함’, ‘사회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공통적인 행위 동기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을 가지고 커다란 죄악이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이들은 괴물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욕망을 지닌 평범한 인물들이기 때문에 이 가공할 만한 범죄와 범죄자들에게서 우리는 더욱 기괴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기괴함은 한 명의 살인자를 뒤쫓으면서 주위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살육은 외면하는 「검찰관 셸리하」에서도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검찰관 셸리하는 전쟁 중에 놓치게 된 살인 용의자의 뒤를 쫓는다. 그러면서 그는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무수히 많은 살인자들을 만나지만 이를 모두 무시하고 오직 하나의 목표가 된 살인자만을 쫓다가 결국 소련군에 잡히고 만다. 나중에 풀려난 그는 살인 용의자가 건드릴 수 없는 권력자가 된 것을 보고 쫓는 일을 단념하고 만다. 특히 이 소설의 말미에 ‘로터리 클럽’ 회원들과 벌이는 토론은 ‘정의’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말장난이나 혹은 무수한 의미 없는 잡담을 보여주며 실제로는 입으로만 정의를 외칠 뿐, 아무도 제대로 그 개념을 정의내리지 못하고 또 추구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세계대전 이후 기존의 가치와 관념, 규범 등이 전복된 상황은 한 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범죄를 저지르며 떠돌아다니는 「아니타 G」의 상황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알렉산더 클루게의 『이력서들』은 여러 모로 우리의 시대적 상황과 연관되는 작품집이다. 일제 강점기 이후 불거져 나와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친일파 단죄 문제, 참혹한 6·25 전쟁의 혼란기에서 벌어진 각종 인권 탄압 문제 등을 겪은 우리로서는 이 작품집이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역사적 단죄란 정의롭게 이뤄질 수 있는가,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에 반대되는 악은 누가 규정하는가, 그 악의 실체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담고 있는 『이력서들』은 다채로운 인물들의 이력을 통해 엄혹하게 존재하는 한 조각의 진실성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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