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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저/조영학 | 열린책들 | 2011년 9월 25일 한줄평 총점 10.0 (8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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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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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인간 내면의 근원과 선악의 갈등을 탐구한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대표 단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비롯하여 작가의 탁월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다섯 편의 단편을 수록한 소설선집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열린책들 세계문학의 174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가장 많이 영화로 각색된 고전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아직까지도 뮤지컬, 연극 등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찬사를 받고 있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그 주제가 인간의 내면과 선악의 대결이라는 심오한 근원을 다루고 있으므로, 어찌 보면 출간 후 1백 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거론되는 것도 당연하달 수 있을 것이다.

부유하고 전통적이며 매우 종교적인 도시,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유분방하고 매음굴, 어두운 인물들, 은밀한 거래로 가득한 에든버러. 스티븐슨이 태어나 성장한 이 도시의 극명한 대비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이후 그의 작품에 독특한 테마를 제공했다. 또한 선천적으로 허약했던 탓에 항해와 여행을 즐겼던 젊은 시절은 그에게 또 다른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수록된 다섯 편의 작품 모두 그의 정서와 경험이 그대로 묻어 있는 기묘하고도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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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메리 맨
마크하임
목이 돌아간 재닛
프랑샤르의 보물
역자 해설: 무의식과 광기의 탐험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연보

저자 소개 (2명)

저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obert Louis Stevenson)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생. 토목기사인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에든버러대학 공과에 입학했지만, 허약한 체질과 문학을 애호하던 성향 때문에 전과해 변호사가 되었다. 그 후 폐결핵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유럽 각지로 요양을 위한 여행을 했고, 이 경험이 수필과 기행문을 쓰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당시 파리에서 만난 11세 연상의 오즈번 부인을 사랑하게 되어 1880년에 결혼했다. 1883년 대표작 중 하나인 『보물섬』을 출간해 작가로서 명성이 한층 높아졌고, 이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1886) 등 수많은 화제작을 발표했다. 1888년 고국을 떠나 남태평양의 사모아섬에 저택을 짓...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생. 토목기사인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에든버러대학 공과에 입학했지만, 허약한 체질과 문학을 애호하던 성향 때문에 전과해 변호사가 되었다. 그 후 폐결핵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유럽 각지로 요양을 위한 여행을 했고, 이 경험이 수필과 기행문을 쓰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당시 파리에서 만난 11세 연상의 오즈번 부인을 사랑하게 되어 1880년에 결혼했다. 1883년 대표작 중 하나인 『보물섬』을 출간해 작가로서 명성이 한층 높아졌고, 이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1886) 등 수많은 화제작을 발표했다. 1888년 고국을 떠나 남태평양의 사모아섬에 저택을 짓고 살면서 건강을 회복했으나,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역 : 조영학
『아메리칸 프리즌』, 『자본주의와 장애』,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등 인문학 서적과 『라인 비트윈』, 『리틀 드러머 걸』, 『스티븐 킹 단편집』 등 소설을 오가며 90여 편을 옮겼다. 지은 책으로 『여백을 번역하라』, 『천마산에 꽃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 꼭 봐야 할 우리 꽃 100』(공저) 등이 있다. 《한국일보》과 《서울신문》에 칼럼을 연재했으며, 현재는 《여성신문》의 필진이다. 『아메리칸 프리즌』, 『자본주의와 장애』,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등 인문학 서적과 『라인 비트윈』, 『리틀 드러머 걸』, 『스티븐 킹 단편집』 등 소설을 오가며 90여 편을 옮겼다. 지은 책으로 『여백을 번역하라』, 『천마산에 꽃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 꼭 봐야 할 우리 꽃 100』(공저) 등이 있다. 《한국일보》과 《서울신문》에 칼럼을 연재했으며, 현재는 《여성신문》의 필진이다.

출판사 리뷰

인간 내면의 근원과 선악의 갈등을 탐구한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대표 단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비롯하여 작가의 탁월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다섯 편의 단편을 수록한 소설선집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열린책들 세계문학의 174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가장 많이 영화로 각색된 고전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아직까지도 뮤지컬, 연극 등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찬사를 받고 있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그 주제가 인간의 내면과 선악의 대결이라는 심오한 근원을 다루고 있으므로, 어찌 보면 출간 후 1백 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거론되는 것도 당연하달 수 있을 것이다.

「이율배반의 쌍둥이가 함께 붙어 있는 건 인류의 비극이다. 번민하는 의식의 자궁 속에서 이 양극의 쌍둥이가 끊임없이 갈등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좋아, 그럼 어떻게 분리할까?」

명예와 존경을 누리던, 그러나 본능적 욕망에 갈등하던 지킬 박사는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제2의 자아 하이드를 깨워 분리해 낸다. 시간이 흐르며 작고 약했던 하이드의 힘은 차츰 커지고 마침내 지킬의 영혼을 잠식하는데…….

고딕 중편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두 주인공, 즉 존경받는 신사 지킬과 억압과 체면을 벗어던진 하이드 씨의 관계를 해석하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프로이트식으로 말한다면, 성공한 중산층 신사인 지킬의 억압된 자아인 하이드가 맨얼굴로는 감히 일견조차 못 했던 이드의 세계를 탐색하고 나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자상한 아버지와 방종한 아들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 혹은 자신을 잘못된 범으로 예속해 버린 사회 전반에 대해 무조건적이고도 무차별적인 복수를 행하는 사회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점잖은 겉모습에 싸인 욕정 가득한 내면을 꿰뚫는 묘사로 빅토리아 시대의 위선과 타락에 관한 최고의 안내서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그 어떤 의미이든, 주류 사회의 관점을 벗어나 그동안 관습적으로 억압되고 침묵되었던 여백을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점. 그것이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여전히 살아 있는 「오늘의 책」인 이유이다.

탁월한 심리 묘사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그가 선사하는 다섯 가지 기이한 이야기


부유하고 전통적이며 매우 종교적인 도시,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유분방하고 매음굴, 어두운 인물들, 은밀한 거래로 가득한 에든버러. 스티븐슨이 태어나 성장한 이 도시의 극명한 대비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이후 그의 작품에 독특한 테마를 제공했다. 또한 선천적으로 허약했던 탓에 항해와 여행을 즐겼던 젊은 시절은 그에게 또 다른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수록된 다섯 편의 작품 모두 그의 정서와 경험이 그대로 묻어 있는 기묘하고도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새로운 변주라 할 만한 「마크하임」의 배경은 크리스마스 저녁 어두운 골동품상으로, 그 음산한 곳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또 다른 나와의 만남」이라는 설정은 인간의 심리와 본질을 드러낸다. 「메리 맨」 역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광기에 대한 재해석으로 읽을 수 있다. 이 두 단편의 주인공을 통해 스티븐슨은 누구에게나 절대적이고 폭력적인 본능은 있으며, 스스로 양심의 목소리를 깨달음으로써 도덕적 황폐화를 피할 것을 꾀하고 있다.

「목이 돌아간 재닛」은 스코틀랜드 노인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전설」과도 같은 느낌의 작품이다. 작품 전반을 흐르는 음산한 분위기, 석연치 않은 결말 등 지방적 특색이 진하게 밴 정통 호러의 특성을 고루 갖춘 수작이라 할 수 있다. 「프랑샤르의 보물」에서도 역시 당시 프랑스의 전원생활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지방색을 느낄 수 있지만 다른 작품들과는 대조적으로 고딕적인 요소도, 초현실적 요소도 배제되어 있는, 어찌 보면 유쾌한 캐릭터와 스토리로 이야기를 이어 가는 작품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열린책들이 2009년 가을부터 펴내기 시작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174번째 책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고전 시리즈의 새 이름으로, 상세한 해설과 작가 연보로 독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한편 가볍고 실용적인 사이즈에 시선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앞으로도 열린책들은 세계 문학사의 걸작들을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낡고 먼지 쌓인 고전 읽기의 대안
불멸의 고전들이 젊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까지를 망라한다.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소설 문학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문학의 스펙트럼은 시, 기행, 기록문학, 그리고 지성사의 분수령이 된 주요 인문학 저작까지 아우른다. 원전번역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품격과 편의, 작품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작품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저마다 고유한 얼굴을 갖도록 일일이 따로 디자인한 표지도 열린책들 세계문학만의 특색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6건)

바로 인간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이었다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YES마니아 : 로얄 s******c | 2019.04.14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by ROBERT LOUIS STEVENSON

얼마전 딸아이가 이 책을 읽는 것을 보곤, 문득 이 책 역시 안들어 본 사람은 없으나 정작 실제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는 책 중의 하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에 분명 읽었을 텐데 그냥 그 인물의 특성만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 내용은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이가 책도 읽은 김에 마침 <지킬과 하이드> 뮤지컬이 공연 중이어서 가서 보고 왔다. 그리곤 그런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생각 난 김에 나도 책을 한번 읽어보자 하는 마음이 들어 읽게 된 것이다.

그리곤 깨달았다. 뮤지컬 <지킬과 하이드>는 제멋대로 각색한 것이라는 것을. 원작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서 컨셉은 가지고 왔으나 내용은 각색정도가 아니라 그냥 새로 창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치 권선징악을 위하여 지킬이 원할 때 하이드로 변하여 악의 세력들을 응징하는 듯한, 원작과 전혀 다른 내용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내용이 그리 길지 않다. 열린책들 E-book 기준으로 130페이지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실제 중요한 내용은 100페이지 무렵부터 지킬 박사의 편지에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인의 이중성에 대한 자각.

“각각의 인자가 각각의 인격으로 분리될 수 있다면 인생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거라며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중적인 인격을 두개로 분리할 수 있다면 인생의 갈등은 없어지고, 이율배반적인 두개의 인격의 동거로 인한 번민도 없어지리라 믿고 실험을 하던 끝에 순수한 악만으로 형성된 인격체인 하이드로 변신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처음에는 약을 통해 하이드로 변신하였다가 다시 약을 먹으면 지킬로 돌아올 수 있었으나, 하이드는 점점 더 강력하게 지킬을 점령하고, 점점 강한 약을 먹어야만 지킬로 돌아올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시도 때도 없이 하이드로 돌아가고 만다. 결국 지킬은 더이상 하이드로 돌아가길 거부하고 죽음을 택하고 만다.

아마도 이 책이 그렇게 유명한 것은, 누구나 내 안에 이중적인 인격이 존재함을 인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회개를 하든 아님 다른 어떤 계기가 있든 내안의 선이 승리한 듯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양심이 무디어 지고, 사악한 또다른 자아가 고개를 드는 경험을 누구나 하기 때문이 아닐까. 스토리의 흥미로움이 아닌 그 독특한 설정 속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무거움이 있다.


[책속으로]

그리고 이제 성찰이라는 걸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주변을 둘러보고 내 성취와 지위를 반추해 보니, 이미 내가 이중생활에 깊이 빠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야 그런 난잡한 행실들을 떠벌리고 다녔겠으나 나는 크게 죄의식을 느꼈다. 내 스스로 정한 고귀한 원칙들 때문이었다. 나는 거의 병적인 수치심에 그런 부정한 삶들을 몰래 숨기기로 했다.

그로 인해 나는 엄격한 삶의 법칙에 대해 깊이 천착하는 버릇이 생겼다. 삶이란 종교의 뿌리이자 가장 거대한 고통의 원천 중 하나이다. 나는 이중인격자이기는 하나, 결코 위선자는 아니다. 내 이중성 어느 쪽이든 극도로 진지하기 때문이다. 절제심을 버리고 치욕 속으로 뛰어드는 나 또한, 밝은 빛 속에서 지식을 넓히거나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나만큼이나 나 자신이다.

바로 인간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나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다면적이며 이율배반적인 별개의 인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구성체라는 가설을 감히 내놓고자 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인간의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이중성을 나 자신이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의식 속에서 갈등하는 두 개의 본성을 본 것이다. 내가 그중 어느 한 본성에 속한다고 주장하는 게 가능하다면, 그건 단지 근본적으로 그 둘 모두에 속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내 과학적 발견이 기적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전부터, 나는 그런 인자들의 분리를 백일몽처럼 즐기곤 했었다. 각각의 인자가 각각의 인격으로 분리될 수 있다면 인생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거라며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추악한 외모를 보며 내가 느낀 건 반감이 아니라 반가움이었다. 그 역시 나 자신이므로 내게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인간적으로 보였다. 내가 보기에 하이드는 영혼을 보다 생생하게 영상화했다. 지금껏 나라고 여겼던 불완전하고 분열된 자아의 모습보다 명확하고 개성적이었다.

나 자신의 영혼에서 불러내, 내키는 대로 행하도록 세상에 내보낸 존재는 천성적으로 야비하고 악랄했다. 그의 행동과 사고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석상처럼 무자비하기까지 했다.

선악의 복합체로서 지킬은 한 손에는 가장 민감한 두려움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마음껏 누리는 즐거움을 만지작거리며 하이드의 쾌락과 모험을 투사하고 공유했다.

지킬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면, 오랫동안 탐닉해 오다가 최근에 이르러 한껏 포식하게 된 은밀한 욕구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 하지만 하이드와 함께한다면, 무수한 이익과 큰 뜻을 포기하고 단박에 그리고 영원히 사람들의 경멸을 받으며 친구 하나 없이 살아가야 할 것이다. 거래는 부당해 보였으나 거기엔 여전히 고려 사항이 남아 있었다. 지킬은 절제의 불속에서 끔찍한 고통을 겪는 반면 하이드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의식조차 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다. 상황이 기이하기는 했지만, 이런 식의 논쟁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고 보편화되어 있었다. 자극과 불안감은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 죄인에게 운명의 주사위를 던진다.

그러나 결국 시간은 최초의 불안감을 지워 버리기 시작했다. 양심에 대한 찬양도 당연한 것으로 되어 버려, 나는 다시 고민과 갈망으로 고통받기 시작했다. 바로 자유를 갈망하는 하이드의 고통이었다.

하지만 간절한 기도 사이에 내 악행의 추악한 얼굴이 나의 영혼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쓰디쓴 양심의 가책이 무디어지자 또다시 환희가 밀려들었다.

더욱이 참회의 칼날이 무디어 가면서 사악한 자아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이렇게 잠깐 악에 순종하게 된 것이 내 영혼의 균형을 파괴하고 말았다. 더군다나 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따라서 타락은 악의 자아를 발견하기 이전의 시절로 돌아가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게다가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제2의 자아에 대한 공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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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3.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_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긍**넉 | 2019.02.19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열린책들)는 작년에 프랑켄슈타인을 읽은 뒤 바로 구입했다. 두 작품이 추한 겉모습 때문에 배척당하는 존재의 등장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데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바로 내가 또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에 혼자서 헛다리짚는 경우가 몇 차례 있어서 정말,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특히 이번 경우는 착각하기 힘들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라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스스로도 의아할 지경이었다.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표제작 외에도 4편이 더 수록되어 있었다. 당연히 장편일 거라 생각했는데 중편 분량의 짧은 소설이었고 나머지 4편은 이보다 더 짧았다. 처음에는 단편집이 낯설었는데 한 편씩 읽다보니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을 다섯 편이나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변호사 어터슨 씨가 서술자다. 어터슨 씨는 지킬 박사와 막역한 사이다. 그는 친구 지킬의 유언장에서 하이드의 이름을 보았지만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하이드를 본 적 있는 지인을 통해 그의 생김새가 불길하고 혐오스러울 뿐만 아니라 행동도 폭력적이며 기이하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어터슨 씨는 친구가 왜 불길한 소문을 몰고 다니는 하이드라는 작자에게 재산과 지위를 상속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킬의 엉뚱한 행보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으니 더 이상 그의 판단을 믿을 수도 없고 기다릴 수도 없다고 생각한 어터슨 씨는 직접 하이드의 실체를 알아내기로 한다. 그러나 어터슨 씨가 직접 알아낸 사실은 없다. 어터슨 씨는 독자와 마찬가지로 두 명의 친구, 래니언 박사와 지킬 박사가 남긴 편지로 지킬의 수상쩍은 행동의 이유와 하이드의 정체를 알게 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인간 내면의 악이라는 인류 최고의 악몽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선과 악의 대립, 이중인격 또는 이중생활을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은 에 대한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악을 대면한 사람들은 모두 불쾌함과 역겨움을 느낀다. 어터슨도 하이드와 처음 대면했을 때 그의 외모에 강한 반감부터 느꼈다. 지킬 조차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인 하이드의 얼굴에는 악의 특성이 선명하고도 노골적으로 새겨져 있(p.85)’었다고 말했다. 하이드가 당당하게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숨어 지내면서 사람을 해치는 등 악행을 일삼는 행태는 의 부정함과 부조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읽었다. 하이드가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벗어나 금방이라도 지킬을 집어삼킬 수 있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위험을 감지하는 모양새는 광기로 인한 파멸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소설을 읽고 난 후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이 떠올랐다. 지킬은 자신의 의식 속에서 갈등하는 두 개의 본성을 발견하고 이율배반의 쌍둥이가 함께 붙어 있는 건 인류의 비극(p.83)’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인간은 선과 악이 혼재된 존재인데 반해 모든 인류 가운데 오직 에드워드 하워드만이 순수 악의 존재임을 뿌듯해했다. 하지만 반쪼가리 자작에서 반쪽이 된 불완전한 인간, 자기 자신을 적으로 가진 인간은 바로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반쪼가리 자작은 마르크스식으로 말하자면 소외된 인간이고 프로이트식으로 말하면 억압받는 인간이라고 말했듯이 에드워드 하워드는 순수 악의 존재인지는 몰라도 소외된 인간이면서 억압받는 인간의 전형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표제작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이어서 수록된 네 편의 단편도 독특하다. 오래 전에 읽은 자살클럽보다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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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언******벽 | 2017.06.14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ㅡ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물론 이것은 어터슨 씨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 워낙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데다가 친분 관계 역시 비슷하게 너그러움이라는 훌륭한 품성을 바탕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 운명이 정해주는 대로 친구들을 받아들이는 건 소심한 사람들의 특징인데 , 이 변호사가 바로 그랬다 . 그의 친구들은 친척 아니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뿐이었다 . 애정은 담쟁이덩굴만큼이나 느리게 자랐고 특별히 대상을 가리지도 않았다 .
ㅡ본문 10 쪽 ㅡ

 

나는 도덕적 의식과 지적 의식 양면으로 부단히 진실에 접근해 나갔다 . 그 진리의 일부를 깨달은 탓에 이렇게 끔찍한 파멸의 늪에 빠지고 만 것이다 . 바로 인간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이었다 . 내가 둘이라고 하는 까닭은 내 지식 수준이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 다른 사람들은 내 견해에 동조하거나 아니면 그 선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갈 것이다 . 어쨌든 나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다면적이며 이율배반적인 별개의 인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구성체라는 가설을 감히 내 놓고자 한다 .
ㅡ본문 82 쪽 ㅡ

 

나로 말하자면 , 살아온 방식상 한 점의 오류도 없이 오직 한 방향으로만 나아갔었다 . 그것은 바로 도덕적 측면이었다 . 그런데 그 와중에 인간의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이중성을 나 자신이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 의식 속에서 갈등하는 두 개의 본성을 본 것이다 . 내가 그중 어느 한 본성에 속한다고 주장하는 게 가능하다면 , 그건 단지 근본적으로 그 둘 모두에 속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애초에 내 과학적 발견이 기적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전부터 , 나는 그런 인자들의 분리를 백일몽처럼 즐기곤 했었다 .
각각의 인자가 각각의 인격으로 분리될 수 있다면 인생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거라며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 부도덕은 보다 강직한 쌍둥이 인자의 규율과 자책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제 갈길을 갈 것이다 . 도덕적 인자 또한 굳건하고  안전하게 출세의 길에 오르고 , 원하는 대로 선행을 베풀면 그만이다 . 더 이상 관련없는 악으로 인해 굴욕과 후회를 반복할 필요도 없다 . 이율배반의 쌍둥이가 함께 붙어 있는 건 인류의 비극이다 . 번민하는 의식의 자궁 속에서 이 양극의 쌍둥이가 끊임없이 갈등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
ㅡ본문 82 , 83 쪽 ㅡ

 

지킬은 절제의 불속에서 끔찍한 고통을 겪는 반면 하이드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의식조차 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다 . 상황이 기이하기는 했지만 , 이런 식의 논쟁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고 보편화되어 있었다 . 자극과 불안감은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 죄인에게 운명의 주사위를 던진다 . 결국 그 수 많은 친구들처럼 나 역시 선한 자아를 선택했지만 그를 지켜 낼 힘이 부족했다 .
그렇다 . 나는 초로의 투덜이 박사를 선택했다 . 친구들한테 둘러싸인 채 , 정직한 희망을 소중히 여기는 나 . 지금껏 하이드로 변신해 누렸던 자유와 젊음 , 가벼운 발걸음과 거침없는 충동, 은밀한 쾌락 등 난 그 모든 것에 단호하게 작별을 고했다 .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미련이 남았던 모양이다 .
ㅡ본문 92쪽 ㅡ

 

그러나 결국 시간은 최초의 불안감을 지워버리기 시작했다 . 양심에 대한 찬양도 당연한 것으로 되어 버려 , 나는 다시 고민과 갈망으로 고통받기 시작했다 . 바로 자유를 갈망하는 하이드의 고통이었다 . 그리고 도덕적으로 나약해진 지 채  한 시간도 안되어 변신 약을 제조해 마시고 말았다 .
알코올 중독자가 자신의 나쁜 습관에 대해 핑계를 찾을 때 , 자신의 우둔한 신체적 무감각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고 하는 경우는 5백 분의 1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나야말로 현재의 상황에 대해 그렇게 고민했으면서도 , 에드워드 하이드의 성격을 특징짓는 철저한 도덕적 무감각과 과도한 악에의 탐닉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 내가 벌을 받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
ㅡ본문 93 쪽 ㅡ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어릴 때  축약본 세계명작선으로 읽고 성인이 되어선  처음 읽는다. 이미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뮤지컬등으로 미디어 노출이 많았던 탓에 ) 몇 번을 읽은 듯한 기분이지만 실상은 몇 십년 만의 재회이다 .
암튼 기회 있을 때 읽어봐야지 ㅡ 열린책들 소장 도서 읽기를 하는 중이다 .

 

하이드에서 지킬로 , 지킬에서 하이드로 처음엔 절제 속에 맛보던 악의의 해방였겠지만 점차 선한 의지의 지킬을 지키는 것이 하이드 , 악의 속성을 지키는 것보다 어려워진다는 데 인간적인 희비가 엇갈린다 .
도대체가 그렇다 . 어려운 것들일 수록 가치가 있는 그것들은...도덕적으로도 더 우위에 있는 의지들인 것이다 . 

 

헨리 지킬은 하이드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도 없을 만큼 약해진 다음 스스로 죽었다 . 그것은 일종의 면피 , 도주 인 셈이라고 생각이 든다 . 속수무책인 그를 , 그가 먼저 죽을 리는 없으므로 보는 것조차 고통을 주었을 테니 귀결은 너무 당연한 방향였는지도 모른다는 것 . 선의란 이렇듯 지키기도 어렵고 유지하긴 더 어렵다는 그런 얘긴 모양이다 .

 

옮긴이가 페친 조영학 쌤이다 . 역은이의 말을 읽다보니 백설공주와 하이드 &지킬이 페미니즘과 그런 영향을 주고 받는구나 알게 되었다 . 좋아하는  책의 번역자로만 ( 붹댁은 첫째 애정요소지만) 생각해오다 책을 통해 다른 이해를 불러올 수도 있단 점에서 그간 역자 후기를 정말 싫어라 했는데 이 책 부분은 좀 멋졌다 . 대게의 역자 후기는 독자의 감상을 빼앗아 가는 정도였는데 앗아가는 수준을 넘어 더 훌륭한 생각을 듣게 되면 드는 생각이 순전히 새로운 발상으로 초대가 되서 다른 책 한권을 더 읽은 듯한 기분 !! 순수한 초대 ㅡ기쁨 으로 이어진다 고 웃기게도 생각했다 . 변덕인지도 모르지만 !

 

하이드 씨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단편이 더 이어진다 . 메리 맨 , 마크하임 , 목이 돌아간 재닛 , 프랑샤르의 보물 편들로 ㅡ



* 책 속 오타

p 83 , 위에서부터 11번째 줄 < 전술했듯 , ☞진술했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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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건)

매혹적인 작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R*****^ | 2021.09.27
아마도 한참 어릴 때 읽었던 것 같다. 안다고 생각하고 다시 읽을 생각은 안 했다. 그러다 얼마전 스티븐슨의 단편집 '자살클럽'을 보고 너무 매력적이라 다시 책을 찾아 봤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보면서 아는 작품도 다시 읽어 보면 새롭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꼈다. 나는 지킬박사가 하이드로 변하는걸 괴로워 하는 기억만 있었다. 그러나 지킬박사는 하이드로 변하자 모든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를 즐겼고 하이드에게 두려움을 느낄 때도 악마적 유혹이 너무 강력해서 위험한 걸 알면서도 하이드를 선택한다. 선과 악의 양면성과 공존만이 아니라 악의 근원적인 매력에 끌리는 인간의 모습에 생각이 많아졌다. 공포스러움과 폭력적인 고딕소설의 음침한 분위기를 장착했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이 작품을 무한 복제 하게 한 것 같다.

지킬이 너무 강력해서였을까 뒤에 <메리 맨> <마크하임> <목이 돌아간 재닛> <프랑샤르의 보물>은 흥미롭기는 했으나 지킬만큼은 아니었다. '자살클럽'은 모든 작품이 좋았는데...

스티븐슨의 단편집이 한 권 더 있는데 작품이 많이 겹친다. 그래도 '두 권 사게 되서 좋다'는 운용님 말씀처럼 나두 또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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