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완독
빈민가의 꽃 파는 소녀, 런던 상류 사회에 입성기
뮤지컬은 1964년 오드리 햅번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돼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줄리 앤드류스 대신 주연을 차지한 오드리 햅번은 노래를 잘하지 못해 더빙을 해야 했지만 전 세계의 관객은 그녀의 매력에 매료됩니다. 영화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영화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8개 부분에서 상을 수상합니다. 버나드 쇼와 <피그말리온>은 영국 연극에 있어서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이며 최고의 히트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작품176 으로 읽었습니다.
셰익스피어 이후 가장 위대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대표작!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인에게 사랑에 빠집니다. 그의 눈물겨운 사랑에 감동한 여신이 그 조각을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고이는 '피그말리온 효과'라 하여 타인의 믿음이나 기대, 예측이 그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을 가리키는 용어로 재탄생했습니다. 버나드쇼는 이에 모티프를 얻어 이 작품을 창작했다고 합니다. 천박한 영어를 하는 일라이자는 죽는 날까지 빈민굴에서 쳐박혀 있을 것입니다. 빈민가의 꽃 파는 소녀 일라이자는 어느날 음성학자인 히긴스 교수를 만나게 되고 토트넘 거리 구석에서 언제까지나 꽃을 팔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꽃집 점원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품위있게 말하는 것을 원하며 상류층의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합니다. 마침 함께 있던 피커링 대령과 내기를 해, 히긴스는 그녀를 기품을 갖춘 상류층의 여인으로 만들기로 약속합니다.
인생이란게 영감을 따른 어리석음의 연속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렇게 할 만한 일을 찾는 게 어려운 거지요.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매일 오는 게 아니거든요. 난 저 지저분한 밑바닥 인생을 공작 부인으로 만들겠어요. ---p.56
희곡은 영국 사회의 신분을 고착화 시키는 언어의 문제가 주요 요지입니다. 꽃파는 소녀를 통해 하류층 영어로 입을 여는 순간 그녀의 신분이 드러나고 그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게 저자는 글을 썼습니다. 9년 동안 의무 교육을 받았음에도 제대로 된 발음을 하지 못하는 영국 교육의 문제점과 영어 알파벳과 이를 연구하는 음성학의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제5막에서는 자신을 숙녀로 만들어준 히긴스에게 동등한 언어로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며 점차 변해가는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당시 신분 제도의 허위와 영국 사회의 모순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작품이다. 20세기 영국 사회의 모순에 대한 신랄한 풍자극이며 그녀는 꿈에 그리던 신여성이 되었을까요
피그말리온은 신분과 여성 문제를 꼬집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열린책들 뒤편에 역자 해설이 속 시원할 정도로 명쾌하게 잘 되어있다.
그 해설을 보고, 작품 이해에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신분 여성 등과 같은 주제는 각설하고
결말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연극에서, 그리고 뮤지컬화, 영화화되면서 결말이 바뀌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로맨스와 해피 엔딩을 원했지만, 이 작품의 결말은 해피 엔딩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바꾼 결말을 보며 분노하는데, 추후 둘 사이가 해피 엔딩일 수 없는 이유를 후일담으로 추가했다고 한다.
이 책의 결말을 바꾸려고 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에겐 있는 그대로 무언가를 보는 일이 어렵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꾸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고.
사랑이 볼모가 될 땐 더욱 그렇다고.
극 초반에 일라이자는 없는 형편에도 택시를 타는 작은 사치를 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사가 택시에 타지 못하게 하자 그에게 돈을 보여 주고, 굳이 그 택시를 탄다.
히긴스의 집을 찾아갔을 때에도 그렇다.
내쫓으려고 하는 피어슨 부인에게 자신은 수강료를 갖고 있으니 배울 권리가 있다고 당당히 밝힌다.
그리고 찾아간 이유도 꽃 집 점원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일라이자는 자신의 거처는 스스로 정하며,
정당한 권리를 요구한다.
신화 속 갈라테이아와 다른 점도 이것이다.
이러한 성격은 그녀가 상류층처럼 조각되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기가 끝난 후의 대사를 보면 불씨는 내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자 (절망 중에서도 자신을 추스르며) 난 무엇에 어울리는 사람이죠? 나를 무엇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만드신거예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해요? 난 뭘 해야 하죠? 나는 어떻게 될까요?
(....중략...)
히긴스 (뒤늦게 친절한 생각이 떠올라서) 어머니가 괜찮은 남자 한둘은 찾을 수 있을 거야
리자 도트넘 코트 거리에 살았을 때도 그것보다는 나았어요.
히긴스 (정신을 차리면서) 무슨 말이니?
리자 나는 꽃을 팔았지 나를 팔지는 않았어요. 당신이 나를 숙녀로 만들어 버려서 나는 이제 어떤 것을 팔아도 어울리지 않아요. 나를 발견했던 그곳에 그대로 놔두지 그랬어요.
이제 히긴스를 살펴보자.
일라이자에 대한 소유욕은 분명 존재한다.
일라이자가 집을 나갔을 때, 그녀를 찾으러 간 것이 그에 대한 방증이다.
그리고 일라이자가 '내가 심어준 말. 내가 심어준 생각'외에 움직이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러나 그는 로맨스가 되지 않는 인물이다.
자신 외에 타인에게 완벽하게 무심하기 때문이다.
말 첫마디마다 '내가'를 강조하는 그의 대사들과
일라이자가 듣는대서 가르치는 일이 지겨웠고, 끝나서 기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조그마한 친절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로맨스가 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그에게 어머니보다 완벽하고 우아한 여성은 없으며 여자들이란 대접을 바라는 귀찮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라이자는 의지가 있고, 권리를 요구하는 인물이다.
『무관심이 보통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정도보다 훨씬 깊은』 히긴스를 잘 알고 있었다.
히긴스는 자신이 일라이자를 만들었지만, 그녀가 자신과 동등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그는 타인에게 친절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인물들인데 해피 엔딩이 가능하겠는가?
그들이 로맨스 때문에 자신의 고유한 성격을 바꿀만한 인물들인가?
로맨스는 사람의 고유한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사랑한다는 이유로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내가 본 대중은 그러기를 원하고, 기대하고, 바라더라.
가끔 친구들 얘기나 인터넷에 올라온 연애 고민 글을 보면서
비슷한 맥락의 생각을 했었다.
일 하느라 카톡을 잘 못하거나, 피곤해서 다음번에 만나자거나, 몰래 헌팅을 했다거나, 게임을 하느라 관계가 소원하거나,,, 등과 같은 고민을 얘기하면, 헤어지라는 조언은 둘째치고 이런 댓글이나 조언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남자는 좋아하면 그렇게 하지 않아.”
나를 사랑한다면, 이렇게 했어야 한다는 기대가 만연해 보였다.
내가 보기엔 상대가 생겨먹길 그렇게 생겨먹었고,
관계를 유지하는 건 받아줄 아량이 있거나 없거나에 달린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다.
사랑이 사람을 바꾼 일이 있다면, 아주 드문 일이거나 오래가지 못할 일일 텐데, 왜 우린 서로에게 사랑만 붙었다 하면 환상을 심어주려고 할까?
애정이 사람을 바꿀 수 없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만들어진 충분한 이유는 존재한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피그말리온 원작의 결말이 납득되었고,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일라이자는 히긴스와의 해피 엔딩을 거부하며, 그에게 슬리퍼를 집어던진다.
그것은 일라이자의 의지이다.
피그말리온 영화 버전인 마이 페어 레이디의 오드리 헵번처럼
히긴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갈라테이아는 결코 피그말리온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와 그의 관계는 너무 신성해서, 전적으로 좋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피그말리온(Pygmalion)
20세기 영국 사회의 허위와 모순에 대한 신랄한 풍자한 세익스피어 이후 가장 위대한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의 대표작.
이 책을 읽기 전에,
첫 째는 피그말리온의 신화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면 좋겠고,
둘 째는 20세기 영국사회의 신분제도와 빈부 격차에 오는 모순과 교육과 언어의 허점 등을 미리 이해하고 읽으면 좋을 듯하다.
희곡이라 내용을 읽기에는 쉽다.
영국 빈민가의 한 꽃 파는 소녀 일라이자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음성학이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하긴스 교수와 피커링 대령은 6개월 안에 그녀를 누구보다 완벽한 영국 상류사회의 영어를 구사하고 몸가짐이나 행동 등이 공작 부인과 같은 기품을 갖춘 여인으로 만드는 내기를 벌이는데 성공하고 만다.
하지만 일라이자는 갈등한다.
그녀는 하긴스가 만든, 그의 말을 잘 듣는 오뚜기 같은 인간이 아니라 따쓰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길 바란다.
그 갈등의 내용을 몇 가지 실어본다.
p123
한 사람을 데려와 그에게 새로운 언어를 창조해 줌으로써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지 모르 거예요.
그건 계급과 계급, 영혼과 영혼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기도 해요.
p147
나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나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p149
난 무엇에 어울리는 사람이죠
나를 무엇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만드신 거예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해요
나는 뭘 해야 하죠
나는 어떻게 될까요
p151
토트넘 코트 거리에 살았을 때도 그것보다는 나았어요.
................
나는 꽃을 팔았지 나를 팔지는 않았어요.
당신이 나를 숙녀로 만들어 버려서 나는 이제 어떤 것을 팔아도 어울리지 않아요.
나를 발견했던 그곳에 그대로 놔두지 그랬어요.
p153
당신 같은 분하고 나 같은 것 사이에 감정 같은 것이 있어서는 안 되죠.
제발 어느 것이 내 것이고 어느 것이 아닌지 알려주시겠어요
p154
힘들게 획득한 지식과 보물 같은 관심과 친밀함을 배은망덕한 촌뜨기한테 쏟아 부은 내 망할 놈의 어리석음.
**피그말리온**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여인상을 갈라테이아(Galatea)라 이름 짓는다.
세상의 어떤 살아 있는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웠던 갈라테이아를 피그말리온은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여신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하여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피그말리온과 피그말리온 효과는 긍정적인 결말을 이룬다. 물론, 쇼의 피그말리온도 긍정적인 결론을 낸다. 그러나 동화같은 감수성은 등장하지 않는다. 쇼의 주인공은 본인 자신의 시니컬(cynical)함을 지닌다. 말투, 사상 등. 주인공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낭만은 기대하기 힘들다. 요즘 말로 나쁜 남자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연인으로서 그다지 적절한 대상도 아니고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주인공의 결합 대신 각기 독립적인 삶으로 마무리 되는 피그말리온은 각기 독자적인 해피앤딩을 이루었다는 차원에서 피그말리온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니체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쇼에게 있어서 기존의 관행적 방식의 작품은 크게 의미를 둘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파격적이지만, 교훈이라는 것들을 작품 속에 담고 싶어한 그의 바람은 결국은 전통적 가치관을 극복하지 못한 애매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